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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증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며 살리라.
박호준
크고 작은 사건 사고는 사람에 따라 선별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닥치게 마련인가 봅니다. 그러나 요즈음 사람들은 쇼킹하거나 직접 당하지 않고는 전혀 나와는 무관한 일로 간주하고 살아가는 게 일반적인 심성인가 봅니다. 사실 저희들 부부도 똑같은 심정이었으니까요.
잠언 27장 1절에는 '너는 내일 일을 자랑하지 말라. 하루 동안에 무슨 일이 날는지 네가 알 수 없음이니라.'는 말씀도 있듯이 막상 남의 일만 같던 끔찍한 일을 연거푸 두 번이나 당했을 때의 당혹감과 황당함이란 솔직히 글로써 어찌 다 표현 할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중국 고전 경행록(景行錄)에는 '재앙은 요행으로 면할 수 없고 복은 두 번 구할 수 없다.(禍不可倖免, 福不可再求) 는 경구(警句)를 깨우치며 더욱 소름이 끼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선 분명히 저희들 부부를 긍휼히 여기시고, 일상을 알게 모르게 주관하셔서 끝까지 보살펴 주시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모습대로 이루시는 놀라운 은혜를 주셨습니다.
첫 번째 사고는 한 세기의 소멸과 끝의 시간이면서 또 새로운 세기의 시작을 위해 천년의 문이 닫히는 해였던 1999넌 12월이었습니다.
성탄절을 이틀 남겨둔 22일 오후 5시가 조금 지났을 때였습니다.
TV화면에서는 21세기를 맞는 전 세계인의 표정을 담은 프로그램들이 방영되고 있었습니다.
유난히도 들떠 있는 사람들, 어떤 이들은 슬프고 마음 아팠던 일로 또 어떤 이는 그런 아픔보다 자신의 복된 처지가 송구함을 스스로 위로하면서 장려한 새 천년, 소망스러운 21세기가 되기를 기원하고 있었습니다.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형부! 언니가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전화 속에서 처제의 음성은 몹시 떨리고 말을 채 잇지 못했습니다.
사고는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강남 램프 지역에서 화물차에 의한 5종 주돌 사고였습니다. 아내의 승용차는 중간 3번째에 있었기 때문에 앞과 뒤가 심하게 파손되었습니다. 차량 수리견적이 1천만원 상당이었으니 사고의 심각성은 누구나 쉽게 가늠이 될 줄 압니다.
저는 세기 말을 사고처리로 정신이 없었으며 남들은 희망찬 새 천년을 동해 바닷가에서 해돋이를 맞는 21세기의 새 아침을 맞겠다면 전국이 들썩거리고 있을 때 아내의 병상에서 간병하는 수고로 새 천년을 조촐하게 맞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습니다.
아내는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경추와 요추에 가벼운 타박상으로 통증치료를 받고 15일만에 퇴원해서 지금껏 신체적 후유 장애없이 건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내가 당한 교통사고는 누구나 한두 번 겪을 수 있는 일반사고라며 대수롭게 생각했습니다.
병상에서 털고 일어난 아내는 하나님께 감사하다며 주일날이면 교회에 나갈 채비를 서둘면서 제 눈치만 살피곤 했습니다. 저는 천연덕스럽게 모른 척 했습니다. 전적으로 저의 신앙심이 얕은 탓이지만 오래 전부터 S교회에 대해 심사가 뒤틀린 이후부터는 더욱 그러했습니다.
두 번째 사고는 지난 4월5일 식목일 오후에 있었습니다.
아내는 시내 볼 일을 보고 오후 8시 20분 조금 지난 시간에 귀가했습니다.
그 시간, 아파트 앞 노상 주차장은 공휴일이라 이미 만차 상태여서 평소대로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습니다. 주차를 마치고 창에서 막 내려섰을 때였습니다.
지상으로 통하는 계단 입구에서 검은 그림자가 소리 없이 나타났습니다. 검은 그림자는 갑자기 강도로 돌변해서 아내를 덮쳤습니다. 흉악범의 우악스러운 손이 아내의 목을 죄이고, 한 손으로는 옆구리에 칼을 대고 강제로 차에 태워 납치하려 했습니다.
아내는 순간적으로 "납치 당하면 끝장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도야! 사람 살려!"
어디서 힘이 났는지 목청 높이 소리치며 온 몸으로 반항했습니다.
그럴수록 놈은 아내의 숨통을 더욱 죄여왔습니다. 눈앞이 가물거리며 현기증이 났습니다. 그러기를 10여분, 넓은 지하 주차장에는 아내를 도와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흉악범들은 기를 스며 반항하는 아내가 부담스러웠고 또 언제 지하 주차장에 사람이 내려올 지 모르는 급박한 상황인지라 옆구리를 겨누고 있던 칼자루로 아내의 뒷 통수를 내려 쳤습니다. 그리고 놈들은 아내의 소지품 일체와 차량을 탈취해 도주했습니다.
전화로 사고 소식을 들은 저는 아내의 신변이 걱정스러워 17층 베란다에서 지상으로 단숨에 뛰어 내리고 싶을 만큼 충동적이었습니다. 황급히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그날, 고속 엘리베이터라는 게 그렇게 느린지는 저는 미처 몰랐습니다.
'오! 하나님!....'
엘리베이터에서 탄식의 소리가 저도 모르게 새어 나왔습니다.
