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긴장이 고조돼 있던 남북관계가 화해의 물꼬를 튼 가운데, 한국의 5대 종단 지도자들이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선언문을 발표했다. 890명의 종교인들은 남북이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교류를 확대하는 등 분단 극복을 위한 대담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독교 등 5대 종단 대표자들이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종교인 선언'을 발표했다.ⓒ뉴스미션

“적대관계 해소하고 교류 협력 증진하라”
 
기독교, 천주교, 불교, 천도교, 원불교 5대 종단을 대표하는 종교인들이 27일 오전 프레스센터 19층에서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종교인 선언’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최근 일련의 한반도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한 남북 정부의 합의를 환영하며, 박근혜 정부가 평화 통일을 위해 한 걸음 더 선도적으로 나아갈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남북통일 정책의 정상화를 강조하면서, 정부와 국민을 향해 △남북 간 적대관계를 해소할 것 △남북통일 정책에 대한 정책적 일관성을 유지할 것 △남북 간 민간교류를 허용하고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종교인들도 통일의 구국대열에 적극 참여할 것을 선언했다. 이들은 “종교인들이 그 동안 마음과 뜻을 하나로 모아 나라와 민족의 화해와 평화, 통일을 위한 희생적인 삶을 제대로 살지 못했음을 뉘우친다”며 “정치, 종교적 이념을 초월해 민족 화해와 평화, 통일을 실현하는 데 협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성명에 참여한 5대 종단 종교인은 모두 890명이다. 이 중에 개신교는 170명, 성공회는 116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이영훈 목사(한기총 대표회장), 양병희 목사(한교연 대표회장), 김삼환 목사(명성교회), 김영주 총무(NCCK), 홍정길 목사(남북나눔운동회장), 손봉호 교수(서울대 명예), 허문영 박사(평화한국 상임대표) 등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각 기관의 대표와 목회자, 교수 등 다수가 참여했다.
 

▲김명혁 목사를 비롯한 종교 지도자들이 분단을 상징하는 철조망을 끊어내는 퍼포먼스를 벌였다.ⓒ뉴스미션

5대 종교 지도자들 “박근혜 정부의 결단을 촉구한다”
 
한편 이날 성명서 발표에 앞서 기자회견에 참석한 각 종단 대표들은 경색 국면에 있던 남북이 대화의 물꼬를 튼 것을 계기로 평화적 만남과 화해의 움직임이 커질 것으로 기대했다.
 
시작과 함께 인사말을 전한 개신교 대표 김명혁 목사(한국복음주의협의회장)는 “오늘의 종교인 선언이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가져오는 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사흘 전 남북이 합의를 통해 화해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는 놀라고 기쁘고 감사했다. 앞으로 화해와 교류가 많아지고 우리 종교인들이 남북 화해를 위한 제물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불교 대표 도법 스님(대한불교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장)은 “최근 남북이 위험한 긴장 상황에 처해 가슴을 쓸어내렸다”며 “이번 기회에 남북은 머리를 맞대고 만나고 대화하며 함께 길을 찾아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자신감을 갖고 대범하고 포용력 있게 다가가자”고 전했다.
 
천주교 대표 안충석 신부(서울대교구 원로사제)는 “우리 종교인들은 평화협정 전환에 온 국민과 기도하며 앞장서 나갈 것을 발언하며 제안한다. 남북 어느 쪽이든 신뢰를 구축해서 상대방의 신뢰를 구하고 책임있는 대화를 통해 보다 더 큰 협상의 공통분모로 만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도교 대표 박남수 교령은 “통일 문제는 득이 될까 실이 될까 따지며 편가르기 해선 안된다. 그런 면에서 오늘의 성명서 발표는 뜻 깊다. 종교인은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고 통일을 이야기하고 간절한 심정으로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성명 발표가 끝난 후, 남북 분단을 상징하는 철조망을 끊어내고 색색의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기원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