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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제국주의의 강압에 신음하던 우리 민족에게 정치적 경제적 찬탈뿐 아니라 창씨개명을 강요, 민족의 뿌리마저 뽑으려 했던 일제는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면서 내선일체를 앞세워 신사참배를 강요하여 기독교의 근본인 유일신 사상을 뒤흔들어 민족의 영성을 퇴색시키려 하였다.
이에 2천여 년 전 세상 죄를 지고 스스로 십자가를 지시고 속죄양이 되심으로 희망이 없던 인류에게 구원을 주신 예수 그리스도처럼 주 기철 목사님은 신사참배를 결연히 거부하여 당시 일제와 타협하여 신사참배를 받아 들여 기독교의 맹맥을 유지하고 일제의 탄압을 피하고자 하였던 기존 기독교 지도자들과 신자들에게 경종을 울렸음은 물론이요 조선반도 선교를 위해 흘렸던 선배 선교자들의 피를 지킬 수가 있었다. 하나님께서 스스로 신사참배의 죄과를 지고 갈 속죄양을 준비하셨던 것 같다.
이번 주목사님의 4남이신 주 광조 장로님의 간증 집회를 통해 주 기철 목사님의 체온을 느낄 수 있었으며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질 때 고뇌하시었던 모습과 일제의 형언할 수 없는 고문 속에서 나약하시었지만 누구보다도 모질게 견디시고, 참을 수 없는 고통 속에서 끝까지 순교의 길을 가심으로써 신사참배라는 민족의 죄를 스스로의 죽음을 통해 하나님께 탄원하셨던 것이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핏방울 같은 땀을 흘리시며 인류의 모든 죄가 담긴 잔을 앞에 두고 절대의 고독에 한없이 고뇌하셨던 예수 그리스도. 일제의 고문 속에서 처절하게 울부짖었던 주기철 목사님.
“단번에 고난은 이길 수 있으나 오래 끄는 장기간의 고난은 참기가 어렵습니다……. 말 한마디만 타협하면 살려주는데, 용감한 신자도 넘어지게 됩니다. 하물며 나 같은 약졸이 어떻게 장기간의 고난을 견디어 배기겠습니까. 다만 주님만 의지할 뿐이외다.”
“사람이 제 몸의 고통은 견딜 수 있으나 부모와 처자를 생각하고는 철석같은 마음도 변절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인정의 줄이여, 나를 얽매지 말기를”(주목사님의 유언 설교중에서)
자식을 둔 아버지로서 아내를 둔 가장으로서 또 노모를 모시고 있던 아들로서 어찌 삶에 대한 미련이 없었을까. 수감 기간 중 어머니를 따라 면회를 가시면 아버지께서 막내둥이인 장로님에게 음식을 먹여 주셨다는 회고의 말씀은 같은 자식을 둔 아버지로서 마음이 무척 아팠다. 목사님에게 음식을 준비하고 옷을 다리던 사모님의 모습이 눈앞에 선히 보이는 듯 하였다. 순교 이후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목사님의 자제분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으신 것에 대해 인간적인 연민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피흘림이 없이 사함이 없는 기독교의 절대 진리 앞에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고 피의 복음을 향유하고 있는 저 자신을 다시 성찰할 수 있는 기회이었음을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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