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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릿발 같지는 않지만 싸아하게 차가운 날씨는 오히려 정신을 맑게 해 주는 12월입니다.
‘내년 1월 13일 은퇴한다.’는 목사님 말씀은 커다란 고목 나무가 덮쳐오는 것 같은 두려움과 놀라움을 가지고 다가왔습니다. 뵙고자하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뵐 수 있는, 항상 제 가까이에 계실 것만 같은 목사님이셨습니다. 하지만 이제 목사님이 은퇴하신다니 목사님의 사랑을 먹고 살아온 지난날 들이 생각납니다,
목사님과 함께 한 지난 30여 년의 시간들은 제겐 참으로 값진 날들이었습니다. 제가 결혼을 하여 부모의 울타리를 벗어나 진정한 성인이 되어 낯선 사람들과의 생활에서 힘들어할 때 이인교 권사님을 통해 목사님을 처음 만났습니다. ‘성경이 도대체 공부할 가치가 있는 학문이란 말인가?’ 하는 오만으로 삼익상가 3층 강변교회 교육실에서 목사님을 처음 뵈었습니다.
목사님의 첫 인상은 고지식하지도 거만하지도 궁상스럽지도 않고 오히려 신사적이고 친근한 미소와 여유를 가진 모습은 ‘아! 이건 아닌데……’ 라고 제게 신선한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교역자란 검은색의 양복을 입고 성경을 옆에 끼고 얼굴에는 친절한 척 하는 거짓미소를 띄고 (교회로 유인하기 위한) 조금은 극성스러운 이들이란 게 제 생각이었습니다.
교사로 재직 시 학생들의 가방 속 성경을 발견하면 창밖으로 던져 버릴 만큼 가치 없었던 성경이 목사님과 성경공부를 하는 동안 무언가 가슴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함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이거 마약 같은 거 아니야. 이러다가 내가 끌려 들어가면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 아닌가?’하는 일말의 두려움도 있었지만 직접 성경을 열심히 가르치시는 모습과 각 구역을 직접 돌면서 열심히 구역예배를 인도하시는 모습은 인간의 진실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성경을 빨리 알아서 ‘도움이 안 된다면 빨리 발을 빼야지’ 하는 마음에 초급, 중금, 고급반을 한꺼번에 다 공부하는 욕심을 부리기도 했습니다. ‘성경이라는 것이 결코 내게 해를 끼치는 물건은 아니구나.‘하는 판단에 주일 예배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찬송가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고 목사님의 잔잔한 말씀은 거부감 없이 제게 다가왔습니다.
대형 교회보다는 가족 같은 작은 교회를 지향하는 목사님, 교회 등록 후 6개월이 지나야만 학습을 주고 합당하지 않을 경우 3번이나 재수를 하고야 세례를 받을 수 있게 하시는 엄격함. 혹 선교 여행이라도 다녀올라치면 성도 모두에게 선물을 꼬옥 준비해 오시는 자상함. 교사 혹은 성가대등의 봉사도 철저한 검증 후에 허락하시는 등의 모습은 하나님과 교회에 대한 신뢰를 더 깊게 해 주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목사님과의 만남은 세상 밖으로 내팽겨쳐진 제게 지금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저를 돌아보게 되었고 저의 저 된 것이 제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값없이 주신 은혜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교사로 성가대로 헌신하면서 주일을 기다리는 행복한 나날들이었습니다.
이렇게 편안함과 행복을 남편과도 함께 하고 싶었지만 교인을 외계인처럼 알고 있는 남편에겐 전혀 통하지 않았습니다. 강팍한 남편의 마음을 녹이려 소찬을 마련하고 목사님께 심방해주십사 청을 드릴 때면 신학교 일이랑 강변교회 목회, 대외적인 여러 업무에 틈이 없으실 목사님은 그 바쁘신 와중에도 기꺼이 심방을 해 주시고 차린 음식을 하나하나 맛보시고 맛있다는 칭찬을 해 주시곤 했습니다.
언젠가 한번은 남편이 수석에 취미를 가진 것을 아시고 프랑스 니스 해변에서 반짝이는 걸 주웠다시며 사람 얼굴모습(눈썹, 입술)의 형상이 남아있는 엄지손톱만한 둥글고 납작한 돌을 주셨습니다.
식사 후에는 ‘자기 똥을 밟은 바보 이야기’를 해 주셔서 저희를 즐겁게 해 주셨습니다.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남편을 위해 사모님은 집으로 초대를 해 주시고 정성스러운 저녁을 주셨습니다. 식사 후 손수 자몽을 까셔서 제 남편과 목사님께 주시는 사모님의 모습은 저의 남편 마음을 조금씩 열리게 하셨습니다. 식사 후 남편에게 차편을 부탁하는 사모님의 기지로 남편은 사모님을 모시고 교회에 첫발을 딛게 되었습니다.
저를 전도하는 이인교 권사님께 ‘그렇게 좋은 것이면 당신이 갖지 왜 내게 줄려고 하느냐?’는 저의 못된 앙탈에 ‘하나님의 사랑은 주어도 주어도 마르지가 않는다.’는 대답을 주었습니다. 항상 넘치는 목사님의 사랑 속에 살면서도 새신자만 너무 챙기시는 것 같아 서운함을 느끼는 어리석은 저를 돌아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집사’로서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것들이 너무 부담스럽고 무거워 올해는 직분을 받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직분을 주시는 분도 감당하게 하시는 분도 하나님이실진대 순종하는 마음으로 2008년 집사직분을 서약했습니다. 부족하고 결점투성이의 모습이지만 목사님께 세례 받던 첫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목사님께선 ‘인생은 만남의 연속’이라고 말씀했습니다. 이제 목사님이 은퇴하시니 그 아쉬움과 섭섭함은 크지만 아주 멀리 가시지 않음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이제껏 목사님께 받은 사랑을 모아 하나님께서 강변교회에 맡기신 사명을 이루어 완성시키는 저희 부부가 되겠습니다.
언제 어디에 계시더라도 김명혁 목사님은 저희 곁에 함께 계심을 믿습니다. 목사님과 사모님의 앞날에 하나님의 축복이 늘 함께 하시기를 늘 기도 드리겠습니다.
2007년 12월 황국희 드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