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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류시화 지음
1620년 12월 21일, 청교도들을 실은 메이플라워호가 남부 뉴 잉글랜드 지방의 한 해안에 도착하기 전 그 땅에는 얼굴 붉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자연은 소유할 수 없는 것이고 모두가 공유하는 조화로운 장소로 여기는 사람들이었다. 세상은 그들을 최초의 생태주의자, 환경론자인 아메리카 인디언이라고 부른다.
‘나는 왜.....’이 책은 이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어떻게 백인들에 의해 말살 되었으며, 그 최후가 얼마나 스러져가는 낙조처럼 장려하고 고상했는가를 미국 전역에 걸친 박물관과 도서관의 기록을, 특별히 인디언 추장의 연설문을 중심으로 집대성한 책이다.
집을 지을 줄 몰랐던 청교도들은 배안에서 겨울을 날 수 밖에 없었는데 배안에서의 비좁고 불결한 생활은 곧 질병으로 이어져 청교도들 절반이 목숨을 잃었다. 배가 도착하는 것을 지켜보았던 마사소이트 추장이 이끄는 왐파노그 족의 도움이 없었다면 남은 절반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원주민들의 아낌없는 도움을 받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 이주자들은 강을 따라 플라머스 식민지를 세우기 시작했는데 인디언들은 활과 화살을 내려놓고 비스켓이나 독한 물(위스키) 따위를 받고 무한정 땅을 내주었다. 땅에 대한 소유 개념이 없었던 그들은 받은 물건을 거래로 생각지않고 함께 살게된 선물로 여겼다. 그중에는 1천만평의 땅이 옷 7벌, 괭이 8자루, 도끼 9자루, 옷감 9미터, 칼 20자루에 넘어간 예도 있었다. 사유지로 생각하는 땅에 인디언들이 계속 살자 체포와 소송이 끊이지 않았는데 마침내 존 메이슨 대장이 이끄는 청교도들이 갑자기 피쿼트 족 마을을 공격, 마을 주민 대부분을 학살하고 마을에 불을 질렀다. 공격에 가담했던 코튼 매디 목사는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겼다. “인디언들은 불에 구워졌으며 흐르는 피의 강물이 그 불길을 껐다. 고약한 냄새가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그 승리는 달콤한 희생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하나님을 찬양하는 기도를 올렸다.” 이 달콤한 희생위에 보스턴을 비롯한 동부의 내로라 하는 도시들이 건설되기 시작했다.
인디언들에게 전쟁은 적을 몰살시키거나 소유를 뺏는 것이 아니었다. 오늘날의 축구시합같은 것이었다. “인디언들에게 무분별한 잔인함과 야만적인 전투 방식이 생겨난 것은 얼굴 흰 사람들이 총과 칼과 독한 술을 갖고 온 다음 부터다. 그들이 우리에게 복수의 감정과 물욕을 심어준 장본인이다.(오히예사/다코타 족)” 인디언들이 몰락하게된 요인 중에는 백인이 옮긴 성병도 있었다. “처음부터 우리가 백인 여성을 강간할 기회는 많이 있었다. 그러나 어디에도 그런 일이 벌어진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러나 백인들은 그렇지 않았다.”
인디언들에게는 서류의 개념도 없었다. 서류를 통한 수많은 기만과 속임수와 사기가 난무했고 와싱턴의 얼굴 흰 대 추장의 묵인이 있었다. 속고 또 속으면서도 돌이킬 수 있는 방법이 법에는 없었다.
이 책은 추장들의 연설문과 그들의 잠언, 교훈과 지혜, 유머와 기도문까지 포함하는 약 천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책이기 때문에 들고 읽기도 버거울 정도로 무겁다. 그러나 책장을 넘길수록 저항할 길없는 문명 아래 스러지면서도 짓밟히지 않는 그들의 정신과 당당한 종말 등이 책을 미풍처럼 가볍게 넘기게한다. 그리고 ‘그들의 오랜 침묵은 대지의 소리없는 목소리’(저자의 말)이기에 책장을 덮고도 아니 그후로도 오래동안 마음 속에 슬픔이 일렁인다.
“진정한 용기를 가진 자는 어떤 두려움과 분노, 욕망과 고통에도 자신을 내어주는 법이 없다. 그러한 용기는 타인과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진정한 영웅의 높이까지 이른다,(오히예사)” “어떤 추위와 배고픔, 어떤 고통과 두려움, 그리고 이빨을 곤두세우고 덤벼드는 위험과 죽음 앞에서도 선한 일을 하려는 그대의 의지를 포기하지 말라(늙은 추장)”
“대지로부터 오직 필요한 것만 취하고 그 이상은 놓아두라. 대지를 잘 돌보라. 우리는 대지를 조상들에게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우리의 아이들로부터 잠시 빌린 것이다.” “진실을 말하라. 그러나 사람들 사이에선 오직 선한 것만을 말하라.” “그 사람의 신을 신고 두달 이상 걸어보기 전에는 그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인디언 잠언)
“이제 두 사람은 비를 맞지 않으리라/서로가 서로에게 지붕이 되어줄테니까/이제 두사람은 춥지 않으리라/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함이 될테니까/이제 두사람은 더이상 외롭지 않으리라/서로가 서로에게 동행이 될테니까/이제 두사람은 두 개의 몸이지만 두 사람의 앞에는 오직 하나의 인생만이 있으리라/이제 그대들의 집으로 들어가라/함께 있는 날들 속으로 들어가라/이 대지위에 그대들은 오랜동안 행복하리(결혼식의 노래)”
인디언들은 침묵을 가장 높은 덕으로 보았고 아첨은 거짓으로 통했다. 그러나 백인들은 그들의 표정없는 말없음을 우둔과 게으름으로 보았다.
이 책은 또 최근 캐나다 장로교 협회가 위니펙 총회에서 <우리의 고백>이라는, 인디언에게 용서를 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한 것의 전문을 싣고 있는데, 백인이 저질렀던 만행을 일일이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선언문이다.
추장의 연설문 중 너무도 유명한 시애틀 추장의 마지막 연설의 앞부분을 싣고 마친다. (시애틀 추장과 그의 부족을 내쫓은 백인은 인디언이 살던 마을에 추장의 이름을 붙였다.) “백인은 우리에게 땅을 팔라고 한다. 우리가 어떻게 공기를 사고 팔 수 있단 말인가? 대지의 따뜻함을 어떻게 사고 판단 말인가? 부드러운 공기와 재잘거리는 시냇물을 어떻게 소유할 수 있으며 또한 소유하지도 않은 것을 어떻게 사고 팔수 있는가? 햇살 속에 반짝이는 소나무들, 모래사장, 검은 숲에 걸린 안개, 잉잉대는 꿀벌 한마리까지 우리의 기억과 가슴 속에서는 모두가 신성한 것이다. 우리는 대지의 일부분이며 대지는 우리의 일부분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