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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조선 방문기
김명혁 목사 (한국복음주의협의회 부회장, 강변교회 담임)
1. 자유롭고 편안한 북한 방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에 소속하여 북한동포를 돕고 있는 종교계 인사 7명이 북한의 아태와 민화협의 초청을 받아 1월 19일부터 26일까지 7박 8일간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이번 북한 방문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자유롭고 편안한 방문이었다. 물론 1월 19일(화) 오전 11시 30분 북경에서 평양으로 가는 고려 항공기에 탑승하기까지 그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방북 일정이 두 번씩 연기되기도 했고 입북 비자를 19일 아침이 되어서야 공항에서 받을 수 있었다.
우리 일행 7명 (강문규, 윤남중, 서경석, 최창화, 박남수, 박청수와 필자)이 평양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19일 오후 2시 45분 경이었다. 기온은 섭씨 1도로 별로 춥지 않았다. 아태 지도원과 민화협 실무 위원들이 공항에서 우리를 맞으며 귀빈실로 안내했다. 입국 수속도 짐 검색도 받지 않았다. 실무(안내) 위원들과의 인사와 대화는 자유롭게 이루어졌다. 아태 지도원은 활달한 성격의 소유자로 내 생일이 아주 좋은 날 (보천보 대승의 날)이라는 개인적인 이야기도 스스럼 없이 했다.
한 시간 이상 귀빈실에서 인사와 대화를 나눈 후 우리는 준비된 중형 버스에 승차한 후 평양시내로 향했다. 50년 만에 다시 돌아온 고향의 품을 향해 달렸다. 잔잔한 긴장과 흥분이 가슴을 두드리며 아프게 했다. 버스는 우선 만수대 김일성 수령 동상으로 향했다. 나는 공항에서 실무 위원들에게 참배와 헌화를 할 수 없다는 의사를 표명하기는 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 긴장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실무(안내) 위원들의 태도는 뜻 밖에 자유로웠다. 종교적 양심대로 자유롭게 하라는 것이었다. 경의를 표하기만 하면 좋다는 것이었다. 우리 중 몇 사람은 동상 앞에 서서 동상을 향해 주목정도로 경의를 표했다. 어떤 의식도 없었고 강요도 없었다. 듣든 것과는 많이 달랐다. 동상을 찾은 평양 시민들의 모습도 매우 자유로웠다. 나는 동상과 대동강과 평양시내를 자유롭게 사진 촬영하며 고향의 품에 돌아온 흥분과 평온함을 느꼈다.
이번 방북이 자유롭고 편안한 것이었다고 말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다. 첫째, 방북기간 중 우리는 감시와 제지를 별로 받지 않았다. 나는 혼자서 호텔을 빠져 나와 호텔 주변의 평양 거리를 5번이나 돌아다니며 (30분 또는 50분 동안) 평양 역 안으로 들어가서 시민들의 모습도 살피고 상점과 백화점에 들려서 물건 사는 모습도 보고 (나도 물건 하나를 샀다) 뒷 길과 운동장에서 노는 아이들과 이야기도 하고 사진도 찍었다. 동흥 인민학교 주변의 아이들은 명랑하고 귀엽고 활달했는데 사진을 찍자고 하니 서로 찍어 달라고 모여서 웃는 얼굴로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둘째, 우리는 우리들이 가 보기를 원하는 여러 곳 (평안남북도와 황해남북도)을 방문했다. 즉 강동군 봉화리 협동농장과 칠곡리 국영 농장, 사리원, 재령, 신천, 정방산 등을 비롯해서 신안주, 구안주를 지나 묘향산을 방문했다. 구안주를 지날 때는 잠시 머물러 구안주가 고향인 필자와 최 신부와 서 목사는 고향 사모의 정을 억제하며 흙과 돌을 주어 담기도 했다. 평양 지하철을 타고 평양 시민들과 어울렸으며, 국립도서관 ("인민 대학습당"), 예술작업센터 ("만수대 창작사"), 예술공연장 ("평양 교예극장") 등을 방문하여 학습과 창작과 공연을 관람했다. 주일에는 봉수교회에 가서 예배도 드렸고 주중에는 성불사, 보현사, 광법사를 방문했다. 최창화 신부는 장춘성당을 방문하여 집례를 했고 천도교의 박남수 의장은 천도교 교당을 방문했다. 우리는 단군릉과 동명왕릉을 방문했고 옥류관과 평양 수산물 식당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들며 친절한 봉사원들과 함께 어울려 흥겹게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정주영 회장도 수산물 식당에 들려 흥겨운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셋째, 8일 동안 함께 동행한 민화협 실무 위원들 그리고 아태 지도원과의 대화와 토론이 비교적 자유롭고 진지했으며 여러 곳에서 만난 여러 종류의 사람들과의 대화도 비교적 자유롭게 이루어졌다. 유적지와 기념관과 병원등을 안내하고 설명하는 "강사"들의 지적 수준은 아주 높았고 부드럽고 상냥하게 말을 했으며 때로는 유머까지 섞었다.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우리 일행이 모두 남북화해와 북한동포돕기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종교계 (개신교, 천주교, 천도교, 원불교) 인사들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이번 방북은 극진한 대우를 받은 비교적 자유로운 방문이었다고 생각한다.
