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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일 날씨는 쾌청했다. 남전도회 산행 팀 일행은 오전 10시 교회에 모였다.
김명혁 목사님은 목회 일정에 무리가 될 것을 염려하셔서 참석 못했다. 그럼에도 출발 시간에 맞춰 나오셔서 우리를 위해 기도 드리는 깊은 관심과 배려에 감복했다.
동부 그룹 소속인 ꡐ아이 넷트 관광(i-net tour)회사의 고속버스는 전남 장흥군 소재 백양사를 향해 10시 30분에 출발했다. 백양사까지 대략 5시간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으나 우리 일행을 위해 고속도로의 차선은 앞길을 휑하니 열어 주고 있었다.
하나님이 만드신 오묘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설레임을 안고 눈앞에 펼쳐질 각색의 단풍을 고대하면서 모두는 들뜬 표정으로 연상 차창 밖에 시선을 꽂고 있었다. 파란 하늘은 목화 솜을 한줌씩 펴다 놓은 듯 흰구름 사이 청색 하늘이 마치 한 장의 융단 같았다. 가을걷이를 끝낸 들판 너머 산야는 계절의 옷을 바꿔입기에 분주해 보였다.
어느새 고속버스는 호남고속도로를 빠져 나와 1번 국도를 따라 백양사 방면으로 달린다. 정읍과 고창지역은 감나무가 많다더니 야산에는 자생 감나무가 주홍색 감을 주렁 주렁 메달고 있다. 차창 밖의 풍광에 모두는 동심으로 돌아간 듯한 밝은 표정을 지으며 헤픈 웃음을 감추지 않는다. 그래서 여행은 일상의 삶에서 잠시나마 해방되고 자신도 모르게 넉넉한 여유로움을 갖게 되는가 보다.
백암관광호텔 도착은 예정보다 빠른 3시간40여분이 소요되었다. 대체로 본 시각이 오후 2시를 지나고 있었다. 뜻밖에도 호텔 광장에는 ꡐ환영 서울 강변교회 남전도회ꡑ라 쓰인 현수막이 우리를 제일 먼저 반겼다. 김낙일 집사님 친구분인 호텔의 이 사장님의 배려에서 였다. 버스에서 내린 우리는 주변을 둘러 보았지만 아름답기로 소문 난 백암산지구의 단풍은 기대했던 풍광이 아니었다. 예년에 비해 가을이 길고 따뜻한 날씨 탓으로 이제 막 단풍이 들기 시작이라니 실망스럽기 조차했다. 그런 아쉬움을 마음속에 담고 다시 버스에 올라 백양사 입구 주차장까지 이동했다.
등반에 자신 있는 팀은 백암산의 소위 백암삼봉(白岩三峰)인 백학봉(白鶴奉), 옥녀봉(玉女奉) 및 가인봉(加仁奉) 중에서 최고봉인 백학봉(白鶴奉: 722km)에 오르는 코스로, 그리고 산책 팀은 가인봉과 백학봉 사이 골짜기에 위치한 백양사 주변을 돌아보기로 했다.
백양사(白羊寺)는 백제 문무왕 33년(서기 633년)에 창건 된 고찰이다 천연기념물 제153호로 지정된 비자나무가 경내 약3만 그루가 자생하고 있으며 해인사. 통도사, 송광사. 수덕사와 함께 총림(叢林)으로도 유명하다. 총림(叢林)은 참선수행 전문도량인 선원(禪院)과 경전교육기관인 강원(講院) 그리고 계율전문기관인 율원(律院)등을 갖춘 사찰을 뜻한다. 그밖에 지방유형문화재 급 건물(대웅전, 극락보존, 사천왕문)3채와 조선시대의 전형적인 부도인 묘탑(서요대사부도) 1기가 있다.
오후5시가 지나자 어둠이 안개 피듯 내려앉았다. 산사(山寺)의 가을 햇살은 빨리도 저물었다. 등반을 마친 우리는 오후 8시가 조금 지나서 호텔에 돌아왔다. 저녁식사는 모두들 허기진 터라 구내식당에서 단백한 산채 비빔밥으로 맛있게 먹었다. 식사 후에는 한 방에 모여 허기정 목사님 주도로 예배를 드렸다. 때 맞춰서 김낙일, 박영희 집사님 내외가 도착했다. 이번 산행을 위해 애써 주신 두 분을 위해 박수로 고마움을 표하고 함께 예배를 올렸다. 늘 그러하지만 예배는 하나님을 향해 변치 않는 믿음을 더욱 확고히 하고 깨닫는 시간이다. 우리는 시편 121편을 교독하고, 찬양은 찬송가 40번 ꡐ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ꡑ를 불렀다.
둘째 날 일정은 모두들 내장산 단풍제를 둘러 보고 되도록 맛깔스러운 이 고장 향토음식을 먹었으면 했다. 장시간 산행과 장거리 여행 탓으로 모두는 일찍 잠자리에 들자 곧 깊은 잠에 빠졌다.
다음 날 필자가 잠에서 깨어난 시간이 오전 5시였다. 호텔 로비에 내려가 설치된 컴퓨터로 고창읍 내에서 향토음식점을 인터넷 사이트로 검색했다. 새벽 6시에 기상해서 정확히 오전 6시 30분, 허기정 목사님 주도로 새벽예배를 드렸다.
