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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소최재석 전도사(중등부 사역)
한 걸음 내 딛고 있다는 사실도 놀라울 정도로 숨이 막히는 97년 여름이었던 것 같다. 여름 성경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아내는 세수하며 울고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 와서 꼭 이 길을 가야 하냐고 물었다. 아내는 사역에 지쳐있었고 두 번의 유산이 그녀에게 아픔으로 남아있는 상태였다.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 - 예를 들어 선교사로 간다든지, 개척을 한다든지, 협동으로 팀 목회를 한다든지 등등- 은 없었지만 하나님의 말씀에 어느 곳이든, 어떤 모양이든 순종하며 살자는 마음은 같았다.
그런데 드디어 아이들 놀이터에 있는 시이소 놀이기구 같은 현상이 나와 아내 사이에 일어났다.
바로 아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주일학교 사역을 하면서 어려운 사람을 만나면서 조금씩 조금씩 지쳐갔던 것이다. 그리고는 두 팔과 두 다리를 놓아버리고 싶다며 울더니 놓아버린 것이다. 마치 같이 타고 있던 시이소의 한쪽이 균형을 잃어 바닥에 쿵하고 떨어지는 것처럼 아내가 놓아버린 무거운 짐이 나에게로 쿵하고 쏟아졌다. 마치 그 무거운 짐을 내가 해결해 주어야만 되는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하나님께서 나도 어찌해야 할 지 모르는 무거운 짐을 치워주신 것을 알 수 있다. 오직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께 간절한 마음으로 아내의 회복을 위한 기도를 드리는 것 뿐이었다.
결국,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하나님은 아내가 그렇게도 거부하던 합동신학대학원을 98년도에 가게 하셨다. 아내는 1년동안은 참새처럼 휴학할 꺼야 자퇴할 꺼야 안다닐꺼야 하더니 지금은 아무 소리가 없다. 그리고 강변교회에 와서 처음으로 사모 소리를 듣는 아내는 처음에는 어색해 하더니 지금은 이런 말을 한다. 나 호칭이 참 많아졌어요, 사모, 전도사, 선생님, 명희 강, 등등 재밌어요, 그리고 참 좋다. 아직 잘 모르겠지만 나를 찾는 것 같아서. 그리고 나하고 싶은 소망이 생겼는데 설교와 교회광고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 싶어요.
그렇다. 아내는 하나님의 섭리의 흐름 속으로 다시 돌아와 흘러가고 있다. 아니 전에 떠난 적은 없지만 거슬러 올라가던 그 방향을 돌려 하나님께서 흘러가게 하시는 데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녀에게서 나온 소망이 하나님의 흐름 속에서 나온 소망임을 확신하며 가장 강력한 후원자로 남아있을 것이다. 이제 그 아내가 내가 깨닫지 못하거나 미끄러져 시이소의 손잡이를 놓으려 할 때 나에게 웃으며 넌지시 말을 건다. 여보! 우리가 하려고 하지 말아요. 하나님께서 하실 때 순종해요.
새벽 예배 때 거의 졸다오는 아내가 요즘 부쩍 눈물과 함께 자리를 일어나려고 하지 않는다. 균형과 같은 역할을 하는 신앙, 이 신앙을 선물로 주시며, 성숙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섭리가 우리 부부의 생활을 아름답게 하나보다.
당신
당신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당신의 얼굴
당신의 머리카락
당신의 냄새
당신의 하나 하나가
내 눈에는 사랑으로 나의 삶으로 비쳐집니다.
당신이 내게 있어
나는 아름답습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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