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늘 한결 같은 마음과 변치않는 믿음으로
아내를 사랑하고 하나님을 섬겨 온 아버지
작년에 친정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늘 아내를 그리워하며 하늘나라를 소망하시던 아버지께서 팔십이 넘으신 연세에 그림을 시작하셨다. 부모님의 고향은 제주도이신데, 아버지는 일본으로 유학을 가셔서 음악(성악)을 공부하셨고 어머니는 피아노를 하셔서 음악으로 만나 그 시대에 연애 결혼을 하셨다고 한다.
우리와 제주도에 가셨을 때 이곳 저곳을 가리키며 옛날에 엄마, 아버지가 데이트했던 곳이었다는 말을 해 주셨다. 두 분의 금슬이 무척 좋아 음악회도 참 많이 다니시고 젊은 사람들 못지않게 재미있게 사시다가, 엄마가 먼저 하늘나라로 가신 후 엄마의 빈 자리가 더욱 커 보여 늘 마음이 아팠다.
그러던 어느 날, 겨울이 지난 봄에 아버지는 스케치를 하시고 색깔을 입히시며 멋진 유화를 그리기 시작하셨는데 그 실력이 여간 출중하지 않아 우리 모두를 많이 놀라게하셨다. 몇 개월 배우지 않은 짧은 수련 기간에 여러 작품을 완성하셔서 지난 시 월에는 그룹 전시회에도 출품하시고, 주위의 여러 사람들을 초청해서 먼저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서로 기쁨을 나누었다.
요즈음도 경기도 시흥에서 서초동에 있는 홍익 미술평생대학원에 손수 운전하시고 다니시며 그림 그리기에 푹 빠져서 지내신다. 교수님도 아버지께는 ‘선생님’이라고 불러 주신다고 웃으신다. 칠십쯤 되어 보이는 주차관리하시는 분이 어느 날 슬며시 아버지 연세를 물어보시더니 깜짝 놀라더란다.
아버지는 우리 형제들을 키우실 때 무척 엄하셔서 숨 소리도 크게 내지 못하면서 자랐고 성적표가 나온 날이면 무릎 꿇고 일장 훈계를 들어야 했으며 ‘절약,절약’을 강조하셔서 비누도 마음대로 쓰지 못했다. 그때는 왜 우리 집만 유독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불만이 참 많았었는데, 아버지께서 먼저 손수 생활의 모범을 보여주셨다는 것을 결혼해서 살면서 새록새록 느낀다. 늘 한결같은 마음과 변치 않는 믿음으로 아내를 사랑하고 주님을 섬겨 온 내 아버지, 강순용 장로님. 매일 새벽 네 시에 일어나셔서 일곱 시 반까지 성경보시고 기도하시는 아버지. 당신은 누구보다 검소하게 사시면서도 어려운 교회나 이웃, 친척의 사정을 그냥 넘기시지 않으시고 도와주시며,오랜 시간 남을 위한 도고의 기도를 많이 하시는 아버지. 어렸을 때는 무섭기만 했던 아버지이셨는데 이제는 아버지가 들려 주시는 가족사(史)가 흥미롭고 살아오신 인생여정의 굽이굽이에서 교훈을 얻는다.
지금은 이 막내딸과 대화가 제일 잘 통하시는 것 같다. 제주도에 기독교를 제일 처음 전파하신 외할아버지의 사위가 되어 엄마보다 먼저 장로가 되시고 믿음 안에서 살아오신 걸 가장 큰 축복이라고 아버지는 늘 말씀하신다. 오늘도 아버지는 안방에 걸어 놓은 엄마 사진을 보며 “여보, 나 다녀오리다.” 하시며 그림을 그리러 가셨을게다. 아버지를 편안하게 모시고 사는 오빠, 새 언니,조카들에게 늘 고맙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