신고를 받고 달려 온 강력계 형사들과 아파트 경비원들 사이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아내는 넋 나간 사람 같아 보였습니다. 얼굴은 창백하다 못해 검푸르고, 가냘픈 어깨는 공포에 오돌 오돌 떨고 있었습니다. 그 초라하고 애처로운 모습에 저는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을 느꼈습니다. 실제로 당한 아내의 심적 고통은 어떠했겠습니까.
교통사고이 공포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어둡고 넓은 지하주차장에서 맨 몸으로 강도와 맞서 사생결단의 발버둥 그리고 아무의 도움 없는 처절한 절망감....
사고 발생 닷새 만에 흉악범 둘이 모두 체포되었다는 분당경찰서 형사계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날 오후 성남 TV 방송 뉴스에서는 범행에 사용한 흉기들 10여종과 함께 강도들이 흉악한 전과자임을 보도하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비로소 저는 '이건 하나님이 역사하시지 않고는 이런 일이 있을 수 없다.' 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깨들음이 있었습니다. 연약한 50대 중반의 주부가 무슨 힘으로 20대 후반의 무지막지한 완력을 뿌리칠 수 있었겠습니까?
어떻게 흉악범이 칼날을 피해 손잡이로 머리를 내려쳐 밤톨 두 게 크기의 혹이 생기는 찰과상 정도의 상처와 무릎 등에 가벼운 타박상만 입고 멀쩡 할 수 가 있었겠습니까?......
하마터면 심하게 다치거나 불구가 되거나 생명을 잃을 뻔 했던 큰 사고에서 아내가 꿈만 같이 온전할 수 있었던 게 단순히 운이 좋아서 이겠습니까?
전도서 6장 10절에는 '이미 존재하는 것이 무엇이든지 이미 오래 전에 결정되어 있으며 자기보다 강한 자와 능히 다툴 수 없나니라.'는 말씀대로 돌이켜 보면 분명 하나님이 역사하심과 그 크신 은혜였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참으로 미련하고 못난 저를 긍휼히 여기셨습니다. 하나님을 비판하고 교회를 멀리하고, 교만과 위선으로 얼룩진 저의 삶을 구원해 주셨습니다. 손수 은혜를 베푸시고 그 크신 사랑을 증거하기 위해 특별히 계획하셨다는 깨달음이 온 몸에 전율을 느낄 만큼 전해 오면서 참으로 전능하시고 사랑이 넉넉하신 하나님의 은총에 벅찬 감동을 느끼지 않은 수 없었습니다.
그것은 목회자를 비판하고, 호화스러운 교회를 멀리하기 앞서 '성서의 진리 자체를 따르라.'는 하나님의 깨우침이었습니다.
Do as I say, not as I do. '무엇이든지 저희의 말하는 바는 행하고 지키되 저희의 하는 행위는 본받지 말라. 저희는 말만하고 행치 아니하며" 라는 마태복음 23장 3절의 말씀이었습니다. 저는 멀리했던 성경책을 다시 가까이 했습니다. 그리고 '고난 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인하여 내가 주의 율례를 배우게 되었나이다.(시편119:71)의 말씀을 되뇌이며 감사 기도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저희 부부가 신앙생활의 한 단계 완성과 새롭게 도약하는 열망으로 강변교회 새가족이 되기까지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어머님 41주기 추도가족예배가 있었던 지난 4월 17일 충청북도 괴산 큰 집에서 였습니다.
예배가 끝난 후 가족 모두는 생전의 어머님의 고향 평안북도 의주에서 한경직 목사님과의 첫 인연으로 가족 모두가 신앙생활을 하게 되었던 일 등으로 담소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인수 군이 '작은 아버지! 강변교회에 나오세요, 다음 주 에배를 함께 봤으면 좋겠어요. 하늘이 보이는 교회당 건물이며 김명혁 목사님을 한 번 뵈면 좋은 일이 있을 거예요.'라고 느닷없이 교회 자랑에 열을 올렸습니다.
처음에는 망설여졌습니다. 다음 날 한 장의 e-mail을 받았습니다.
'주일날 강변교회에서 뵙게 되기를 바랍니다.'
짧막한 인수 군의 메시지는 60나이를 넘긴 옹고집 가슴을 열리게 했습니다.
'60대 나이를 이순(耳順)이라 하는 데 순리대로 자기를 버리고 남의 말을 들어 주는 뜻이 아닌가? 스스로의 속박에서 벗어나자. 그래 아내가 좋아하고, 조카가 원하는 대로 그들을 기쁘게 해주자.' 그런 생각이 문뜩 들었습니다.
4월23일 드디어 강변교회 첫 예배를 보았습니다.
아내와 조카는 강변교회에서 저와 함께 예배를 드리니 더할 나위 없이 반갑고 행복하다며 감격해 했습니다. 저 또한 오랜만에 주를 찬양하는 찬송을 부르며 예배다운 예배가 새삼스러운 감회가 아닐 없었습니다.
4월30일 두 번째로 교회에 나왔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저희 부부는 등록을 결심했습니다. 이로써 저희 집안은 한경직 목사님에서 이제 김명혁 목사님과 한 세대를 이어갈 수 있도록 마련해 주신 하나님의 은총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자칫 신앙의 불구자가 될 뻔 했던 저를 하나님께서는 사랑으로 기꺼이 받아주시고 그 증거로 두 번의 사고를 통해 아내를 더욱 돌보고, 다시 교회를 가까이 하고 진솔하게 주를 섬기는 가장으로 거듭나게 하셨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강변교회를 통한 귀한 신앙생활의 기회를 주신 김명혁 목사님, 그리고 교회 모든 분들의 환영에 거듭 감사한 마음으로 기도 드리며 이 들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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