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십자가와 나(8) "자아의 변화" 2001.3.18
갈2:20-21
오늘 아침 "십자가와 나"란 주제로 여덟 번째 설교를 합니다. 십자가는 이 세상과 우주에서 가장 보배롭고 가장 거룩하고 가장 아름답고 가장 은혜로운 것이라고 누누이 말씀 드렸습니다. 그런데 "나"가 문제입니다. 전라도식으로 말해서 "나"가 문제입니다. 십자가는 보배로운데 나가 보배롭지 못하고 십자가는 거룩한데 나가 거룩하지 못하고 십자가는 아름다운데 나가 아름답지 못하고 십자가는 은혜로운데 나가 은혜롭지 못합니다. 그래서 "십자가와 나"란 상반되고 모순된 주제를 가지고 계속해서 설교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설교의 제목은 "자아의 변화"입니다. 십자가는 나를 변화시킨다는 말입니다. 오늘 설교의 본문인 갈2:20 한 절에 "나"란 말이 6번이나 나옵니다. 정확히 말해서 "나"란 말이 두 번 "내"란 말이 네 번 나옵니다. 이 세상의 모든 문제는 "나"란 못된 존재에서 비롯합니다. 가정의 문제도 나라의 문제도 교회의 문제도 "나"란 이기적이고 거짓되고 탐욕적인 "나"란 존재에서 비롯합니다. 그런데 십자가는 "나" 즉 자아를 변화시킵니다.
1. 열등의식의 변화
수 많은 사람들이 자아에 대한 열등의식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남편의 구박을 받으며 한숨 지으며 살아가는 부인들이 많이 있습니다. 15만원 미만의 월 수입으로 수준이하의 생활을 해 나아가는 품꾼들이 많이 있습니다. 한 평 남 직한 판자 집 쪽 방에서 또는 지하도 구석에서 죽지 못해 살아가는 노숙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향락사회의 어두운 그늘 속에서 향락의 도구로 사용되어 살아가는 여성들이 많이 있습니다. 짓눌려서 찌들려서 살아가는 동안 이들은 자신에 대한 열등의식을 가지게 됩니다. 자신에 대한 자학의 태도를 가지게 됩니다. 아무도 자기를 생각해 주거나 도움의 손길을 펴지 않고 모두들 자기를 하나의 도구로 하나의 노동력으로 하나의 노리개로 하나의 동물로 취급을 하는 것을 바라볼 때 이들은 모두 극도의 열등감에 사로잡혀 세상을 반항하고 자기를 자학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십자가는 열등의식에 사로 잡혀 있는 사람들에게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을 일깨워줍니다. 삶의 용기와 의욕을 공급해 주기도 합니다. 십자가의 죽음의 나를 위해서 누군가가 대신 죽어준 "대속의 죽음"이기 때문입니다. 막 10:45에 보면 예수님께서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셨다고 했습니다. 고후 5:15에 보면 “저가 모든 사람을 대신하여 죽으셨”다고 했습니다. 이 세상에 나를 대신하여 죽어줄 사람이 없습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아니 하나님의 아들이 나를 위해서 나를 대신해서 죽었다는 것입니다.
1972년 10월 독일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15만 명 유럽인들이 함께 모였습니다. 동료 죄수를 위해 대신 목숨을 바친 한 사람을 기념하기 위한 모임이었습니다. 1941년 7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죄수 한 사람이 실험용으로 죽어야만 했습니다. 가조우니체크란 사람이 선택되었습니다. 그는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했습니다. 아내와 자녀들이 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때 카톨릭 신부인 막스밀리안 콜베(Maximillian Kollbe)라는 사람이 앞으로 나섰습니다. 자기는 가족이 없는 홀몸이므로 가조우니체크(Gajowniczek) 대신 자기가 죽겠다고 말했습니다. 몇 주 후 콜베(Kolbe) 신부는 석탄산을 많이 마시고 죽고 말았습니다. 가조우니체크(Gajowniczek)는 2차대전 후 살아 남아서 가족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1972년 추모식에서 가조우니체크(Gajowniczek)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 대신 죽음으로, 나에게 생명을 선물로 준 Kolbe 신부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리며 무한한 존경을 표합니다" 가조우니체크는 자기 자신을 존귀한 존재로 여기면서 한 평생을 살았습니다. 누군가가 자기를 위해 죽으므로 대신 살게 된 자기 자신을 존귀하게 여기면서 한 평생을 값지게 살았습니다.
