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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직 목사님을 통해 만난 하나님
청년 2부 서문 욱
맑게 개인 10월의 마지막 날 한경직 목사님 탄신 10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를 참관하기 위해 광장동 장신대학교로 향했다. 지하철역에서 청년 1부의 혜영이와 혜영이 아버님을 우연히 만나 뵈어 동행하게 되었고, 작년 같은 2부 혜은이의 졸업연주회 구경차 학교를 간 적이 있었기에 별 무리 없이 대회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한경직 목사님 기념 학술대회에 꼭 가고자 했던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부끄럽지만 한국 기독교계의 거목이신 한경직 목사님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며, 또 하나는 담임 목사님께서 발표자로 나오신다는 것이었다. 일전에 담임목사님께서 어느 학술세미나에서 각기 다른 7명의 발표를 조목조목 핵심을 짚으며 지적하셨다는 얘기를 듣고 감탄했으며, 그 이후 교회가 아닌 토론장에서 학자로서의 날카로우신 모습을 뵙고 싶다는 마음을 줄곧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회장에는 머리가 희끗하신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도 많이 오셨는데, 우리 교회 분들도 많이 뵈었고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이날 마삼락(Samuel H. Moffett) 박사님을 시작으로 총 다섯 분이 발표하셨는데, 마삼락 박사님은 한경직 목사님이 태어나기 7년 전, 한 목사님의 고향 마을에 교회를 세우셨던 마포삼열(Samuel A. Moffett) 선교사님의 아드님이셨다. 각 발표의 제목과 요지는 다음과 같다.
․마삼락(Samuel H. Moffett) 박사 (프린스턴신학교 명예교수) ― 한경직 목사 : 내일을 위한 20세기의 목회자
한경직 목사는 순교한 죽음 때문이 아니라 그가 살았던 삶의 모습 때문에 성자라고 불리운다.
․이종성 박사 (한국기독교학술원장) ― 한경직 목사의 신학
그는 에큐메니칼(Ecumenical)주의자로 해석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도 성서적이고 복음적인 메시지를 고수하는 열린 보수주의자, 목양적 신학자였다.
․이광순 박사 (장신대 교수) ― 한경직 목사의 선교관과 선교사역
그의 선교관은 초기 개인 영혼 구원을 넘어 민족 복음화와 세계 선교로 확장되었으며, 기독교인은 전도도 해야 하지만 교육과 봉사 역시 동일한 중요성을 가진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다.
․이상현 박사 (프린스턴신학교 한경직석좌 교수) ― 한경직 목사의 인격과 삶
우리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은혜를 받았으나 그 은혜에 감격하여 한 목사님과 같은 삶을 사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바로 이것이 한경직 목사님의 위대함이다.
담임목사님께서는 마삼락, 이종성 박사님에 이어 세 번째로 발표하셨다. 두 분의 발표와 10분간의 휴식시간 다음이였기에 ― 딱딱한 학술대회에서 10분 남짓한 ― 대회장은 자못 어수선하였고, 아직 입장하지 않은 분들도 있었다. 강단에 올라가신 담임목사님께서는 간단한 인사말과 함께 한경직 목사님께서 생전 가장 좋아하셨던 찬송가 405장 「나 같은 죄인 살리신」 1절을 모두 함께 부를 것을 즉석에서 제안하셨다. 다소 의외라는 반응들 속에 찬송을 부르기 시작하였는데 가사를 통해 찬양을 통해 참석자 모두 다시금 한 목사님을 회고하게 되면서 이내 장내는 새삼 그 어른을 그리워하는 진지함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찬송이 끝난 후 담임목사님께서는 발표시간 40분을 지키겠으며, 30분이 넘으면 알려 주고 40분을 넘기면 그냥 끌어내리라고 말씀하셔서 잠시 웃음이 일었다. 목사님의 발표 『목회자 한경직 목사』는 주어진 40분을 조금 넘겼으나 ^^; 발표를 들으며 떠올려지는 한 목사님 생전 그 모습과 발표하는 이의 그리움, 숭모의 정 때문에 끌어내리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음은 물론이다.
한경직 목사는 ꡒ분명히 한국교회에 내리신 하나님의 귀한 선물ꡓ이고 ꡒ20세기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성자ꡓ이나 문제는 우리가 너무나 그분과는 거리가 멀고 너무나 그분과 정반대의 방향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목회자는 하늘에서 내려오지 않고 이 땅의 역사 안에서, 하나님의 손길 안에서 그리고 한 인간의 진솔한 참회와 자기 부정과 헌신의 과정 안에서 하나의 목회자로 만들어진다.한경직 목사의 인간의 면모는 첫째, 고난과 약함의 사람이었다. 이것이 오히려 그를 진정한 목회자로 만든 비결이었는지도 모른다. 둘째, 자기의 죄는 물론 다른 사람들, 심지어 독재자, 원수들의 죄까지 짊어지고 고백하는 참회와 회개의 사람이었다. 셋째, 기도와 눈물의 사람이었다. 목회자 한경직의 면모는 첫째, 설교와 전도를 쉬지 않은 복음전파의 목회자였다. 둘째, 돌봄을 쉬지 않은 사랑과 봉사의 목회자였다. 셋째, 교회 안팎에서 화평을 추구한 협력의 목회자였다. 넷째, 민족과 세계를 품은 역사의식의 목회자였다.
