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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와 나(11)(존 스토트 1) "누가 그를 죽였는가?" 2001.4.29
행2:22-24
"십자가와 나"란 주제로 열 한번째 설교를 합니다. 오늘부터 앞으로 몇 주간 동안 존 스토트 박사님의 십자가 강의를 주 내용으로 설교를 하려고 합니다. 오늘은 스토트 박사님의 십자가 강의를 내용으로 한 첫 번째 설교를 합니다. 작년 7월 영국 케직사경회에서 존 스토트 박사님이 이런 질문을 받은 일이 있습니다. "스토트 박사님은 박사님이 저술하신 50여권의 책들 가운데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책이 무엇입니까?" 스토트 박사님은 질문을 받자 마자 즉시 이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제가 저술한 책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책은 The Cross of Christ 즉 「그리스도의 십자가」란 책입니다." 바로 이 책입니다. 우리 교회의 정옥배 전도사님이 한글로 번역을 했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1장과 2장의 내용을 중심으로 해서 설교를 하겠습니다.
십자가는 기독교의 중심이고 기독교의 상징입니다. 연꽃은 불교의 상징이고 육각형 모양의 다윗의 별은 유대교의 상징이고 망치와 낫은 러시아의 상징인데 십자가는 기독교의 상징입니다. 물론 십자가는 고대 사회에서 가장 잔인하고 가장 혐오스러운 저주의 상징이었는데 그것이 기독교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고대 유대교의 전통도 십자가를 저주의 상징으로 보았습니다. "나무에 달린 자는 하나님께 저주를 받았음이니라"고 신21:23에 기록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저주의 상징이었던 십자가가 기독교의 중심이 되었고 기독교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초대교회 때부터 신자들이 이마에 십자가를 그리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터툴리안은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발걸음을 앞으로 옮기고 움직일 때마다, 들어가거나 나갈 때마다, 옷을 입고 신발을 신을 때, 목욕할 때, 등잔에 불을 켤 때 침상에서, 좌석에서, 매일의 모든 일상적인 행동에서, 우리는 이마에 십자가를 그렸다."
현대의 저명한 신약학자인 포사이트는 예수 그리스도는 바로 십자가라고 간단하게 정의했습니다. "우리에게 그리스도는 바로 십자가를 의미한다. 천상에서 혹은 지상에서 그리스도께서 어떤 분이셨는가 하는 모든 것이, 십자가에서 그 분이 행하신 일 속에 용해되어 있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우리에게 그리스도는 바로 그 분의 십자가이다. 그 분의 십자가를 이해할 때까지는 그리스도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현대의 대표적인 신학자인 에밀 부르너도 십자가는 바로 기독교의 상징이라고 말했습니다. "십자가는 기독교의 상징이고 교회의 상징이며 하나님의 계시이 상징이다. 오직 믿음,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위한 종교개혁의 모든 투쟁은 단지 십자가의 바른 해석을 위한 투쟁이었던 것이다. 십자가를 올바로 이해하는 사람은 성경을 이해하며 그리스도를 이해한다." 십자가는 기독교의 중심이고 기독교의 상징입니다.
그러면 이제 십자가 사건 자체에 눈을 돌려 보겠습니다. 예수님이 2천 여년 전에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예수님이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러면 도대체 왜 어떻게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임을 당하게 되었습니까? 누가 그를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습니까?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이는데 가담한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예수님의 죽음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습니까? 법률적 관점에서 보면 예수님은 유대 법정과 로마 법정에 의해서 유죄선고를 받음으로 사형에 처해졌습니다. 하나님을 모독했다는 유대법정의 유죄 판결과 가이사를 반역했다는 로마법정의 유죄 판결에 의해서 사형에 처해졌습니다. 이와 같은 유죄판결과 사형집행에 참여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예수님을 죽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누가 그를 죽였습니까?