2. 평양에 머물며 극진한 대접을 받다
우리는 19일 저녁 평양역 근처에 있는 고려호텔로 가서 여장을 풀었다. 고려호텔은 특급호텔로 시설이 좋았다. 우리 일행은 각각 "표준방"에 투숙했는데 방이 아주 넓고 깨끗했으며 난방도 비교적 잘 되어 있었다. 1일 숙박 비는 123불 (260원)이었다. 저녁 환영 만찬은 민화협 부회장 허헉필 씨가 마련했는데 우리는 극진한 대접과 환영을 받았다. 화해, 협력, 통일에 관한 문제도 솔직하고 진지하게 개진되고 논의되었다. 허혁필씨가 남한의 한총련등 극단적인 단체에 대해서만 우호적으로 생각하는데 대해 우리는 진정한 화해와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남한의 보수적 단체와도 연대를 가져야 하며 남한의 현 정부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부정적인 태도만을 고집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저녁 만찬 후 방에 들어가 텔레비젼의 뉴스와 연속 드라마 한 편을 보고 잠시 말씀과 기도의 시간을 가진 뒤 잠자리에 들었다. 고향 땅에 돌아오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며 평양에서의 첫 날 밤을, 아침이 찾아올 때까지, 너무나 편안하게 잤다.
1월 20일(수) 오전에는 만경대 고향집 생가, 주체탑, 노동당 기념탑을 방문했는데, 안내하고 설명하는 "강사" 여성들의 모습과 말씨가 곱고 부드럽고 자연스러웠다. 오후에는 민경연 ("민족 경제 협력 연합회") 사무실에 들려 지정 지원과 농업 협력에 관한 문제를 논의했다. 북측에서는 민경연 총 사장 려서현 씨와 농업부문 전문 위원들이 참석했다. 입장의 차이가 드러나기는 했지만 대 원칙에는 합의하며 세부적인 실무회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저녁에는 영화 ("풍모에 매혹되어") 한 편을 관람했고 풍족한 저녁 식사를 한 후 평양에서의 두 번째 밤을, 아침이 찾아올 때까지, 너무나 잘 잤다.
1월 21일(목) 오전에는 신미리 애국열사 묘지를 방문했는데 묘지 앞줄에는 필자의 큰 외할아버지 되는 "류동열 애국지사"의 묘비와 사진이 안치되어 있었고 (남한의 독립기념관에도 류동렬 씨의 상이 있음) 김규식 박사의 묘비와 사진도 안치되어 있었다. 단군릉을 방문했고 이어서 강동군 봉화리 협동농장을 방문했는데, 협동농장의 위원장인 김보비 (59세) 씨로부터 협동농장의 상황을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김보비 씨는 그 동안 여러 가지 어려운 사정 때문에 경작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솔직하게 말하며 남조선의 도움에 크게 감사를 표하면서 앞으로 비료와 농기구와 자전거 등을 많이 도와 달라고 소박하게 말했다. 우리 방문단은 김보비 씨의 소탈한 모습과 태도에 깊은 감동을 받으며 북한 농촌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얻었다. 오후에는 만수대 창작사를 방문하여 미술과 공예 작업현장을 목격했다. 그리고 지하철을 타고 평양 시민들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었고 사진도 찍었다. 오후에 서 목사는 따로 민경연 실무팀과 실무협의를 진행했는데 첫날 회담 때 보다는 입장 차이를 다소 좁혔다. 저녁에는 공식 일정이 없어서 호텔에서 목욕을 하며 자유로운 시간을 가졌다. 평양에서의 세 번째 밤도, 아침이 찾아올 때까지, 너무나 잘 잤다.
