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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 통일 기독교연합신문(1998.7.5), 국민일보(1998.7.1)
김명혁 목사 (강변교회, 합동신학대학원)
6. 25 전쟁 48 주년 기념 행사 두 곳을 참석하고 연사들의 강연을 듣고 나서 필자는 그 어느 때 보다도 밝은 마음과 부푼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대부분의 6.25 행사는 남침으로 나라와 민족을 폐허와 비극으로 몰아넣은 북한의 침략 야욕을 분쇄하자는 구호로 끝나곤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각각 주최한 6. 25 기념 행사의 분위기와 연사들의 강연의 방향은 그렇지 않았다.
1. 6. 25 전쟁을 통일 전쟁으로 볼 수 있다.
고려대의 강만길 교수는 6. 25 전쟁을 침략 전쟁으로만 보려는 관점은 구 시대적이고 근시안적인 관점이라고 지적했다. 6. 25 전쟁은 그 동기와 결과의 관점에서 볼 때 통일 전쟁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6. 25 전쟁은 비정상적인 민족 분단을 전쟁이라는 비극적인 방법으로나마 즉 남침으로 또는 북진으로 통일시키려고 했던 통일지향적 전쟁이라는 것이다.
6. 25 전쟁이 남북 모두에게 주는 하나의 중요한 교훈은 전쟁의 방법으로는 남북의 통일이 이루어 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한반도의 지정학적인 특성도 허락하지 않는다. 결국 한반도는 비전쟁적 방법 즉 평화적인 방법으로만 통일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흡수통일도 불가능함을 여실히 보여 준다. 그리고 기성세대는 기성세대의 역사관을 젊은 세대에게 강요해서는 않된다는 것이다.
2. 민족을 차등화 하지 말라.
크리스챤 아카데미의 강원용 목사는 항상 그렇듯이 지금 북한동포를 돕는 것이 동족으로서 또는 인간으로서 당연히 하여야 할 일이며 그것이 바로 진정한 통일의 기반을 닦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적인 통일은 아무 의미가 없고 민족의 화해에 기초한 평화 통일만이 진정한 통일이라는 것이다.
지금 IMF로 우리 남한 사람들도 죽게 되었는데 북한 사람들을 돕자는 말은 우리의 현실을 무시하는 낭만적인 생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전제하면서, 도데체 북한 사람들을 차등화 하자는 사고가 우리에게 어떻게 있을 수 있느냐고 호되게 따졌다. 만약 우리가 우리는 시급히 도와야 하는 특별한 동포이고 저들은 나중에 도와도 되는 못한 동포라는 사고를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통일을 생각하지도 말아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경청해야 할 말이다.
3. 어떻게 하든 북한을 먹여 살리자.
강인덕 통일부 장관은 두 곳 기념 행사에서 정부의 대북 정책과 본인의 통일 염원을 진솔하게 피력했다. 필자는 본래 그분의 보수성 때문에 다소의 우려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분의 간증적 강연을 들으며 많은 공감을 가지면서 마음에 큰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한마디로 어떻게 하든 북한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북한이 먹고 살도록 북한의 경제를 개발하는데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금강산 개발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요사이는 북한동포 돕기 모금이 저조한데 보다 적극적으로 모금을 하자고 호소까지 했다. 너무 많이 바뀌어 졌다!
식량과 의약품 등을 돕는 일을 계속하면서 북한이 경제와 사업을 개발하도록 도와 주어야 하는데 예를 들어 스티브 린튼 박사의 결핵환자 돕는 사역 같은 사역은 바람직한 사역이라는 것이다. 많이 바뀌어 졌다. 그리고 새 정부는 북한을 해치거나 흡수할 의사가 없으며 북한의 붕괴를 촉진하기 보다는 남북간의 평화공존을 통해 남북연합을 실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하기도 했다. 정경분리 원칙에 입각한 남북경협을 활성화하고 남북이산가족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통일로 가는 우리 앞에는 지금도 많은 장애물이 가로 놓여 있다. 잠수정 침투 사건은 그 중의 하나이다. 안보를 구실로 북한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치면 [머리로] 받아야 한다는 지난 날의 안보 논리만 고집한다면 냉전 시대의 반목만 계속될 것이다. 이제는 포용과 변혁에 바탕을 둔 탈 냉전 시대의 안보 논리를 전개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통일을 향한 우리의 의식이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다. IMF의 경제 위기가 오히려 남북의 마음을 조금 더 가깝게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본다. 6. 25 전쟁의 아픈 교훈이 오히려 평화통일을 가져오는 자극과 도전이 되기를 바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