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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슬하게 부는 바람에 따라 가을로 물든 양재천으로 향하면, 가로등 및 노란 은행잎은 가을비처럼 내 머리와 어깨위에 가만히 내려앉는다. 나무계단을 지나 징검다리를 건너노라면 찰랑대는 물소리가 나의 발길을 잠시 멈추게 한다.
“모든 것은 흘러가며 머물러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냇물은 나직하게 조잘대며 어느 철학자의 말을 내게 전하는 듯하다.
눈을 들어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본다. 이 무한한 우주 속, 점보다 더 작은 나. 그저 내게 주어진 변화에 감사할 뿐이다.
지난 8월 어느 날, 나는 아련한 추억 속에 소박하고 정겨웠던 고향을 찾아가듯 강변교회에 다가갔고 모든 게 생소한 나에게 성도들은 꽃다발을 건네주며 가족처럼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오늘은 수요일 「갈라디아서」강해가 있는 날이다.
만일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의롭게 되려하다가 죄인으로 드러나면 그리스도께서 죄를 짓게 하는 자냐. 결코 그럴 수 없느니라. 만일 내가 헐었던 것을 다시 세우면 내가 나를 범법한 자로 만드는 것이다. (갈2-18)
성경학자인 존 스타트와 에드거 앤드류스 그리고 로이드 존스 목사의 서로 다른 해석이 요약 정리된 교재를 읽으며 열린 마음으로 목사님 말씀에 귀 기울인다.
구약에서 요구하는 것은 율법 즉 구약에서 인간은 율법아래 있었고 죄의 지배하에 있었다면 신약에서 인간은 본질적으로 의화(義化)되고 그리스도에 의해 구원이 약속된 새사람이다.
그리스도는 의식적인 율법을 폐지하고 율법의 본질로 돌아가게 함으로써 진정한 율법을 완성하였다. 율법은 단지 사람들로 하여금 죄를 인식하고 그들을 그리스도께로 인도하는 기능만 있을 뿐 절대로 ‘규정’에서 나오진 않는다.
2000여년 전 ‘율법행위가 아닌 다만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써 구원을 얻는다.’ 바울의 주장에 대해 당시의 시대적·역사적 배경을 무시한 채, 오늘날의 우리가 기록된 문자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인간의 도덕적 책임에 대한 감각을 악화시키고 심지어 선행할 어떤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는 도덕폐기론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복음을 제대로 이해한 자는 하나님과 친밀한 관계를 맺음으로써 성령을 따라 살기 때문에 거룩한 행동이 저절로 나오며 결코 구원의 약속을 악용하지 못할 것이다.
아! 그랬었구나…… 문득 옛일이 생각난다. 보다 순수하고 자발적인 선(善)을 지향하고 싶던 여고시절, “예수님만 믿으면 모든 죄 사함 받고 천국 간단다. 교회에 같이 가자”라고 말하는 친구에 대한 당혹스러운 거부감의 기억이 선명하다.
그런데 나는 오늘 신약과 구약을 ‘either-or’의 개념이 아니라 ‘both-and’ 그리고 지속적인 관계로 인식함에 따라 오랜 세월 알 수 없는 수수께끼처럼 내 맘속에 침전되어 있던 어떤 갈등의 무게가 가벼워짐을 느낀다.
이제 어린 시절의 친구에게 화해의 미소를 보내며, 나의 변화가 내 삶속에 정착되길 항상 기도해 주시는 많은 이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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