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 선교사의 『삶이 말한다』 추천사 (독후감)  

                          김명혁 목사(강변교회 원로,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박상현 선교사는 ‘믿음’과 ‘사랑’과 ‘섬김’의 사람인 동시에 ‘사려’가 깊은 ‘자상한’ 사람이고 ‘모험심”이 충만한 ‘용감한’ 사람이고 ‘만남’과 ‘나눔’과 ‘소통’을 좋아하는 ‘착하고’ ‘따뜻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박상현 선교사는 태어나서부터 아프리카의 탄자니아로 가기까지의 삶을 돌아보면서 그리고 가난과 고난과 죄가 가득한 탄자니아에 선교사로 가서 그곳 사람들과의 ‘만남’과 ‘나눔’과 ‘소통’과 ‘섬김’과 ‘함께 놀아줌’의 삶을 살면서 생각하고 느끼고 깨달은 이야기들을 모아서 『삶이 말한다』 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판하게 된 것을 귀하게 생각하고 기쁘게 추천하면서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한 평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을 깊이 생각하고 결단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박상현 선교사는 어릴 때부터 하나님의 은혜와 어머니의 신앙적인 가르침으로 하나님을 믿게 된 것을 그리고 선교사가 되기를 소원하게 된 것을 고백한다. 가정의 ‘가난’과 ‘고난’과 ‘절망’의 경험들이 도리어 유익한 축복이 된 것도 고백한다. 그리고 하나님을 순수하게 믿음으로 지니게 된 소원들이 거의 대부분 그대로 이루어지게 된 것도 고백한다. 너무너무 귀중한 고백들이라고 생각한다. 박상현 선교사의 ‘자서전적’인 고백의 글들이 하나님께 대한 ‘믿음’과 ‘사랑’과 ‘기도’와 ‘헌신’과 ‘순종’이 충만한 너무 귀중하고 아름다운 삶에 대한 고백적인 글들이기 때문에 그리고 ‘사려’ 깊고 ‘자상하게’ 서술된 멋진 글들이기 때문에 ‘자서전’의 일부를 요약해서 그대로 인용한다.

“나는 중학교 2학년일 때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는 걸 사실로 받아들였다. 3대째 교회 다니시던 어머니가 교회 가라고 해서 어려서부터 교회는 열심히 다녔지만 명목상의 그리스도인에 불과했다. 그러나 어머니가 나를 낳으신 사실을 내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냥 내 엄마, 아빠, 가족인 걸 알고서 믿는 것처럼, 하나님이 살아계신 것이 내게 사실로 다가왔다. 그것은 은혜였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보이지 않는 공기를 통해서 내가 호흡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믿듯이,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것이 바로 ‘믿음’ 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셨다. 예수님께서 2000년 전에 이 땅에 다녀가셨다는 것과 동시에 십자가를 통해 나를 죽을 죄에서 구원하신 것도 자연스레 믿게 되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나를 창조하셨다면 나를 창조하신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세상 모든 것에 만들어진 이유와 목적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나님께서 나를 창조하신 이유는 성경에서 분명히 말씀하고 있다. 내 삶을 통해 영광 받으시고 예배 받으시기 위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하나님의 창조 목적에 가장 맞도록 잘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것은 중학생 시절의 내 기도 제목이기도 했다. 어린 마음으로 생각해본 것이었는데, 내가 보기에 하나님의 창조 목적에 맞게끔 가장 잘 사는 사람을 꼽아보니 목사님 아니면 선교사 같았다. 조금 더 깊이 생각을 해보니 이 척박한 조선 땅에 서양 선교사들이 목숨을 걸고 복음을 전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이렇게 구원에 이를 수 있었을까 싶기도 했다. 나도 그렇게 쓰임 받고 싶다는 생각에 압도당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내 인생의 책무처럼 느껴졌다. ‘하나님, 저 선교사 하겠습니다!’ 그렇게 외친 나는 바로 다음 고민이 시작했다. ‘그러면 언제 어떻게 선교사가 되는 것이 좋을까?’ 하나님께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때를 선교사로서 헌신하려 한다면 바로 내 젊음을 드려야 할 것 같았다. 초창기 우리 나라로 향한 수 많은 선교사들이 젊음을 드렸듯이 말이다. 나 역시 가능한 젊을 때 선교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20대에 10년간 잘 준비해서 30살에 선교지로 가게 해달라고! 젊을 때에 선교지로 향하는 것, 그것이 내 인생의 가장 큰 목표가 됐다.’ 어린 소년의 너무너무 귀중하고 아름다운 생각이요 결단이었다고 생각한다. .

“그런데 하나님은 하나님의 사람이 하나님을 위해 뭔가 결단한 순간부터 고난을 주시는 것 같다. 고난은 우리 관점에서야 고난이지 사실 하나님의 관점에서 보면 축복이고 은혜다.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그 축복의 길에 도달하는 과정일 뿐이다. 그때는 이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희망 없는 환경 속에 심은 꿈 중학교 2학년 때 선교사가 되기로 결심했지만, 당시 우리 집의 환경은 좋지 않았다.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나보다 집안 사정이 더 안 좋은 친구는 보이지 않았다. 최악이라고 생각했다.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였다. 아버지를 자극하는 어머니도, 원인을 제공하는 아버지도, 나와 누나들에게는 늘 괴로운 존재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집에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를 모시게 되었다. 몇 달 후 할아버지에게 치매가 찾아왔다. 얼마 후 할머니에게 치매가 왔다. 얼마 후 이번에는 아버지에게 치매가 왔다. 어머니와 우리 가족은 아버지를 알코올 중독자 병원에 입원시킬 수밖에 없었다. 감옥과 다를 바 없던 알코올 중독자 병원은 우리 가족의 마음을 무너지게 만들었다. 우리는 빚을 더 늘려가며 아버지가 회복될 때를 기다렸다. 눈처럼 쌓이던 빚은 그때 절정에 달했는데, 친척들에게 진 빚과 은행 빚을 합쳐보니 1억 원이 넘었다. 내게 무슨 희망이나 꿈이 있었겠는가?” 이와 같은 ‘가난’과 ‘고난’과 ‘절망’의 골짜기를 지나면서도 소년 박상현은 절망하지 않고 하나님만을 믿고 의지하면서 ‘헌신’의 길로 ‘선교’의 길로 특히 태권도를 통한 ‘스포츠 선교’의 길로 달려가게 된 것이었다. 너무너무 ‘사려’ 깊은 생각을 한 것이었고 ‘대단한’ 결단’을 한 것이었다.

