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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국 인 사
나의 신앙여정
김천수 성도
“의료 사고로 하루의 거의 대부분을 누워 지내던 저에게
비로소 하나님의 말씀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
강변교회에서 작년 3월 등록하여 5개월, 짧지만 강렬하게 신앙생활을 했습니다. 그리고 작년 8월 강변교회의 성도님들로부터 과분한 환송을 받고 출국하여, 아내 김선미, 두 딸 예경, 예주와 미국 North Carolina에서 1년 머물다가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귀국을 두어 달 앞둔 시점에 예상치 않게 신앙적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고민의 배경과 내용 그리고 소회를 말씀드리는 것으로 귀국인사에 갈음하겠습니다. 그 이야기는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거기에는 저를 강변교회로 인도하신 하나님의 손길이 있었습니다.
한 때 주제넘게 목회의 꿈을 품은 적이 있었습니다. 공군장교 입대를 앞둔 저는 어이없게 의료사고를 당했습니다. 그로 인해 한해 가량 거의 누워 지내면서 투병생활을 하였습니다. 건강하게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모두 부러웠던 저에게 자랑거리란 남아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저 텅 비워진 마음으로 집 근처의 교회에 출석하면서 당시 합동신학원을 다니시던 전도사님의 지도를 받으면서 성경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증조부 때부터 믿었고 할아버지 및 아버지 대에서 목사를 배출하여 온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신앙 훈련이 부족했던 저는 교만과 야망으로 가득차서 영원한 것을 소망하지 못하고 세상의 명예와 권세에 대한 집착을 많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대학에 입학 하면서 더욱 커졌습니다. 그런데 야망일지언정 그 실현 과정에 성실하지 못하고 결과에만 마음을 두어서인지 뜻대로 되지 못하고 제 삶은 방황과 좌절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입은 의료사고로 하루의 거의 대부분을 누워서 지내던 저는 보잘 것 없는 제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교만할 수 없었고 야망을 가질 수 없었던 저에게 비로소 하나님의 말씀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어느 날 고린도전서 6장 19절의 “너희는 너희의 것이 아니다”라는 말씀이 제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나의 몸이 내 것이 아님은 물론이고 나의 모든 것이 나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 동안 제가 이룬 성취는 내 능력으로 된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 성취의 결과에 취하여 교만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실패에 대하여는 제 능력의 부족에 좌절감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어느 선교단체의 여름수련회에서 공개적으로 죄인임을 고백하고 예수님을 영접하는 순서를 밟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몰랐던 진리를 이제야 깨닫기 시작하였던 것입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요한복음 8장 32절 말씀이 실현된 것이었습니다. 세상 욕심으로부터 그리고 교만과 좌절의 반복으로부터 자유롭게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진리가 저를 자유하게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 후 제 전공보다는 성경을 공부하는 것이 더 좋았고, 전공은 거의 손을 놓다시피 하였습니다.
그렇게 한 해를 보낸 뒤 지도하시던 전도사님의 합동신학원 졸업식에 다녀왔습니다. 캠퍼스와 기숙사를 둘러보았습니다. 당시 눈이 와서 질척거리던 흙길의 캠퍼스였지만 제 눈에는 경건하고 조용하게 세상을 잊을 수 있는 공간이었고, 여기서 신학을 공부하여 목회를 하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주위의 여러분에게 그러한 마음을 조심스럽게 꺼내었더니 반대하는 반응뿐이었습니다. 그 가운데에는 제 성격이나 기질이 목회하기엔 매우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제 신앙이나 잘 추스르라는 충고였습니다. 그래서 신앙의 부침을 겪고 몇 차례 신앙적 성장을 경험하면서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상의 직업인 교수를 하고 있습니다만, 약간은 퇴색한 채 신학과 목회의 마음이 20여년 지난 지금도 염치없이 계속 남아있었습니다. 몇 년 전 또 어떤 사건을 계기로 학교에서 성경공부반을 만들어 인도하기 위한 준비로서, 낮에는 교수직을 수행하면서 야간에 신학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 기억 속의 합동신학원 1학년 일 년은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작년 미국 체류중 다녔던 한인 교회의 목사님으로부터 당신이 졸업한 신학교(South-eastern Baptist Theology Seminary)에 입학하면 좋겠다는 권고를 분에 넘치게도 두 차례나 받았습니다. 남은 생애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은가의 관점에서 잘 생각하여 결정하라는 권고이었습니다. 가족과 함께 신학교를 방문하여 도서관도 둘러보고 입학관련 서류를 받아오기도 하였습니다. 아내를 위시한 가족들의 찬성도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결국 포기하고 귀국했습니다. 신학을 시작하기에 나이가 너무 많은 것 아닌지, 영어로 하는 강의를 제대로 따라갈 능력이 생길지 등등의 이유를 내세웠습니다만, 결정적인 이유를 고백하건대, 한국에서의 교수직을 포기하고 고생하면서 신학을 하고 남은 생애를 목회와 선교로 보낼 자신이 없었습니다. 더 솔직하게 고백한다면, 지금보다 적어질 수입으로 생활하고 가족을 부양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래서 부끄럽게도 또 다시 먹을 것 입을 것 걱정하는 연약한 신앙을 아직도 보이고 말았습니다.
며칠 전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매우 학구적이어서 각 로스쿨에서 영입하려는 시도가 많은 사람입니다. 자신의 적성이나 여생의 행복, 어느 것으로 보나 로스쿨로 옮길 적기라 생각되지만, 아직도 이에 응하지 못하는 이유가 놀랍게도 - 유력한 집안의 자제 임에도 - 경제적인 이유였습니다. 자신의 월급으로는 자녀들 대학원 및 유학 비용 등을 감당하기 어려워서, 법원에서의 꿈을 포기하고 변호사 개업을 고민하기도 하였다는 것입니다. 제가 신학의 기회를 포기하고 귀국한 것도 이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됩니다. 세상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저의 모습을 다시금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0여년 전 그 말씀의 감격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먹고 마시는 문제, 즉 세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모습일 뿐입니다.
늘 하나님 앞에서 경건하고 교회에 헌신하면서 평생을 보내시는 목사님들 이야기를 듣거나 그런 분들을 뵙고 나면 늘 부럽기도 하고, 여전히 세상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자세와 마음으로 세상의 직업에 임하는 저를 다시금 돌아보게 됩니다. 행위가 아니라 믿음으로 구원받는다는 말씀에, 그저 죽어서 천국가면 된다는 안일하고 유치한 신앙으로 계속 살아간다면, 남은 생애가 어떻게 될 것인가, 앞으로 남은 삶을 어떻게 보내야 좋을지 기도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매일을 하나님 앞에 바치는 심정으로 아침을 맞이하면서 살아야겠다는 마음입니다. 저와 모든 성도님들의 여생이 신앙적으로 계속 더욱 성장하여 늘 하나님 앞에 있음을 잊지 않고 보다 경건하며 교회에 헌신하고, 세상의 직업을 수행하는 이 땅에서의 삶에서도 천국에서의 그것에 더욱 가까운 기쁨을 누리시는 모습이시길 기도하며 귀국인사에 대신합니다. 그 동안의 관심과 기도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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