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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저 많은 사람에게 얼마나 되겠삽나이까?
김종군 목사
혼합과 원만의 연변
연변은 중국에 있는 소수민족 자치주 가운데 하나이다. 중국에 속해 있긴 하지만 중국 같지 않은 느낌을 주는 곳이 연변이다. 연변은 그야말로 복합적인 지역이다. 연변자치주의 수도 연길에는 1960년대와 2000년대, 중국과 한국, 한족과 조선족, 북한과 남한, 평양과 서울,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공존하고 있다. 길거리는 아직도 인력거가 다니는가 하면 최신형 고급승용차가 달린다. 허름한 가옥들과 현대식 고층 빌딩이 어색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간판의 윗부분에는 한글, 아랫 부분에는 한자가 새겨져 있다. 외국이지만 이곳에서는 언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된다. 그만큼 우리말을 쓰는 조선족 동포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들른 남한 사람들은 북한식당을 자주 이용한다. 예쁘고 상냥한 북한 여성복무원의 시중도 받고 저들의 노래도 들을 수 있다. 거리와 시장에 가면 자본주의 사회와 별 다를 바 없지만 관공서와 학교에 가면 사회주의의 색채가 짙게 풍긴다. 그토록 연변에는 상반된 대조를 이루는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뒤섞여 있다. 그럼에도 마찰과 충돌이 없이 공존, 상생하고 있다. 연길은 들판 같기도 하고 산 같기도 한 듯한 넓고 완만한 구릉(丘陵)으로 사방이 둘러 싸여 있는데, 풍수지리설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그 같은 연길의 지형이 연길 사람들의 기질에 영향을 주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가교역할을 하는 조선족동포
연변의 조선족동포는 과거 경제 혹은 민족의 해방을 찾아 한반도 땅에서 이주해온 자들, 즉 망향의 노래를 부르며 온갖 수난을 해치고 살아온 질경이 같은 자들의 후손일 것이다. 저들은 중국과 한국, 북한과 남한이라는 국가와 민족과 체제를 놓고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여기저기로부터 사생아 취급을 당했을 것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중국의 한족으로부터는 소수민족 조선족으로, 북한과 남한 사람으로부터는 중국사람, 심하게 말하면 떼놈으로 홀대를 받아왔을 것이다.
사실 돈을 벌겠다고 코리안 드림을 품었던 사람들이 학대를 당하고 사기를 당한 적도 있다. 그러나 연변의 조선동포는 이념과 정치의 첨예한 대립 속에 처한 우리 민족에게 있어 참으로 귀한 존재이다. 지금 저들은 극과 극으로 양분된 우리 민족, 국가와 민족과 이념이 다른 중국과 한국을 잇는 참으로 소중한 가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연변 땅과 조선족 동포들은 북한과 중국을 향한 교류와 선교의 교두보요 가교(架橋)인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오병이어의 이적을 기대하며
우리는 이번 연변대학교 사범대학을 방문하며 조학금을 전달하고, 도문에 사는 고아들에게 격려금을 전달하고, 훈춘과 용정과 지신에 사는 어려운 가정들에 자활 후원금을 전달했다. 우리에게는 작은 돈일지 몰라도 저들에게는 적지 않은 보탬이 된다고 한다. 아니 물질보다도 그 물질에 담긴 정성과 사랑이 저들에게 삶의 희망과 의욕을 심어주리라 믿는다. 하지만 우리가 이번 저들에게 베푼 것은 연변에 살고 있는 어려운 사람들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도움을 받아야 할 대상들을 놓고 보면 참으로 적은 분량, 아니 무시해도 상관없을 정도 밖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한 가정에 월 5만원이라는 것은 서울에 살고 있는 우리 개인생활에 비하면 푼돈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실로 어린아이가 내어놓았던 오병 이어와 같이 적은 것이다. 제자들은 오병이어를 보고 ‘그러나 이것이 이 많은 사람에게 얼마나 되겠삽나이까?’(요 6:9)하고 시시하게 생각했지만 그러나 주님은 그것을 들고 하나님께 축사하신 다음 5천명이 넘은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시고 12광주리 가득하게 남게 하셨다. 우리는 그 주님을 믿는다. 우리의 작은 정성을 결코 헛되지 않게 하실 주님을!
주님은 군중에게도 다가가셨지만 이름 없는 소자에게도 직접 찾아가셨다. 아니 군중들이 달려들 때에 오히려 군중을 피하시고 거라사의 무덤 가에 있던 한 영혼 귀신들린 자를 찾아가셨다. 그리고 우물가의 한 여인을 찾으셨고, 삭개오의 집을 직접 방문하셨다. 이번에 우리 일행도 몇몇 가정을 직접 방문했다. 연변에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이 얼마나 되겠삽나이까?’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수가 성 여인과 삭개오를 찾아가셨던 주님께서는 저들 가정을 직접 방문한 김 목사님과 우리 일행의 발걸음을 보셨으리라 믿는다.
