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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랑 마을에 다녀와서
허영숙 집사
3월 30일 목요일 백혜란, 정소영, 김연숙 윤순환, 이광미 집사님들과 함께 나로서는 지난달에 이어 두번째 한사랑 마을에 다녀왔다.
아침 일찍 비가 뿌렸는데 우리가 출발한 10시 쯤에는 비가 그쳤다.
TV 프로그램 ‘칭찬합시다’ ‘사랑의 리퀘스트’ 등으로 이미 잘 알려진 중증 아동 요양시설인 한사랑 마을은 경기도 광주군 초월면 신월리 산속에 맑고 고요한 공기와 푸른 숲으로 둘려싸여 있다. 이름이 ‘마을’이어서 여러 가옥이 모여 있을 것처럼 생각되겠지만 전체는 두 동(棟)의 건물이고, 흰색과 벽돌색이 섞인 건물은 외관상으로 연구소처럼 정갈하다.
한사랑 장애 영아원과 함께 운영되고 있는데, 우리가 그동안 보아왔던 장애인을 위한 시설들이 냄새나고 구차하고 열악했던 것에 비하면 한사랑 마을은 보기 드물게 좋은 환경과 훌륭한 시설 그리고 탄탄한 후원을 확보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6만평에 육박하는 부지(58,479평) 2,213평의 연건평에 260명의 장애 아동들이 수용되어 있는데 아동생활실, 물리치료실, 언어치료실, 수치료실, 관찰실(CCTV), 생활동작훈련실, 일반치료실, 치과진료실, 양호실, 상담실, 사회교육실 등이 갖춰져 있다.
뇌성마비, 정신지체, 구루병, 진행성근이영양증, 시각 청각 장애, 언어장애, 자폐증, 다운증후군, 거대두개(머리가 원추형으로 거대해지는 병, 오래지않아 사망한다고 한다.) 소두증(머리가 병적으로 작은 병) 다운심장기형 등을 앓고 있는 1세 미만에서부터 20세 까지의 아동들이 수용되어 있다.
한사랑 마을이 수용장애자들에게 일괄적으로 아동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이들의 정신연령에 근거한 것 같다. 그러나 이들 중 82명이 초등과정을 공부하고 있고 13명이 중학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고등학교(삼육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아이도 1명 있다.
강변교회는 이들 가운데 7세 미만의 아이들을 주로 돌보는데 이들이 있는 동의 첫 문을 열고 들어서면 부딪치는 광경, 복도 바닥 여기저기에 잠든 애벌레 처럼 엎드려 있는 아이들에 놀라게된다.
예수님의 열두제자 이름을 딴 작은 방들에도 아이들이 분산 수용되어 있는데 5, 6세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정신을 따라 몸도 2살 정도 밖에는 자라지 않았다. 배로 밀며 기어 다니는 것만도 다행이고 기지 못하는 아이도 많다. 입고 있는 옷은 모두 깔끔하다.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 기저귀를 차고 있다.
예쁘게 생긴 아이는 거의 없다. 정직히 말해서 선뜻 안아 줄 수 없다. 기형은 추하고 외형에 감정이 좌우되는 나는 편협하다. 많는 아이들이 울고 있다. 엄마 그 비슷한 말도 들어보지 못했다. 아이들은 그저 운다. 울지않는 아이들은 창살 침대속에서 배내짓 같은 고개짓을 하며 얼굴을 배배 꼰다.
사람을 알아보거나 말귀를 알아듣는 아이도 거의 없다.
많은 아이들이 혼자만의 어둠속에, 혼자만의 침묵과 영원한 상실 속에 있다.
그들의 영혼은 먹을 때 특히 단 것을 먹을 때,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이 안아줄때 화들짝 깨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발육이 괜찮은 편인 아이 중에는 다른 아이의 머리핀을 뺏기도 하고 끊임없이 다른 아이를 꼬집는 아이도 있다. 자기 머리를 이유 없이 바닥에 부딪쳐 자해를 즐기는 아이도 있다.
자신이…… 자신이 살아 있음을 머리를 괴롭힘으로 확인한다. 머리를 다칠까봐 권투 선수가 스파링할 때 쓰는 헤드기어를 씌어 놓았다. 아이는 그 무거운 모자를 쓴 채로 끝없이 바닥에 머리를 부딪는다.
어떤 아이는 한없이 중얼거리며 복도를 걷는다. 바쁘게 어디론가 가는 모양인데 어딘지는 자신도 잘 모르는 것 같다.
며칠 전에는 한 아이가 죽었다고 한다. 몸을 가눌 수 없는 데도 너무 요동치는 아이는 묶어놓는데 잠금 장치가 풀어져 혼자 나대다 머리를 부딪쳐 죽은 것이다. 요육사(이곳에서 아기들을 돌보는 보모들)이 모두 가슴에 검은 리본을 달고 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제 힘으로 앉지도 먹지도 못하기 때문에 안거나 의자에 앉혀서 밥을 떠먹여야한다.
아이들을 힘들여 먹이고, 목욕시키고, 삶았을텐데도 역한 냄새가 나는 기저귀 - 산더미 같이 쌓인 기저귀를 개고, 돌아가야할 시간 까지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으로 하루의 봉사는 끝난다.
그러나 누구라도 기쁘게 돌아가지 못한다.
떨어지지 안으려고 우는 아이들, 이 아이들이 처한 불행을 본인은 영원히 깨닫지 못할지라도 성한 내가 오히려 괴로워하게되는 상황에서 빨리 몸을 뺄 수 없다.
한 아이는 5살 난 남자 아이인데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했다. 나는 그 검고 큰 눈이 보지 못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이 아이는 절대적 어둠과 적막 속에 돌 같이 있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이의 머리칼과 이마 뺨, 코에 입맞추는 것이었다. 옷을 들추고 아이의 목에 배에 미친 듯이 입을 맞추고 그 아이의 손과 발로 내 얼굴을 문지르고 내 코와 귀를 잡아당기게하고 내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흔들게 하는 것 뿐이었다. 아이는 그럴 때 마다 자지러지게 웃었다. 입맞출 때 마다 소리내어 웃었다. 내 목을 끌어안고 안겨 있을 때만 조용했다. 숨도 아주 조심스럽게 내쉬었다.
돌아올 때 나는 이 아이와 친해진 것을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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