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는, 예쁜 선희에게,
선희의 고민스런 편지를 반갑게 받았다. 그런 고민을 털어 놓는 선희가 얼마나 예쁜지 모르겠다. 너무나 세상이 어두어지고 가짓되어져 가고 있는데 선희같이 아주 어려서부터 믿음과 양심을 따라서 그리고 전도하면서 살려고 하는 학생들이 여기 저기 있기 때문에 나는 소망과 기쁨을 가지게 된단다.
선희가 털어 놓은 고민의 질문에 대해서 간단하게 답하기가 어렵다. 물론 성경은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거짓말을 하는 것은 잘못이고 죄이다. 특히 자기 자신의 이해관계때문에 거짓말을 하는 것은 잘못이고 죄이다. 그런데 여호수아 2장 4절에 나오는 라합은 거짓말을 했다. 회색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는 거짓 말을 했다. 여호수아의 정탐군 두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였다. 라합은 나중에 자기가 한 거짓말 때문에 자기와 온 가족이 구원을 받았다(수6:25).
내가 어떤 사람을 숨기고 있다가 누군가가(경찰이나 군인이) 와서 그가 어디 있느냐고 물을 때 나는 거짓말을 안하기 위해 침묵을 지킬 수도 있고 내가 거짓말을 하는 죄를 지으면서도 그를 숨겨서 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지금 거짓말을 정당화하려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고민스러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계적으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문제가 다 해결되지 않는 그런 고민스러운 경우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 뿐이다. 내가 상황윤리[상황에 따라서 윤리 기준이 달라 질 수도 있다는 주장]를 정당화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때로는 신중히 심각히 사랑의 심정으로 고민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 뿐이다.
선희에게 너무 어려운 이야기를 해서 안됐다. 이제 본론으로 돌아가자. 남편이 교회가는 것을 심하게 반대하는 경우 아내가 다른 데 간다고 말하고 교회에 올 수가 있다. 부모가 교회가는 것을 심하게 반대할 때 자녀들이 다른 데 간다고 말하고 교회에 나올 수도 있다. 물론 그와 같은 일이 옳은 일은 아니지만 얼마 동안은 그렇게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느 때에 이르면 분명하게 진실을 말하고 자기의 의사를 확실하게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도 대항하거나 싸우는 자세로 하면 안되고 남편이나 부모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도 자기는 자기의 신앙을 굽힐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를 나타내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 남편이나 부모가 그를 인정하고 존중하게도 된다.
선희에게 하나님께서 지혜와 착함과 은혜와 사랑을 더 많이 부어 주시기를 바라고 선희의 친구 옥정이에게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이 함께 하시기를 기도 드린다.
2000년 1월 11일 오전 선희를 사랑하는 김명혁 목사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