“나는 유치원 때 시작한 태권도 덕분인지 웬만한 체육 활동은 늘 상위권이었고, 운동을 너무 좋아했다. 초등학교 때는 높이뛰기 선수로 도(道)대회까지 나갔다. 나는 8학군 추첨 덕분에 강남의 청담고등학교로 배정되었는데 태권도 특기생 인정을 받아 매일 오전 4교시만 수업을 듣고 하교하는 복(?)을 누리기 시작했다. 2007년 내가 오래 몸담았던 경호회사의 본부장님이 나를 중심으로 일산에 ‘아이(I) 태권 스쿨’을 오픈하여 정신 없이 바쁘게 되었다.… 우연한 기회에 ‘할렐루야 태권도단’의 선교 시범을 보게 된 것이다. 나는 여의도 광장에서 5천 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한 시끌벅적한 행사에 출연하는 한 유명 연예인의 경호원 자격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할렐루야 태권도단’의 선교 시범이 진행되고 마무리를 하자 사람들이 박수를 치고 함성을 질렀다. 한마디로 난리가 났다. 이 놀라운 광경을 처음 본 나는 충격에 휩싸였다. 우선 그렇게 많은 관중이 단 한 사람도 기침소리 하나 안 내고 그 시범을 몰입하며 보고 있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들에게 태권도 시범을 통해서 복음이 흘러간다는 생각을 하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태권도를 통해서 복음이 표현되고 강력하게 전달될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웠다. ‘내가 바로 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태권도단이 철수하려고 할 즈음, 나는 용기를 내서 단장으로 보이는 그 인도자를 찾아갔다. ‘할렐루야 태권도단에 입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입단 테스트를 받기 위해 태권도단이 모여 운동하고 있다는 성수동의 할렐루야 선교교회로 향했다. 나는 혼자서 단장님과 주장 앞에서 테스트를 받았다. 합격이었다. 이제는 내가 이 일을 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일만 남았다. 남들이 다 가고 싶어 하는 일반 체육대학에 들어갈 것이냐, 아니면 지금부터 태권도 선교단 활동을 하면서 20대에 선교사가 될 것을 준비할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선 것이었다.… 나는 설레는 마음이 들어 절대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은 희망사항을 생각나는 대로 수첩에 적기 시작했다. 그 수첩에 적은 나의 버킷 리스트는 다음과 같았다.… 자격증 10개 취득, 30개 국 일주, 27세 결혼, 특수부대 전역, 자동차와 집 마련, 연봉 1억, 선교사 대학원 졸업, 유학 I can do! 2000년 1월. 하나님을 위해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젊음을 드리겠다고 결단했지만, 여느 그리스도인과 다를 바 없이 평범한 삶을 살았던 나는 이런 희망 사항을 적어가면서 철도 없이 하나님께 거래 같은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저는 세상이 추구하는 삶, 좋은 대학, 좋은 직장, 남들이 당연하게 여기며 사는 그 길을 안 갈게요. 지금부터 할렐루야 태권도선교단 활동을 하면서 30살에 선교사로 나갈 준비를 하겠습니다. 그러니 이것들을 이뤄주세요!’ 그런 마음으로 적어 내려간 희망 사항이었다. 하지만 그 중에 어느 것 하나 가능한 것이 없었다.… 주님은 우리 기도를 들으신다.” 너무너무 ‘순수한’ 반응과 결단이었고 너무너무 ‘대단한’ 소원들과 기도 제목들이었다고 생각한다.

