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천 정부종합청사의 보건복지부 기초생활보장심의관실 국장이신 박하정 집사님을 찾아갔다. 어렵게 잡은 두 번째 약속이다.
종합청사의 첫인상은 넓고 조경이 잘 되어 있어 관공서라는 느낌 보다 푸른 잔디에 누워 하늘만 하루 종일 쳐다보면 좋을 듯 했다.
한가한 마음으로 들어갔더니 왠걸 안내대에서 이름하고 전화번호를 입력하고서야 주민등록증과 출입증을 교환해준다. 한가한데가 아니라는 것은 국장실에 들어가자 마자 증명이 되었다. 약속시간을 넘겼는데도 안에서는 회의가 곧 끝날 것 같지가 않다. 이렇게 바쁜데 찾아간게 민망하다. 기다리면서 두리번거려보니 투명 유리컵에 꽂힌 뿌리내린 꽃가지, 보온 물병, 커피잔 몇 벌이 여기가 관공서라는 걸 여실히 말해준다.
드디어 안에 들어가니 개인 책상과 예닐곱 명 앉을 수 있는 탁자와 책꽂이가 참 소박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평소 깔끔하면서도 또 소탈해 보이는 박집사님은 군더더기를 배제하는 취향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올해 초 최연소 국장으로 승진하신 것 축하 인사도 하기 전에 “저희 부서는 5개 과로 되어있습니다.” 하며 바로 말문을 여시는데 시간이 촉박하신 것 같다. 1시간 정도 인터뷰하고 나서 나중에 알았는데 곧바로 회의가 있었다.
기초생활보장심의관실에는 복지정책과, 생활보장과, 의료급여과, 자활지원과, 복지지원과로 되어있다.
국민기초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복지부 예산의 45%, 3조5천억을 쓴다고 한다.
개인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얼마 되지 않지만 합하면 엄청난 금액이란 걸 알았다.
희귀병의 경우 한꺼번에 다 혜택을 줄 수는 없고 안타깝게도 한 가지씩 해결해 나간다고 한다.
우리가 탐방할 때가 남부지방에 집중호우 피해가 극심할 때였다. 어제 장관님과 함께 낙동강과 그 주변을 돌아보고 밤늦게 올라왔는데 재해 이재민 구호 및 복구를 지원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한다.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단순한 생계지원이 아닌 수급자의 자립, 자활을 위해 자활후견기관(정부에서 일부 보조)에서는 간병훈련, 제빵 기술 등 여러 가지 기술을 익혀 소득이 있도록 돕고 있다. 그것이 힘든 사람들은 공공근로를 통해서, 그것도 어렵다는 사람은 자원봉사를 하도록 하고 있다.
최저생활을 보장해 주기 위해 4인 가정의 경우 국가에서 약 90만원을 보조해 준다.
소득이 있을 경우에는 소득을 뺀 나머지 금액만을 보조해 준다고 하는데 요즘은 복지행정망이 잘 되어 있어 소득유무가 명확히 드러난다고 한다.
노숙자들의 경우 잠시 가족과 헤어진 사람은 그래도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일을 하려는 의사가 있지만 가족관계가 깨어진 사람은 자포자기 상태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일할 수 있는 것을 감사하게 하는 것이 우선이며, 알콜중독자의 경우는 심리 재활등 심리상담이 중요하다고 한다.
사회복지를 위한다는 일이 저소득층과 관련이 깊은데 저소득층 문제가 말처럼 간단하지가 않았다. 단순히 생계보조만이 아니라 생산적인 자활과 IMF이후 노숙자문제, 의료문제, 재해문제등 이 많은 문제를 풀어가려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지 않을까. 한편으로는 복지행정문제에 따르는 제반사항이 있어 그에 따른 법령을 개정하고 또 새로 제정하느라 국회에 출입해야 한다.
박집사님이 국가에서는 법과 제도아래 세금으로 하기 때문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사회복지법인 같은 민간단체에서 움직여 행정적 차원으로 가는 방법을 말씀하셨는데 이해가 가는 말이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보다 나은 혜택을 주고 싶고 사회비리가 비교적 적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공직을 택했습니다.” 신앙을 가진 후에 고시에 도전했는데, 그 이유는 신앙인으로서 상대방 입장에서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예수 믿는 사람이 바로 옆에서 믿지 않는 사람에게 헌신과 사랑을 베풀 때 그들이 나중에 신앙과 교리를 받아들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셨다.
이 부서를 자원하신 이유를 알 듯 하다. 더구나 이권개입이 없다니 말이다.
대학시절 개인시간 갖기가 어려운 선교회 회장을 맡은 것을 알기에 어떻게 행정고시에 합격했는지 꼭 물어보고 싶었다. 의외로 답은 단순했다.
“교회모임, 신앙모임은 무조건 참석했습니다. 그대신 남은 시간은 최대한 활용하고요, 주일모임이나 중요한 교제가 끝나면 바로 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목표를 정하고 시간관리를 철저히 했습니다.” 삶의 우선 순위가 신앙이었다. 신앙생활은 확실히 하되 자기분야를 개발해서 직업을 가지고 그것을 통해 사회봉사를 한다는 목표와 목적이 학창시절부터 뚜렷했다.
그 정점에는 하나님이 있었다.
“전 의식의 흐름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시고 놀라운 계획을 가지고 계시고 하나님이 나를 쓰신다고요. 내가 주님 안에 신실하게 살면 Best로 인도해 주신다고 믿어요. Best라고 해서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지요. 어려운 일도 많이 있었어요. 수년 전엔 이익집단의 업권다툼 때문에 무고한 일을 당하기도 했고 여기 청사 앞에 수 천명의 데모대가 늘 자리잡고 있었어요. 저는 낙심하지 않기를 기도했습니다.”
‘고요한 바다로 저 천국 향할 때 주 내게 순풍 주시니 참 감사합니다.
큰 물결 일어나 나 쉬지 못하나 이 풍랑 인연하여서 더 빨리 갑니다.’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 (빌4: 13)‘그런즉 이 일에 대하여 우리가 무슨 말 하리요 만일 하나님이 우리를 위하시면 누가 우리를 대적하리요’(롬8: 31)
어려울 때 찬송과 말씀에서 위로를 많이 받으신 모양이다.
앞으로 바라는 바는 공무원으로서 발전하고 사회복지 정책을 잘 수립하여 중추적인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장애문제, 의료비 책정 및 미래의 노령화사회에 지혜롭게 대처 할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한다.
박집사님이 교회에서 맡은 일은 청년1부 부장과 제직회 서리(앞에서 지난 회의록을 읽는 흰머리의 주인공)이며, 가족으로는 부인 송성숙 집사님(선교회 활동하면서 만났다는데 박집사님의 시간관리가 참으로 놀랍다)과 딸 신영(대학 1년), 아들 은성(중 3년)이 있다.
얘기를 나누면서 느낀 바로는 복지사회로 가는 길은 정부에서 해 주기만을 바라기 보다 나 개인부터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아낌없는 조언으로 함께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집사님의 가정에 하나님의 은혜가 가득하기를 바라며 하고자 하는 일에도 하나님이 늘 함께 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청사를 나섰다.
정리: 최정애, 정수주 집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