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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적 관점에서 본 종교다원적 상황" (「목회와 신학」1999년2월호 pp.30-40)
참석자 : 김명혁 목사(강변교회 담임목사)
최인식 목사(서울신학대학교 교수)
진 행 : 장병두 목사(「목회와신학」편집장)
장 소 : 강변교회 당회장실
일 자 : 1999.1.7.
사 진 : 최연창 기자
이번 호 권두대담에서는 강변교회 담임목사이며 합동신학교에서 교회사를 가르치시는 김명혁 목사님과 서울신학대학교에서 조직신학을 가르치고 계시는 최인식 목사님이 함께 했다. 특별히 이번 대담에서는 '종교다원적 상황에서 한국교회가 타종교인들과의 어떤 관계를 가질 것인가'에 초점을 두어 이야기 하였다.
장병두 : 아마 알고 계시겠지만, 「목회와신학」에서는 이미 91년도와 92년도에 '종교다원 주의와 그리스도의 유일성', '종교다원주의와 기독교'란 제목으로 특집을 다뤘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이 주제를 생각하게 된 것은 최근 종교다원적 상황에 있는 아시아권의 여러나라의 종교분쟁과 또 국내에서 이슈화 되었던 불상훼손 사건을 보면서 이 주제에 대한 목회적인 접근이 필요하겠다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김명혁 : 상당히 바람직한 발상이고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91년도 캔버라 WCC 총회 이후에 자극을 받아서 우리나라에서도 91년, 92년도에 종교다원주의가 하나의 중요한 이슈가 되었지요. 하지만 어느 나라도 신학적으로 또 교회적으로 공식적으로 종교다원주의를 받아들인 나라는 없습니다. 일부 급진적인 종교학자나 신학자들이 종교다원주의를 주창하는 것 뿐이지요. 우리 나라의 경우도 변선환, 유동식, 서남동 교수가 그것을 주창했지, 다원주의를 감리교회도 받아들이지 않았고, 한국교회가 받아들이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말씀하신 대로 종교다원적 상황에서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지금 세계가 일일권으로 모든 문화, 종교가 함께 사는 종교다원적 상황이 되었기 때문에, 종교다원주의를 신학적으로, 또 역사적으로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그것을 전제로 과연 우리가 어떻게 종교다원적 상황을 목회적으로 접근할 것인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현실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런 방향에서 이 문제를 접근하려는 시도가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장병두 : 그럼 바로 핵심으로 들어가서, 목사님께서는 종교다원적인 상황에서 목회자들이 복음을 전파하는 일과 또 타종교인들과 관계를 맺는 것에 있어서 어떤 자세를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김명혁 : 저는 먼저 긍정적인 차원에서 타종교로부터 겸손한 배움의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무신론에서도 배우고, 심지어는 이단에서도 (교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교회사를 가르치면서 그리스도의 유일성과 절대성을 분명히 가르치고 강조하지만, 우리가 너무 제도적 기독교 자체를 절대화하고, 장로교를 절대화하여, 우리만이 선민일 뿐 다른 사람은 전부 저주받은 사람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제가 말하는 것은 진리 차원의 기독교가 아니라, 제도적인 차원의 기독교에 대한 절대화, 우월의식, 배타의식, 선민의식인데, 이런 것을 자성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로 삼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아, 지금은 종교 다원주의로 가니까 적당히 믿으면 되겠지 뭐. 목사도 너무 예수만 배타적으로 강조할 필요는 없다"는 식이 되어서는 결코 안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영국의 일부 성직자들도 종교다원주의를 주장하니까 우리도 좀 넓게 봐야 되지 않겠는가. 즉 기독교에도 구원이 있지만, 다른 종교에도 구원이 있고 계시가 있나보다"는 식으로 목사들이 나가서는 절대로 안되겠다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종교다원화 상황에서 우리가 직면한 정말 중요한 문제는 내가 속한 장로교나 감리교나 성결교에 대한 헌신이 있느냐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에 대한 진지하고도 새로운 헌신이 있느냐라는 것입니다. 즉 이제는 제도적 기독교에 대한 충성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만이 내 주님이시고 내 왕이시라는 것을 다시 재 확인해야 할 때라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적당히 믿다가는 종교다원주의에 잠식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이제는 구체적으로 사회·문화적으로 좀 우리가 타종교인들을 보는 태도를 새롭게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나님은 교회를 통해서도 역사하시지만 사회와 국가를 통해서도 역사하시기 때문이지요. 하나님은 특별계시도 주시지만 일반계시도 주시는 분이시며 일반 은총은 니느웨 사람에게도 불교인들에게도 베푸십니다. 해도 비추시고 비도 주시지 않습니까? 그러므로 그들을 너무 단정하지 말고, 하나님께서 그들도 참 안타까운 눈으로 보실 거라고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얘기하기를 '우리는 먼저 믿은 그리스도인이고, 그들은 앞으로 믿을 수 있는 그리스도인이다' 라고 했는데, 저는 뭐 익명의 그리스도인이라고 까지 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믿을 수도 있는 사람들이다' 라고 보는 조금 포용적인 자세를 가지는 것이 결코 항복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이기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장병두 : 사실 최 교수님은 물론이겠고, 김 목사님께서도 북한돕기 등의 일로 많은 타종교
인들과 만나실 기회가 있으셨을 텐데, 목사로써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 하셨습니까?