1 빌라도와 제사장들과 가룟 유다가 예수를 죽였습니다.
첫째 예수님을 죽인 사람은 빌라도였습니다. 빌라도가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히게 넘겨 주었다고 기록했습니다. "이에 바라바는 저희에게 놓아주고 예수는 채찍질 하고 십자가에 못 박히게 넘겨 주니라"(마27:26). 빌라도는 예수의 무죄를 확신하고 있었으면서도 자기의 총독 자리에 대한 정치적 야망 때문에 예수님을 죽음에 넘겨주었습니다. 가이사에게 불충성한다는 비난을 받을까 봐 두려워서 군중들의 아우성에 굴복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양심의 소리를 저버리고 비겁한 행동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빌라도는 포악한 성격과 아울러 간교하고 비겁한 성격을 지니고 있던 정치인이었습니다. 물론 그는 그 책임을 모면하고 회피하려고 여러가지 수단을 써 보았습니다. 빌라도는 자기의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서 첫째로 예수의 사건을 헤롯에게 넘기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고 둘째로 예수를 채찍질 하므로 군중들의 분노를 무마시키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고 셋째로 유월절 죄수 사면을 빌미로 예수를 놓으려고 했으나 여전히 실패했고 넷째로 물을 가져다가 손을 씻으면서 예수의 결백을 옹호하려고 했지만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빌라도는 결국 양심의 소리에 귀를 막고 군중의 아우성에 굴복하는 비겁한 판결을 내리고 말았습니다. 손이 채 마르기도 전에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도록 넘겨주고 말았습니다. 물론 그의 수하에 있던 로마의 군병들이 예수를 직접 십자가에 목 박아 죽였지만 그 모든 책임은 빌라도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세계 교회의 신자들은 지난 2천년 동안 주일 마다 빌라도의 죄목을 반복해서 고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예수 죽인 책임을 빌라도에게만 지울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도 빌라도처럼 내 자리에 대한 욕망때문에 군중의 아우성 소리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나약하고 우유부단하고 비겁한 성격 때문에 예수님을 넘겨 주는 경우가 없지 않기 때문입니다
둘째 예수님을 죽인 사람은 유대의 제사장들이었습니다. 예수를 빌라도에게 넘겨준 사람들은 유대의 제사장들이었습니다. "새벽에 모든 대 제사장과 백성의 장로들이 예수를 죽이려고 함께 의논하고 결박하여 끌고 가서 총독 빌라도에게 넘겨주니라"(마27:1,2). 어떤 의미에서 빌라도는 대제사장들과 유대인들의 아우성에 못 이겨 할 수 없이 예수를 죽음에 넘겨주었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빌라도는 그의 "빌라도의 고백"이란 글에서 예수 처형의 모든 책임을 대제사장들과 유대 백성들에게 떠 넘기고 있습니다. "저는 그들의 마음을 충족시켜줄 생각에서 예수를 채찍질하라고 명령하였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군중의 분노를 증가시켰을 뿐이었습니다. 저는 대야를 가져오라고 하여 소란스러운 군중 앞에서 제 손을 씼음으로써 '나사렛 예수'를 죽음에 내어주는 데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도 없다는 것을 보여 주었습니다만 그것도 허사였습니다. 