찬송가 78장 ꡐ참 아름다워라ꡑ를 부르고, 시편 100편의 말씀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구내식당에서 간단히 해장국으로 아침을 해결한 우리는 서둘러 내장산으로 향했다. 이른 시간이라서인지 23번 도로는 차량 통행이 거의 없었다.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노면 위로 달리는 타이어 마찰음과 가벼운 엔진소리가 정겹기만 한데 노변 곳곳에 ꡐ축 내장산 단풍제ꡑ라는 현수막은 전혀 실감나지 않을뿐더러 지나친 장사속내만 같았다.
내장산은 노령산맥의 내장산. 백암산을 중심으로 전라 남, 북에 걸쳐 있는 국립공원으로 호남의 5대 명산의 하나이다. 특히 내장사 주변의 산세는 봄에는 꽃, 여름에는 아름다운 수림의 녹음, 가을에는 그 수림이 이루는 단풍, 겨울에는 설경으로 사시 풍광명미(風光明媚)를 자랑하는 명승지이다.
제2주차장에 버스를 세우고, 일생은 입구에서 대략 5km가까이 있는 내장사까지 걸어갔다. 노변에 줄지어 들어찬 간이식당이며 상점들이 왜 이다지도 많은지…… 국립공원이란 이름이 천박해 보이기만 했다. 이른 시간임에도 케이블 카 매표소에 이르자 예상대로 정상에 오르려는 관광객이 뱀 꼬리 모양 길게 줄서 있다. 정영휘. 이승수 두분 집사님들은 정상까지 걸어 오르고 다른 일행은 내장사 주변관광에 만족하고 오후 12시 30분, 제2 주차장에 집결했다.
주말 오후 시간이 가깝자 좁은 도로와 주차장은 사람물결과 각종 차량들로 번잡하기 시작했다. 일행은 서둘러 고창 인근에 있는 ꡐ석장 온천ꡑ을 향했다. 1시간의 온천욕은 이틀간의 산행과 여행피로를 말끔히 씻어주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모두들 싱그러운 얼굴로 활력을 되찾은 모습이 보기에도 너무 좋았다.
오후 2시가 조금 지나서 식당에 당도했다. 이 집은 원래 된장뚝배기 식당으로 유명했는데 선운사 입구 삼거리에 옮긴 후 본격적인 풍천 장어요리 전문점 ꡐ풍천만가(風川鰻家)ꡑ로 상호가 변경돼 있었다. 비록 장어 구이는 자연산은 아니지만 두 사람이 한 마리 꼴로도 푸짐했고, 15년 전통의 된장뚝배기 맛은 참으로 좋았다. 계란 찜이 곁들인 밑반찬은 가지 수도 많지만 싱겁지도 짜지도 또 맵지도 않으면서 칼칼하고 입에 당기는 맛은 가히 호남음식의 일미였다.
귀경 길은 새로 개통한 서해안고속도로를 모두가 원했으나 운전기사는 주말이라 버스전용도로를 이용할 수 있는 경부선을 타자며 일행의 동의를 구했다. 호남고속도로 마지막 휴게소인 양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서대전을 막 지나자 경부선과 연결되는 회덕 분기점까지 이미 주차장이다. 속절없이 도로 위에 갇혀 곤혹스러움을 당할 게 뻔했다. 그때 운전기사는 머뭇거림 없이 유성 톨게이트로 빠져 나와 1번 국도로 조치원 방면으로 달렸다. 필자는 눈을 감았다. 어떤 선택이어야 하나? 쉬운 선택보다는 좋은 선택을 해야 하는데……. 주님! 주님의 뜻에 합당한 선택이 될 수 있도록 도와 주시옵소서.
고속버스는 1번 국도에서 다시 36번 국도를 달리다 정주공항로와 연결된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했다. 버스전용도로 이외의 차선을 거의 주차장 신세나 다름없었다. 어렵지 않게 버스 전용도로에 오르다 일행을 태운 고속버스는 시속 100km로 거침이 없다 관광버스기사의 적절한 선택이 옳았다. 역시 위기에서의 유연한 사고와 전문가의 의견이 중요하다. 또한 처음 경험하는 버스 전용도로의 위력과 효용성은 참으로 놀라왔다. 필자는 마치 특권을 누리는 기분마저 들었다. ꡐ그래 권력 맛에 빠지면 이런 기분일게야ꡑ 라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났으나 ꡐ나의 기쁨이 다른 이의 그것과 같지 않을지라도 다른 이에게는 해가 되지 않게 하시옵소서.ꡑ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1박2일의 친교의 기쁨을 나눈 산행은 이렇게 무사히 끝났다. 이번 산행 팀은 허기정 목사님. 일곱 분의 장로님(안흥규, 전상조, 채희병, 권중국, 조인성, 이병철, 이종철)과 두 분 권사님(조원자. 윤경순) 그리고 열분의 남집사님(강신현, 강희동, 김학래, 김흥식, 이승수, 이용환, 이재영, 정영휘, 하창수, 김낙일)과 새신자반의 김무 성도님 그리고 네 분의 여 집사님(김은영, 신평순, 최정애, 박영희)이다.
특별히 행사기간 내내 수고하신 이승수, 정영휘 집사님께 감사의 말씀을 다시 한번 지면을 통해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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