김명혁 : 제 경험을 말씀드려서 좀 그런데, 저는 약 십 수 년 전에 어떤 관계로 회장 보살 한 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보살 중에서도 회장이었죠. 절마다 그 사람의 이름이 걸려 있는 인격과 진리추구가 아주 철저한 분이었습니다. 한 6개월 동안을 가끔씩 만나게 되었는데, 그때마다 저는 그분을 정죄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도리어 존중했어요. "진리를 추구하시느라고 육십평생 참 귀하게 사셨습니다"라고 대했지요. (여기서 제가 말하는 불교에서 발견하는 일종의 진리는 특별 계시적인 진리가 아닌, '사람은 선을 행해야 한다. 자비를 베풀어야 된다'는 그런 식의 도덕성, 사회성, 또는 하나님을 찾으려는 그런 것들을 뜻합니다.) 그러던 중 한 번은 그 분이 다리를 다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위로를 하면서 제가 그분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불교에도 진리가 있습니다. 진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기독교에는 조금 더 큰 진리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식으로 했어요. 그분도 저를 보면서 존중해 주었습니다. 하여튼 그날 그분이 잘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모르지만 "좋은 말씀이었습니다" 라고 했어요. 그리고는 얼마 후에 저희 교회를 나오게 됐어요. 한 1년을 저희 교회를 출석하더니 절에 있는 자신의 이름을 다 제해 달라고 연락하고는 개종을 했어요. 그 다음에 세례를 받고, 집사가 되고, 그 다음에 전도를 하는데 얼마나 많이 하는지 몰라요. 지난주일에도 저희 교회에 나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타종교인들을 처음 만나자마자 불교도는 지옥 간다 라고 꼭 말할 필요는 없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비록 그 사람이 앞으로도 기독교인이 안될 망정 정중한 태도로 존중하며 대하는 것이 오히려 전도에 효과가 있지 않겠는가 생각해요.
요약하자면 종교다원적 상황에서 우리의 배타적인 선민 의식을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 보자는 것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종교다원주의의 위험성에 빠져서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됩니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절대적인 헌신을 다짐해야 되고 그러면서 복음을 선포(proclaim) 해야 되는데, 이때 그리스도가 유일한 주님이라는 것을 거만한 모습으로 남을 지배하고 가르치려는 자세보다 겸손하게, 진지하게, 사랑의 마음으로 타종교인들에게 접근하나아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또한 일반은총 면에서 그들을 존중하고, 협력하면서 마지막에는 전도하는 차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최인식 : 저는 신학자의 입장에서 말씀드리고 싶은데, 먼저 종교다원적인 상황에서 타종교와 대화를 어떻게 하느냐에 앞서 먼저 1960년대부터 한 30년동안, 소위 이런 종교나 민족 문제에서 진보적이었던 신학자나 교회에서 나름대로 기여했던 부분이 있다고 보고 싶습니다. 사실 그동안 보수주의 신학자나 교단들은 타종교의 문제에 대해서 상당히 터부시하고, 만나는 것조차 백안시했는데, 그들이 적극적으로 종교학이나 종교신학적 입장에서 연구하고, 학위를 받아서 타종교에 대한 이해가 상당히 많이 축적된 것은 인정해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사실 그것을 30년 동안 얻어진 우리의 유산이라고 보고 싶습니다. 때때로 '구약 크리스천 아카데미' 모임에서 타종교인들과 대화할 기회가 있는데, 그때 불교학자들보다 오히려
기독교 학자들이 불교에 대한 더 많은 이해를 포괄적으로 하고 있는 경우가 있어서, 우스개 소리지만 불교학자들이 자기들의 위치를 염려할 정도라고 말하는 것을 듣곤 합니다.
다시 말해 복음주의 신학자들이나 혹은 교회가 그동안 몰라서 또는 게을러서 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소위 기독교의 진보주의자들이 일구어 왔는데, 그들이 해놓은 업적들을 기초로 종교다원적 상황가운데서 나름대로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갈 수 있는 하나의 기반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물론 한가지, 그동안 진보주의자들에 의해서 이뤄지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학문적으로 또는 이론적으로는 많은 진보가 있었지만 실질적인 만남은 별로 없었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윗집, 아랫집에 보살님도 계시고 천주교인도 있는, 한 아파트 안에도 수많은 종교인들이 다 같이 살며, 같은 회사안에도 다양한 종교인들이 있는데, 적극적인 만남은 사실상 없었다고 봐요.
어느 통계를 보니까 2천년에 가서는 세계인구가 60억이 되는데, 그중 기독교인들은 20억 정도이고, 이슬람을 포함한 타종교인들이 약 30억이 된다고 합니다. 나머지 10억은 일종의 세속주의자구요. 그러니까 땅끝까지 복음을 전파하라는 선포의 차원에 있어서도 이 30억의 타종교인들을 만나지 않으면 안된다는 거지요. 그러니까 그들의 종교를 연구할 뿐 아니라 이제 그들을 만나야 된다고 저는 봅니다.
