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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에서 온 영어교사
前 북한 삼교 고등중학교 영어교사/ 김희영
한 청년을 만났다.
97년 배를 이용해서 북한을 탈출한, 소위 보트피플의 일원이었다.
그는 생명을 내건 모험을 하였고, 또 그토록 젊은데도 우쭐대거나 대접을 요구하거나 강한 척 하지 않았다. 죽음의 터널을 지나온 사람의 깊은 진지함으로 상대방을 배려하고 그리고 또 몹시 수줍어했다.
김희영군은 71년 평남 개천에서 태어나 평북 신의주에서 자랐다. 북한에서는 출신 성분이 가장 나쁜 것으로 부모가 지주 계급 출신이거나 남한에 친척이 있는 것인데 희영군의 가정은 이 두가지에 모두 해당되었다. 부모님들은 당원이 될 수 없었고 이것은 그들 가정에 특히 아이들의 장래에 치명적이었다. 인민(초등)학교 시절 가정환경조사서에 부모님 모두 당원이 아니라고 적을 때 마다 어린 희영은 괴롭고 부끄러웠다. 그런 아이는 학년이 올라가도 언제나 반 60명 중 자기 1명 뿐이었다. 희영군의 가정은 기댈 것이 없었기 때문에 언제나 착실하려고 애썼고 단단히 결속하며 조심하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적령이 되었지만 희영군에게 군입대가 허락되지 않았다. 당 간부가 되려면 제대군인이어야 하는데 희영군에게는 원천적으로 봉쇄되었다. 군인이 되는 대신 그는 신의주 제1 사범대학에 들어갔고 졸업 후 전공을 따라 영어선생이 되었다. 노동자는 죽을 먹어도 교사는 굶는다는, 북에서 가장 기피하는 직업을 갖게된 것이다.
북한의 교실과 교무실은 겨울에도 난방이 되지 않는다. 땔감이 없는 것이다. 울타리를 뜯어 때고나면 신의주의 엄동설한을 맨몸으로 견뎌야했다. 아이들과 교사 모두 학교에서는 두꺼운 옷을 껴입었다. 점심시간에 교무실에서 도시락을 먹으려하면 얼음을 씹는 것 같았다. 그는 얼음밥을 먹어 소화가 안되어 건강을 많이 상했다. 수업을 마치면 퇴근 시간 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다음 날 질책 받을 것을 각오하고 집으로 가 몸을 녹이곤 했다.
그 뿐 아니라 가족 모두 고통 받았다. 그의 가정은 언제나 주의를 요하는 사찰 대상이었다. 사진업을 하던 아버지가 출장을 갔을때는 간첩혐의를 받았고, 가택수색도 당했다. 그들 가족이 특별히 체제에 저항하려 하거나 불만을 토로한 적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들 가정을 끝없이 조이는 북에서는 희망이 없다는 것이 그들로 하여금 탈출을 결심하게하였다.
97년 5월 10일 희영군 가족은 굶어죽을 정도로 가난한 이웃 가정과 함께 북한을 탈출했다. 그들이 택한 노선은 바다, 서해였다. 해상지도와 배는 뇌물을 주고 구했다.
“무서웠어요.”하며 웃는 희영군의 눈가에 늙어버린 듯한 주름이 접힌다. 처음으로 보았던 장망한 밤바다. 배 밑 바닥에 웅크려 숨어있던 가족들. 눈을 속이기 위하여 배에 달았던 북한 해군 깃발...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해요.
신의줄르 떠난지 3일째 되던 날 그들은 결정적으로 위험을 만나는데 폭풍이었다. 그들 배는 침몰했고 남한 해군에 발견되어 구조되었다.
처음 남한에 와서 느낀 건 열등감이었다. 너무나 발전해서 문화적 충격이 컸다.
그리고 그들 가족이 북한에서 핍박 받는 원인이 되었고 반면에 남한행을 택하는데 희망의 단서가 되었던 남한 친척들이 막상 남한에 내려와 보니 생존해 있지 않았다. 또 북에서의 학력과 경력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 희영군은 기대가 컸던 만큼 낙심도 컸다. 그러나 희망과 가능성의 이 땅에서 새로이 시작해 보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올해 고려대 부설 보건 전문대학 치기공과에 입학했다. 등록금 문제가 해결되면 치대에 편입해서 치과의사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강변교회는 먼저 귀순하고 강변교인이 된 최광혁군이 인도했다. 북에서 기독교를 흡혈귀라고 교육 받았던 자신이 2월에 등록하고 겨우 5번 들었던 김명혁 목사님의 설교를 다 이해했다고 생각진 않는다.
“기독교가 개인의 구원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웃에게 가 닿게 하는 심오한 가르침이 있다는 것을 느껴요. 북에서의 가르침이 모든 사람을 단 한 사람에게 복종시키는 노예 근성을 심어주는 것이라면 교회의 설교는 개인의 인격을 높여주고 받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주라는 것이 독특하고 훌륭해요. 아, 나도 그래야겠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몸으로 길이를 재며 조금씩 앞으로 나가는 자벌레 같다는 희영군.
탈북이나 귀순이 놀라운 일도 아니고 남쪽 우리에게 더 이상 자부심을 불러일으키지도 않는 때에 남으로 온 이 놀랍게 지적(知的)이고 또 분별과 다감(多感)을 갖춘 그.
-외로우면서 한없이 자유분방한 이 땅에 뿌리내리기 위한 정신적 고충이 아무리 커도 가족이 곁에 있다는 사실이 자신의 타락을 막아준다는 그.
강변교회의 가족적인 분위기가 좋고 새가족반 성경공부가 재미있다는 그는 부모님과는 떨어져,KBS-TV <남북의 창>에 고정 리포터로 나오는 예쁜 여동생 순희(삼육대 간호과)와 함께 자취하고 있다. 형님 내외는 분가했고 남동생 희성(연세대 러시아어과)이 부모님과 살고 있다.
(취재: 허영숙 집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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