광야교회의 임명희 목사는 자신들을 자학하며 난폭하고 무질서하고 부도덕하게 살아가는 영등포 지역의 부량배들과 노숙자들에게 13년동안 깊은 애정과 인내를 품고 저들에게 한 편으로는 사랑을 베풀고 한 편으로는 엄격한 훈련을 베풀었습니다. 그 결과 수 많은 사람들이 변화를 받았습니다. 술만 먹으면 옷을 홀딱 벗어버리고 난동을 부리던 포주들과 부량배들과 주정뱅이들이 지금은 정신이 온전한 사람들로 변해서 교회에서 집사로 권찰로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자기 자신들을 쓰레기로 보지 않고 존귀한 존재로 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누군가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때 자아의 변화가 일어납니다.
십자가는 자아를 변화시킵니다. 열등의식의 자아를 존엄의식의 자아로 변화시킵니다. 십자가의 죽음이 “대신 죽은” 죽음이기 때문입니다. 쓸모 없는 내 한 영혼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시고 나를 위하여 나 대신 하나님의 아들이 대신 죽은 "대속의 죽음"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을 발견할 때 나를 바라보는 내 눈에 변화가 일어납니다. 나를 바라보는 내 의식에 변화가 일어납니다. "이것이 사실입니까? 아무도 나를 생각도 하지도 않고 아무도 나를 돌아보지도 않는데 하나님의 아들이신 당신께서 나를 돌아보시고 나를 살리시기 위해서 나 대신 대속의 죽음을 죽으셨다는 말입니까?" 이 사실을 깨달을 때 세상이 변하고 내가 변합니다. "웬 말인가 날 위하여 주 돌아가셨나 이 벌레 같은 날 위해 큰 해 받으셨나"(141). 이렇게 찬송을 부르게 됩니다. 그리고 자기가 벌레이긴 하지만 주님의 사랑을 받은 존엄하고 귀중한 벌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신체 부자유자들은 이웃의 멸시를 받으며 탄식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십자가를 바라볼 때 나의 존재가 얼마나 귀중한 존재인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하나님의 아들이 나 대신 피를 흘리시고 나 대신 생명을 버려 죽으신 사실을 바라볼 때 나 자신의 존재가 얼마나 가치 있고 얼마나 귀중한 것인가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래서 뇌성마비 환자인 송명희씨는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나 남이 받지 못한 사랑 받았고 나 남이 모르는 것 깨달았네 공평하신 하나님이 나 남이 없는 것 갖게 하셨네." 십자가는 나의 자아에 존귀성과 존엄성을 부여해 줍니다. 내가 하나님의 기쁨과 즐거움의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우리는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하나님을 찬양하게 됩니다. "그가 너로 인하여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하시며 너를 잠잠히 사랑하시며 너로 인하여 즐거이 부르며 기뻐하시리라"(습3:17). 나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 십자가상에서 죽음의 모습으로 나타난 사실을 기억을 때 우리는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게 됩니다. 삶의 의미와 의욕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게 됩니다.
십자가를 붙잡을 때 다른 사람에 대한 태도도 바뀌어집니다. 십자가를 붙잡을 때 자기 자신의 가치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가치도 인정하게 됩니다. 예수님이 피를 흘리신 것은 자기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위한 것임을 알 때 다른 사람의 가치를 인정하게 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귀하게 여기게 됩니다. 멸시하던 태도가 변해서 존중히 여기는 태도가 됩니다. 인간은 본래 남을 무시하고 남을 짓밟고 나의 유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존재”입니다. 십자가를 바라볼 때 이기적인 존재가 "이타적인 존재"로 바뀌어집니다. 남을 귀하게 여기게 되고 남을 섬기는 삶도 살 게 됩니다.
2. 우월의식의 변화
인간의 또 하나의 문제는 우월의식 입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자아에 대한 우월의식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내가 원하기만 하면 무엇이나 다 할 수 있다는 우월의식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돈과 권력과 지식을 가진 사람들은 돈과 권력으로 무엇이나 다 할 수 있다는 어리석은 우월감을 가지기 쉽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를 남보다 “월등한” 인간이라고 착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자신을 “왕”처럼 행세하기도 하고 때로는 “신”처럼 행세하기도 합니다. 나폴레옹 같은 의식, 히틀러 같은 의식, 네로 황제 같은 의식, 일본 천황과 같은 의식, 빌라도 총독과 같은 의식을 가지게 됩니다. 유교적 전통의 한국 남성들이 이와 같은 태도를 가지기 쉽습니다. 정치인들은 물론 종교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헤롯은 정치적인 왕국을 만들어 놓고 왕처럼 행세했고 사울은 종교적 전통과 의식에 사로잡혀 종교적 의인처럼 행세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십자가는 우월의식에 사로 잡혀 있는 사람들에게 인간의 죄성과 무능을 일깨워주고 가르쳐줍니다. 십자가는 바로 내 죄 때문에 내 허물 때문에 누군가가 죽은 "죄 값의 죽음"이기 때문입니다.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을 인함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을 인함"이기 때문입니다. 도덕적 의인들과 종교적 의인들이 십자가를 바로 바라볼 때 자기의 죄성와 무능과 허물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십자가 앞에 무릎을 꿇게 됩니다. 사울은 종교적 및 도덕적 월등의식을 가지고 살던 사람이었습니다. 지식과 가문과 인격과 종교성이 남보다 월등하다고 자부하면서 살았습니다. 그러나 십자가를 바라볼 때 자기가 “죄인 중의 괴수”인 것을 발견했습니다. 십자가는 나의 죄를 비쳐 보여주는 거울과 같습니다. 머리에 가시관 쓰신 것은 바로 나의 머리로 지은 내 죄 때문이었고, 손과 발에 못을 박은 것은 바로 나의 손과 발로 지은 나의 죄 때문이었고, 가슴이 터진 것은 바로 나의 가슴으로 지은 나의 죄 때문인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십자가 앞에서 인간은 자기의 죄와 무능을 깨닫게 됩니다. 십자가를 붙잡을 때 겸손한 사람이 되어갑니다.
