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 붙잡힌 기도와 말씀의 사람을 기리며” 합신총회 아침기도회 설교(2016.9.21 아침 7시)

눅6:12, 요12:49,50, 마26:39 찬 482장(내 기도하는), 235장(달고 오묘한)
       

제가 날마다 중얼거리는 두 마디가 있습니다. 첫째는, “이리로 보나 저리로 보나 저에게는 죄 밖에 없습니다” 라는 고백입니다. “모든 죄악을 사하시는 하나님 아버지 저의 모든 죄악을 사해주시고, 죄인을 부르러 오신 예수님 이 죄인을 부르시옵소서.” 둘째는 “이리로 보나 저리로 보나 저에게는 죄 밖에 없습니다” 라는 고백입니다.  “자비로우시며 은혜로우시며 노하기를 더디 하시며 인자하심이 풍부하신 하나님 아버지 저에게 긍휼과 자비와 은혜와 인자를 베풀어 주시고,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신 예수님 이 죄인에게 은혜를 충만이 채워주시옵소서.”

저는 어제 저녁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시면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주님만을 믿고 따르고 닮는 그리고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을 품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안만길 목사님의 설교 말씀을 들으면서 마음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저는 이 시간 "기본"을 붙잡고 사신 즉 하나님께 붙잡혀서 기도와 말씀에 전념하신 박윤선 목사님을 기리는 고백적인 말씀을 전하려고 합니다. 저의 한 평생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분들 중의 한 분이 박윤선 목사님이십니다. 제가 총신대의 교수로 봉직하고 있던 1979년 3월 박윤선 목사님께서 총신대의 신학원장으로 부임하셨습니다. 그 이후 저는 총신대에서 1년 7개월 동안 그리고 합동신학교에서 7년 7개월 동안 박윤선 목사님을 가까이 모시고 함께 일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하나님께서 저에게 베푸신 특별한 은혜와 축복이었습니다. 저의 한 평생의 삶에 있어서 저에게 깊은 신앙적인 감화를 끼친 분들 중에는 퍙양에서 순교하신 저의 아버지 김관주 목사님과 평양서문밖교회의 주일학교 선생님들이었던 이인복 선생님, 명선성,선생님, 최병목 선생님들을 비롯해서 이성봉 목사님, 김치선 목사님, 한경직 목사님, 박윤선 목사님, 정진경 목사님, 방지일 목사님 등이 계셨는데, 박윤선 목사님은 저의 삶에 섬세한 그리고 지대한 영향을 미친 분으로 제가 너무 존경하고 좋아하는 신앙의 스승이 되셨습니다. 박윤선 목사님께서는 부족한 저를 친밀하게 사랑해주시고 가르쳐주시고 격려해주셨습니다. 저는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언제나 박 목사님과 상의하곤 했습니다. 박 목사님도 저를 아주 좋아하셨습니다. 박윤선 목사님께서는 시간에 상관 없이 저에게 전화를 거시고 하시고 싶은 말씀을 하시곤 했습니다. 때로는 질문도 하셨고 때로는 “이 말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하지 마” 라고 하시면서 속에 있는 안타까운 생각을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박 목사님께서 말하지 말라고 말씀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합신 교수님들 앞에서 “박 목사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라고 말하면서 박윤선 목사님의 생각과 입장을 내 세우곤 했습니다. 박 목사님은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왜 말했어?” 라고 말씀하시면서도 계속해서 저에게 속에 있는 안타까운 생각들을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따라서 저는 박 목사님과의 친근한 관계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를 받기도 했고 반대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박윤선 목사님이 언제나 좋았습니다. 신앙적인 감화와 인격적인 감화 때문이었습니다.