“십 년 후 어느 날이었다. 탄자니아로 가기 위해 아내와 신혼 살림을 정리하던 중이었다. 우연히 10년 전 타이타닉 수첩에 쓴 그 메모를 다시 발견하였다. 그걸 본 나는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온 몸에 소름이 돋고 전율이 일기 시작했다. 자격증 10개? 탄자니아로 떠날 때, 나는 22개의 자격증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취득한 자격증은 29개다. 30개 국 해외 여행? 나는 이 쪽지를 발견하자마자 지난 10년간 내 발로 밟아본 나라들을 세기 시작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처음 호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은 후에 다닌 외국의 숫자를 세어보니 정확하게 30개 나라였다. 특수부대? 나는 해병대 백령도 6여단에서 태권도 대표선수로 활동하다 전역했다. 자동차와 집? 할렐루야 태권도단 활동을 하면서도 나는 한 번도 직장을 쉬어본 적이 없었다. 7년간 경호회사에서 근무했고, 체육관 운영도 했다. 직장에서 배려해준 것이긴 했지만, 단 한 번도 자동차와 머물 집이 없던 적이 없었다. 고액의 연봉? 마지막으로 다녔던 직장인 보험회사에서 실적으로 받은 월급이 평균 880만원 정도였다. 연봉으로 셈하니 1억 원이었다! 덕분에 선교사로 떠나기 전에 빚도 청산할 수 있었다. 대학원과 선교훈련? 직장을 다니면서 야간에 대학교를 다녔고, 주말마다 총 11번의 다양한 선교훈련을 받았다. 선교사로 갈 무렵엔 DIA 대학원에 입학해서 영어 교수 과정을 시작한 상태였다. 이후 경희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하여 ‘글로벌 거버넌스’ 과정을 공부하게 되었다. 유학? 2007년에 경호회사 본부장의 개인적 지원으로 캐나다에 유학도 다녀왔다. 정말이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없었다. 단 한 가지, 27세에 결혼하는 것 빼고. 나는 한국 나이로 29세에 결혼했다. 지인의 소개로 만나 약 4년간 연애를 한 아내와 나는 2008년 3월에 결혼식을 올렸다. 훗날 미국에서 오신 선교사님이 내 간증을 듣더니 이런 질문을 했다. ‘선교사님이 혹시 만으로 27세에 결혼하지 않았어요?’ 아뿔싸! 따져보니 그랬다. 생일 기준으로 만 27세를 넘기 전에 한 결혼이었다. 정말이지 단 하나도 이루어주지 않으신 것이 없었다! 나는 그날, 하나님께 대한 철저한 두려움이 생겼다. 내가 거래하듯 무심코 적어놓은 희망사항들을 다 이루어주신 것을 체험하면서,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가장 큰 축복이 바로 하나님께 대한 ‘경외심’이었다. 그리고 ‘은혜와 축복’을 누리는 것은 나의 몫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나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빠짐없이 듣고 계시다는 것을 나누고 싶을 뿐이다.” 너무너무 ‘대단한’ 믿음과 기도 응답의 고백들이라고 생각한다. 긍휼과 사랑이 풍성하신 하나님께서는 ‘착하고’ ‘순수한’ ‘믿음’을 지닌 박상현 소년과 청년의 기도를 모두 다 들으시고 응답하신 것이었다. 

‘가난’과 ‘고난’과 ‘절망’의 고통을 경험한 박상현 선교사는 탄자니아로 가기 바로 전까지 세상에서 가장 못 살거나 선교가 어렵고 문이 닫힌 나라들을 찾아가서 태권도 라는 스포츠 매체를 통해서 즉 현지인들과 친밀하게 사귀는 삶을 통해서 복음을 전하기를 소원한다고 순수하게 기도했다. ‘가난’과 ‘고난’과 ‘절망’의 고통을 경험한 사람이 ‘가난’과 ‘고난’과 ‘절망’의 길로 달려가기를 소원하는 너무너무 귀중하고 아름다운 기도였다. 그러면서도 ‘가난’과 ‘고난’과 ‘절망’의 길로 달려가기를 싫어하는 자기 자신의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모습까지 진솔하게 고백했다. 너무너무 ‘진솔하고’ ‘귀중한’ 모습이다.

“나는 처음엔 무조건 중동이나 중앙아시아권으로 가겠다고 다짐했다. 할렐루야 태권도단 활동을 시작했던 19살 때부터 탄자니아로 오기 바로 전까지 생각이 그랬으니 10년 동안 변하지 않았던 다짐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선교사나 목사의 직함으로 활동할 수 없는 곳에 태권도 사범으로 들어가, 국가와 지역으로부터 천천히 인지도를 쌓아가며 영향력을 키워 삶을 통해 선교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태권도는 그러기에 정말 최고의 도구임이 확실했다. 실제로 그런 삶을 사는 멋진 선배들을 많이 보왔으니 말이다. 나는 구체적으로 중앙아시아나 중동 지역에서 가장 못 살거나 선교가 어렵고 닫힌 나라들을 놓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주님, 저를 키르키즈스탄으로 보내주세요. 아니면 아프가니스탄으로, 아니 파키스탄으로 보내주세요!’ 선교하기 어렵고 가장 가난한 지역을 놓고 기도하던 나는 어느 순간부터 나에게 유리한 말씀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내가 하는 생각도 주님이 주시는 생각이다’ 라고 합리화하기 시작했다. 조금 더 살기 편한 곳, 조금이라도 자녀교육을 시키기가 수월한 곳을 찾았다. 최소한 한인 마트 정도는 있어야 하고, 괜찮은 병원이 있고, 한국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직항으로 갈 수 있도록 국제공항이 있는 곳 등등, 사소한 모든 것을 따지고 있었다. 당연하지 않은가? 나와 내 마누라 그리고 어린 자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 그렇게 오만 가지, 내가 살기 조금이라도 편하고 유리한 곳으로 조금씩 ‘희망하는’ 선교 지역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터키로, 터키에서 이란으로, 이란에서 오만으로, 그리고 마지막이 두바이였다. 어느새 ‘주님, 저를 중동의 허브 두바이로 보내주십시오’ 라는 기도를 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만 나온다. 가족을 생각한다는 이유가 당연하긴 뭐가 당연한가? 믿음이 있긴 한 건가? 그렇게 나는 자기 합리화의 천재적 기질을 선교라는 명분 아래 마구 써먹고 있었다. 아내와 함께 선교지를 결정하기 전, 마지막 선교훈련을 받고 있을 때였다. 개인적으로는 어느새 열한 번째 받는 훈련이었다. 이제는 정말 선교지를 정해야 할 시기였다. 그때 그동안 아무 말도 안 하셨던 주님께서 내게 너무나도 명확한 음성을 주셨다. 아니 그동안 계속하셨는데 내가 귀를 닫고 있었던 것이긴 하다. 듣고 싶은 음성이 아니었으니까. ‘박상현, 그거 네 결정이잖아.’ ‘네 결정, 네 결정…. 아니, 내 결정…. 아… 이런!’ 나는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다. 나는 기도 내용을 바꾸기 시작했다. ‘주님, 저 박상현을 주님이 필요로 하는 곳에 보내주십시오.’ 그리고 정확히 일주일 후, 누군가 훈련원에 있던 우리를 찾아오셨다. 탄자니아라는 나라에서 오신 분이셨다.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건강한 기독교 세계관을 가진 지도자를 양성할 목적으로 세운 탄자니아 연합대학(UAUT)의 설립자 이진섭 선교사였다. 탄자니아에 20년 동안 사역 중이던 이가 나를 찾아오신 것이었다. 그것도 하필 그 기도를 시작하자마자. 나는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탄자니아는 아프리카 대륙의 중앙부와 동부 인도양에 맞닿은 나라로 면적이 남한의 9.4배에 달한다. 탄자니아에는 지금도 이슬람교를 국교로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평균 수명은 55세 정도이고, 15세 미만 아동의 비율이 50퍼센트에 육박한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로, 1인당 국민소득이 620달러(미국의 1퍼센트) 정도이다.… 장남으로서의 내 위치와, 건강이 좋지 않으신 홀로 계신 어머니가 떠올랐다. 무남독녀 외동딸인 아내는 나한테 시집오자마자 장모님과 장인어른과 헤어져야 했다. 그리고 갓 태어난 딸을 말라리아 최대 발생국에서 키워야 하는 부담감이 나를 억누르기 시작했다. 교육환경을 비롯해 생활환경, 날씨, 질병 등등 수만 가지 이유가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런데 선교지로 떠나면 안 되는 이유를 줄기차게 만들어내고 있던 나에게, 어느 날 주님은 가야 하는 이유는 하나도 만들지 않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는 은혜를 부어주셨다. 다음날, 나는 아무 미련도 없이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다.”