3. 황해남북도와 평안남북도를 가다
1월 22일(금) 오전에는 황해북도의 사리원, 재령 시내를 지나 황해남도 신천을 방문했다. 평양에서 신천까지 2시간 동안 달리는 고속도로 좌우에는 농지들이 질서있게 펼쳐져 있었고 사리원과 재령 시내를 지나 갈 때는 상당수의 시민들이 거리를 걸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신천은 1950년 말 미군이 후퇴하면서 신천 지역의 주민 3만 5천 여명을 학살한 곳이라는 것이다. 우리 일행은 학살의 유물과 사료를 관람하면서 신천 학살 사건은 국제조사단이 철저하게 조사하여 그 범죄성 여부를 분명하게 밝혀야 할 문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돌아오는 길에 정방산 성불사에 들렸고 점심은 평양으로 돌아와서 1만 명을 수용한다는 초대형 식당인 옥류관에 들려 평양 랭면을 먹었는데 그 맛이 일품이었다.
오후에는 인민 대학습당에 들려 시민들의 도서관 이용 및 강의 청강 현장을 목격했다. 3천만 부의 장서를 소장하며 매일 8천 여명이 도서관을 이용한다고 했다. 도서관 사서에게 성경책과 종교서적 몇 권을 볼 수 있느냐고 요청했더니 요청한지 4분 경에 자동 시스템으로 성경책과 종교서적이 대출대 앞으로 운반되어 나왔다. 우리는 대출의 신속함과 영문과 한글로 되어 있는 성경책이 대출 되는데 대해 감탄했다. 오후 5시경에는 평양 교예 극장에 가서 서커스 공연을 관람했는데 우리는 고도의 공연 기술에 찬탄의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공연장에는 어린이들과 시민들이 가득 모여 박수와 함성을 보내곤 했다.
1월 23일(토) 아침 일찍 묘향산을 향해 출발했다. 가고 오는 길에 신안주와 구안주를 지났는데 구안주를 지날 때 마다 버스에서 내려 고향을 바라보고 그리는 망향의 시간들을 가졌다. 동행한 최 신부는 고향을 향해 벌떡 엎드려 큰 절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필자와 최 신부와 서 목사는 고향 땅의 흙과 돌을 주어 담았다. 슬픔과 아픔의 눈물이 가슴을 적셨다. 고향의 모습을 사진에라도 담아 가려는 듯 사진기의 셔터를 계속해서 눌렀다. 2시간 후 묘향산에 도착했다. 눈 덮인 묘향산은 소나무 정기로 가득했다. '김일성 수령'과 '김정일 장군'이 받은 선물들을 보관 진열한 국제 친선 전람관을 방문했는데 그 규모와 시설이 대단했다. 보현사를 방문해서 8만대장경 사본을 관람했고 이어서 묘향산의 비선 폭포까지 올랐다. 필자는 방문객들이 감상의 글을 남기는 방명록에 다음과 같은 글귀를 남겼다. "고향의 품에 안긴 기쁨과 동포들의 따뜻하고 순수한 환대에 뜨거운 감사를 표하며 평화 통일의 날이 하루 속히 오기를 기원합니다. 1999년 1월 23일 서울에서 온 김명혁 교수(목사)"
4. 봉수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다
1월 24일(일)은 평양에서 처음 맞는 주일이다. 오전 9시 30분 경 우리 일행 중 5명은 봉수교회로 2명은 장춘성당으로 떠났다. 우리는 10시 경 봉수교회에 도착했는데 이성봉 목사 황시천(민우) 목사 등의 영접을 받아 교회당 안으로 들어가 제일 앞 자리에 앉았다. 200여명의 교인들이 교회당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성봉 목사의 사회로 예배가 시작되었다. 전자 오르간에 맞추어 찬송을 함께 불렀을 때 우리들의 가슴과 눈에서는 감격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우리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있었다. 성가대의 찬양 ("어둔 밤 마음에 잠겨")과 특송과 사중창의 음악 수준은 매우 높았다. 이성봉 목사는 고후 5:17을 본문으로 "낡은 것과 새 것"이란 제목의 설교를 했는데, 첫째 낡은 신앙 반열 즉 율법 주의적 신앙에서 벗어나야 하고 둘째 기복주의, 타계주의 신앙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론했다. 축도 후 이성봉, 황시천 목사와 우리들은 앞으로 나가서 손에 손을 잡고 "우리 다시 만나 볼 동안" 찬송을 부른 후 신도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교회당을 나섰다. 필자는 헌금시간에는 강변교회 봉투에 "고향에 돌아와 예배 드리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 드리며 봉수교회의 부흥과 발전을 기도 드립니다. 강변교회 김명혁 목사 드림" 이라고 쓰고 강변교회 성도들이 전해 준 헌금 중 500불을 넣어 헌금했다. 예배 후 우리는 교회당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며 잠시동안의 교제를 나누었다. 황시천(민우) 목사는 필자를 보고 반가워 하면서 근황을 설명해 주었고 스티브 린튼 박사의 안부를 물었으며 앞으로 계속 연락하자고 했다.