박윤선 목사님께서 쓰신 박목사님의 생애의 일부를 여기 그대로 옮깁니다. 박윤선 목사님께서 하나님께 붙잡히신 기도와 말씀의 삶을 살게 된 삶의 배경을 서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1905년) 평북 철산군에서 태어났다. 아홉 살 때부터 시작하여 사서 오경을 다 마쳤고 논어와 맹자는 그 주해까지 다 외웠다. 대동학교를 졸업하고 오산중학교에서 한 학기를 편입하여 지낸 후 선천 신성중학을 졸업하였다. 이 무렵 내 생애에 잊을 수 없는 신앙 체험을 하였다. 어느 날 나는 학교 가까이 수청고개 밑에 있는 시냇가를 산책하고 있었는데, 나의 심중에 하나님의 존재에 대하여 의심이 생기면서 '어떻게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믿을 수 있겠는가?' 하고 자문하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즉시로 나의 마음 깊은 곳에서 세미한 음성같이 솟아오른 것은, '네 손에 들고 있는 성경이 하나님이 계신 증거니라’ 하는 분명한 대답이었다. 나는 그 때에 놀랄 정도로 하나님을 확신하게 되었고 의심은 깨끗이 사라졌다… 나는 1931년 4월에 평양 장로회신학교에 입학하였다. 나는 신학을 배우는 3년 동안 숭실중학교 사감으로 일하였다. 그 당시 재학생 몇 명(김진홍, 방지일, 필자)이 힘을 합하여 '겨자씨'라는 신앙지를 출판하였다. 평양 장로회신학교에서 만난 사람 가운데 잊을 수 없는 한 분이 있으니, 김린서 장로(후에 목사)이다. 부흥가이기도 한 그는 단독으로 '신앙생활'이란 신앙지를 출판하면서 진리를 파수하며, 교회의 세속화를 방지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던 특수한 지도자였다.…1950년 6.25동란이 발발하기 전에 고려신학교에는 큰 회개운동이 일어났다. 학교측에서도 강의를 전폐하고 학생들의 기도가 중단되지 않도록 협력하였다. 이 기도운동이 점점 퍼져 고려측 교회 전체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한국 땅에 환난이 이르기 전에 이처럼 회개운동이 일어난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로 하여금 환난을 대비하도록 하신 귀한 섭리였음을 후에 알게 되었다. 그 후 두어 달 지나서 6.25동란이 일어났고, 국군의 후퇴 작전으로 인하여 많은 피난민들이 각지에서 부산으로 모여들었다. 특별히 그 해 9.28 수복이 있기 전에 초량교회당에서 열렸던 피난교역자 부흥회를 나는 잊을 수 없다. 강사로는 박형룡 목사, 김치선 목사, 그리고 나도 함께 협력하도록 되었다. 우리는 매일 새벽 기도회와 낮 성경공부, 그리고 저녁 집회를 인도하였다. 사흘째 되던 날 새벽으로 기억되는데, 그 시간에 참석한 교역자들의 거의 대부분이 크게 통회하며 자복하는 회개를 시작하였다. 그 뼈아픈 회개는, 각자가 과거 일제의 핍박시에 신사참배를 한 그 죄로 인한 것이었다. 나도 단 한번이지만 신사참배를 한 범과가 있으므로 나는 언제나 그 일로 인하여 원통함을 금할 수 없었는데, 이 때에 그 죄를 회중 앞에 공 고백하였던 것이다. 우리 하나님께 감사와 찬송을 드리는 것은, 이처럼 교역자들의 통회, 자복의 회개가 있은 후에 유엔군이 승리하고, 공산군은 삼팔선 이북으로 물러가게 된 사실이다.” 너무나 진솔하고 생생한 고백의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이제부터 박윤선 목사님의 삶의 모습을 6 가지로 나누어서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첫째로, 박윤선 목사님은 하나님만 아시는 분이셨고 하나님께만 붙잡혀 사신 분이셨습니다. 사실 그것이 예수님의 삶의 모습이었습니다. “내 아버지여 만일 할만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마26:39). 박윤선 목사님은 금욕주의자는 아니었지만 다른 일에 시간과 마음을 빼앗기는 것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별세하시기 얼마 전에 박 목사님을 즐겁게 해드리기 위해 안만수 목사님과 함께 서울대공원에 모시고 간 일이 있었습니다. 원숭이나 호랑이를 보여드렸지만 박 목사님은 그것들에는 별 관심을 나타내지 않으시고 "주여, 주여" 만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박윤선 목사님은 택시를 타고 가면서도 “주여 주여” 라고 해서 택시 운전수가 술에 취했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박윤선 목사님은 교수님들이 함께 모여서 피차 농담을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교수 세미나를 할 때는 언제나 기도원으로 가셨습니다. 그의 마음이 항상 하나님께 가까이 붙어있기를 원하셨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철없는 합신 강사는 “합신이 기도원으로 가냐?” 라고 불평과 비판을 하기도 했습니다. 박윤선 목사님은 미국 유학 시절, 친구 되시는 방지일 목사님에게 편지를 써서 보내시곤 했는데 외로움 가운데 강한 우정을 느끼셨던 박 목사님은 다음과 같은 편지를 쓰셨습니다. “나는 웬일인지요? 방제를 생각하고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합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주님께 대한 회개의 고백으로 바뀌었습니다. “내가 주님에게 끌리지 않고 한갓 우정이나 향정에 끌리었던 것입니다. 주를 떠나서 우정으로, 주를 떠나서 향정으로, 이는 사단의 유혹이었나이다.” 박윤선 목사님은 하나님만 아시는 분이셨고 하나님께만 붙잡혀 사신 분이셨습니다.