3. 자기의식의 변화
사람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자기의식에 사로잡혀 사는 것입니다. 열등의식과 우월의식을 포함한 근본적인 문제는 자기의식의 문제입니다. 자기의 감정과 자기의 이상에 매어서 살아갑니다. 그래서 저는 이 문제로 고민하다가 초연이라는 말을 발견하고 기뻐한 일이 있습니다. 나를 벗어나는 초연의 길이 있음을 발견하고 기뻐한 일이 있습니다. 나를 벗어나서 나 밖에서 나 위에서 나를 바라보며 사는 초연의 삶을 말합니다.
그런데 십자가는 나를 벗어나는 초연 이상의 근본적인 변화를 나에게 가져 다 줍니다. 십자가는 나를 죽게 만듭니다. 그리고 전혀 새로운 내가 살게 만듭니다. 그런데 그 새로운 나는 나이기는 하지만 내 안에서 사시는 그리스도란 말입니다. 나의 감정도 살아있고 나의 느낌도 살아있고 나의 이상도 살아있기는 하지만 사실은 그리스도의 감정과 그리스도의 느낌과 그리스도의 이상이 나를 지배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취미가 그리스도가 좋아하는 취미가 되었고 내가 기뻐하는 일이 그리스도께서 기뻐하는 일이 되었고 내가 슬퍼하는 일이 그리스도께서 슬퍼하는 일이 되었다는 말입니다. 즉 심장 이식 수술이 이루어졌고 뇌 이식 수술이 이루어졌고 손 발 이식 수술이 이루어졌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산 것이 아니라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이라." "내가 예수 그리스도의 심장으로 너희 무리를 어떻게 사모하는지 하나님이 내 증인이시라"(빌1:8). 이것을 저는 교환의 신비라고 부릅니다. 이것을 성경은 한 몸의 신비라고 부릅니다. 주님과 내가 교환되었다는 말입니다. 주님과 내가 한 몸이 되었다는 말입니다. 이것은 신비요 비밀입니다. 십자가는 나를 죽게 만들고 나를 다시 살게 만듭니다. 주님의 심장을 가지고 살게 하고 주님의 마음을 가지고 살게 하고 주님의 눈물을 가지고 살게 하고 주님의 사랑을 가지고 살게 하고 주님의 손과 발을 가지고 살게 합니다. 오 놀라운 교환이요 오 놀라운 연합이요 오 놀라운 일치입니다. 십자가는 나에게 그리스도 의식을 심어줍니다. 그리스도 느낌을 심어 줍니다. 자기 의식에 사로잡혀 살던 사람이 그리스도 의식에 사로잡혀 살게 된다는 말입니다. 다시 한번 사도 바울의 고백을 읽습니다. "이제는 내가 산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이라." 이것은 놀라운 의식의 변화요 존재의 변화입니다. 나라는 존재는 이제 죽고 나 아닌 다른 존재인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서 사신다는 말입니다.
이제 말씀을 맺습니다. 십자가는 이 세상과 우주에서 가장 보배롭고 가장 거룩하고 가장 아름답고 가장 은혜로운 것입니다. 십자가는 나를 변화시킵니다. 나의 자아를 변화시킵니다. 열등의식의 자아를 존엄의식의 자아로 변화시킵니다. 우월의식의 자아를 겸손의식의 자아로 변화시킵니다. 자기의식의 자아를 그리스도의식의 자아로 변화시킵니다. 십자가를 바라보십시다 십자가를 붙드십시다. 그래서 변화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존엄의식을 가지고 겸손의식을 가지고 그리고 그리스도 의식을 가지고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저와 여러분들도 장기려 박사님처럼 작은 예수로 살다가 작은 예수로 죽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제는 내가 산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이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