장병두 : 그럼 만나서 그들과 어떤 식의 대화를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최인식 : 저는 두 가지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것은 '선포'와 '대화'입니다. 좀 전에 김명혁 교수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첫째는 '선포'(proclaim)를 해야 합니다. 즉, 복음을 가르치기 이전에 '그리스도가 오셨다.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복음을 먼저 선포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선포에는 늘 시간과 공간의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번 전도한 사람한텐 두 번, 세 번 계속 찾아 가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사영리와 같은 전도지를 들고 아파트를 한 번 휙 돌면서 선포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대화는 평생 하는게 대화거든요.
그래서 오늘의 종교다원적 상황 가운데서 대화는 새로운 21세기를 맞이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엄청나게 훈련되어야 될 부분이라고 봅니다. 말하자면 전도훈련 하듯이 대화훈련도 해야 된다고 봅니다. 선포를 위한 훈련 못지 않게 대화훈련을 교회안에서 준비된 교역자를 통해서 해야 된다고 봅니다. 물론 이 대화라는 것이 단순히 복음전도의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된다고 봐요. 그렇게 되면 상대방은 이것을 위장된 것이라고 보아서 대화의 본질 자체를 잃어버리게 되기 때문이지요. 대화는 삶을 나누는 아주 정상적인 관계를 갖는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주장을 하고 싶어요. 선한 사마리아인에 대한 예수님의 비유를 통해 우리가 어떤 이웃에 대한 예수님의 정신, 타종교인에 대한 정신을 어느 정도 유추해 볼 수 있듯이, 오늘날 타종교인에 대한 우리의 자세는 선한 사마리아인 정신을 가지고 있는가? 선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가지면서 어떻게 그들에게 선하게 접근해갈 수 있겠는가? 저들의 신앙을 단숨에 비판적으로 무시하는, 자기도 경험해 보지 않았으면서 그들의 교리를 단순히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차원이 아니라 그들에게 선하게 접근해서 어떻게 선한 그리스도인의 대화를 유지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지요.
저는 이것이 다원적 종교상황에서 한국 교회가 준비되어야 할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질적으로 우리 이웃인 타종교인들과 수많은 사람들과의 정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대화적인 삶을 강조해야 한다고 봅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이러한 대화를 통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해 나가야 된다고 봐요. 이 일이 오히려 기존의 종교간의 대화보다 더 실질적인 작업일 것입니다. '타종교에 구원이 있느냐 없느냐'라는 이론적인 논의를 백날하는 것보다 (물론, 그것 역시 중요한 하나의 유산이 될 수 있지만은) 그들의 종교를 잘 몰라도, 거기에 구원이 있는지 없는지 잘 몰라도, 그들과 사랑의 프락시스를 나누기 위한 대화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이 시대의 기독교가 감당해야 할 더 본질적이고 더 중요한 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김명혁 : 저 역시 최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선교적인 차원에서, 또 인간을 이해하는 차원에서도 타종교를 많이 연구한 자료가 중요한 자원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실제적인 만남 역시 중요합니다. 용어상의 차이겠지만 저는 대화라는 말보다는 '만남'을 많이 강조합니다. 대화가 결국 만남이니까요. 예수님이 사마리아 여인을 만날 때 대화를 먼저 하시거든요. 그 사람의 처지에서 말이지요. 대화에 있어서 '그 사람의 처지'라는 게 무척 중요하다고 봐요. 상대방의 처지에 내려가야 대화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크리스천이라고 하면서도 북한 사람 싫어하고, 전라도·경상도 사람을 싫어하고, 일본 사람을 싫어하는데, 이건 비기독교적인 사고이고 배타적인 사고에요. 이젠 어차피 다원 종교화 된 지구촌에서 우리가 살고 있지 않습니까? 하여튼 만나고 대화하지 않은 채, 배타적이 된다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을지 몰라요. 저는 그런 차원에서 대화와 만남, 이것은 우리가 노력해야 될 삶의 방식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장병두 : 그런데 오늘날 크리스천들에게 복음이 분명하지 않은 채로 타종교인들과의 만남과 대화를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상당한 혼동과 위험이 따르지 않겠습니까?
김명혁 : 그건 아주 중요한 질문입니다. 사실은 복음이 무엇인가에 대한 '확신과 자신'이 있어야 타종교인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초신자들의 만남은 좀 위험하다고 봐요. 그러므로 신자들이 최소한도 그리스도에 대한 분명한 헌신과 사랑, 고백과 체험을 가지고 있어야 타종교인들과의 만남에서 자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스도의 인격과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철저한 헌신과 확신 그리고 사랑을 가지면 저는 어디를 가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역사와 문화에서 오는 배타성도 있지만, 미성숙성에서 오는 부자유함과 배타성도 있습니다. 저는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고난이 가장 친근한 접촉점(point of contact)이라고 봅니다. 신학적인 무슨 공식(formula)이 아닙니다. 결국 인간에게는 고난이 있거든요. 불교인도 고난이 있고 실패가 있어요. 그 접촉점(point of contact)을 잡아가지고 타종교인들와 만남을 갖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신학토론이 아니라, 얼마나 고생을 하고 얼마나 수고를 했는가에 대해 대화할 때, 예를 들면 "너는 얼마나 고생하냐? 나는 이렇게 고생을 했고 나는 이렇게 실패를 했다"고 마음을 열 때 대화가 되지요. 비록 궁극적인 목적은 전도지만, 저는 꼭 결과가 전도가 아니라도 좋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이 사회를 그만큼 공의롭고, 사랑이 있고, 질서가 있는 사회로 만들면 그것도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다 그리스도인화 안 된다 해도 만남은 우리들의 삶의 모습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한국교회 안에 이런 준비가 조금 부족하지만, 그리스도에 대한 헌신을 확인한 후 자유를 가지고 누구하고나 만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장병두 : 그럼 크리스천들이 복음에 대한 분명한 태도와 진정한 자유 그리고 다른 영혼에
사랑의 대한 마음을 갖고 나가는 것이 훈련으로 되어진다고 보십니까?