둘째로, 하나님께 붙잡힌 박윤선 목사님의 삶은 자연히 기도에 전력을 다하시는 삶이었습니다. 사실 그것이 예수님의 삶의 모습이었습니다. “예수께서 기도하시러 산으로 가사 밤이 맟도록 하나님께 기도하시고”(눅6:12). 박윤선 목사님은 기도를 생활화한 분이셨습니다. 기도를 쉽게 하신 분이 아니라 수고스럽게 하신 분이셨습니다. 총신에 계실 때 역삼동 개나리 아파트에 사셨는데 매일 아주 이른 새벽에 택시를 타고 총신에 오셔서 뒷산에 올라가 2시간씩 기도하시는 모습을 저는 한 6개 월 동안 옆에서 목격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박 목사님을 흉내 내며 두 달 동안 이른 새벽에 총신 뒷산에 올라가서 박 목사님과 가까운 곳에서 기도하곤 했습니다. 박윤선 목사님은 어디에 가실 때나 또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시간에도 간간히 “주여! 주여!” 라고 그의 영혼이 하나님을 향해 부르짖곤 했는데 이 음성은 영혼의 호흡 소리와 같이 들렸습니다. 1979년도 총신에 학생 소요 사태가 일어났을 때에도 박 목사님은 기도로 일관하셨습니다. 학생들이 이사회에 반기를 들고 일어서서 이사들과 교수들의 자동차를 뒤집어엎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학교의 책임자이신 박윤선 목사님께서는 학생 대표들을 불러 타이르거나 사태 수습을 협의하는 대신 특별 기도회를 선포하시고는 저녁마다 강당에서 기도회를 인도하셨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좀 불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박 목사님께서 인도하시는 기도회에 매일 참석했습니다. 밤이 깊어지자 저는 박 목사님보고 “제가 기도회를 인도할 터이니 집에 가시라”고 하고는 밤 기도회를 인도한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서 기도회의 효력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학생들이 저마다 일어나서 “내가 누구의 자동차를 뒤집어엎었습니다!” 라고 소리를 지르며 회개하기 시작했습니다. 기도 일관의 박 목사님의 삶의 자세를 돌이켜 볼 때 “바로 그것이다!” 라고 감탄하며 저는 그 길을 찾아 나서곤 했습니다.

박윤선 목사님은 합신에서 학장으로 계실 때 교수 세미나를 언제나 이곳 저곳에 있는 기도원으로 가서 했습니다. 박 목사님께서 기도를 너무 귀중하게 여기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너무너무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교수는 저보고 “김 교수는 좋겠다” 라는 말을 하곤 했습니다. 저는 박윤선 목사님의 생애의 마지막 1주일 동안 영동 세브란스 병원에 계신 박 목사님을 매일 찾아 뵙곤 했는데 그때야말로 박윤선 목사님께서 기도로 일관하신 기간이었습니다. 저는 그때 안식년으로 (평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진) 8개월 동안 미국 휫튼 대학교에서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밤 꿈을 꾸었는데 박 목사님이 피를 토하고 쓸어져서 병원으로 옮겨져 갔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한국에 전화를 걸었더니 사모님께서 전화를 받으시고 박 목사님께서 쓸어지셔서 병원으로 가셨다고 했습니다. 저는 무의식 중에 “그러면 그렇지!” 라고 중얼거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즉시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와서 영동 세브란스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박 목사님께서 병상에 계시던 일주일 동안 박 목사님은 매일 기도로 일관했습니다. “산에 가서 기도하다가 죽고 싶다” 라고 고백하시기도 했습니다. 박 목사님을 찾아오시는 분들을 위해서 일일이 기도해 주시곤 했습니다. 그리고 “소위 박 목사의 의를 제해 달라” 라고 호소하며 회개의 기도를 하시기도 했습니다. “손박사가 보고 싶어” 라고 말씀해서 손박사에게 전화를 걸고 빨리 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박윤선 목사님은 결국 “주 예수여! 내 영혼을 받으시옵소서” 라고 부르짖으며 주님 품에 안기셨습니다. 저는 박윤선 목사님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그 길로 김포공항으로 달려가서 막 떠나려는 비행기를 잡아 따고 미국으로 달려 갔습니다.

