저는 지금 “여는 인사말”을 하는 대신 저 자신에 대한 “고백적인 말”을 잠깐 하려고 합니다. 저는 본래부터 반일 반북 반공을 외치던 사람이었습니다. 기독교 안에서도 자유주의와 순복음주의를 전문적으로 비판하던 부정적인 사람이었습니다. 타종교들도 반대하던 부정적인 사람이었습니다. 나의 입장만 옳다고 주장하던 위선적이고 독선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바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사람들과 친밀한 교류를 하게 되었고, 북한 동포들에게 사랑과 도움의 손길을 펴게 되었고, 이웃 종교 지도자들과 친밀한 교제와 협력을 도모하는데 앞장을 서게도 되었습니다. 바로 5년 전 오늘 즉 2010년 8월 27일 5개 종단의 대표들 9명이 25톤의 대형트럭 13대가 실은 밀가루 300톤을 가지고 개성으로 가서 민화협 대표들에게 전해주고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마음 속에는 아직도 이기적이고 정욕적이고 위선적이고 배타적인 부정적인 요소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민족의 화해와 평화 통일을 위한 순수하고 희생적인 제물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의 부끄러운 잘못을 자주 고백하곤 합니다. 금년 1월 1일 오후 2시 38선 근처에 있는 임진각에서 기독교의 지도자들 이천 여명이 함께 모여서 “한국교회 평화통일기도회”를 개최한 일이 있었는데 부족한 사람이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며” 라는 제목으로 메시지를 전하게 되었는데 저는 그 날 메시지라기 보다는 저의 부끄러운 죄를 고백하는 고백적인 말을 잠깐 했습니다. 그 때 한 고백의 일부를 인용하려고 합니다.

『하나님 아버지! 하나님께서는 우주 만물을 창조하시고 우리 죄인들을 구원하시는 창조와 구원의 하나님이시지만 궁극적으로는 “화해와 평화와 통일”의 하나님이신 것을 이 죄인은 잘 알면서도 한 평생 민족의 구원은 물론 민족의 “화해와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 마음도 몸도 생명도 바치지 못하고 오히려 상대방을 미워하고 정죄하는 반 화해적이고 반 평화적이고 반 통일적인 아니 반 하나님적인 반역과 위선의 죄를 짊어지고 이기적으로 정욕적으로 살아온 것을 뉘우치며 북녘 땅을 바라보는 이 자리에서 통회 자복합니다.

『하나님 아버지! 하나님께서는 야곱이 자기를 죽이려고 하던 형 에서의 목을 끌어안고 입을 맞추고 울면서 형과 화해한 사실을 기록해서 우리들에게 알려주셨지만, 우리들은 잘못을 범한 동족을 끌어안지도 함께 울지도 못하고 서로 미워하면서 한 평생을 살아오고 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우리들은 분단 70주년을 맞는 지금까지도 남북의 화해는커녕 남남의 갈등과 한국 교회의 분열만 조성하면서 분노와 증오와 정죄와 위선을 몸에 지닌 반 화해적이고 반 통일적인 삶을 살아오고 있는 죄를 뉘우치며 북녘 땅을 바라보는 이 자리에서 통회 자복합니다. 하나님 아버지! 이제 부끄러운 우리 죄인들이 하여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봅니다. 먼저 “화해와 평화와 통일”의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고 울면서 죄를 회개하는 일이고 그리고 우리 북녘 동포들의 목을 끌어안고 울면서 화해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님 아버지! 우리들의 불순종의 죄를 통회 자복합니다. 북녘의 동포들이여! 우리들의 무정함과 적대시의 죄를 통회 자복합니다. 하나님 아버지! 여기 모인 부족한 우리들의 평화 통일을 위한 기도 소리를 들으시고 긍휼을 베푸셔서 조만간 우리들에게 평화와 통일을 선물로 주시옵소서!』 이것이 지난 1월 1일 제가 임진각에서 한 고백입니다.

오늘 아침 우리 종교들이 마음과 뜻을 모아서 함께 발표하는 “평화와 통일을 위한 종교인 선언”이 우리 민족과 남북의 “화해와 평화와 통일”을 이루게 하는 거름의 역할을 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 8우러 27일 “종교인 선언”을 발표하는데 3일 전인 8월 24일 새벽 남북의 화해를 위한 합의가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얼마나 다행하고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앞으로 더 많은 합의와 교류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우리 종교인들이 남북의 화해와 평화와 통일을 이루는데 필요한 제물들이 되기를 바라고 소금과 빛, 목탁의 역할을 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이 더 많은 격려와 협력의 손길을 펴 주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