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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순간순간 저려오는 등줄기의 고통, 허리부근의 통증, 그리고 앉지도 서지도 그렇다고 눕기에도 불편한 몸이지만 그래도 아버지 하나님의 놀라우신 사랑과 보살핌을 실감할 수 있는 아침입니다.
수백명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척추가 부러지는 것 같은 충격을 받으며 쓰러진 지 오늘로 4일이 지났습니다.
며칠간의 진료 끝에 요추 횡돌기 좌우측이 모조리 골절되었으며 이에 대한 특별한 치료방법은 없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고 진통제인 듯한 약 몇알로 견디고 있습니다.
하오나 그 육체적인 아픔속에서도 이렇게 숨쉴 수 있으며 조금은 일상업무까지도 하고 있습니다.
이 모두가 아버지 하나님께서 계획해 놓으신 일이시며, 또한 주님의 계획에는 완치될 수 있도록 되어 있을 것이며 따라서 5∼6주가 지나면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사고당일, 축구시합 전반이 끝나고 스코어는 0:1로 지고 있었습니다. 하프타임 10분동안 후반을 별르며 투지를 불태우고 있었습니다.
“평소 20대와 같이 뛰던 내가 간부들만 하는 축구에 지고 있다니 말이 되겠는가 후반에는 박살을 내야지”하고 후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휴식시간 약 5분이 지났을까? 한 직원이 다가오더니 “실장님 내일 모레 일요일 오후 2시 아시죠? 잊지마세요” “뭔데?” “아니 2주전에 메모 전해드렸는데 못 받으셨어요? 모레 2시에 코리아CC에 예약이 되어 있습니다. 교회 다녀와서 그 시간에 꼭 오셔야 합니다. 교회를 꼭 가셔야 하는 사정을 감안하여 제일 늦은 시간에 예약을 해 놓은 것입니다.
“글쎄…” 순간 어떻게 대답해야 할 지 판단이 잘 서질 않았습니다.
“주일 대예배는 드릴 수 있겠는데 저녁예배는 참석이 곤란하지 않겠는가, 주일저녁에는 제2남전도회 주관으로 예배를 드리게 되어 있는데 그리고 찬양도 해야 하는데…” 갑자기 정원경 집사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업무상 부득이 운동을 해야하며 더군다나 나 때문에 오후에 예약을 했다고 하지 않는가? 그리고 최근 약 10개월에 걸쳐 헤매고 있는 나의 드라이브가 얼마전 연습장에서 그야말로 우연히 만난 우리 교회 유경민 집사(실력이 프로수준)의 수준 높은 one point lesson으로 이제 막 옛날 실력을 회복하기 시작했는데… 운동하러 한번 가봐?”
망설이고 있던 나에게 그 직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하고 있는 체육행사도 근무의 연장이듯 일요일 운동도 근무의 연장입니다. 개인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누구 누구와 같이 하는 것이니 꼭 나오셔야 합니다.”
“누구에게 대신 나가달라고 부탁을 해볼까? 아니면 내일 사무실에 나가 그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해볼까?”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습니다. 제 마음은 벌써 잔디 위를 걷고 있었고 “굳샷”을 외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혼자 속으로 “그래 근무의 연장 맞지?, 그리고 대예배는 참석하잖아”
“OK, 그래 참석할께, 그 시간에 맞춰가면 되지?” 주위 사람 약 50명 정도가 이 대화를 듣고 있었습니다.
“이러다 나 하나님한테 얻어 맞는 거 아냐?” 저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후반 시합을 위해 그라운드로 뛰어 나가며 제가 무심코 이런 말을 던졌다고 합니다(며칠 뒤 주위 사람들이 전부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정확히 5분 후 허리가 끊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끼며 운동장에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현장에 있던 의사가 달려오고 한참이 걸려 제가 조금 움직이기 시작하자 응원단에서 박수소리가 요란하게 났습니다. 다시 쓰러지고 싶은 데 박수받고 쓰러지면 창피하기도 할 것 같아 간신이 걸어나와 사이드라인에서 다시 쓰러졌습니다. 그리고는 차에 실려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목사님,
저는 금번 사고로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달았습니다. 또한 하나님 아버지의 끝없는 사랑과 보살핌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첫째, 주님께서 저를 얼마나 낮추시고자 하시는 지를 저의 부상에 대해 진정으로 가슴 아파하는 사람은 저희 회사 신우회원들 뿐이었습니다. 충격적인 사실은 다른 사람들은 아주 고소해 한다는 것입니다. 평소 나이에 상관없이 운동만 하면 소위 그들의 말대로 “그야말로 설쳤다”고 합니다. “나보다 더 운동 잘하는 사람 나와보라 그래”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이 얼마나 교만했다는 것이겠습니까 나이 50줄에 접어들어서도 “20대든 30대든 다 나와라 같이 한번 겨뤄보자”하는 식이었으니 40∼50대가 보기에 얼마나 꼴이 사나왔겠습니까?
둘째, 주일은 거룩하게 지켜야 한다는 말씀을 목사님으로 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는데… 그 말씀을 간과한 결과가 주님에 의해 어떻게 나타나는 지를 직접 깨달았습니다.