박상현 선교사는 2010년 31세의 젊은 나이에 아내와 갓 낳은 딸을 데리고 탄자니아로 갔다. 목사로 안수도 받지 않고 재정적인 후원을 받을 수 있는 어느 선교단체에 속하지도 않고 오직 하나님만을 의지하는 ‘순수한’ 믿음을 지니고 탄자니아로 떠난 것이었다. 태권도를 통해서 ‘가난’과 ‘고난’과 ‘절망’ 속에서 살아가는 탄자니아의 무슬림 젊은이들에게 십자가의 사랑과 복음을 전하겠다는 ‘순수한’ ‘선교적인’ 사명을 지니고 선교지로 떠난 것이었다. ‘태권도 선교사’로 선교지에 도착한 박상현 선교사는 처음 3년간은 탄자니아대학교(UAUT) 태권도 교수로 일했고, 그 후 학교를 떠나 자택에서 현지인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면서 십자가의 복음을 삶으로 전했다. 2013년에는 탄자니아 청년들과 함께 “탄자니아 할렐루야 태권도단”을 결성했다. 박상현 선교사는 탄자니아 태권도 국가 대표 코치가 되었는데 그에게서 배운 청년들이 국제 대회에 나가 수상하기도 했다. 참으로 귀중하고 놀라운 일이라고 하겠다. 그러면 이제 박상현 선교사가 탄자니아에서 경험한 충 격적인 이야기들의 일부를 줄여서 인용한다. 

“우리를 탄자니아로 불러준 이진섭 선교사는 말라위에서 가까운 음베야의 한 부족이 아직도 주술사의 말을 믿어서 죽 은 사람의 껍 질을 모두 벗겨 집에 보관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면 잘 산다고 믿기 때문이란다. 어떤 한인 선교사의 집에 권총 든 무장 강 도가 들어와 다 털어 갔다는 소식을 듣기도 했다. 탄자니아라는 이 나라, 은근 무섭다. 정말 순하디 순해 보이고 착하게만 보이는 사람들 뒷모습에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 있다는 것이다.… 탄자니아에 온 지 몇 년 뒤에 구입한 집에 처음 들어왔을 때, 천장에서 무슨 소리만 나도, 마당에 코코넛 떨어지는 소리만 나도 총 들고 밖으로 뛰어나가 잡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마당에서 무슨 소리가 나면 먼저 집안에 앉아 살피기부터 하게 됐다. 정말 무리해서 얻은 집인데, 불안하긴 매한가지구나 싶었다. 아내와 아이가 있으니 더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 탄자니아에서 살다 보니 이런 일도 겪었다. 2011년 12월 어느 날이었다 차가 주행 중에 덜컹 하더니 엔진의 베어링이 튀어 나가고 팬벨트가 빠져 도로 한가운데 서고 말았다. 동네에서 그랬기에 망정이지 혹여나 큰 도로에서, 게다가 아내와 예나까지 타고 있었으면 큰일 날 뻔 했다. 차를 구입할 때, 선교사가 좋은 차를 타면 보기 안 좋다고 한 말이 자꾸 마음에 걸려 최대한 싼 차를 구입했었다. 사고가 났던 차량이라 수리비만 잔뜩 들었고, 사고가 난 날 잘못하면 죽을 뻔 했다.… 말라리아에 걸린 적은 5번이 넘지만 장티푸스에 걸린 적도 있었다. 2012년 9월쯤이었다. 한창 바쁘고 정신 없을 시기에 장티푸스에 걸려 나흘을 시체처럼 누워만 있었다.… 2014년, 새 집에 들어온 이후 첫 단기 선교팀이 왔다. 탄자니아 할렐루야 태권도팀과 합동 시범을 위해 준비가 한창이던 어느 날, 거실에서 연습 중이던 단기 선교팀의 한 멤버가 갑자기 뱀이 나왔다고 난리를 쳤다. 마당에 있던 할렐루야 태권도 단원들이 모두 들어와 거실을 뒤집다시피 뱀을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그날 밤, 단원들이 돌아간 후 다시 모임을 가지기 위해 거실을 청소하려고 소파를 들었다. 그 순간, 길이가 1미터는 되어 보이는 망고 뱀이 스르륵 기어 나오는 것이 아닌가! 태권도 미트로 때려잡은 다음 잡아서 물통에 넣으니 아이들은 좋다고 난리였다. 이것이 ‘레알’(real) 아프리카인가 보다.”