이 철면피 같은 군중들이 갈구하는 것은 바로 예수의 생명이었던 것입니다. 저는 가끔 시민폭동에서 성난 군중을 목격하여 왔으나 이번처럼 격렬한 폭동은 본 적이 없었습니다. 마치 지옥의 모든 유령들이 예루살렘으로 모여든 것과 같았다고 밖에는 표현할 수가 없었습니다. 군중들은 걸어다닌다기 보다는 갑자기 땅에서 불쑥불쑥 솟아나는 것 같았으며 총독 청사의 입구에서부터 시온 산까지 이른 군중들은 넘실거리는 파도를 따라 움직이는 소용돌이처럼 보였고 '판노니아' 공회소의 소동이나 폭동에서도 결코 들어볼 수 없는 가지가지의 해괴한 소리를 지르며 모여들었습니다."(빌라도의 고백 pp. 36,37). 예수님도 빌라도의 죄보다 유대인들의 죄가 더 크다고 말씀하신 일이 있습니다. "나를 네게 넘겨준 자의 죄는 더 크니라"(요19:11). 예수님은 여기서 단수를 사용해서 대제사장 가야바를 지칭했지만 사실은 유대 공회원 전부를 가리킨 것이었습니다. 대제사장들과 유대의 장로들이 예수를 죽음에 넘겨준 이유는 예수님이 저들의 종교적 지위와 권위를 여지없이 무너뜨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저들을 향해서 "외식하는 자들아" 회칠한 무덤 같은 자들아"라고 질책을 했고 성전의 상들을 뒤집어 엎으며 저들의 권위에 도전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들은 자기의 종교적 권위와 지위를 지키기 위해서 예수를 죽이기로 작정을 했습니다. 예수를 시기하고 질투하고 미워하다가 예수를 죽여 없애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그래서 유대의 민중들을 충동하여 "없이하소서 없이하소서" 라고 부르짖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의 권위가 위협을 당한다고 느낄 때 우리도 예수를 넘겨주려고 합니다. 우리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를 당하려고 할 때 우리의 특권이 위협을 당하려고 할 때 우리도 분노하며 예수를 부인하고 예수를 넘겨주기까지 합니다. 우리역시 예수님이 우리의 평화를 방해하며 우리의 현실 상황을 뒤엎으며 우리의 권위를 손상시키며 우리의 자존심을 깎아 내리는 위협적인 경쟁자로 느껴질 때 우리도 그를 제거하려고 합니다.
셋째 예수님을 죽인 사람은 배반자 가룟 유다였습니다. 예수를 대제사장에게 넘겨준 사람은 가룟 유다였습니다. 유다는 배신자였고 예수를 판 자였습니다. 유다는 영원토록 그 오명을 짊어지게 되었습니다. 아마 유다는 심리적으로 부정적이고 반항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자기는 항상 예수님의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다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항상 못 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유다는 또한 예수님을 신앙의 대상자로 보기보다는 민족해방을 도모할 민중의 지도자로 보았던 것 같습니다. 그 기대가 무산되자 그만 예수를 배반하고 말았을 것입니다. 유다는 또한 돈에 대한 탐욕을 가지고 있었는데 돈에 대한 탐욕 때문에 예수님을 팔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사도 요한은 유다를 가리켜 도적이라고 불렀습니다. "저는 도적이라 돈 궤를 맡고 거기 넣는 것을 훔쳐감이러라"(요12:6).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부정적인 기질 때문에 모든 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또는 돈에 대한 탐욕 때문에 예수님을 배신하고 넘겨주는 일이 없지 않기 때문입니다.
