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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따스한 품을 알리고 싶어 ｜ 곽한상 전도사(고등부)
몇 시간이 지났을까요. 벌거벗은 제 몸을 녹이시는
그런 아버지의 품을 느낄 수 있게 되어…
삶이 아름다운 것은 그 삶을 이끌어 가시는 하나님께서 계시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저는 샘물 호스피스라는 곳을 다녀왔습니다. 호스피스는 죽음을 앞에 둔 사람들을 돌보아 주는 곳입니다.
제가 밤새 담당하게 된 환우는 갑상선 말기암4기인 84세의 할아버지셨습니다. 제가 옆에 다가가니까 빨리 돌아가라고 손짓만하고 계셨습니다. 앙상한 뼈만 남은 몸에, 죽음을 앞에 두면 피부로 숨을 쉰다고 하던데, 그래서인지 반나체의 모습을 하고 계셨습니다. 목에는 김일성의 혹 만한 암 덩어리가 불룩 나와 있었고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옆에 앉아있었습니다. 구원은 받았지만 아직 믿음이 약하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밖에 없었기에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간의 기도를 마치고 할아버지를 보았더니 눈시울을 적시고 계셨습니다. 힘드셨는지 제 품에 안기셨습니다. 그리고는 거친 숨을 몰아쉬시며 하시는 말씀이 ꡒ나 얼마나 살까? 얼마나 살까?ꡓ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아무 말씀도 드리지 못했습니다. 조용히 가슴을 부둥켜안고 세상에서 어떤 것 보다 강하고 크신 아바아버지의 사랑을 가르쳐 주신 그 분께 기도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버지 제게 당신의 사랑을 가르쳐 주셨듯이 이 죽어가는 영혼에게도 아버지의 품을 알게 하옵소서.
제가 처음으로 교회란 곳에 발을 디딘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입니다.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제게 어떤 낯선 아저씨가 다가 오셔서 하시는 말씀이 ꡐ너 교회 가 본 적 있니? 사탕 먹으러 교회 가지 않을래?ꡓ 그렇게 사탕의 유혹에 못 이겨 교회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그 분은 그 교회의 주일학교 부장 집사님이셨습니다.
성남에 있는 150명 정도의 성도가 모이는 작은 교회에서 그렇게 신앙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곳은 저의 놀이터였고 배움의 장소였습니다. 가족이 함께 하나님을 알기 시작한 것도 이때였습니다. 중학교에 올라가서 학생회를 통해 더욱더 봉사와 하나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찬양을 인도하면서 정말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 때는 그게 정말 하나님을 아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임원을 하면서 깊이 있게 하나님을 알지는 못했지만 섬김 그 자체에 기쁨을 느꼈습니다. 이 때부터 목사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그냥 하나님과 더 가까이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였습니다.
그러던 중 하나님에 대한 의문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별 이유가 되지 않는 의문이었는데. ꡒ이 순신 장군은 어떻게 됐을까? 천국 갔을까? 지옥 갔을까? 태어나자마자 죽은 아이는 어떻게 될까? 천국 갈까? 지옥 갈까?ꡓ 이런 말도 되지 않는 의문이 저의 앞을 가로막았고, 리더나 전도사님, 목사님께 물어도 ꡐ하나님의 영역이라 몰라도 된다.ꡑ라는 한결 같은 답변뿐이었습니다.
너무나 답답했습니다. 이렇다 할 해답도 얻지 못한 채 시간은 흘러갔고, 저는 차츰 열심 있는 크리스천에서 습관적으로 교회에 도장만 찍는 크리스천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군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군을 제대하고 학교를 마치면서 일본에 가게 되었습니다. 일본어를 좀 더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일본유학을 결심한 것입니다. 단지 일본어를 공부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생각과는 다른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그 곳에 있었습니다.
몇몇 교회를 전전하며 안주하지 못하다가 성서 그리스도 동경교회에 한국어 예배부가 있다는 것을 친구에게 소개 받고, 그 곳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유학생 150명 정도 모이는 곳이었습니다. 스스로 학비며 생활비를 벌어야 했기에 주일 저녁에도 일을 했습니다. 악착같이 공부만하며 자신의 생활에만 젖어 있었고 하나님과의 관계는 아무것도 아닌 듯이 지냈습니다.
