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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배가 담긴 질그릇의 고백
김세영 전도사(어린양부)
● 전형적인 모범생으로 자랐습니다.
저는 가난하지만 행복한 전도자의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큰 교회에서 목회를 하게 되면서, 부끄럼을 많이 탔던 제가 갑자기 주위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ꡒ역시 목사 딸은 다르구나ꡓ라든가, ꡒ어머, 목사 딸인 너도 그런 말을 다 쓰니?ꡓ 등의 말을 듣게 되면서 저는 사람의 눈을 많이 의식하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저는 말하자면 ꡐ전형적인 모범생ꡑ으로 자라났습니다.
요한복음 8장 32절의 ꡒ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ꡓ 이 말씀은 제가 즐겨 암송하던 구절이었지만, 제 안에는 ꡒ내가 정말 자유한가?ꡓ 하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ꡒ하나님께서는 나를 사랑하시지만, 내가 우등생, 착한 아이가 되는 것만이 그 분을 기쁘시게 하는 길이다.ꡓ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때때로 내면 깊은 곳에 자리잡은, 사람들이 모르는 저의 악한 모습을 느낄 때마다 절망하며 죄의식을 떨치지 못했습니다.
● 고민 끝에 대학을 그만두고 일본으로 발을 내딛었습니다.
그러던 중 제가 대학생이 되었을 때 아버지가 50이 넘은 나이에 일본 선교사로 부름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일본에 대해 관심조차 없었지만, 고민과 기도 끝에 큰 결단을 하여 대학을 그만 두고 일본으로 발을 내딛었습니다. 1992년 12월의 일입니다.
● 답답한 마음으로 기도하던 중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을 이해하게 되고……
일본에 간 지 2년쯤 지난 어느 주일날, 그 날 따라 이상할 정도로 모든 사람이 미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답답한 마음으로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ꡒ하나님, 제가 왜 이럴까요……제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어요. 저를 도와 주세요…….ꡓ 그렇게 한참 울면서 기도하고 있던 그 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났습니다. ꡒ이런 나를 용서해 주시기 위해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신거야……ꡓ
저 자신에 대해 완전히 절망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선해질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았을 때, 저는 오히려 무한한 소망과 자유를 느꼈던 것입니다.
● 하나님의 딸이라는 이유 만으로 사랑하시는 사실을 깨달음
그 후에도 여전히 죄에 넘어지는 저를 발견했지만, 이전처럼 자기 혐오감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이런 나를 사랑하고 용서해 주시는 그 은혜의 보좌 앞에 감사하며 담대히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자식이 훌륭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부모가 있을까요? 마찬가지로 하나님은 저의 행동 때문이 아니라 제가 하나님의 딸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사랑하고 기뻐하신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입니다.
● 고통을 참기 힘든 이상한 병을 앓기 시작
이러한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순탄하게 유학 생활을 보내던 1997년 여름, 저는 몸에 이상을 느껴 골수검사를 비롯한 여러 가지 검사 끝에 ꡒ특발성 혈소판 감소증 자반병ꡓ-일본어로는 도꾸하쯔세 켓쇼반겐쇼세시한뵤-라는 길고도 희한한 병명을 얻고서, 멀쩡히 걸어서 병실에 들어갔던 제가 며칠 사이로 자리에 꼼짝없이 누운 채 화장실도 못 가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고통을 참기가 힘들어서 그냥 하나님 나라로 데려가 달라는 철없는 기도만 했습니다.
