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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빈이와 함께하는 미얀마의 삶은 지루하지 만은 않다.
밍글라바! (미얀마어로 안녕하셔요)
밤 비행기에서 보는 첫 미얀마의 밤 풍경은 마치 등화관제 훈련을 하는 듯 했다. 전력 사정이 좋지 못해 미얀마의 밤은 매우 어둡다. 작년 7월 회사의 갑작스런 발령으로, 듣긴 들었어도 별로 상상이 안가는 미얀마라는 나라에 첫 발을 디딘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사실 지난 1년을 돌이켜 보면 왜 미얀마에 오게 되었을까 하는 불만 보다는 감사가 더 많이 있었던 것 같다. 결혼 하자마자 1년도 안 되어 해외 주재원 근무를 시작하게 되었고 다시 1년이 지난 작년 11월 하나님께서 예빈이를 가지게 하시고 올해 7월 예빈이를 이 세상에 건강하게 나오게 하셨다. 참으로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모든 것이 순조롭게 이루어 지게 된 것은 모두 하나님의 은혜임을 깨닫고 감사드린다.
여기 미얀마의 생활은 사실 매우 무미건조하다. 마치 우리나라 60~70년대를 연상케 하는 도시의 모습과 사람들의 삶, 마땅히 어디를 돌아볼 곳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민들의 모습은 군부 정부에 의해 눌려있음과 가난에 이미 익숙해진 모습, 그렇지만 이에 반해 너무나도 여유로움 및 평화로움이 그런 억압과 아이러니하게 교차되어 있는 형태임을 보게 될 때 참 의아해 진다. 공식적으로 공개적인 복음 전파가 어렵지만 기독교인이 약 5% 정도 존재한다. 전통적으로 불교에 영향을 많이 받은 미얀마 사람들의 모습이 늘 평화롭게 보이는 것이 진정한 진리때문이 아니라는 것에 맘이 아프지만 언젠가는 진리가 무엇인지 깨닫고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도 펼쳐질 것을 기대한다.
미얀마는 이렇지만 예빈이와 함께하는 미얀마의 삶은 지루하지만은 않다.
금년 5월 아내는 예빈이의 출생을 준비하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여기 미얀마의 병원시설이 열악하여 아이를 낳으려면 어쩔 수 없이 서울로 들어가야 한다. 이 때문에 나는 약 5개월 간 홀로서기를 해야 했다. 하지만 아내가 고생하는 것에 비하면 견딜만한 기간이었다. 초조하게 하루하루를 기다리던 중 예정일 약 2주 정도를 앞두고 아내의 전화를 받았다. 양수가 부족해서 입원을 해야 하고 산모와 아기를 위해 유도분만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조금 놀라긴 했지만 감사하게도 그 날 저녁 비행기로 서울로 향할 수 있었다. 유도분만을 하기 위해서는 자궁문이 어느 정도 열려야 하는데 쉽게 열리지 않아 아내가 고생을 하고 있었다. 내가 도착한 후 나는 ‘예빈아! 아빠 왔다. 빨리 나와라!’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자궁 문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예빈이가 아빠가 올 때까지 기다린 것 같았다. 하루 저녁 진통 후 아내는 다음 날 예빈이를 무사히 그리고 건강하게 낳을 수 있었다.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 드린다.
보통 분만 때 함께 하지 못하는 남편들이 많이 있다는 데, 외국에 있음에도 진통과 분만을 함께하게 해주신 주님께 감사 드린다. 앞으로 이것 때문에 나중에 아내에게 트집 잡힐 일은 없을 것 같다.
예빈이는 처음에 약해 보였지만 지금은 저의 팔뚝보다 두꺼운 허벅지를 자랑하며 튼튼하게 잘 자라고 있다. 항상 웃는 아기로 알려져서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미얀마에는 매월 Fullmoon (대보름)이 있는데 예빈이의 얼굴이 둥글둥글 하기 때문에 덕분에 거의 매일 보름달을 보고 사는 것 같다.
아이를 키우는 분들은 다들 마찬가지겠지만, 예빈이가 태어난 후 모든 촛점은 예빈이에게 맞추어져 있다. 내가 아무리 더워도 예빈이 때문에 에어컨을 꺼야 하고 땀을 뻘뻘 흘려야 한다. 예빈이와 놀기 위해서는 온갖 재롱을 다 부려야 하고 함께 노래도 불러주어야 한다.
예빈이를 키우면서 가장 힘든 것은 왜 우는 지를 모를 때 이다. 한번은 모유를 먹다가 땡깡(?)을 부리는 바람에 내가 어깨에 예빈이를 들쳐매고 트림을 시키기 위해 등을 쳐주었는데 내가 생각하기에 최대한 약하게 쳤다고 했는데 예빈이의 온 몸은 떨리고 있었다. 결국 다시 남은 모유를 다 먹였지만 예빈이는 모두 토해 버리고 말았다. 정말 당황스러웠고 너무 미안했다. 아직도 아기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 지 매우 서툰 초보 아빠인 것 같다.
예빈이가 태어나기 전 나는 여기 미얀마에서 성가대 봉사를 하면서 주일 성수를 하였다. 처음에 교회가 매우 소규모 이기 때문에 강변교회처럼 가족적인 분위기여서 좋았지만 규모가 작은 관계로 성가대가 구성되어 있지 않아 매우 아쉬웠다. 그러던 중 몇 몇 집사님들과 찬양을 시작했고 5~6명으로 구성된 중창단으로 시작하여 지금은 15명 정도의 성가대가 구성되어 성가대장 및 지휘자로 봉사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어디를 가든지 나를 사용하시는구나 하고 생각하니 참으로 감사하다.
예빈이는 주일마다 찬양을 들으며 주님 안에서 잘 자라가고 있다. 아무리 피곤해도 나를 향해 방긋 방긋 웃는 예빈이의 모습을 보며 모든 피곤이 다 달아나지만 저녁마다 잠이 온다고 칭얼대는 것을 받아주고 있노라면 조금 힘이 들긴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우리가 양육한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하나님께서 키워주시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저 감사할 뿐이다.
예빈이가 예정일 보다 일찍 태어났지만 지금까지 한 번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것만으로도 하나님께 감사드릴 뿐이다.
앞으로 예빈이가 미얀마에서 잘 적응하고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건강하게 자랄 것을 기대하면서 오늘도 예빈이의 그 환한 웃음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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