김명혁 : 단순히 그렇게 보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하나의 사영리로 되는게 아니고, 어떤 단기적인 강한 훈련으로 되는 게 아니라, 오랜 동안의 '실패와 고난, 그리스도를 위한 사역'의 마당에서 조금씩 배워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온전히 변화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려요. 나는 최소한 10년은 걸린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가 반드시 그리스도를 위해서 뭔가 해보려고 하다가 실패도 해보고 고난도 겪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아,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시는구나'하는 확신으로부터 오는 자유가 생기고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는 여유도 생기지요. 저는 이것이 '기독교의 사랑의 원리'라고 봅니다. 복음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이지요. 겸손히 예수님처럼 희생하면서 고난을 같이 나누라는 것입니다. 그럴 때 사회도 더 좋은 사회가 되고, 결국 하나님의 나라가 확장되는 것입니다.
최인식 : 저는 또 이런 부분을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독교 선교가 이제 100여년이 조금 넘었는데, 사실 선교사로부터 젖 뗀 지가 얼마 안되었다는 것입니다. 즉 지금은 거의 엄마 치마폭에 휩싸여 아직도 서구의 신학적 젖을 빨지 않으면 안될 것처럼 생각하는 그런 상황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런 현상 때문에 조금만 바뀌어도 불안해 하고, 문화적인 변화에 대해 쉽게 적응을 못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건방진 얘기일지 몰라도, 그 동안은 어리기 때문에 독창적으로 자기의 사고를 동원해서 직접 나가서 전투도 해보고, 실패도 해보는 상황화된 한국 신학을 해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제 그런 상황이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한국교회가 한국교회에서 나온 사람들에 의해서 한국인의 언어로 한국인의 사상으로 한국인의 주석을 가지고 신학을 전개한지가 얼마 안되었거든요. 토착화 신학 얘기가 나온 지도 30년밖에 안된 상황이기 때문에 불교나 타종교가 주변에 가까이 있었지만 그들과 대화를 감히 어린 나이로 할 수 없었던 거지요. 겁이 나거든요.
이제는 내적인 힘을 많이 키워야 된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고 일부러 폼 잡으면서 불교에 도통한 것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한국적 상황에서의 신학은 일단 목회자들 차원에서 또 신학자 차원에서 서서히 시도해야 된다고 봅니다. 그리고 성도들의 차원에서는 먼저 성령 충만한 삶이 무엇인지, 그리스도의 핵심적인 복음의 정신이 무엇인지, 자기 삶 속에서 먼저 누리도록 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정리하자면 이제는 100여 년 기독교 전통에서 서양교회가 질문했던 것에 대해 그 대답을 또 서양적으로 했던 그런 식이 아니라, 한국교회 안에서 우리가 질문하고 우리가 성경과 성령의 역사를 통해서 대답하는 그런 창조적인 한국 신학, 한국의 독자적이고 문화적인 목회를 이루면서, 우리의 이웃이 불교인이며 유교인들이고 샤머니즘인 가운데서 어떻게 살 것이며 종교다원적인 상황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이냐를 이제는 우리 스스로가 찾아나가야 된다고 봅니다.