“아프리카 하면 우선 더위를 생각할 것이다. 맞다. 물도 부족하다. 2011년에 우리 가족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집에 살고 있었다. 처음 탄자니아에 가서 사역하던 UAUT 대학안의 사택에서 살고 있었는데,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학교 수업이 진행되는 한낮의 9시간이 전부였다. 그것도 주 5일만 그랬다. 땀이 범벅이 되어 집에 돌아와도 가만히 누워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어떤 때는 금요일 밤부터 전기 없이 주말을 보내기도 했다. 토요일 밤부터 물 없이 지내기도 했다. 첫째 예나는 짜증을 냈고 둘째 조이는 온몸에 땀띠가 나고 벼룩에까지 잔뜩 물렸는데, 어린 것이 긁지도 못하고 울기만 했다. 설거지는 쌓여 있고 가족 모두가 씻지 못한 날은 예민해졌다. 그해 12월, 무더위 속에서 아내는 한 달 넘게 주말마다 전기가 없는 집에 살면서 입에는 이런 세 마디말만 몇 백번이 튀어나왔다. ‘후우, 어떻게 하지? 미치겠다!’ 당시 기온이 35도를 웃돌고 있었고 한여름에는 40도를 웃돌았다. 과연 여기서 살 수 있을까 싶었다. 나는 부모로써 예나에게 미안했고, 당시 갓 8개월이라 아무것도 모르는 조이에게 미안했다. 2013년 1월, 나는 네 번째 말라리아에 걸렸다. 내 피 한 방울에서 십 수 마리의 말라리아충이 발견된 것이었다. 훗날 30대 시절에 가장 힘든 시기가 언제였는지를 회고하면 아마도 그때라고 떠올릴 만큼 어렵고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언제나 선교는 기쁘고 즐거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선교지를 둘러보면 밝게 웃는 선교사들을 찾아보기 어려울 때가 종종 있다. 힘들어한다. 지쳐 있다. 그때 내가 그랬다. 2009년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 신종플루 사망자가 수천 명이었는데 탄자니아는 말라리아로 인한 영유아 사망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으며 돌아다니는 모기의 90퍼센트 이상이 말라리아균을 가지고 있었다. 탄자니아에 와서 처음 3년 동안은 거의 매일 모기에 물렸지만 말라리아는 3번 발병하였다. 처음에는 정말 제대로 걷지도 못했을 정도로 심했고, 그 후로는 일찍 치료약을 먹어서인지 버틸 만 했다. 돌아보면 모두 심각한 스트레스에 육체적으로 무리했을 때 말라리아가 발병했다. 첫 발병 후 많은 동역자들이 소식을 듣고 찾아와 위로하고 기도로 힘을 보태주었다. 아파보니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랑과 기도를 받고 살고 있는지 새삼 깨달으며 감사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박상현 선교사는 처음 3년간은 탄자니아대학교(UAUT) 태권도 교수로 일했고, 그 후 학교를 떠나 자택에서 무슬림 현지인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면서 십자가의 복음을 전했다. “그 시기에 태권도를 배우겠다고 우리 집 앞에 주구장창 기다리던 무슬림 청년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개별적으로 태권도를 배우고 싶어하는 동네 청년들이었다.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새로운 것을 배울 기회가 없는 그들에게 태권도는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좋은 도구였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대학 사역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나는 대학을 그만 두기 몇 달 전부터 태권도를 배우겠다고 나를 찾아온 그들에게 처음에는 지속적으로 거절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때는 내가 무슬림인 그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가르칠 수 있는 공간이라고는 내 숙소 앞에 만들어놓은 임시 농구장뿐이었다. 자갈과 흙이 깔린 곳이니 제대로 훈련을 시킬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정말 하루도 쉬지 않고 우리 집을 찾아왔다. 4개월이 지나자 ‘왜 이들이 계속 찾아올까?’라는 물음과 함께, 하나님께서 보내시는데 내가 반응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이 정말 태권도를 제대로 알고 찾아오는 것일까?’ 그들은 왜 태권도를 배우고 싶어하는 것일까? 나는 그들과 대화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싸우는 법을 배우고 싶거나 멋진 발차기를 하고 싶다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늘 봉술, 쌍절곤, 기계체조 같이 눈에 보이는 화려한 기술에만 관심을 보였으니 말이다. 그래도 마음이 열렸다. ‘그래 한 번 함께 해보자.’ 처음에는 흙 바닥에서 기본적인 체력훈련부터 시작했다. 당장 발차기나 ‘날아다니는’ 기술을 기대했던 사람은 실망했겠지만, 처음 한 달간은 제식훈련과 예절교육 같은 기본적인 동작부터 가르쳤다. 그랬더니 훈련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청년도 있었다. 그래도 열댓 명은 끝까지 버티는 열심을 냈다. 이유는 다 모르겠지만, 남은 이들은 눈빛이 살아있었다. 열정 하나만큼은 최고였다. 마치 그들의 삶에서 마지막 끄나풀을 잡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동네 청년들에게 본격적으로 태권도를 가르치기 시작한 어느 날, 큰 사건이 터졌다. 높이 찍어 차기를 하던 제자 한 명이 균형을 잃고 뒤로 발라당 넘어져 기절을 하고 말았다. 돌처럼 단단한 마당에 머리를 강하게 부딪치는 바람에 뇌진탕이 온 것이다. 가슴이 철렁했다. ‘이 친구가 죽으면 나는 끝이다. 철수해야겠구나’라는 걱정이 밀려왔다. 기도하면서 그 친구를 세심하게 살펴보았다. 다행히 호흡을 하고 있었다. 마사지를 했다. 십 여분이 지나자 그가 깨어났다. 다행히 별탈은 없어 보였다. 그때 나는 한 가지 결심을 했다. ‘더 이상 흙 바닥에서 태권도를 가르치지 않겠다!’ 나는 체육관 건물이 아닌 집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마당이 있고, 그 마당에 운동을 할 수 있는 잔디가 깔린 집을 구했다. 결국 우리는 동네에서 보기 드물게 전기담장이 설치되어 있는 집을 소개 받고 찾아가 보았다. 마당도 넓고 잔디밭도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안전해 보였다. 집과 마당을 포함하니 200평은 되는 것 같다. 며칠을 고민하고 기도하며 집주인과 협상한 끝에 우리는 좋은 조건에 계약했다. 그 집주인은 감탄할 정도로 점잖은 매너와 배려를 보여주었다. 기술자 6명을 시내에서 데리고 와 페인트칠을 새로 하고 화장실 용품을 모두 교체해주고, 에어컨과 온수기까지 설치해주었다. 방마다 가구가 있고 옷장까지 준비되어 있었는데, 냉장고와 세탁기까지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경비원을 따로 둘 필요가 없고 집세에 관리인 급료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생활비를 반으로 줄이는 대신 안전하고 좋은 집에 살기로 했다. 새로 올 신임 선교사들과 손님들도 편하게 머물 수 있는 넓고 안전한 집을 주신 주님께 감사했다. 새 집에는 마당에 잔디가 깔려 있었고 흙은 부드러웠다. 이 모든 조건이 충족되자 마음이 편해졌다. 새로운 집으로 이사하자마자 우리 가정은 급속도로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나는 제자들을 집으로 불러들이기 시작했다. 잔디 위에서 운동을 하고, 작지만 처음 보는 태권도 매트리스 위에서 운동을 시작한 제자들은 집에 갈 생각도 하지 않고서 태권도에 온 열정을 쏟아냈다. 태권도를 지혜롭게 가르쳐서 이들 안에 나의 강요가 아닌 내 삶을 통해 복음이 들어가기를 기도했다. 나아가 탄자니아 각 지역으로 그들이 역(逆) 파송되어 탄자니아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기독교 지도자로 성장하게 되기를 소망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2013년 초에 그렇게 새로운 집으로 이사 오고 6개월 동안은 정말 평화로웠다.”

