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김명혁 목사님

합동신학대학원 명예교수이자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인 직함보다는 아버지 같이 든든한 분과 함께 동역할 수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내겐 큰 영광이었다. 밖에서 듣던 것 보다는 규모가 크지 않은 교회였지만 강남 한복판에 자리잡고 큰 교회들과 어깨를 나란히 많은 사역을 감당하는 '강변교회'에 사역하게 된 것은 내 생애 많은 감사와 변화를 주었다.
1937년 6월 4일 생인 김명혁 목사님은 북한에 태어나 11살에 월남하였다. 순교자인 아버지 김관주 목사님의 영향으로 성경적 인생을 사셨다. 철저한 주일성수와 예배 중심의 신앙생활을 고수하며 지금까지도 많은 교회에 귀감이 되며 도전을 주고 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도미하여 김봉화 사모님을 만나고 결혼하고, 교회사로 박사학위를 받아 귀국하였다. 슬하에 1남 2녀를 두었으나, 아들 철원이는 병으로 천국에 먼저 보내는 아픔을 안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고난을 통해 하나님은 더 큰 축복을 주시고 후세에 '인생은 만남과 헤어짐이다.', '고난은 축복이다' 등의 소신적인 메시지로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총신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중에 합동과 합신의 분리로 초기 합동신학대학원의 4인방 교수가 되었으며, 1980년에는 청담동에 '강변교회'를 세우고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다시 도곡동으로 이전하게 되었다.나와의 개인적인 관계는 1975년 경 부터이다. 당시 후암교회 청년부를 지도하고 있었던 목사님은 청년들을 이끌고 충북 괴산의 한 농촌을 찾아 성경학교와 농활활동의 사역을 담당했다. 버스도 잘 들어가지 않는 그 먼 곳에 서울에서 청년들이 왔으니 동네가 난리도 아니었단다. 무엇보다도 많은 주민들이 집회에 참석하면서 복음에 대한 관심과 예수그리스도를 믿는 일들이 있었으며, 그 이후에 그 마을 청년들이 김명혁 목사님과 서신교류를 통해 그 은혜를 계속 나누었다고 한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엔 교류가 끊겼고 김명혁 목사님은 이 교회를 찾으려고 노력을 했으나 되지 않았다. 항상 설교로만 그 마을 청년들을 그리고 있다고 고백하셨단다.그렇게 약 30여년이 지난 어느날, 강변교회 교역자들이 수련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충북괴산에 들렸고, 나는 내 아버지의 첫 사역지가 괴산이라고 말씀 드렸다. 그러자 주변 분들이 더 자세한 이야기를 원했고 아버지의 사역이 충북 괴산군 옥현리였음을 말했을 때, 김명혁 목사님이 찾던 바로 그 교회가 바로 '옥현교회'였다는 것이다. 이런 저런 대화로 그 깊이가 더해지면서 깜짝 놀랄 결론은, 바로 1975년 후암교회 청년들이 방문했을 당시 옥현교회 담당교역자가 우리 아버지였다는 것이고, 아버지가 김명혁 목사님께 보낸 서신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내가 태어나기 2년 전이다. 이후, 김명혁 목사님은 당시 옥현교회 청년들의 연락처를 수소문 해 달라 하여, 결국 2007년 아버지와 그 청년들, 그리고 김명혁 목사님께서 다시 만나는 감동적인 일이 벌어졌다.그래서인지, 내겐 김명혁 목사님이 더 특별했고 이런 분과 함께 사역할 수 있다는 것이 영광이었다. 김명혁 목사님은 학자였지만 누구보다 목회자였고, '하나님 중심 말씀 중심 교회 중심적인 생활'에 철두철미 하셨다. 주일에는 매상을 절대 금했으며, 강남에 사는 성도들에게 검소하게 살도록 항상 지도했다.(작은 차 타기 운동이나 결혼식 식사는 15,000원 밑으로 하기 등) 주일 저녁예배에는 반드시 성경암송을 시켰고 나와서 발표하도록 했다. 수요예배에는 교회사 속에 나타난 사건과 인물들의 이야기를 강의처럼 펼쳐 나갔다. 아이들에게는 자상한 할아버지여서 항상 그 가슴 속 주머니엔 나눠줄 스티커가 가득했다. 주일 아침에는 반드시 주일학교 부서들을 돌며 아이들을 안아 주셨고 아이들의 편지를 소중히 간직하며 때때로 설교 전에 그 내용을 낭독하셨다. 하지만 중직자들이나 교역자들에겐 엄한 부분이 많았다. 지금도 기억하는 것은, 어느 해 성찬식에서 목사님은 우리가 앉아서 이 떡과 잔을 받으면 안 된다고 하시며 장로와 권사님들은 모두 복도에 무릎을 꿇고 받으라 했던 사건이다. 그러자 장로님들과 권사님들이 복도에 무릎을 꿇고 앉았고 보는 나에게도 이만저만 충격적인 장면이 아니었다. 강변교회 성도들은 그렇게 훈련받고 성장했던 것이다. 선교학자나 선교사들이 오면 항상 "선교는 놀아주는 것이다"라고 하며 현지에서 뭘 그렇게 많이 하려고 하지 말고 함께 그들과 놀면서 친구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샘물교회 청년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붙잡혀 있을 때에는 본인 스스로가 탈레반을 만나고 싶다고 여러 차례 시도하였다. 지금 은퇴 이후에는 100명 이하의 성도만 모이는 소위 '작은교회'만 찾아 말씀을 증거하고 계시고 전국 어디든 사모님과 함께 동행하며 직접 운전하신다. 솔직히 말해 이런 모습 놀라운 모습이지 않은가. 우리 주변에서 찾기 힘든 목회자 상이라 믿는다.지금도 난 음식을 절대 남기지 말라고 하시며 남은 음식을 내 그릇에 마구 부어 주셨던 김명혁 목사님을 만나게 된 것은 진정 감사하고 있다. 부드러우면서도 분명한 소신을 가지고 계셨던 목사님, 그 많은 지식과 탁월한 연구자였지만 이웃집 할아버지 정도의 정감있는 분이었던 김명혁 목사님. 감사합니다. 샬롬. 장영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