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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나부코 中에서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1840년 베르디가 27세 되던 해 말, 그의 부인과 두 자녀는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진료비를 내지못한 그들에게 의사가 진단한 병명은 ‘가난’이었다. 작곡한 음악 마다 실패했고 가족 마저 잃어 절망과 고독속에 있던 베르디에게 어느날 스칼라 극장 주인 메렐리가 대본을 내밀었고 대본중의 몇구절의 시구가 베르디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꿈이여 황금빛 날개를 타고 가거라...” 허기와 불면의 나날을 보내던 이 천재는 열정적으로 오페라를 써나갔고 오페라 나부코는 센세이셔날한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로 베르디는 멕베드, 일트로바토레, 라트라비아타 등 성공을 거듭하여 불멸의 이름을 음악사에 남기게 되었다. 나부코에 열광하는 관객을 보며 베르디는 눈물을 흘리며 “ 내 음악 인생은 나부코와 함께 시작되었고 나부코와 함께 끝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먼 훗날 그의 장례식에서 합창단은 나부코 中에서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불렀다.
<나부코>란 성경 다니엘서에 나오는 느부갓네살(Nebuchadnezzar)왕을 가리키는 것으로 그의 영광과 몰락,회개와 여호와 신으로의 귀의를 다루고 있다. 바빌론 공주와 바빌론으로 끌려간 예루살렘왕의 조카와의 사랑, 유대인들의 해방 운동, 느부갓네살왕에 대한 왕위 찬탈 음모 등 원수간의 사랑이 주는 비장미와 숭고한 민족의식이 뒤섞인 연극적인 오페라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이탈리아 관중들을 열광시킬 수 있었던 것은 당시 그들의 조국 이탈리아가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는 고통스러운 정치 상황과 핍박 받는 유대인들의 상황과 흡사했기 때문이었다.단지 이 오페라가 성경속의 역사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검열에서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은 음악사적 행운이었다.
진정한 자유의 찬가인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당대 최고의 히트곡이었다. 베르디를 모르는 사람도 나부코는 알았고 나부코는 몰라도 노예들의 합창은 부를 수 있을 정도였다.
“꿈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가라/ 조국의 따뜻하고 촉촉하고 부드러운 흙내음이 풍겨나오는/ 고원이나 언덕위에 내려 앉으라!/ 요르단 강변과 시온의 무너진 탑에 인사하라/ 잃어버린 나의 아름다운 조국이여!/ 오, 너무도 소중하고 너무도 비장한 기억이여!/ 예언자들의 황금 하프여!/ 어찌하여 아무 말 없이 버드나무 가지위에 걸려있는가?/ 우리의 가슴안에 있는 기억을 불러 일으켜다오/ 우리에게 지난 과거를 말해다오/ 솔림의 운명을 상기시키는 구슬픈 한탄의 노래를 듣게 해다오/ 신께서 너에게 가락을 불어넣어주신 그 노래는 / 고통을 이겨내는 법을 가르쳐 주는구나!”(나부코 3막 4장)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이 오페라는 남편과 내가 함께 본 처음이자 마지막 오페라이다. 남편은 1막이 끝나자 뛰쳐나가버렸다. 나도 뒤쫓아 갈 수 밖에 없었다. 남편은 태어나 처음 보는 오페라여서 어떻게해서든지 견뎌보려했지만 좀이쑤셔 도저히 못참겠다는 것이었다. 나의 꿈이 날개를 타고 날아가버리는 순간이었다.
(허영숙 집사)
*참고서적:알랭뒤오의 <베르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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