5. 북한의 어려운 실상
주일 오후에는 칠곡교회 앞을 지나 칠곡 국영농장 한 곳과 광법사를 방문했고 (그 곳에는 392년에 건립되었다는 단간주가 있었다), 저녁에는 고려 호텔을 방문한 평양 주재 세계식량계획 (WFP)의 연락팀 책임자인 에릭 와인가트너 씨 부부와 함께 식사를 하면서 북한의 어려운 실상을 보다 상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북한은 금년에 100만 톤의 식량이 부족한데 해외로부터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분량이 50만 또는 60만 톤이라는 것이다. 작년 10월에 북한주재 국제 기구들과 북한 조사팀이 연합해서 실시한 과학적 조사에 의하면 지금 1살에서 2살까지의 북한 어린이들 중 30%가 극심한 영양실조 상태인데 그 심각성은 그들이 회복 불가능한 저 발육 장애인으로 평생 살게 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었다. 지금 평양산원 (1천여 명의 산모 수용 가능) 에는 무계 미달의 미숙 신생아들이 많이 태어나는데 그들에게 인공적으로 모유를 투입하는 매우 가는 튜브가 많이 필요하고 산모에게 공급할 철분과 비타민과 영양제가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와인가트너 부부가 심각하게 호소하며 전한 정보 중의 하나는 지금 북한에는 결핵 환자들이 전국적으로 급증하고 있는데 그들에게 치료 시설과 의약품과 영양식품을 공급하는 일이 너무나 절실하다고 했다. 그리고 유진 벨 재단을 통해 스티브 린튼 박사가 하고 있는 결핵환자 돕는 일이 "너무 중요하고 경하할 만하고 격려할 만하고 지원할 만 한 일인데" 우리가 그 일을 격려하기를 바란다고 덧 붙였다. 필자는 한국복음주의협의회가 그 동안 유진 벨 재단을 통해 북한 동포와 특히 결핵 환자들을 돕고 있는 일이 참으로 잘 하는 일이라고 다시 한번 생각했다.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 대한 지원의 전달과 분배의 투명성이 가장 분명한 지원이기 때문이다.
1월 25일(월) 오전에는 조선중앙 역사박물관을 방문해서 인류와 조선 역사에 대한 북한의 역사관을 학습했고 오후에는 평양산원을 방문하여 병원의 시설과 산모와 신생아들을 돌아보았다. 저녁에는 우리 일행이 우리를 초청해 준 아태 및 민화협 인사들과 허혁필 부위원장을 초청하여 만찬을 베풀며 마지막 인사와 교제와 협의를 했다. 지정 지원과 농업 협력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다음 주 북경에서 실무 팀이 모여서 합의하도록 하기로 했다. 우리들이 평안북도를 집중적으로 돕는 일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산가족의 생사 확인과 상봉을 위해서 실제적인 노력을 함께 하자고 제의했을 때 허혁필 씨는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지금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나는 허혁필 씨와 민화협이 그 동안 우리에게 극진한 배려와 대접을 베풀어 준데 대해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 한마디 충고의 말을 던졌다. 즉 우리가 앞으로도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증진하며 통일운동을 전개하여야 하는데, 남한 정부를 "미국 놈들과 손잡고 공화국을 침략하려고 군사훈련만 하는 괴뢰정부"라고 욕하지 말고 김대중 대통령의 평화공존정책을 인정하고 받아드리면서 협력을 시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햇빛 정책"에서 "포용정책" 그리고 다시 "평화공존정책"으로 그 용어까지 바꾸어 가면서 평화통일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평양에서의 마지막 밤을 아쉬운 마음과 감사한 마음을 품고 아주 잘 잤다.