그리고 타종교와의 만남에서 중요한 것은 '정의'와 '사랑'라고 생각합니다. 이 두 가지가 성경에서 말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보는데, 구약과 신약성경을 보더라도 하나님께서 이방종교와 이방인들은 멸하시고, 선택된 백성들은 야단치고 때로는 징계하실 때는 하나님이 보시기에 항상 불의와 악으로 가득 차 있던 때거든요. 하나님이 보시기에 악한 백성, 악한 종교라고 하면 그것은 유대교가 됐든, 이방 바알 종교가 됐든, 불교가 됐든, 기독교가 됐든 간에 항상 그것은 심판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가 타종교인들과 만날 때 요나와 같은 변화된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방에 나가 복음을 전하라고 하는 하나님의 뜻을 거부하던 자신의 배타적인 태도를 버리는 것이지요. 요나가 돌이킨 후 니느웨성 사람들에게 가서 "여호와를 믿으라는 식으로 한 것이 아니라 '악한데서부터 돌이켜라, 악한 것을 돌이켜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하나님은 심지어는 이스라엘을 구원하기 위해서 이방종교인들의 왕들을 들어서 사용하기도 하셨고, 여러가지 하나님의 높은 섭리가 있었는데, 저는 그 섭리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정의와 사랑의 관점'이며, 이것을 하나님은 늘 보고 계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날 타종교를 만날 때 정의로운 일과 사랑의 일을 할 때는 같이 모일 수 있다는 것이죠. 사랑을 위해 북한 동포 돕기를 한다거나, 우리 민족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그들과 얼마든지 협력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나 또 하나 생각할 것은 불의한 일과 분리하는 일을 오히려 종교가 먼저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럴 경우에는 저는 그들이 불교인이라도 불교의 잘못된 점이 있을 때는 만나서 강하게 비판하고, 또 기독교가 잘못한 것 있으면 또 불교의 소리를 겸허히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어떤 종교의식이나 체제에 우리가 너무 얽매이지 말고, 아까 김 목사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예수님 중심으로 행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기독교 100년의 전
통을 존중히 여기더라도 한계가 있을 때는 인간적 차원에서 누구의 신학에 얽매이고, 또 어떤 사상에 매여서 타종교인들을 만나면 커다란 죄라도 짓고 다시는 하나님 못 볼 것처럼 생각하는 태도에서 해방되는 훈련이 우리 교회 안에서 정착되어 질 때, 저는 타종교나 혹은 종교다원적 상황에서 타종교인을 만날 때, 보다 자유롭게 그들을 만날 수도 있고, 때로는 그들을 선도하기도 하며, 그들이 요구할 때 같이 협력하기도 할 수 있는 평안함과 자유가 우리 가운데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상태를 저는 포괄적으로 '성령의 충만함', '성령의 자유케 하심'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사실 작년에 홍수 사태가 났을 때, 조그만 암자에 있는 스님들이 참 어려움이 많았었습니다. 그때 그 산 밑에 있는 교회에서 라면박스라도 하나 가지고 올라가 그들을 돕는 '만나는 사랑'을 나누는 것이 사랑이고 정의거든요. 저는 이러한 일을 머리로만 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실천으로 옮기는 자세가 많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생명을 살리는 그 일에 있어서는 이 종교, 저 종교의 그런 경계선을 넘어서 나가야 할 시대가 되지 않았나 보고 그게 대화의 삶으로 요약이 되겠죠. 타종교와의 만남에서는 공의와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 협력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한국교회의 성도들이나 목회자들이 과연 타종교인들과의 겸손한 만남을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고 보십니까? 또 타종교인을 만나는 신학자와 목회자를 옆에서 지켜보는 교인들과 학생들이 신앙적인 혼동을 갖지는 않겠습니까?
김명혁 : 지난 2~3년 동안 북한동포 돕는 일에 스님들과 신부님들과 협력을 잘해 오니까 우리 교회 권사님 한 분이 이따금씩 농담을 해요. "목사님 언제 개종하시겠습니까?" 왜냐하면 제가 "스님들과 신부님들이 우리 개신교인들 보다 더 헌신적으로 일을 한다. 이점은 우리가 배워야 한다"는 얘기를 몇 번 하니 그런 말이 나왔던 것이죠. 저는 그와 같은 농담을 부정적으로만 듣지 않고 우리 교인들에게 상당히 자유가 있다는 말로 들렸습니다.
저는 목회자들이 설교를 통해 복음을 철저히 선포한다면, 혼동 같은 것은 없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철저한 점은 철저하고, 또 넓은 점은 넓게 품어 주면, 그러면 교인들이 다 이해를 하지요. 우리 사회에 이런 용납하는 분위기가 있어야 되지, 국회의원들처럼 서로 정죄하고 싸우면 사회적으로 해를 입게 됩니다.
그러므로 요약하자면 미국이 배웠던 다양성을 인정하는 조화, 민주적인 원리를 우리 한국교회가 이제는 배워야 한다고 봐요. 그렇지 않고 다 때려치우는 것은 하나님을 닮는 것이 아니라고 봐요. 제가 지금 다원주의를 배우자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르면 일단 참지 못하는 점을 좀 바꾸고 넓게 생각해 보자는 것이지요. 사실 저희 교회는 작년 성탄절 때 열린 모임을 가졌습니다. 그때는 구청장이 와서 악기 연주도 하고, 가수가 와서 노래도 하고, 그리고 구청이 추천한 30명의 아주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시간을 가졌지요. 그래서 어떤 때는 교회에서 모이지만 예배형식으로 모이지 않습니다. 폐쇄적인 시대는 지나지 않았나 싶어요. 우리 두 사람이 너무 다원주의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말을 한 것 같아 조금 독자들이 오해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저는 그렇게 하는 것이 오히려 이기는 거다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최인식 : 저는 이런 측면도 있다고 봐요. 우리는 이미 알게 모르게 종교다원주의는 아니지만 다종교적 상황속에 푹 젖어있다고 봅니다. 순수한 서양 기독교라는 것이 어디 있습니까? 어떻게 보면, 우리 교회안에 샤마니즘이나 불교적 요소는 없습니까? 교회안에 또 유교적인 요소는 얼마나 많습니까? 그 정신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좋은 것을 받아들이려는 애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사실 정제되지 못한 것이 있음을 먼저 잘 분별할 줄 알아야 될 것 같구요, 그리고 정말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것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열지 못하기 때문에 받아들이지 못하는 점도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그럼 왜 그런 현상들이 생긴다고 보십니까?
