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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의 과제와 자세 국민일보(98.8.26)
김명혁 목사 (강변교회, 합동신학대학원)
요즘 김대중 대통령의 개혁의지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5일 '제2의 건국'을 선언했고 24일에는 '강력한 정치개혁'을 천명했다. 지극히 당연하고 타당한 일이다. 국민들은 그 같은 선언과 천명이 구호에 그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과연 그 같은 다짐이 어느 정도 실현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우리는 지금 '제2의 건국'과 '강력한 개혁'이라는 두 가지 시대적 요청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개혁을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것을 신중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역사 의식을 갖고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역사의식이란 과거에 비추어서 현실을 보는 관점이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의 붕괴는 우리로 하여금 우리의 잘못을 직시하고 뉘우치며 개혁하라는 신호였다. IMF한파와 홍수도 마찬가지다. 독재와 부정부패, 거짓과 사치, 오만과 이기적 탐욕을 청산하라는 표시였다. 그런데 우리는 과거를 너무 쉽게 잊어버린다. 고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향수나 사치 향락에 대한 향수가 있다면 이것은 분명히 우리에게 역사에 대한 불감증과 무감증이 팽배해 있다는 증거다.
둘째, 민족 의식을 갖고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민족의식이란 자기 자신이나 자기 정당의 이익이 아닌 민족과 국민의 이익이 되는 관점에서 모든 것을 판단하고 실천하는 의식이다. 최근에 고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시도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민족을 위한 민족주의자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절대시한 독재자였다는 것이다. 독재정치가 민족의 발전을 저해했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셋째, 세계 의식을 갖고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세계 의식이란 세계와 연관해서 자신을 바라보는 안목이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배타적인 민족의식이 깊게 자리잡고 있다. 일본과 북한을 무조건 미워하는 배타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무조건'이라는 말은 우리가 함부로 사용할 단어가 아니다. IMF한파와 대홍수로 인해 고통의 의미를 다시 한번 절감할 수 있었다면 이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숨은 뜻을 읽지 못하고 방종의 탁류에 휩쓸린다면 우리에게는 정말 희망이 없다. 세계인들과 함께 사는 지구를 만들기 위해 개혁을 실천하자.
넷째, 윤리적 삶의 실천이 동반되는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윤리적 삶이란 자기 자신이 진실하고 검소한 삶을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자기희생을 기쁘게 감수하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이런 말이 구호에 그치는 일이 너무 많다. 자신은 아무것도 희생하거나 반성하지 않으면서 타인에게만 그것을 요구한다. 나는 항상 정당하고 남은 항상 잘못됐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이번 현대자동차 사태를 보면 더욱 그렇다. 희생을 감수하지 않고 명분만 살리는데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우리는 진정 개혁을 요구 받고 있다. 이번에 새로 임명된 대법관 한 분의 청빈한 삶이 자꾸 보도되는 것은 그만큼 국민들이 윤리적 지도자를 염원하기 때문이다. 청빈하고 윤리적 삶을 사는 경제인10명과 정치인 10명, 성직자10명이 우리 앞에 우뚝 선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이들을 향해 '지도자'라는 칭호를 붙여 줄 것이다. 이제 남을 향한 손가락을 거두자. 먼저 겸허한 자세로 내 자신을 바라보자. 하나님께서는 회개하는 백성을 불쌍히 여기신다. 지금은 우리가 진정으로 회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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