“그런데 그 해 8월의 어느 날 밤, 탄자니아에 방문했던 한국 손님을 모두 떠나 보내기 무섭게 ‘손님’이 다녀갔다. 모슬렘의 금식기간인 라마단이 끝나고 축제가 시작된 때라 조심해야 했는데, 우리는 전기담장만 믿고 있어서 집 지키는 개도, 경비원도 없는 상태였다. 그때 나는 마침 손님을 치르면서 찾아온 말라리아 증상 때문에 며칠 째 약을 먹고 눕기만 하면 쓰러져 잠에 들곤 했었다. 그렇게 깊이 잠들었던 새벽이었다. ‘손님’이 몰래 다녀간 시간은 새벽 1시반부터 5시반 사이였던 것 같다. 도둑들이 쇠창살을 자르고 들어와 버젓이 대문을 열고 거실에 있던 TV, 노트북 컴퓨터, 카메라, 프로젝터 같은 전자제품을 모두 싸들고 나르는 동안 나는 하나도 모르고 잠들어 있었다. 새벽에 태권도 수업 때문에 나가려는데, 문이 활짝 열린 모습과 두꺼운 쇠창살이 잘려 있는 것을 보고 정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러나 순간적으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온 손님들이 모두 떠난 다음에 도둑이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다행히 모두 깊이 잠들어 있던 새벽에 안방은 들어오지 않아 우리 가족과 마주치지 않은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잃어버린 모든 가전제품이 아깝지 않았다. 주님께 ‘감사합니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탄자니아에 와서 두 번째로 당한 도난사건이었다. 도둑이 다녀간 날 오후에 단원들이 찾아왔다. 운동할 생각은 안하고 난리였다. ‘너희 옷 안 갈아 입냐? 운동 안 해?’ ‘네, 우리가 도둑 잡을게요!’ ‘어떻게?’ 그러더니 자기들끼리 시끌벅적 회의를 하는 것이다. 도난당한 물품 목록을 적고 여기저기 전화를 했다. 사돈의 팔촌의 인맥까지 끌어들이며 경찰력을 동원하겠다면서 모두 튀어나갔다. 생각지도 못했던 모습이었다. 이 친구들은 나에게 자신들이 필요한 태권도 기술만 배우기 위해 접근했다고만 생각했는데, 어느새 친구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 단원들의 모습을 보는데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고맙습니다. 주님. 그런데 잃어버린 거 안 찾아도 돼요. 이것이 은혜입니다. 감사해요.’ 잃어버린 물건이 아깝다는 생각보다,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활짝 웃으며 내 곁에 있는 예나와 조이와 아내를 보니 하나님께 찬양을 드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할렐루야.”