최인식 : 저는 하나의 편견과 무지, 기독교 선교사들이 우리에게 심어놓았던 선교사신학 때문이라고 봅니다. 저는 한국에는 종교다원주의자는 없다고 봐요. 사실은 기존 선교사신학이나 서양에 대한 어떤 거부반응, 아니면 민족 자긍에 대한 것 등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기존의 선교사 신학에 눌려가지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다 서양 기독교문화밖에 없거든요. 하지만 그런 종교문화들을 이제는 어떻게 우리 안에서 소위 지평융합을 시켜서 새로운 창조로 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봐요. 다만 그리스도에 대한 분명한 고백을 어떻게 계속 유지시켜 나가면서 이걸 할 것이냐가 가장 고민이 되기 때문에, 조금 이렇게 가면은 다원주의가 되고 포용주의가 되고, 너무 치우치면 배타주의가 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목회자 관점에서만 좁혀서 얘기하면, 저는 열 걸 열놓고, 받아들일 건 받들여야 된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게 마음대로 안돼요. 왜냐하면 다수의 성도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 때문이지요. 한 예를 들자면, 광주에 있는 교회의 어떤 목사님이 교회 성가대나 찬양 음악을 민요나 국악으로 하려고 시도를 했는데 처음에는 안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포기하지 않고 교육을 시켰다고 합니다. 즉 국악찬양을 하기 전에 장로님부터, 제직부터 하나씩 교육을 시킨 것이지요. 국악이나 민요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또 국악에는 어떠한 위험한 요소가 있고 어떤 면에서 좋은 것인지를 가르쳤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직접 시연도 하고 하나씩 교육을 시키고 나니까 요즘은 성도들이 국악찬양을 참 좋아한다고 합니다. 사실 교회안에서 북 하나 치는 것도 어렵잖습니까? '궁~'하고 울리면 연상되는 그림이 있기 때문이지요. 북, 장구하면은 연상되는 그림이 없습니까? 있지만, 그러나 그 연상되는 그림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주지 않고 바로 시작을 하니까 항상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목회자가 생각을 바꾸고, 하나씩 하나씩 열려진 마음으로 그들을 하나의 이웃으로 영접한다는 차원에서 만나면 얼마든지 그런 문제점들은 해결될 수 있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늘 우리 목사님들이 염려하는 부분은 기독교의 정체성 문제입니다. 대화를 하게 되면 혼합주의가 되지 않겠느냐, 내 신앙이 탈색되지 않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장병두 : 하지만 그건 어떻게 보면 우리들이 감당해야 할 숙제이고 또「목회와신학」이 감당해야될 십자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웃음). 하지만 염려되는 것은 최근에 불교와 가톨릭이 서로 강단을 교류해서 신부님이 뒤에 불상을 두고 강론을 펴고 또 스님이 그렇게 하는 강단 교류들이 매스컴을 타기 시작하면서, 과연 위험이나 문제는 정말 없겠는가 하는 점입니다.
김명혁 : 저는 장 목사님께서 지금 그 위험성, 조심해야 될 부분을 말씀하셨는데, 그것은 아주 당연한, 지당한 염려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저 목회자들과 신자들이 뛰어나가서 타종교, 특별히 타종교인 지도자들과 대화와 교류를 해야 된다고 저는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특별히 경계해야 될 것은 '예배나 종교 행위를 같이 하자'는 말을 한 일은 없습니다. 예배는 신령과 진정으로 드려야지 혼합적으로 예배를 드릴 수는 없는 것이에요. 영국에서도 한 번 그런 일이 있었고, WCC 모임 때는 그런 예배가 있었는데, 제가 밴쿠버에 갔을 때는 타종교인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는데 불교인은 목탁 두드리고, 힌두교는 또 힌두교대로 한 사람씩 단에 나와서 자기 스타일대로 함께 예배드렸어요.
그러므로 지금 우리가 얘기하는 것은 '어떤 종교 행사를 같이 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종교 다원화 된 상황에서 너무 적극적으로 목사나 신자들이 뛰쳐나가서 대화나 교류를 해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데 왜 이 문제를 타부시 하지 않고 열어 놓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거기에는 이유가 있는데 하나님은 모든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셨고, 예수님은 모든 종교인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셨다는 것 때문입니다. 하나는 육체적인 일반 은총적인 차원에서, 또 궁극적으로는 특별은총의 차원에서 하나님은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요. 그러니 그리스도인들도 옛날 루터인들 처럼 배타적으로 '터키인들은 망할 사람이다.' 요나처럼 '니느웨는 망할 사람이다. 가면 안된다.' 이렇게 하는 것은 하나님의 관심에 어긋난다는 것이죠.
요약하자면 "왜 교류와 만남을 타부시 하는 것을 잘못이라고 하느냐?"하면,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영혼에 대한 관심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홍수가 나면 가서 도와야 되고, 원수라도 주리면 먹이라고 했는데, 타종교인들을 원수로 친다고 해도 먹여야 되지 않겠습니까? 물론 북한사람도 마찬가지구요.
저는 그런 차원에서 타종교인들과의 만남과 대화를 무조건 거부하는 건 하나님의 방식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다 타종교인들을 찾아 다니면서 대화해야 되고, 만나야 된다는 것도 아닙니다. 분명히 아직 성숙하지 못한 사람들은 기다려야 됩니다. 십년이든 이십년이든 말이죠. 여기에는 목사도 신학교 교수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복음에 대한 확신이 있고 한 영혼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사랑이 있어야 그들과 대화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준비가 됐을 때, 프란시스의 제자들도 훈련을 받고 나갔듯이 훈련을 받고 나가는 거에요. 어디든지.