1월 26일(화)은 평양을 떠나는 날이었다. 새벽 6시에 일어났다. 어느 듯 7일이 다 지나간 것이었다. 마치 한바탕 꿈을 꾼 것 같기도 했다. 너무나 감사하고 너무나 아쉬웠다. 6시 30분에 아침 식사를 하고 7시에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서의 출국 수속도 생각했던 것보다 아주 간편했다. 짐 조사도 별로 하지 않았다. 도착부터 출발까지 특별한 대우를 받은 것이었다. 7일 반 동안 함께 지나며 미운 정 고운 정을 나눈 북녘의 네 형제들과 각각 포옹하며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 동족으로서의 혈정과 분단의 아픔을 함께 나눈 것이었다. 우리 일행을 태운 고려 항공기는 9시경 북경을 향해 출발했다. "잘 있으라 내 고향 산천아! 하나님 아버지, 긍휼을 베푸시옵소서! 하나님 아버지,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고 통일을 주시옵소서!"
6. 북한을 다녀 와서
북한을 다녀 와서 몇 가지 느낀 점을 적어 본다. 제한된 지역이었지만 비교적 많은 지역을 직접 보고 올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귀중한 경험이었다. 백문이 불여 일견이다. 우선 북한 사람들을 보다 가까이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체제와 사상이 다른 것은 사실이지만 얼마든지 쉽게 가까워 질 수 있는 사람들이 북한 사람들이다. 우리와 함께 지낸 민화협 실무위원들과 많이 다투기도 하고 피차 비판도 했지만 서로를 "리해"했고 동족으로서의 정을 나누기도 했다. 가장 강성인 한 형제는 우리들에 대한 인상이 어떠했느냐고 물었을 때 "이전 사람들과 다르게 아주 솔직하고 순수해서 좋았다"고 대답했다. 자존심이 강한 저들이 모두 북한이 지금 너무 어려운 처지에 있다는 말을 하지 않았고 하지 못했지만 그러나 한 형제는 "지금 우리가 시련을 당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니까 도움이 필요하다"고 솔직하게 말하기도 했다. 특히 필자가 세 번이나 길과 학교 주변에서 놀고 있는 세 종류의 북한 어린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들의 태도와 대화가 아주 적극적이고 귀엽고 활달했다. 내가 북한 사람이 아닌 것을 저들이 분명히 알았을 테지만 피하거나 거부하지 않고 오히려 달려 들어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하면서 접근했다. 오히려 우리 남한 사람들의 인식이 너무 부정적으로 경직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민화협의 한 사람은 "강성대국 건설"이란 반드시 군사적으로 강한 나라를 만들자는 것 보다는 정치적으로 힘이 있고 특히 경제적으로 힘이 있는 나라를 만들어 잘 먹고 잘 입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사실 1998년 9월 5일에 개정 발표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은 제 24조에서 "국가는 개인 소유를 보호하며 그에 대한 상속권을 법적으로 보장한다"고 명시 했고, 제 37조에서는 "국가는 우리 나라 기관, 기업소, 단체와 다른 나라 법인 또는 개인들과의 기업 합영과 합작, 특수경제지대에서의 여러 가지 기업창설운영을 장려한다"고 밝히므로 북한이 자유경제 원칙을 도입한다는 것을 시사했다. 민화협의 다른 한 사람은 북한의 통일정책에 대해서 필자와 토론하면서 북한의 통일정책은 "적화 통일이 아니고 공존, 공영, 공리의 통일이라"고 분명히 말하기도 했다.
