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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서는 지사(志士)적인 언론인으로,
교회에서는 강직하면서도 다정하신 장로님으로
존경을 받는 강변교회의 큰 어른이신 박정하 원로 장로님을 찾았다.
★ 평생을 언론인으로 사신 장로님을 아마튜어기자가 인터뷰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먼저 장로님의 신앙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모태신앙입니다. 전라북도 모 교회인 전주 서문 밖 교회 권사였던 어머니의 신앙을 이어 받았습니다. 어린 시절 교회에서 자랐지만 대학에 입학하여 47년 서울로 올라온 후 시늉만 내는 형식적인 교인이었습니다. 6·25가 끝나던 53년, 연합신문을 시작으로 중앙일보(세계일보, 민국일보로 제호가 바뀜), 동아일보와 동아일보 뉴스 앵커를 거치는 바쁜 기자 생활을 하다보니 더욱 신앙이 식었죠. 어쩌다 생각나면 여기 저기 주일 예배에 얼굴을 내미는 정도였습니다. 40대 후반에 어머니가 소천하신후 부터 교회에 열심을 내었습니다.
★ 신앙생활을 하시면서 뜨거운 감동을 받은 체험 같은 것이 있으면…..
신앙체험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6·25전란 중의 체험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전쟁 발발 3개월 뒤인 9월25일 유엔군이 마포강을 도강해서 아현시장까지 진격했습니다. 그날 나는 북아현동 하숙집에 숨어있다가, 인민군에게 붙들려 정치보위국에 끌려갔습니다. 당시 패퇴하던 인민군은 특히 남자들을 마구잡이로 잡아 죽였는데, 저에게도 미제 앞잡이를 밝히라고 심한 고문을 했습니다. 하도 얻어맞아 통증을 못 느낄 정도 였습니다. 나중에는 인민군과 미군사이의 기총소사와 고사포 파편이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지는 마당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데 언제 죽을지 몰랐죠. 하나님 살려주세요 라고만 기도 했어요. 몇 시간 뒤 현관에 기대서서 한참 무언가 고민하던 인민군 장교가 나를 보고 위험한데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더니 나중에는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습니다. 나는 교전중인 빗발치는 총탄소리도 느끼지 못하고 탄우 속을 걸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날 인민군이 후퇴하면서 나와 함께 잡혀 있던 사람들을 모두 총살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내가 무사했던 것은 시골에서 나를 위해 매일 아침 저녁으로 기도하신 어머니의 기도를 하나님께서 들으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님께서 이렇듯 죽음에서 보호해 주셨는데 그 일을 잊은채 젊은 시절 열심을 내지 못한 저는 너무나 죄가 많은 사람입니다.
★ 장로님은 그야말로 한국역사의 격동기의 현장을 발로 다니며 체험하셨을 텐데요. 개인적인 회고담을 몇가지를 해 주신다면…
우리 나라 만큼 다사다난 하고 격동의 세월이 계속된 나라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 얘기는 다 할 수 없지요. 나 혼자만 취재 보도한 얘기나 몇가지 말하겠습니다. 54년 사교 논란으로 물의를 빚었던 문선명의 통일교를 취재,보도하여 문선명교주가 구속되고 재판에 회부되었던 소위 통일교 사건, 55년 미국 교육자들이 성금을 모아 한국 교사들에게 보낸 일이 있는데 그 배분 과정에서의 비리를 특종 보도 했으나 그 일로 인해 제가 해임된 사건, 이승만 대통령의 동상 건립비에 얽힌 비리사건, 58년 민의원 총선에서 김대중 입후보자가 추천인이 부족해서 가짜 도장으로 위장 신고한 사건, 61년 5·16군사 혁명당시 ‘혁명군 육사 포위’라는 보도로 소위 ‘민국일보 반 혁명사건’에 연루되어 혁명검찰에 끌려간 일, 동아일보 뉴스 부장때 한국최초의 뉴스 앵커제도를 만들고 동아 방송을 획기적인 뉴스 중심의 방송으로 만든일(DBS뉴스 쇼등), 67년부터 72년 나의 방송출연이 금지 될 때 까지 정부 비판 보도 때 마다 뻔질나게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조사 받던 일, 그리고 74년 박정희 유신 정부의 언론통제에 항거하는 동아 자유언론 실천 선언등이 기억에 남습니다.
★ 정계에서의 손짓은 없었습니까?
