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방에서 순교할뻔 했단다｜허영숙 집사(분당구역).
초등부 여름성경학교에 다녀와서
순애에게
파리 출장 갔다왔다면서 네가 보낸 이메일은 토요일 밤(한국 시간)에 보았다.
하지만 내가 너무 피곤해서 바로 답하지 못했다.
나는 목요일에서부터 토요일까지 칠갑산(충남) 휴양림에 갔다 왔다.
쉬러 간 것은 아니고 내가 다니는 교회 초등부(초등 4,5,6,년) 여름 성경학교 식사 봉사하러간 것이다.
나는 11년 동안 교회 주일학교 교사를 했는데도 여름 성경학교 식사 봉사가 이렇게 힘든지 몰랐다.
이 불볕더위에 3명이(여동순, 조신희집사) 삼일 동안 60명의 3끼 식사와 간식, 야참을 준비하다가 하마터면 순교할 뻔했다.
떠나기 전 날 시장보고 도착하자마자 다듬고 씻고 볶고 지지고 튀기고 불 옆에서 땀이 비오듯 쏟아져 그야말로 떨어지는 땀방울로 음식간을 맞췄다.
어느 부엌에든 대장금과 한상궁이 있기 마련이라 무수리 과인 나는 그저 따라하면 되었다. 그러나 대장 격인 여집사님이 임금님 수랏상에 올려도 될 만큼 곱게 채를 써시길래 공연히 따라 하다가 손가락에 물집 생겨 더 고생 했다. 우리 세 사람 다 칠갑산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겠고 엉덩이 뗄 시간도 없어 본 것이라고는 싱크대와 도마 칼뿐이라고 말하고 같이 웃었다.
누구는 파리로 출장 가고 누구는 깡 촌으로 출장 요리 가고. 뭡니까. 이게?
20 여년 동안 강변 교회에서는 여름 수련회가 있어왔고 또 그만큼 여집사님들의 숨은 봉사가 있었을 것이다.
지금 나는 이렇게 말로 떠들고 있지만 과거에는 더 열악한 환경에서 정말 소리 없이 봉사를 하셨던 것이다
3일간의 모든 프로그램이 끝나고 폐회 시간에 아이들이 입을 모아 “맛있는 음식을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하며 (부장 집사님이 시킨 것이긴 하지만) 박수를 쳐 줄 때는 초죽음이 되었으면서도 가슴이 뭉클하며 내년에 또 할까? 하는 위험(?)한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의 일은 아무리 힘들어도 달콤한 은혜가 따르기 마련이어서 이번 일도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있는 듯 없는 듯 하지만 어디에도 있고, 하는 듯 안 하는 듯 하지만 모든 일을 감당하는 소리 없고 끈기 있는 봉사의 진수를 보여 준 최정애 부장 집사님.
내일 미국으로 떠나는데 전날까지 그 시골에서 아이들을 돌보다 돌아간 신명주 선생님,
아르바이트를 포기하고 온 청년들.
여름 성경학교가 부르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황인범 선생님.
여름 성경학교 날짜를 확보하기 위해 며칠 야근을 불사한 권주빈 선생님,
꼭 내 자식처럼 아이들을 품고 열의를 다 쏟아 붓는 김선애 조용미 선생님.
그리고 앞에서 뒤에서 이끌고 밀었던 김세영 전도사님과 곽한상 전도사님 부부
정말 귀한 분들이었다.
영과 육의 양식을 아낌없이 먹이며 그래도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을 바라보면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사람들과 함께 한 고되고도 행복한 삼일이었다.
또 쓰마.
안녕(Stay Cool)!
*순애는 미국에 사는 허집사의 후배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