최인식 : 사실 대화가 이 시대에 너무나 요청되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 만큼 훈련이 안된 부분도 없는 것 같습니다. 타종교인들과의 대화 이전에 우리 안에서부터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항상 학생들한테도 강조하는 것이지만, "이 대화 자체를 무조건 거부하는 것은 죄악이다. 하나님의 사랑의 전류를 통하게 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화가 없는 것은 무관심이고, 완전히 버려 두는 것이므로, 대화를 해야 된다"라고 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타종교와의 대화라는 것이 아주 소프트한 미래를 즐기는 것만이 결코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화는 때로는 대결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단순한 변증을 넘어서 투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진리 때문이지요. 상대방과 대화하는 가운데서 어떤 부분에서 일치가 될 수도 있지만, 일치가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진리로 인해 아주 긴장된' 대결의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그 대결 상황이 사실은 겁나는 거에요. 결국 잘못된 가르침에 대해서 내가 비판하면 나도 비판 받을 수 있는 마음으로서 대해야 되겠지요. 나를 열어놓지 않고서 상대방을 향한 공격적 대결의식만을 갖는다면 싸움을 걸겠다는 것 밖에 안되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저는 대화라고 해서 그냥 상대방을 무조건 받아들이고, 수용하고 껴안는 것이 아니라, 예언자적 차원에서 대결의 정신도 가져야지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대화는 살아난다고 봅니다.
그리고 타종교와의 만남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최소한의 대화가 필요한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서로간의 편견을 확인하는 일입니다. 스님이나 불자들이 기독교에 대해서 또 예수님에 대해 참으로 오해하고 있어요. 왜곡된 이해가 굉장히 많습니다. 아전인수격으로 자기 나름대로 그냥 해석해서 비판하고 아예 그냥 처리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이죠. 그리고 우리가 불교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는 것이 많이 있을 수 있는 데, 서로간의 대화를 통해서 그동안 이런 부분이 우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들의 말을 들어보니깐 상당히 진리의 측면이 있다고 하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하나 하나를 알고 깨달아 가는 것이 그 공동체의 정의로운 사회나 평화를 유지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모릅니다. 그러니까 일단 자기의 아집이나 편견들을 확인하는 모습이 대화를 통해서 이뤄질 수 있는데, 처음부터 거부 하거나 배타시하게 됨으로 오는 그 긴장과 갈등이라는 것은, 만나서 서로 진리간에 대화를 통해서 갖는 긴장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라고 봐요. 물론 이런 진리 탐구를 위해서 추적해 나가는 과정 가운데 개종의 위험이 따른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즉 기독교인이 불교인이 될 수도 있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그런 위험을 감수하며 대화에 임하는 기독교인은 그리스도안에 있는 자기 정체성이 분명해야 하고 어느 정도 대화의 훈련이 되어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하나님은 절대적이지만 내가 하나님을 믿는 신앙은 절대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 믿고 있는 교리 자체가 완벽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계시는 분명하지만, 받아들이는 내가 왜곡되게, 그리고 전달하는 매체의 함정 때문에 일부분을 가지고 고백하는 경우가 많이 있거든요. 그래서 사도바울도 죽을 때까지 그 사랑의 넓이와 깊이를 더 알아가기 원한다고 했듯이 자기가 알고 있는 예수의 고백일지라도, 늘 다른 사람을 통해서 보완려는 자세를 갖는다면 아까 김 목사님 말씀대로 타종교도 하나님의 일반은총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그들의 삶을 통한 가르침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다는 거지요. 그들이 귀를 기울이고, 받아들이든 그렇지 않든 그것은 또 다른 문제에요. 일단 그런 만남, 그런 대화의 장을 자연스럽게 갖는 열려져 있는 신앙의 자세가 오늘날 우리에게 요청된다고 저는 봐요. 사실 제가 오늘 미국 뉴스에서도 보니깐 세계 23개국에 지금 민족과 종교간의 분열이있다는 거에요. 즉 전쟁이 일어나고 있
는 게 민족과 종교 때문에 일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 종교간의 분쟁으로 인한 전쟁의 문제는 훼불사건을 통해서 알수 있듯이, 기본적으로 우리 한국에도 '탕'하고 부딪히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언제든지 잠재되 폭발할 가능성이 있는 사회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이 열린 마음이 그런 것을 사전에 일단 막을 수도 있고 또 더 성숙한 21세기 기독교 선교에 하나의 지평을 열어갈 수도 있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김명혁 : 사실 우리 민족이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다양성을 수용하지 못하는 배타적인 단점이 있고 그것이 사실이면서도 참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아일랜드나 무슨 동구 또 다른 중동에서 볼 수 있는 종교 전쟁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건 참 다행스런 상황이에요. 저는 점점 더 다원화되어 갈수록 이것을 계속 유지해야 된다고 봅니다. 만일 대화의 단절로 이것이 조금 자극을 받으면, 그래서 다른 곳처럼 종교 분쟁이 일어나면 그러지 않아도 우리가 배타성이 강한데 큰 일입니다. 그러니까 오늘 우리 상황은 극히 다행한 일이에요. 앞으로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종교간의 긴장이든지 과격한 어떤 갈등을 조성하지 않도록 모든 종교인들이 힘을 쓰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라고 생각합니다.