한경직 목사는 삶이 깨끗한 청빈의 사람으로 살았다. 내가 지금 살아 있는 것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와 긍휼 때문이고 주기철, 손양원, 박윤선, 한경직 목사님들과 같은 고귀한 신앙의 선배들의 제물된 삶과 죽음 때문임을 고백하며 다시 한번 하나님께 감사 드릴 뿐이다.
목회자 김명혁 목사의 인간의 면모 중 하나는 ^^ 자신감과 여유, 그리고 격의 없음이다. 강단 위에서의 엄격함, 때때로 호통과 달리 담소하실 때에는 만면에 웃음을 띄시고 짝다리를 짚으신 채 자동차 열쇠를 한 손가락에 걸어 빙빙 돌리시며 말씀하신다던가. 이날 종합토론에서도 토론석 중앙에 앉으셔서 다리를 쭉 펴고 발을 꼬신 채 흔들흔들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 역시 이러한 자신감과 여유가 철저하게 하나님께 의지할 때 나오는 것임을 공감한다.
이날 토론에는 애당초 기대했던 열띤 논쟁이나 질문 공세는 없었다. 다만, 답변을 통해 이종성 박사님께서 김재준, 한경직, 박형용 세 사람이 모두 프린스턴신학교에서 같은 시기에 같은 교수들 밑에서 수학했음에도 귀국 후, 김재준 목사는 사회복음주의로, 한경직 목사는 보수적 복음주의로, 박형용 목사는 근본주의적 개혁신학으로 나뉘었다는 부분이 흥미로웠고, 이상현 박사님께서 한경직 목사는 사회정의의 은사가 아닌 즉, 제사장, 왕, 예언자의 역할 중 제사장 역할의 은사가 있었으며 은혜로 정치 지도자들에게 감화를 주었다는 부분에 공감이 갔다.
흔히 안티 기독교도들이나 기독교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 ― 나와 절친한 범신론자 Y를 포함 ― 은 7, 80년대 한경직 목사님께서 군사독재정권의 전횡에 항거하지 않고 오히려 협조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셨던 것을 비판하며 기독교는 기회주의적, 권력지향적이며 기독교의 하나님이 과연 약자를 위한 정의의 하나님이었는가 몰아붙이곤 한다. 담임목사님께서는 이것을 한경직 목사님의 약함 때문이었다고 평하셨다. 아울러 한 목사님의 연약함과 무력함, 그리고 그에 대한 두려움과 절망과 넘어짐이 그를 진정한 목회자로 만든 비결이었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이셨다. 손봉호 교수님은 ꡒ지나친 너그러움ꡓ이 한경직 목사님의 약점이라고 하셨고, 이외에도 ꡒ허물과 실수가 있었음에도 다윗과 베드로에게 그러하듯 우리는 한 목사님을 존경하고 사랑한다ꡓ, ꡒ정의감 넘치는 이들이 총칼을 두려워하지 않고 데모하고 감옥 갈 때, 총칼 든 사람들의 영혼을 위해 하나님께 기도를 드려주고 바보 같이 욕만 실컷 얻어먹었다ꡓ, ꡒ사회와 정치에 치고 때리는 방법으로 참여하지 않고 품고 싸매고 조용히 충고하는 방법으로 봉사하려고 했다ꡓ 등으로 여러 사람이 언급하였다.
한경직 목사님은 약하셨다. 남루한 사람을 보면 옷을 벗어주고, 생활비를 헐벗고 굶주리는 사람들에게 다 나눠주셔서 교회에서 목사님 몰래 사모님께 생활비를 드리던, 그러한 성정의 분이셨다. 7, 80년대 공의로우신 하나님은 악인을 위한 한경직 목사님의 기도와 악인을 향한 장준하, 함석헌, 문익환 목사님의 외침을 통해 이 땅위에 임재하고 계셨을 것이다. 또한, 이름 없는 사람들의 눈물어린 기도와 미군장갑차 여중생살인사건범대위 한상렬 목사님의 분노가 2002년 12월의 대한민국에서 공법이 물 같고 정의를 하수 같이 만들기 위한 주님의 주재하심임을 믿는다. 사랑으로 품어 주시는 손길과 동시에 준엄하게 꾸짖으시는 목소리로, 그리고 미처 느낄 수 없으며 헤아릴 수 없는 세세한 숨결 하나하나를 통해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정의와 사랑을 온전하게 바다 끝까지 구현하고 계실 것이다.
ꡒ내가 가장 존경하고 사모하며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목회자들 가운데 한 사람ꡓ(빌리 그래함 목사님), ꡒ길고 긴 20세기를 흔들림 없는 자세로 사도의 길을 걸어오신 목사님ꡒ(강원용 목사님), ꡒ내가 흠모하고 흉내내고 닮을 목자ꡓ(김준곤 목사님), ꡒ나의 믿음의 아버지ꡓ(박조준 목사님), ꡒ목회자의 삶의 모범을 보여주신 분ꡓ(옥한흠 목사님), ꡒ한국교회에 내리신 하나님의 귀한 선물ꡓ(손봉호 교수님), ꡒ이 나라 민중을 사랑과 자비의 정신으로 돌보신 민중의 목자ꡓ(송월주 스님)
내가 어찌 감히 한경직 목사님께 대하여 이 분들보다 더 어울리는 수식을 붙일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나같이 보잘 것 없는 젊은이에게 당신을 아버지라 부를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 이 땅에 한경직 목사님과 같은 귀한 분을 보내 주신 그 분의 사랑에 감격할 뿐이다.
■ 한경직 목사 사이버기념관 ttp://www.revh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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