한 두번 있었습니다만 정치는 체질에 맞지 않아 언론인으로 남았습니다.
★ 신앙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을 느끼신 적은 없습니까?
젊은 시절에는 정의감 또는 민주화를 위해 많은 고초를 겪으면서도 긍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사회는 세대간, 지역간, 계층간, 이념간의 갈등과 대결, 분열과 혼돈의 현실을 보면 대한민국의 침몰을 보는 듯한 위기감을 느낌니다. 젊은 날 내가 정권의 미움을 받으면서 추구했던 것이 이러한 오늘의 현실을 위한 것이었나 생각하면 후회되기도 합니다. 이렇듯 나라가 어려울 때 1200만 성도를 가진 한국 교회가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 하나님을 부정하는 평양 정권의 인권유린이나 지하 교회탄압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소위 구국기도회 조차 진보와 보수로 갈려 서로 비판하고 분열하고 있습니다. 나라를 위한 교회의 진정한 역할을 한국교회가 포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나라의 독립과 건국이 있을 때 신앙의 선배들이 주역이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 그렇다면 현재 한국교회에 필요한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청교도적인 신앙훈련입니다. 순결한 교회, 검소한 생활,근면과 자선을 강조하는 것이 청교도신앙 아닙니까? 성경적 질서의 사회 건설, 개인과 가정의 건강함, 교회의 교회다움, 사회와 국가의 바른 질서를 세워가자는 신앙운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목회자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봅니다. 민족과 사회의 아픔을 치유하는 교회가 되어야합니다.
★ 김명혁 목사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요?
높은 학문이나 성장 배경이나 현재 한국 교회에서의 역할을 보거나, 존경할만한 훌률한 분입니다. 이런 분을 담임 목사님으로 모시고 있다는 것은 강변 교회의 자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약간 진보 쪽으로 기우시는 것 같아 섭섭합니다만(웃음), 요즘 같은 시대에 드물게 진실, 순수하시고 ,청교도적인 삶을 사시고자 애쓰시는 이 분을 만난 것이 저는 영광스럽습니다.
★ 오랜 인생을 살아 오신 분으로서 후배들에게 들려주시고 싶은 말씀은?
내 뜻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입니다. 모든 일은 오직 하나님의 뜻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고 확신합니다. 내 사전에는 불가능이 없다고 호언하는자는 오만한자 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하나님의 섭리만 믿고 의지하며, 기쁨으로 사는 그리스도인의 삶은 행복한 삶이라 생각됩니다. 악인의 꾀, 죄인의 길, 오만한자의 자리에 앉지 아니 하는 자의 삶이 복있는 사람이라고(시편1장)성경은 말하고 있습니다. 바울이 ‘항상기뻐하라, 쉬지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데전5:16-17)고 가르친 말씀을 저는 좌우명으로 살고 있습니다.
★ 건강은 어떠십니까?
6·25때 죽은 목숨을 하나님께서 살려주셨지요. 또 원래 건강한 체질이 아닙니다.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교회에 출석할 수 있으니 감사합니다. 나이가 들어 귀와 눈도 어둡습니다. 그러나 에디슨의 귀가 어두워졌을 때 불편하지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귀가 들리지 않으니 마음을 어지럽히는 사람의 간교한 말이나 잡다한 소음이 들리지않아 좋고, 오히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영원의 소리만 듣게 되니 항상 평안함을 얻고있다’는 답변이 생각나는군요. 노안이 된 눈도 눈앞의 것에 집착하지 말고 영원한 곳을 바라보라는 하나님의 뜻인 줄 알고 감사하며 위로 받고 있습니다.(웃음)
★ 자녀들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1남 4녀를 두었습니다. 셋째 사위 하나만 믿지 않아 기도하고 있어요. 연세대 신학대학원장으로 있는 큰 사위를 비롯하여 나머지 아이들이 모두 신앙생활 열심히 하는 것을 하나님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아직 미혼인 막내딸과 함께 살고 있는데 이화여대 기독교 대학원석사과정에 있고 신촌 세브란스 병원 전도사 일도 겸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귀한 말씀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십시오.
<평소에는 극히 말씀을 아끼시는 듯 했는데 달변이시고, 불필요한 말씀은 한 마디도 없었다. 냉정하시나 중후하시고 절제와 강직함이 몸에 배어 있었다. 교회와 시국을 염려하시는 장로님의 기도를 하나님께서 받으시기를 소원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