한 달 두 달 그냥 다녔던 교회에 조금씩 정착하게 되면서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뭔가 앞으로 달려가려고 해도 나아가지 못하게 뒤에서 잡고 있는 듯한 이 무거움. 정말 하나님 앞에서 자유롭고 싶었습니다. 수요예배, 철야예배를 통해서 지금까지 듣고는 있었지만 느껴지지 않았던 말씀들이 제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말씀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부풀어 올랐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철야예배 때 목사님께서 갈 5:24 ꡒ그리스도 예수의 사람들은 육체와 함께 그 정과 욕심을 십자가에 못 박았느니라ꡓ라는 말씀을 하시면서 모두 예배당에 올라가서 정과 욕심을 십자가에 못 박는 기도를 하고 내려오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의 깊은 뜻은 알지 못했지만 뭔가 특별한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너무나 힘든 이 모든 것을 하나님께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화장실에 가서 화장지를 한 옴큼 들고 예배당 강대상 앞에 무릎 꿇고 앉았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그냥 막 울고 싶었습니다. 하나님을 섬긴다면서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ꡒ하나님 이게 뭡니까. 왜 이렇게 답답합니까. 도와주세요. 이제는 주님만 보고 살고 싶습니다. 하나님!ꡓ,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릅니다. 그냥 그 분을 향해 마치 어린아이가 옹알이를 하듯 그냥 소리를 지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지금까지는 ꡒ의문ꡓ이라는 두 글자로 보이지 않았던 십자가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의 십자가가 얼마나 크던 지요. 제 시야에는 십자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분의 피 흘리시므로 내 죄를 씻기시는 그 분의 아픔이 가슴을 억눌렀습니다. 울고 또 울었습니다. 그 분께 죄송해서 울었고, 감사해서 울었습니다. ꡒ하나님. 하나님.ꡓ 다른 어떤 말도 필요치 않았습니다. 단지 하나님만을 외쳤습니다. 내가 무엇인데 나를 위해서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셔야 한단 말입니까? 그래서 이 것을 은혜라고 하는 것입니까? 지금까지의 저의 죄를,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여기지 아니하며, 마음의 왕좌를 온전히 내어드리지 못했던 저의 죄를 용서하소서.
몇 시간이 지났을까요. 세상 그 어느 곳에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따스한 품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벌거벗은 제 몸을 녹이시는 그런 아버지의 품. 아버지에게 ꡒ사랑한단다.ꡓ라는 말 한 번 들어보지 못하고 자란 저에게 그 것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감격이었습니다. 아 이것이 아버지의 사랑이구나. 그랬구나. 그때서야 비로소 하나님이 제게 일본이라는 황무지에 보내신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 제 삶은 큰 변화를 가져 왔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다시금 열심히 살게 되었고, 하나님을 만나는 것이 제 삶의 기쁨이 되었습니다. 언제나 힘들고 삶에 찌들어 있는 듯한 얼굴이 웃는 얼굴로 변했습니다.
교회에서는 찬양팀이며, 새 가족반이며, 주일학교며 제게 맡겨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 섬겼습니다.
…….
또 교회 안에서 일본인들의 모습을 보게 하시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하셨습니다. 몇 십 년을 크리스천으로 살면서 좀처럼 변화되지 않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생겼습니다.
이런 시간들을 보내면서 어떤 형태로든 제 시간을 하나님께 더 드리고 싶었습니다.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영혼들에게 제가 느꼈던 아버지의 따스한 품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십자가의 사랑을 느끼면 느낄수록, 영혼들이 하나님 앞에 돌아오면 돌아올수록, 저는 더욱 더 헌신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요한복음 3장 16절 ꡒ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ꡓ 저는 이 복된 소식을 세상에 알리고 싶은 마음으로 지금은 한국에 돌아와서 합동신학대학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졸업 후 다시 일본에 돌아가기를 소망하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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