우리는 이번에 돈을 주고 그 대가로 북한을 방문한 것은 아니었다. 물론 그 동안 우리는 여러 경로를 통해서 북한 동포들을 도와 왔다. 그리고 약간의 의약품과 의류품을 선물로 가지고 가서 몇 곳에 전달하기는 했다. 우리는 여비와 체류비를 우리가 지불한 것 외에는 7일간 우리를 위해서 차량과 기념관 입장등의 편의를 제공하며 수고한 민화협 사람에게 모두 합해서 3천불의 선물을 전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가 본 북한은 분명히 어려운 시련에 처해 있다. "고난의 행군"을 계속하자고 구호를 외치고 있는 것이 북한이다. 우선 전력이 부족하고 에너지가 부족하다. 대부분의 시민들과 많은 군인들은 먼 거리를 걸어서 다닌다. 우리가 방문한 대부분의 건물은 난방이 되어 있지 않았다. 우리가 둘째 날 회의를 한 민경연 회의실과 심지어 국가의 대표적 예술인들이 창작 활동을 하는 창작사의 건물이 난방이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병원도 마찬가지다. 비판할 일이라기 보다는 가슴 아픈 일이다. 동족이 배고픔 가운데서 떨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 사실을 너무 큰 소리로 떠들 것은 아니다. 체면 하나를 지키며 안간 힘을 다해 살아 보려고 애를 쓰는 것이 북녘의 우리 동포들이다. 물론 북한 정부가 단군릉을 비롯한 여러가지 기념관들을 정치적인 목적으로 너무나 웅장하게 건립하므로 너무 많은 국력을 소모한 것은 잘못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유세계와의 단절 정책을 고집하는 것도 "강성대국 건설"에 커다란 장애가 될 것이다. 그리고 북한은 일인 통치자를 너무나 절대화하고 있다. 통치자에 대해 "신격화, 절대화, 신조화, 무조건화"라는 구호를 내 걸고 있으며, 통치자를 "조국의 수호신, 인류의 구세주, 지구촌의 한울님"으로 호칭하고 있다.
개인의 인격적 자유가 선양되어야 나라가 발전하는데, 북한에서는 비판은 고사하고 질문조차 불순하고 반동적인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필자가 가는 곳마다 말을 많이 하고 평도 많이 하고 질문도 많이 하니까 나를 반동적인 요주의 인물로 간주하는 것이었다. 우리 일행 중 강 회장은 남한 기독교에서는 진보적인 분이고 나는 보수적인 사람이지만 조화를 이루며 일을 함께 잘 하지 않느냐고 말했을 때, 한 형제는 강 회장이 오히려 보수고 내가 진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다양성 가운데 조화를 이룬다"는 것을 새롭게 배웠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나는 그들을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그들 편에 서서 그들에게 마음을 쏟으면서 순수하게 이야기를 하니까 결국 나를 귀찮아 하면서도 나를 이해하는 것 같았다. 나를 지칭하며 "영 몰라 통 몰라"라고 별명까지 부르며 농담을 할 정도까지 되었다. 한 주간을 서로 부디 끼면서 지내므로 우리는 피차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하여튼 서로 자주 만나야 한다.
우리는 북한이 잘 되기를 바란다. 북한 사람들은 강인한 정신력과 문화적 재능을 보유하고 있다. 저력이 있는 민족이다. 북한의 여성들은 참으로 곱고 지적이고 아련하고 매력적이다. "남남 북녀"라는 말을 이번에 우리 일행이 모두 실감했다. 텔레비젼에 나타나는 강인한 모습의 여성이 반드시 북한의 여성상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제 지난 날의 대결과 적대감을 해소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품고 용납하면서 통일조국 건설을 향해 매진하여야 할 것이다. 북과 남이 합하면 우리는 반드시 위대한 나라를 건설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교류와 협력의 길을 넓혀야 한다. 그 일을 우리 종교인들과 시민들이 앞장서서 감당해야 할 것이다. 북한 방문의 길을 여시고 도우신 하나님과 강변교회 성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정부의 개방정책에도 감사를 표한다. 통일의 봄이 속히 오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통일의 그 날까지 북녘 동포들과 가족들에게 하나님께서 긍휼과 자비를 베푸시기를 엎드려 기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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