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주 화요일은 삼성 의료원에 구제부 주관 병원 전도에 참석한다.(백혜란, 오정석,허영숙, 김민자, 정소영, 김인숙, 안흥규, 장로님, 나) 10시까지 병원에 도착하여 목사님과 오늘의 일정에 대해 기도하고 특별히 신경써야할 환자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각자 맡은 층으로 향한다. 우리가 하는 일은 각 병실을 돌며 위로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말씀과 기도와 격려로 피차간 은혜를 나눈다.
대화를 하다보면 각양각색의 사연들을 듣게 된다. 처녀시절에 예수를 믿다가 믿지 않는 집으로 시집을 가서 하나님을 잊고 살았는데 아직도 주기도문이 생생하다며 줄줄 외우시는 50대 아주머니, 세상적으로 잘 나갔을때는 자신이 꽤나 성공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누워있으니 자신이 무력해 보여 우울하다는 A씨, 노모의 예수 영접 거부로 안타까와 하시는 장로님, 자신의 몸이 망가지는지도 모르고 열심히 공부만 했다는 서울대 휴학중인 B군…
이런 모든 상황이 목사님께 보고되고 심방이 필요하거나 예수에 대해 자세히 알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결신하는데 까지 도와준다. 한달동안 일반병동을 돌다가 신장 투석실에 인력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듣고 자원했다. 사실 신장 투석실에 자원했던 솔직한 이유는 딴데 있었다. 여러명의 상황이 다른 환자들과 보호자들을 만나서 그들과 적절한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 매우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어느 때는 벌레보듯 두손을 저어가며 거부하는 환자나 보호자들에 떠밀려 쫓기듯이 나온적도 있었다. 신장 투석실에 처음 갔을 때 커다란 기계 하나씩을 끼고 양쪽으로 길게 일렬로 늘어선 환자들의 고통스러운 모습이 눈에 띄었다. 생후 몇 달안된 아기가 투석기에 몸을 의지하고 있는 모습은 너무 안쓰러웠다. 아기들은 보통 2시간, 조금 큰아이들은 3시간, 어른들은 4시간 정도 피를 걸러낸다. 몸에서 피를 빼내 깨끗이 걸른후 물은 준비된 통속으로 들어가고 걸러진 피는 몸속에 보내진다. (신장이 하는 일을 기계가 대신 하는 것임). 일주일에 3번씩, 1회에 4시간씩… 투석한 당일은 너무나 피곤해서 너무 힘들다고 한다. 어떤 분이 우스갯 소리로 말을 건넨다. 전에 신장 투석을 하다가 조직이 맞는 사람이 있어 이식을 했는데 그것마저 망가져 자신은 못쓰는 신장이 3개라고 하신다. 담담하게 남의 일인양 말씀하시는 그분의 억양이 허탈하게 느껴졌다. 신장 투석을 시작한 후 몸이 근지러워 피가 나도록 긁어대는 분도 있다. 병상을 돌며 몸이 저리다고 호소 하시는 분들에게 다리를 주물러 드리고 있으면 속에 있는 얘기를 하나 둘씩 꺼내 놓는다. 이제는 얼굴이 알려져 매우 반갑게 맞아 주신다.
투석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돈 떨어지면 죽는병이라고 말씀하시는 그 분들에게 무슨 말이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점점 가늘어지는 L씨의 다리를 주물러 드리다보니 새까맣게 죽어있는 발톱과 하얀 버짐이 덮혀있는 장딴지에 눈이 멈추어진다. L씨는 우리들과 같은 봉사자들에게 전도받고 예수님을 영접하신 분이시다. 투석을 시작한지 6년째인 L씨는 실명까지 했다. 그래도 주일에는 복지관에 나가 예배를 드리고 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머리도 깎고, 성경을 녹음한 테이프를 빌려와서 말씀을 듣는 시간이 제일 즐겁단다. 육체적으로 성한곳이 없는 L씨의 표정은 어린아이와 같이 언제나 즐겁고 밝다.
11월30일은 나에게 아주 특별한 날이다. 공직자로서도 성공한 분이시고 퇴직후 개인 사업을 하시면서도 성공하셨던 S씨를 만났다. 건강관리도 나름대로 철저하게 하셨던 S씨에게 몸이 붓고 구역질이나 병원을 찾게 되었는데 당장 신장 투석을 받아야 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투석을 시작한지 5일째 된다고 하셨다. 당신의 말을 들어달라고 하신 S씨의 첫 마디는 당신들이 믿는 하나님은 위대하신 분같다고 하신다. 나는 깜짝 놀랐다. 교회 문턱에도 가본 적이 없다던 S씨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곤 믿기질 않았다. 사연인즉 몇일전에 건강한 30대 남자가 환자복을 입고 있는 것이 너무나 이상해서 왜 입원했냐고 물어봤댄다. 젊은이가 하는 말이 자기는 창원에서 올라왔는데 신장을 기증하기 위해서 입원했다는 소리를 듣고 뒤통수를 얻어맞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자신이 살아온 삶과는 너무 동떨어진 삶이라 맨 처음에는 좀 모자라는 사람인줄 알았댄다. 더군다나 아무 연고도 없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자신의 신장을 주려고 한다는 소리에 다시 한번 놀라고, 그 사람이 실천하고 있는 『나눔의 삶』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단다. 의아해하는 S씨에게 “우리몸은 모두 하나님께 받았으니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에 사용하는 것일 뿐 별 것 아니다”고 겸손하게 말하고 총총히 사라지던 그 젊은이의 말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 밤새 한잠도 이루지 못했는데 오늘 나를 만나게 됐다고 하신다. 이 모든일이 우연이 아닌 것 같다고 진지하게 말씀하셨던 S씨의 눈빛이 지금도 눈에 밟힌다. S씨의 두 손을 꼬옥 잡고 육신의 아픔이 예수님께 한 걸음 가깝게 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하나님께서 나를 도구로 사용하여 주심에 감사를 드렸다.
병원 전도팀에 합류하면서 내가 얼마나 많은것들을 소유했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누리고 사는것들에 대해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감사를 잊고 사는지도… 아주 미세한 부분까지도 하나님께서 허락하셔야 가능한데 우리는 너무나 작은 것들에 대한 감사를 잊고 산다. 집에서 병원까지 2시간의 거리가 오늘따라 왜 이리 가깝게 느껴지는지, 다음주 화요일에 만날 하나님께서 나에게 부쳐주실 영혼들에 대해서 기대해 본다.
-아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