2 우리들의 죄악이 그를 죽였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히게 넘겨준 장본인들로 빌라도와 대제사장들과 가륫 유다를 지목하였습니다. 역사적으로 옳은 분석이고 옳은 판단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예수를 죽인자들이 그들만이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오래 전 선지자 이사야는 메시야를 죽인 장본인들은 우리 모두라고 지적했습니다.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을 인함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을 인함이라"(사53:5). 예수 전에 살았던 사람들과 예수 이후에 살았던 사람들이 십자가 처형에 직접 가담은 하지 않았지만 사실은 예수 죽임에 원인을 제공한 장본인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우리의 죄와 허물이 예수 죽임의 원인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도 바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성경대로 그리스도께서 우리 죄를 위하여 죽으시고"(고전15:3). 아타나시우스란 사람은 우리의 범죄가 그의 오심을 요청했고 우리의 범죄가 그의 죽으심을 강요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도 베드로도 그의 첫 설교에서 이 사실을 분명하게 지적했습니다. 즉 예수를 죽인 것은 골고다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뿐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지금 예루살렘 거리를 거니는 모든 사람들 아니 앞으로 오고 오는 수많은 사람들이 사실은 예수를 잡아 죽인 장본인들이라는 사실입니다. "너희가 십자가에 못 박은 이 예수를 하나님이 살리셨느니라"(행2:36). 스데반도 꼭 같은 말을 했습니다. "너희는 그 의인을 잡아준 자요 살인자가 되느니라"(행7:52). 골고다 현장에 있지 않았던 사람들도 모두 예수를 잡아 죽인 살인자들이란 말입니다. 히브리서 저자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죄를 범하는 자는 하나님의 아들을 다시 십자가에 못 박아 현저히 욕을 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3 하나님과 예수님이 예수를 죽였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예수님을 죽게 한 장본인들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결국 인간들이 예수를 죽였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십자가 사건의 전부는 아닙니다. 만약 예수님이 인간의 배신과 반역과 넘겨줌으로 죽임을 당했다면 예수님은 하나의 순교적 죽음을 당한 것 뿐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죽임 당함은 순교적 차원의 죽음에 그치는 것은 아닙니다.
예수님을 죽음에 넘겨준 것은 사람들이 아니라 하나님 자신이었습니다. 베드로가 이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그가 하나님의 정하신 뜻과 미리 아신 대로 내준 바 되었거늘 너희가 법 없는 자들의 손을 빌어 못 박아 죽였느니라"(행2:23). 사도 바울도 하나님께서 아들을 죽음에 넘겨 주셨다고 기록했습니다. "하나님이 자기 아들을 아끼지 아니하시고 우리 모든 사람을 위하여 내어 주셨느니라"(롬8:32). 여기 내어주셨다는 단어는 넘겨주었다는 말과 같은 말입니다. 하나님께서 아들을 죽음에 내어주신 것입니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하나님께서 아들을 죽이셨습니다. 성경은 또한 아들 자신이 자기를 죽음에 내어주었다고 기록합니다. 아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을 죽음에 내어주었다는 말입니다. 아들이 자기를 죽였다는 말입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했습니다. "나는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노라"(요10:11) 여기 버린다는 말과 넘겨준다는 말은 같은 말입니다. 예수님이 자기 자신을 죽임 당함에 넘겨주셨다는 말입니다. 선지자 이사야도 오래 전에 이 사실을 기록했습니다. "그가 자기 영혼을 버려 사망에 이르게 하며"(사53:12). 여기 버려 라는 말도 넘겨준다는 말과 같은 말입니다. 예수님이 자신을 죽음에 넘겨 주었다는 말입니다. 사도 바울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몸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갈2:20). 사람들이 예수님을 죽였지만 사실은 하나님자신과 예수님 자신이 예수님을 죽였습니다. 옥타비우스 윈슬로우 라는 사람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누가 예수님을 죽음에 넘겨주었는가? 돈을 위하여 유다가 넘겨준 것이 아니다. 두려움 때문에 빌라도가 넘겨준 것도 아니다. 시기 때문에 유대인들이 넘겨준 것도 아니다. 바로 사랑을 인하여 성부께서 넘겨주신 것이다."
십자가를 바라볼 때 이 두 가지 시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간의 차원에서 보면 유다가 예수님을 대제사장에게 넘겨주었고 대제사장은 다시 빌라도에게 넘겨주었고 빌라도는 다시 로마 군병들에게 넘겨주어서 군병들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았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차원에서 보면 성부께서 예수님을 내어주셨고 예수님은 다시 자신을 내어주셔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십자가를 대할 때 "내가 그 분을 죽였습니다. 내 죄가 그 분을 죽였습니다"라고 고백하는 동시에 "하나님이 그 일을 하셨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예수님을 십자가에서 죽게 하셨습니다"라고 고백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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