셋째로, 하나님께 붙잡힌 박윤선 목사님의 삶은 평생토록 말씀 묵상과 말씀 연구와 말씀 전파에 전력을 다하시는 삶이었습니다. 사실 그것이 예수님의 삶의 모습이었습니다. “내가 내 자의로 말한 것이 아니요 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 나의 말할 것과 이를 것을 친히 명령하여 주셨으니 나는 그의 명령이 영생인줄 아노라 그러므로 나의 이르는 것은 내 아버지께서 내게 말씀하신 그대로 이르노라 하시니라”(요12:49,50). 박윤선 목사님은 평양신학교를 졸업한 후 1934년 8월 배를 타고 미국으로 유학을 갔는데 미국 동부 필라델피아에 가기까지 27일 동안 배 안에서 요한계시록 22장을 전부 외울 정도로 말씀에 전력을 다했습니다. 박윤선 목사님은 평생을 신 구약 성경 66권의 주석 집필에 바쳤고 평생을 성경을 가르치고 증거하는데 바쳤습니다. 박 목사님은 “죽었다가 깨어나 다시 한 세상을 산다고 해도 나는 목사가 되어 성경을 증거하겠노라” 라고 말씀하셨고 “내가 평생에 힘써온 중요한 일은 신학 교육과 성경 주석 저술이었다” 라고 말씀했습니다. 저는 지금도 박 목사님의 주석들을 세상의 여러 책들 중에서 가장 귀중하게 여기며 가까이에 두고 자주 읽습니다. 그리고 설교할 때마다 자주 “박윤선 목사님이 이렇게 말씀했다” 라고 토를 달곤 합니다. 박윤선 목사님은 성경을 신학적으로 체계화하는데 만족하지 않고 말씀 한마디 한마디를 살아 있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먹고 말씀의 깊은 뜻을 발견하고 전하는 것을 최대의 기쁨으로 삼았습니다. 박윤선 목사님에게 있어서 성경 말씀은 양식이요 생명이요 기쁨이요 보화요 등이요 빛이었습니다. 따라서 그의 주석과 설교에는 항상 새로운 영감과 통찰력이 나타났습니다. 박윤선 목사님은 말씀을 사랑하고 사모하고 전파하는 것이 무엇임을 삶으로 나타내 보여주시고 가르쳐 주신 분이셨습니다.

넷째로, 하나님께 붙잡힌 박윤선 목사님의 삶은 또한 온유와 겸손과 진실과 착함을 지니고 나타내 보이신 삶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바로 예수님의 삶의 모습이었습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러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마11:29).  “저가 두루 다니시며 착한 일을 행하시고”(행10:38). 박윤선 목사님의 얼굴에는 항상 잔잔하고 순박한 소년의 미소가 깃들어 있었고 가식이나 꾸밈을 모르는 온유와 겸손과 진실과 착함이 풍기고 있었습니다. 부족한 저에게 언제나 사랑과 도움과 격려의 손길을 펴신 착하신 분이셨습니다. 제가 영안교회에서 사역할 때에도 강변교회 목회 사역을 시작할 때도 친히 오셔서 사랑과 도움과 격려의 손길을 펴셨습니다. 그리고 구제와 선교 사역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성역 50주년 기념 논총을 증정 받은 박윤선 목사님은 “나는 83년 묵은 죄인이다” 라고 겸손하게 고백했고 임종 전에는 “세상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오해하는 소위 박 목사의 의를 모두 지워달라” 라고 하나님께 부르짖으며 온유 겸손하게 호소하시기도 했습니다. 박윤선 목사님은 하나님 앞에서는 언제나 진솔한 회개를, 사람들 앞에는 언제나 따뜻함과 부드러움을 나타내 보이셨습니다. 박윤선 목사님은 종존 저의 손을 꼭 붙잡고 위로와 격려와 훈계의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김 목사, 마음에 기쁨을 잃으면 안돼!” “김 목사, 힘을 내!” “김 목사, 강의 준비를 더 잘해야 돼!” “김 목사, 주님을 바라봐!” “김 목사님, 어제 큰 승리했습니다!” 유명한 사람들에게서 온유와 겸손과 진실과 착함을 찾아보기 힘든 오늘날 그것을 몸에 지니고 나타내 보여주신 분이 바로 박윤선 목사님이셨습니다.