불완전한 인간을 통해 일하시는 완전한 하나님
사실 이번 일에 동참했던 사람들 가운데는 믿지 않는 자들도 있었다. 동북아시아 평화연대의 김순한 간사, 이영숙 회장, 배동걸 부장 등 여러 사람들이 불신자들이었고 도움을 받는 자들 가운데도 신앙인이 있었지만 불신자도 있었다. 우리 일행은 그 사실을 알고 놀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완전하신 하나님은 당신의 뜻을 이루어 감에 있어 불완전한 인간을 통해, 때론 믿지 않는 자들까지 사용하고 계심을 보았다. 과거 포로로 잡혀간 이스라엘의 민족을 귀환 시키고 무너진 성전을 재건하는 데에 이방나라 불신앙의 왕들을 사용하셨다. 베푸는 자들, 베풂을 받는 이들, 베풂을 돕는 자들 모두 불완전한 인간이다. 그러나 완전하신 하나님은 그 불완전한 인간들을 통해 일하시고 계셨던 것이다. 우리는 다만 조건 없이 불신자이든 신자이든 가리지 않고 저들을 통해, 저들에게 손길을 펴 보였을 뿐이다.
삶의 전도
4박 5일 동안, 동혁이를 포함하여 강변교회 식구 12명과 함께 동참했던 자들 7,8명이 있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저들 중에는 불신자들이 있었다. 저들은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우리와 삶을 함께 했다. 우리 일행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저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하는 것 같았다. 며칠 동안은 저들에게 ‘교회에 나가라’ ‘신앙을 가지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평소대로 자연스럽게 행동하며 묵묵히 따라 나서며 일정을 소화해갔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저들은 강변팀을 통해 이상한 것을 느꼈던 것 같다. 저들은 우리의 면면을 주시했던 것이다. 우리의 언어, 우리의 식사, 우리의 사고, 우리의 대화내용, 우리의 사역, 우리의 씀씀이, 우리의 이웃 섬김 등을 보았을 것이다. 우리의 성품과 생활 속에 배인 약점도 보았겠지만 ‘참됨’도 보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특히 자신에게는 검소하고 상대에게는 아낌없이 주시는 김 목사님의 행적을 보면서 모름지기 기독교 신자들이 인색하고 이기적이라는 세간의 인식을 불식시키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드디어 저들은 자신들의 입을 통해 느낀 바를 고백했다. 잔잔한 감동과 은근한 도전을 받았는지 우리에게서 이상한 면들을 보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순한 간사는 자신의 입으로 교회에 나가겠다고 말했고, 이영숙 회장은 공식석상에서 이번 주일부터 연길 교회에 나가겠노라고 다짐을 했다.
교회가 ‘참됨’을 보여야
연변의 조선족 동포가 귀한 존재라는 것과 불신자들 가운데 조선족 동포들과 북한 동포들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자들이 있다는 것을 안 이상 한국교회는 시끄럽지 않고 떠버리지 않고 저들에게 교회의 참된 모습, 신앙의 참된 모습을 보여주는 가운데 무엇보다 저들에게 신뢰감을 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겸손하게, 온유한 손길로, 조건을 제시하지 않고, 작고 약한 자들을 직접 찾아, 그리고 지속적으로 약속을 성실하게 이행할 때에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천지(天池)
천지(天池), 하늘의 못. 그것은 하나님의 못이었다. 누가 이 높은 곳에 못을 만들어 올려놓으랴! 천지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모두가 탄성을 질렀다. 하나님의 장엄함이 느껴졌다. 빽빽한 구름이 백두산을 덮고 있었지만 천지의 주변은 시야가 맑았다. 천지의 물빛은 청옥을 깔아놓은 듯했다. 천지를 감싸안고 있는 봉우리들은 ‘주여, 영원히 임하소서!’하며 기도하고 있는 듯했다. 백두산 주변의 구름은 주께서 타고 다니시는 수레와 같았고, 백두산의 바람은 그 수레를 움직이는 날개와 같았다. 천지의 물을 우렁차게 쏟아내는 장백폭포는 여호와의 위대하심을 쉬지 않고 노래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장백폭포가 줄기차게 흘려내려도 내 심령에 생수의 강이 흐르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으랴! 천지의 물이 아무리 맑아도 나의 심령이 깨끗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으랴!
천지를 보며 환호성을 지른다 하여도 내 영안이 어두워 하나님의 영광을 보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으랴! 백두산의 바위들이 든든하여도 나의 믿음이 견고하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으랴! 백두산에 핀 꽃들이 그토록 아름다워도 나의 사랑이 아름답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으랴! 오! 주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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