당시 멀리 홋까이도에 계시던 부모님을 비롯해 참 많은 분들이 저를 위해 뜨겁게 기도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대학병원 혈액 전문의사로부터 놀랍게도 ꡒ고노 뵤키와 나오라나인다(이 병은 낫지 않는데요).ꡓ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치료에 따르는 여러 가지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듣다 보니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제게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모든 것이 꿈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 성경을 읽는 중 하나님이 병을 고쳐주신다는 확신이 생겨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성경을 읽는데 하나님께서 제게 놀라운 말씀을 주셨습니다 바로 시편 103편 1절에서 5절의 말씀입니다. ꡒ내 영혼아 여호와를 송축하라 내 속에 있는 것들아 다 그 성호를 송축하라… 네 청춘으로 독수리같이 새롭게 하시는도다.ꡓ 이 말씀을 읽고 나니 하나님께서 제 병을 고쳐 주셨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한 달쯤 지나서 다시 똑 같은 증상이 일어났습니다. 이제는 지체할 수 없다는 의사의 판단으로 본격적인 치료가 시작되었습니다. ꡒ하나님, 이게 도대체 뭡니까? 고쳐 주신다고 하셔서 그렇게 좋아하면서 믿었는데 왜 또 이런 일이……ꡓ 그 때 대학 4학년이었던 저는, 만약 휴학을 해서 졸업과 진학을 미룬다면 대학원 과정까지 약속되어 있던 장학금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주인이 되어 제가 세운 삶의 계획이 엉망이 될까봐 두려워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생각은 저의 생각과 달랐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이 제 삶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가르쳐 주기를 원하셨습니다. 유다의 여호사밧왕이 연합군의 침공을 받아 곤경에 처해서 ꡒ우리를 치러 오는 이 큰 무리를 우리가 대적할 능력이 없고 어떻게 할 줄도 알지 못하옵고 오직 주만 바라보나이다ꡓ 라고 고백했을 때, ꡒ이 큰 무리로 인하여 두려워하거나 놀라지 말라 이 전쟁이 너희에게 속한 것이 아니요 하나님께 속한 것이니라 이 전쟁에는 너희가 싸울 것이 없나니 항오를 이루고 서서 너희와 함께 한 여호와가 구원하는 것을 보라ꡓ 라고 말씀하셨던 하나님…. 그 분은 제가 시퍼런 현실 속에서 하나님만 의지함으로써 당신께서 하시는 일을 목도하기를 원하셨던 것입니다. 하나님은 제가 치료를 받고 여러 가지 부작용을 다 겪으면서, 하나님이 주시는 힘으로 무사히 졸업을 하고 대학원에 진학하여 공부할 수 있도록 해 주셨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이 더 큰 기적, 평범한 하루하루 속에서 매일 경험하게 하시는 놀라운 기적일지도 모릅니다.
● 치료시작 4년 후 기적같이 나아 결혼까지 하게 되고
치료를 시작한 지 4년 후, 낫지 않는 병이라고 선언했던 그 의사의 입으로부터 ꡒ이제 나았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ꡓ는 말을 들었을 때, 하나님께서 참으로 신실하게도 제게 주신 말씀을 이루어 주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무사히 공부를 마쳤고, 하나님과 저를 사랑하는 한 형제를 만나 결혼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저희 부부는 일본 영혼을 위한 풀 타임 사역자로 헌신하라는 도전을 받았습니다. 단기 선교로 2주 동안 일본에 와서 열정적으로 전도하면서 일본을 사랑한다고 외치기는 쉽지만, 그 땅에 지속적으로 몸담고 살면서 내 옆에 있는 일본인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은 더 어렵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좀 더 확신을 달라고 기도하던 중 요한복음 12장 24절 말씀을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ꡒ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ꡓ
● 기쁜 마음으로 부르심에 순종
예수님은 지상에서 많은 기적과 위대한 일을 행하셨지만, 아버지가 계획하신 일이 이루어지도록 자신을 죽음에 내어 드림으로써 그 소명을 완수 하셨습니다. 하나님을 위해, 그 분을 기쁘시게 하기 위해 내가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제게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분이 원하시는 것은 능력이나 자질 등 제가 가진 조건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인이 되어 원하시는 대로 마음껏 하실 수 있도록 저의 삶을 단지 내어 드리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헌신이란 특별한 사람이 하는 특별한 행위가 아니라, 사랑하는 주님 안에 거하면서 그 분의 눈으로 보고 그 분의 말을 하며 그 분의 마음을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한 저는 기쁜 마음으로 부르심에 순종했고, 전적인 은혜 가운데 합동 신학대학원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만 9년 동안의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올 해 1월3일에 귀국하여 이 자리까지 인도함 받게 된 것입니다.
● 이미 승리하신 예수의 능력이 온전히 드러나기를 소망합니다.
오늘 함께 읽은 본문 말씀 고린도후서 4장8절, 9절처럼, 때때로 우리는 사방으로 우겨쌈을 당하거나, 답답한 일을 당합니다. 또 핍박을 받거나 거꾸러뜨림을 당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작은 고난을 겪는 중에 예수님께서 이미 2천년 전에 이겨 놓으신 싸움을 싸운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안심하고 감사할 수 있었습니다. 7절 말씀, ꡒ우리가 이 보배를 질그릇에 가졌으니 이는 능력의 심히 큰 것이 하나님께 있고 우리에게 있지 아니함을 알게 하려 함이라ꡓ 이 말씀처럼, 오늘도 질그릇과 같은 저와 함께 계셔서 저를 빚어가시는 보배 되신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립니다. 성도 여러분의 삶 속에도 이미 승리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능력이 온전히 드러나기를 소망합니다. 또한, 그 분이 자유롭게 사용하시도록 각자의 삶을 하나님께 드리는 아름다운 헌신의 결단이, 여러분의 삶의 현장에서 매 순간 있으시기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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