셋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소위 하나님을 믿는다는 사람이 단호히 주일에 운동하러 가겠다고 했을 때 믿지 않는 그들이 과연 저를 어떻게 보았겠는지 그리고 저로 인하여 크리스챤 모두를 어떻게 생각했겠는지, 생각만 해도 얼굴이 붉어집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감사하며 또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주님께서는 제가 감당할 수 있을만한 만큼의 고통만으로 저를 훈계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또 주위의 믿지 않는 사람들이 “아마 하나님께서 한번 혼내주신 모양이야”라는 말을 들으며 “그들도 하나님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구나”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제 아내(김인숙)는 주위 이웃을 보며 항상 남편과 함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고 합니다. 손을 꼭잡고 양재천을 걷고 있는 앞집 부부를 보며 또 항상 함께 등산을 다니는 이웃의 부부를 보며 “이 사람은 왜 이렇게 바빠야만 하는가?, 그리고 또 시간만 나면 그저 혼자 운동하며, 오락(TV)에 너무 빠지는 것이 아닌가? 도저히 집에 조용히 있을 시간이 없으니… 그저 집에 편히 있다가 잠 푹 자고 출근하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하며 기도했다고 합니다.
저의 생각은 이러했습니다. “이제 얼마되지 않아 정년 퇴직하면 보기 싫어도 신물나도록 볼텐데, 그때는 혼자 운동 다닐 일도 없을 것이고 그저 같이 열심히 교회도 다니고, 등산도 다니고, 또 여행도 다니게 될텐데…”라고 말입니다.
이번 사건을 통하여 또 하나 깨달은 것은 아내의 기도에 대한 주님의 응답이 놀랍기도 하지만 이 또한 얼마나 위험스러운지도 느끼게 됩니다.
아버지 하나님께서는 제 아내의 기도에 대해 분명하게 응답해 주셨고 그 결과 저는 이렇게 아프게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금은 어쩔수 없이 회사에서 “땡”하면 집에 와서 가족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아버지 하나님께선 이러한 방법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을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잠자리에 들때면 자리에 눕기가 너무나도 힘이 듭니다. 반듯이 누우면 다시는 일어나기가 힘듭니다. 옆으로 뒤척인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힘든 상황입니다. 아침에 일으켜 세워 줄 때까지는 그저 시체처럼 누워있어야만 합니다. 그래도 일단 일어나면 움직이며 출근까지도 하고 있습니다. 걷는 모습이 가관이죠.
어제는 침대에 누워 아픔을 참다 깜빡 잠이 들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침대 옆에 쭈그려 앉아 기도하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버지 하나님 감사합니다. 이 사람을 이렇게 붙잡아 주시고 쉬어 가게 하시며, 또 도와주시니 얼마나 감사한 지 모르겠습니다. 감사한 이 시간들이 재충전의 기회가 되고, 그 기회가 앞으로 주님의 일들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주는 시간 시간들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감사하고 감사하나이다.”
입술을 깨물고 통증을 참고 있던 나는 그만 웃음을 참지 못하고 킥킥 거렸습니다. 웃을 때마다 통증이 더 심해옴에도 불구하고 “누구 약올리는 거야? 사람 아파 죽겠는데” 신경질을 내다 말고, 하도 어이가 없어 웃고 말았습니다.
“그렇지. 이것은 사전 경고에 불과할 수도 있지. 그대로의 일상생활이 반복되었을 경우 엄청 더 큰 고통이 수반되는 큰일이 벌어졌을 지도 몰라. 이만하기 다행이지.”
“이렇게 쉬어갈 수 있게 허락하신 고마우신 아버지 하나님! 당분간 아내와 함께 할수 밖에 없게 하시는 그 놀라우신 계획과 은혜에 감사드리고 감사드리옵나이다.”
지난 주일날은 아픔을 무릅쓰고 대예배 시간에 맞춰 교회에 갔습니다. 목사님께서 우리 교회에 처음 나오신 분, 그리고 오랜만에 나온 성도를 소개하는 순서가 있었습니다. 소개할 때 항상 뒤돌아보며 박수를 치곤 했습니다. 허나 이날 만큼은 뒤돌아 볼 수도 없었고, 또 옆자리의 사람도 쳐다 볼 수 없었습니다. 온몸의 통증으로 목조차 움직이기 힘들었으니까요.
제가 볼 수 있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성경, 목사님 그리고 목사님 뒤에 있는 십자가 뿐이었습니다(하나님께서는 오직 앞만 바라보게 만든 것입니다). 제가 그처럼 좋아하는 - 하늘이 보이는 천정 - 그 천정도 볼 수가 없었고 또 주위에 반가운 형제 자매들도 볼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오로지 제 시선을 필요한 부분에만 고정시키게 만드시는 하나님의 뜻을 이해하며 예배를 마쳤습니다.
“실장님, 진짜 하나님이 있긴 있나봐요. 실장님 운동장에서 금방 벌 받는 것 보니 말이예요.” 농담반 진담반 재미있어 하며 한마디 툭 던지고 지나가는 부하직원들의 뒷모습이 그렇게도 예뻐보일 수 없었습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불러세워놓고 기합을 단단히 주었을텐데…
“그래, 임마. 니들도 하나님 계시다는 것 잘 알지, 그러면 하나님 믿어야 할 것 아냐? 안 그래?”
고통속에서도 기쁨을 함께 할 수 있게 하여 주시는 아버지 하나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그 고통의 참 의미를 평소 일깨워주시는 목사님의 사랑에 또한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1999.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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