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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어느 날 폭탄처럼 내게 던져졌다. 내 안온한 삶을 흔들고 종교적 열심을 비웃으며, 나를 향하여 정면으로 침을 뱉었다.
기득권에 빌붙어 일신의 영달을 꾀했던 내 감추어진 꿈에 대하여, 복음에의 열정에 갇혀 오히려 관심의 지평을 열지 못했던 내 편협한 신앙에 대하여 침을 뱉었다.
나는 며칠 동안 잠들지 못했고 눈물 흘리며 중얼거렸다.
‘난 몰랐다. 정말 난 몰랐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난쟁이, 꼽추, 앉은뱅이로 은유되는 가난한 소외계층과 공장 근로자들이다. 작가는 날카로운 촉수로 이들의 삶의 조건과 양상을 파헤침으로 70년대의 한국 사회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로 제기된 우리 노동 현실의 심층을 해부하며, 광포한 산업사회에 짓밟혀 부수어지고 사라져간 군상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군상들은 70년대 이 땅에서 노동자라는 이름이 갖는 처참한 의미, 기형 혹은 불구적인 삶을 살아가야 하는 가난한 자의 의미를 낮아서 더 슬프고, 몽환적이므로 더 깊이 울리는 목소리로 우리들에게 묻는다.
어머니가 아픈 어금니를 뽑는데 드는 비용 1500원이 생계의 위협이 되는 난쟁이 일가. 보금자리였다고 호소할 길도 없이 철거되는 자신들의 집, 공권력에 의해 낯선 땅에 실려와 짐짝처럼 부려지는 그들이 꾸는 꿈, 가진 자들의 거대한 힘 아래에 짓밟히면서도 사람답게 사랑하며 살고 싶다는 꿈. 그들이 고단한 눈을 들 때마다 나타나곤 했던 건너 은강(江)가의 찬란한 아파트 군락.
처참한 노동현실과 가진 자의 악덕에 저항하다 난쟁이 아버지는 굴뚝에서 떨어져 자살하고, 큰아들은 재벌총수를 살해하고 처형되며 남은 가족들은 죽은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애쓰면서 고통을 삼킨다.
사실 이 책은 아련한 서정성에도 불구하고 따로 독립된 소품의 연작(連作)이라는 구성상의 특징, 충격적 사건들, 환상적 분위기, 시점의 모호함 등으로 신선하지만 난해하다.
또한 일관된 사상 〈이 땅에서 부유한 자는 악하고 가난한 자는 선하다〉는 것도 논란의 여지는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책을 한번쯤 읽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70년대와 80년대 그리고 90년대에 이르기까지 무사히 살아남은 자의 부끄러움과 그 무거운 슬픔으로 책장을 힘겹게 넘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86년 이 책을 처음 읽고 한번쯤 누군가와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 그러나 토론한다는 것이 부끄러운 짓처럼 느껴졌고, 난쟁이 일가의 비극은 내 정신에 깊은 상처와 또 양분이 되어 남았다. 중산층의 시선으로 옮겨온 조세희의 다른 작품 〈시간여행〉에서 나는 다시 조세희의 뼈아픈 소리를 듣는다.
“안다는 것도 모른다는 것과 똑같이 의미 없었다. 결국 우리는 다 몰랐다.”
“이 시대 사람들은 눈물로 자신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왜 눈물로 각성할 수는 없었을까? 무엇이 방해했던 것일까? 이해할 수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른 눈물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