장병두 : 종교간의 분쟁이 일어나는 이유는 대부분 교리적인 이유보다는 정치적인 이유 때
문에 일어나지 않습니까?
김명혁 : 예, 그렇죠. 일본도 그렇고, 우리는 불교인이 대통령이 돼도 가만 있고, 천주교인이 대통령이 돼도 그저 가만 있고, 개신교도가 돼도 가만 있었는데, 상당히 다행한 일이에요. 그것은 우리의 장점이에요. 이것이 어디서 왔는지 하여튼 우리가 이것을 받아들였어요. 이걸 잘 유지하는 것이 세계를 향해서도 하나의 모델을 제시해 줄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하나 더 지적하고 싶어요.
장병두 : 이제 결론을 내려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은 지금 정말 핵심적인 것은 그리스도안에 있는 하나님의 진정한 사랑에 대해서 우리가 안다면 그리고 그 사랑의 깊이와 하나님의 거룩함에 대해서 안다면 정말 기꺼이 하나님께서 자기의 아들을 보내셔서 죽으신 것처럼 우리도 죽으려 하고 희생하려 해서 모든 사람을 하나님께로 인도하는 정신으로 타종교인들에게 나아가야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의 신학교에서 조차 하나되지 못하는 반목과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또 어떤 면에서는 하나님의 거룩이 훼손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학교 안에서 조차 대화가 안되는 배타성이 강한 현실을 과연 한국교회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십니까?
김명혁 : 한국교회 문제점을 외국사람이 지적하라고 하면 저는 두 가지를 지적하는데, 하나는 세속화, 하나는 분열입니다. 그래서 결국 대안으로 교회의 갱신과 개혁이 필요하고 연합과 일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합니다. 제가 속한 한국복음주의 협의회의 목표도 교회 갱신과 일치거든요. 그런데 갱신과 일치는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해요. 세속화를 뒤집어 놓을 만한 저력도 없고, 일치와 협력을 이룰만한 정서도 안돼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가 교회되기 위해서는 교회가 갱신해야 되고, 개혁해야 되고, 일치와 협력과 연합을 이루어야 되는 게 역사와 시대의 명령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날의 21세기의 통일을 앞둔 한국교회에 주어진 대 과업이 갱신과 일치입니다. 오늘날 신학교는 개인 교수들의 관심들이 뭉쳐있는 곳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목회적이고 교회론적인 것도 부족하고, 세계적인 안목도 부족하고 개인 교수들의 학문적인 관심들의 집합체에요. 그래서 학문이 최고에요. 자기 의견이 최고에요. 목회적인 정열, 목회적인 책임, 교회적인 책임, 사회적인 책임, 그것을 감당 못해요.
사실 지금 한국교회는 갱신과 일치를 이루어야 되는데 그 무엇보다 모델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갱신과 일치의 모델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에 우뚝서면 한국교회의 갱신과 일치는 결국 조금씩 이루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최인식 : 처음에 김 목사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다양성'이 훈련되지 않아 생기는 문제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신학적인 문제나 종교적인 문제라고 하기 전에 기본적으로 사회적인 지평에서 다양성에 대한 체험이 극동의 한 구석에 있으면서도 안된 부분이 많습니다. 심지어 외국에 유학가서도 한국사람들끼리 만난다는 거에요. 외국문화에 동화되지를 못해요. 그곳에서도 김치먹어야 한다면 앞으로 세계를 리드해 나가는 것 뿐 아니라 자체적인 유지도 힘들지 않겠느냐 싶습니다.
그럼 우리의 다양성을 그럼 어떻게 체험하게 하느냐? 일단은 교육 현장에서부터 해야 하는 것이죠. 아까 신학교 교육을 말씀하셨는데, 사실 일반 대학이나 다른 대학에서는 다양한 체험을 하다 신학교에만 들어오면 아주 폐쇄적으로 되요, 오히려 더 폐쇄적이 되죠. 여기에 대한 신학 교육의 커리큘럼이나 정신을 새롭게 반성해나야 된다고 봐요. 그리고 종교다원적 상황 속에서 신학교가 해야 할 일은 기본적으로 종교학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우리 학교도 종교에 대한 가르침이 없지만 타종교에 대한 객관적인 연구가 있거든요. 그것을 필수로 타종교에 대한, 일단 지식적으로라도, 정리된 연구들이 있고. 한 걸음 더 나가서, 이것은 실현가능하기 어려운 일인지 몰라도 교과서적인 것뿐만 아니라 실천적으로, 우리 나라에 훌륭한 스님도 계시고, 훌륭한 신부님도 계시도, 또 아주 사회적으로 의식있는 무녀들도 있습니다. 우리가 선입견을 가지고 보면은 다 못 먹을 네 발 가진 짐승들이고 기어다니고 날라 다니는 것이지만 하나님께서 필요로 하신다면 그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장을 때로는 학교 안에서 힘들다면 밖에서라도 강의듣고 토론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귀한 시간들을 내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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