박상현 선교사는 결국 탄자니아 할렐루야 태권도단을 만들게 되었다. “집에서 수업한 지 한 달 만에 공중뒤돌아차기, 한발, 양발 고공 3방과 양발고축에 낙법까지, 가르치는 대로 쭉쭉 빨아들이니 가르칠 맛이 났다. 내가 평생 배운 것을 다 던져주고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2013년 3월 어느 날, 월수금 오후 세 시간씩 우리 집 마당과 주차장 체육관에서 한 바가지씩 땀을 흘리는 제자들에게 드디어 이렇게 선포했다. ‘내가 할렐루야 태권도단 출신이거든. 그래서 탄자니아에 할렐루야 태권도단을 만들까 해. 여기서 국가대표도 나올 거고, 나와 평생 함께 할 제자들도 나올 거야. 그런데 너희 모두는 무슬림이잖아. 그래서 선택은 너희가 해. 더 힘들고 어려운 길이니까.’ 사실 발차기 기술을 가르치면서 핑계 삼아 예전에 내가 활동했던 할렐루야 태권도단의 영상을 자주 보여주곤 했다. 제자들은 그때마다 시범에 대해 궁금해 했고, 늘 동경하는 마음을 표현하곤 했다. 그리고 그들이 먼저 시범단을 만들자고 제안하기도 했는데, 내가 그들에게 선택권을 준 것이다. 그렇게, 그동안 고민하며 기도했던 말을 제자들에게 던졌다. 나는 20대에 10년간 한국의 할렐루야 태권도단에 몸담고 있으면서, 단지 태권도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입단한 선배와 후배들이 선교 시범을 하러 다니는 가운데 주님께 돌아오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들이 선교사로 전 세계에 나갔고, 각 나라와 지역에서 끼치는 영향력에 대한 소식을 지금도 전해 듣고 있다. 태권도로 선교하길 잘했지 ‘자, 시범단 하고 싶은 사람 손들어봐!’ 열 명 중 열 명이 모두 손을 들었다. 모두 무슬림이다. ‘너희들 무슬림이잖아. 그런데 괜찮아? 성경도 읽어야 하고 태권도로 복음도 전해야 하는데, 그래도 괜찮아?’ ‘…….’ ‘어때? 괜찮아?’ 나는 그들의 침묵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그들은 종교보다 그냥 태권도가 더 좋기 때문이었다. 단원 한 명이 조용히 나에게 찾아와 이렇게 말했다. ‘사범님, 우리가 무슬림 가정에서 태어나 모스크에 다니지만, 우리에게 지금은 이 태권도보다 중요한 것이 없어요. 우리는 이것으로 꼭 삶의 전환점을 맞이해야 합니다.’ 태권도를 통해 복음이 들어가면 그때는 태권도보다 예수님이 더 좋아질 것이다. 무슬림들이 제 발로 찾아오는 것만 봐도 태권도로 선교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슬림인 그들이 스스로 할렐루야 태권도단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이렇게 해서 2013년 3월 22일에 ‘탄자니아 할렐루야 태권도단’이 창단되었다. 그들에게 드디어 복음이 심겨진 할렐루야 태권도단의 구원동작, 구원격파, 부활드라마, 태권찬양을 가르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박상현 선교사는 정말 십자가 복음에 ‘미친’ 사람이었고 동시에 너무 ‘착한’ 사람이었다. 할렐루야 태권도단을 어떻게 발전시켰고 복음전파 사역을 어떻게 계속했는지 다 요약해서 서술할 수가 없다. 나머지 부분은 독자들이 스스로 읽으면서 깊은 감동을 받으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다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끝으로 ‘만 남’과 ‘나눔’과 ‘소통’을 좋아하는 ‘착한’ 사람 박상현 선교사와 내가 주고 받은 메일이 14개가 되는 데 그 중에서 6개를 골라서 소개한다.

“선교지로 가기 전에 김명혁 목사님을 찾아 뵈었습니다. 김명혁 목사님처럼 한국 교회로부터.... 또 성도들로부터 많은 존경을 받는 분은 없을 것입니다. 한경직 목사님, 방지일 목사님 처럼.... 한국 교회의 아버지로 불러질 줄 믿습니다. 강변교회 은퇴 이후 매주 소규모의 교회만 찾아 다니시며 말씀을 전하는 일을 하고 계십니다. 가방에 항상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티커를 가지고 다니시고, 늘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시면서, 아이들에게 스티커를 주고 안아주시고, 또 사진을 찍습니다. 우리 예나도 이쁜 스티커를 받았네요. 항상 밝은 예나가.. 오늘도 역시 빛을 발했습니다. 예나야.. 이분을 꼭 기억해야 한단다. 선교지로 떠나는 우리 가정에게 정말 큰 힘이 되어주신 분.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목사님. 건강하세요. 2010.5.14 박상현 올림” “사랑하는 박상현 선교사님에게♡ 과찬의 글을 올려주어서 고맙지만 미안합니다. 지난 번 예나와 예나 엄마를 모두 함께 만날 수 있어서 아주 좋았습니다. 예나는 꼭 아빠를 닮은 것 같았고 아주 귀엽고 명랑했습니다. 사실 어린 아이들은 모두 귀엽고 예쁘지요. 모두 안아주고 싶지요. 얼마 전에 단양으로 가는 길 충주 호변에서 귀여운 어린이들을 만나서 어린이들과 이야기를 하며 사진을 찍어서 포토 갤러리에 올렸지요. 박상현 선교사는 포토 갤러리에 항상 들리니까 물론 보았겠지요. 어디에 가든지 주님만 바라보고 그리고 현지인들을 품고 사랑하면서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섬기는 일들을 많이 많이 하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다소의 격려와 도움과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내일은 필리핀 노동자 교회에 가서 ‘자족과 기쁨의 삶’이란 제목으로 주님 안에 있을 때 그런 삶을 살 수 있다는 말씀을 전하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자주 소식을 주고 받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의 함께 하시고 도우시는 은혜와 사랑이 예나와 엄마 아빠에게 항상 함게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모두 사랑합니다. 2010년5월 15일 토요일 저녁 수지 집에서 김명혁 목사 ♡”