다섯째로, 하나님께 붙잡힌 박윤선 목사님은 인간 관계나 교파나 문화적 관계에 있어서 폭 넓은 포용적인 관계를 지니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예수님의 삶의 모습이었습니다. “예수께서 사마리아에 있는 수가라 하는 동네에 이르시니”(요4:5). “베드로야 일어나 잡아 먹으라 하나님께서 께끗케 하신 것을 네가 속되다 하지 말라”(행10:13,15). 박윤선 목사님은 기도와 은혜를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교파를 초월해서 통합측 또는 루터파 인사들까지 초청해서 친하게 지내셨습니다. 독일 경건주의의 학자 게르하르트 마이어 박사와 독일 복음주의 교회의 지도자 피터 바이어하우스 박사를 초청하여 합신에서 강의를 하게 하셨는데 그분들의 말씀을 듣고 교제하면서 매우 기뻐하시며 만족해 하셨습니다. 박윤선 목사님께서는 1983년 7월 암스텔담에서 열린 빌리 그레함 국제전도대회에 참석해서 시간마다 감동과 은혜를 받으시는 모습을 저는 바로 옆 자리에 앉아서 지켜 본 일도 있었습니다. 제가 총신 1학년이었을 때 박형룡 박사님은 서울에서 열린 빌리 그레함 전도 집회에 대해서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셨는데 박윤선 목사님께서는 암스텔담으로 달려가실 정도로 은혜를 사모하는 대 있어서 포용적이고 적극적이셨습니다. 구제와 선교 사역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셨습니다. 그리고 여성 사역에 있어서도 개방적인 입장을 취하셨습니다. 이동주 교수가 합신에서는 물론 교회에서 설교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셨습니다. 통합측 장신의 교수였던 주선애 교수를 초청해서 합신에서 강의를 하게 하셨습니다. 이와 같은 개방적인 입장을 일부 교수들이 비판하자 박윤선 목사님은 매우 속 상해하셨고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여섯째로, 하나님께 붙잡힌 박윤선 목사님은 개혁주의적인 삶을 몸소 실천한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바로 삶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이같이 너희 빛을 사람 앞에 비취게 하여 저희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5:16). “나의 이 말을 듣고 행하는 자는 그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지혜로운 사람 같으리니”(마7:24). 한국 교회 안에는 칼빈주의 또는 개혁주의를 주창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신학적인 원리만 주장하고 하나님께 붙잡힌 기도와 말씀과 온유와 겸손과 착함과 섬김을 몸에 지닌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박윤선 목사님은 한국교회 안에 개혁주의적인 신앙과 삶이 무엇인지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며 실천하신 분들 중의 한 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박윤선 목사님께서 지니신 칼빈주의 신학은 하나의 신학 체계에 그치지 않고 하나님 중심적인 뜨거운 신앙과 인간 포용적인 따뜻한 삶의 원리로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칼빈주의 또는 개혁주의는 배타적인 분리주의가 아니라 적극적인 포용과 교제와 섬김의 삶인 것을 나타내 보여주셨으며 세상사에 무관심한 반 문화주의가 아니라 구제 사역과 선교 사역 등에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내 보이는 문화 변혁주의인 것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윤선 목사님은 현세적인 정치 경제 문화 사회 문제에 치중하기 보다는 나라 사랑과 가족 사랑과 자기 사랑에 치우치기 보다는 오직 하나님께 붙잡히고 기도와 말씀에 전력하시면서 천국 소망을 지니고 한 평생을 사신 분이셨습니다. 박윤선 목사님의 66권 성경 주석의 마지막 문장을 인용합니다. “계시록의 결론은 재림이다. 주님의 재림은 성도들의 유일한 소망이다. 그러므로 주님께서는 그것만을 약속하시는 것으로 그의 계시를 영구히 마감하신다.”

저는 저의 평생에 하나님과 기도와 말씀에 붙잡혀서 사신 저의 스승 박윤선 목사님을 만나게 하시고 그 분과 함께 일하게 하시고 그 분으로부터 배우게 하시고 그리고 그 분의 친밀한 사랑을 받게 하신 하나님께 무한한 감사와 영광을 돌리며 그리고 저의 스승 박윤선 목사님께 무한한 감사와 존경과 사랑을 표합니다. “박 목사님,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박 목사님, 고맙고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대로 살지 못해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