“사랑하는 김명혁 목사님께, 안녕하세요 목사님! 목사님께서 보내주신 메일과 후원금을 확인하고 아내와 저는 펑펑 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가 뭐라고.... 자동차 사고를 당한 우리가 뭐라고.... 잊지 않으시고.... 바쁘신 가운데 우리를 잊지 않으시고 우리가 잘 알지도 못하는 분들의 사랑과 후원의 마음과 손길까지 전달해주시니 너무 송구스러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그 동안 걸어 다니면서 힘들어하던 두 딸과 아내도 제가 중고 차를 고르기 시작하니 덩달아 신이 났습니다. 목사님께서 우리에게 해주셨던 말씀을 늘 기억합니다. 선교는 그들과 함께 놀아주는 것이다. 지난 3월 할렐루야 태권도단을 창단하고 어제 큰 캠프에 초청받아 첫 시범을 보였습니다. 내일도 시범이 있습니다. 태권도를 통해 복음을 자유롭게 전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요. 늘 목사님 홈페이지에 들어가 소식 보며 마음이 기쁩니다. 여전히 많은 곳을 다니시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시며 행복 바이러스를 전해주시니 존경스럽습니다. 우리 예나가 아직도 스티커 할아버지로 기억하는 걸 봅니다. 후에 기도편지로 또 나누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2013.7.7탄자니아에서 박상현, 박새롬, 예나, 조이 올림.” “사랑하는 박상현 선교사님에게. 반갑고 고맙습니다. 사랑과 스포츠를 통한 십자가의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고향과 아비 친척 집을 떠나 먼 나라 탄자니아에 가서 수고의 삶을 기쁨으로 살아가는 박상현 선교사님 가정을 조금이라도 격려하며 도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릅니다. 그렇습니다. 인생은 만 남과 나눔과 기쁨이고 선교는 함께 놀아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중고차를 살만큼 도와드리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조금 더 도울 수 있도록 후원금이 더 들어오기를 바랍니다. 나는 여전히 아주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중국 연변 지역을 돌아보고 와서 쓴 기행문 ‘중국 연변지역을 돌아보고 와서’가 말씀,칼럼 란에 실려 있는데 읽으면 재미있을 것입니다. 9월초에는 중국 위해와 10월 초에는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을 다녀올 예정입니다.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과 위로와 축복이 박상현 선교사님과 박새롬, 예나, 조이 모두에게 항상 함께 하시기를 기도 드립니다. 모두 보고 싶고 사랑합니다. 2013년 7월 9일 김명혁 목사”

“사랑하고 존경하는 목사님. 안녕하세요. 탄자니아 박상현 선교사 인사드립니다. 목사님께 인사드리고 탄자니아로 떠난 지 어느새 5년이 지나 우리 가족은 첫 번째 안식년을 보내기 위해 고국으로 들어왔습니다. 평안하신지요. 우리가 떠날 때 목사님께서 하셨던 말씀을 기억합니다. '선교는 노는 것' 이였습니다. 선교지에 있다보니, 선교지에서 노는 것이 가장 힘들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들을 가르치려 하고, 지시하려 하고, 어렵고 가난한 나라에서 당연하게 이루어지는 갑과 을 관계 속에서.... 그들과 함께 노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요. 무슬림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면서… 그들과 함께 소통하기 위해 목사님 말씀대로 함께 뒹굴고, 땀 흘리며 밥도 함께 먹고… 그렇게 그들과 하나가 되기 시작하면서. 탄자니아에 할렐루야 태권도단이 창단되었고, 지금은 우리 단원들이 가르치는 제자들이 어느새 1000명을 넘어섰습니다. 예나와 조이도 건강하게 잘 성장하고 있습니다. 가족 모두 말라리아와 장티푸스도 겪으면서 얼마나 값진 경험을 했는지 모릅니다. 이 모든 것이 주님의 은혜임을 고백합니다. 목사님. 조만간 연락드리고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2014.12.8 박상현 올림” “사랑하는 박상현 선교사님! 반갑고 반갑고 반갑습니다. 빨리 사무실로 와서 모두 반갑게 만나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수고를 너무너무 많이 했습니다. 그동안 제대로 보살펴 드리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앞으로 좀 잘 보살펴 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선교는 함께 놀아주는 것입니다.’ 물론 문화와 환경과 삶의 수준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놀아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말씀이 육신이 되어서 우리들과 함께 사신 함께 먹고 마시면서 생활하신 우리 주님의 낮아지신 그리고 따뜻해지신 삶의 모습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면 우리들도 조금씩 달라져서 누구와도 함께 놀아줄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할렐루야 태권도단이 창단되었고, 단원들이 가르치는 제자들이 어느새 1000명을 넘어섰습니다.’ 라고 했는데 함께 놀아주는 너무너무 귀중한 일을 했습니다. 수고 많이 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귀중하고 아름다운 열매들이 많이 맺힐 것입니다. 모두 보고 싶습니다. 예나와 조 이도 모두 보고 싶습니다. 전화 걸고 (2040-6435) 언제든지 달려오기 바랍니다. 하나님의 함께 하시고 도우시는 은혜와 사랑과 축복이 모두에게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14.12. 9 저녁 김명혁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