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성 박사의 "개교회주의와 성장주의에 대한 한국교회의 반성과 대책"에
대한 논찬 (1999.11.19, 한기총 10주년 기념 심포지움)
김명혁 목사(강변교회 담임, 합동신학대학원 교수,
한기총 국제위원장, 한국복음주의협의회 부회장)
이종성 박사는 트뢸취의 분류에 따라 기독교의 형성과 발전 역사상 존재한 교회들을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즉 로마 천주교로 대표되는 "교회형"의 교회와 프로테스탄트로 대표되는 "분파형"의 교회와 기도원이나 비밀 집회장소로 대표되는 "신비주의형"의 교회가 존재해 왔다고 지적했다. 트뢸취의 분류가 사회학적 관점에서 지나치게 단순화한 분류이기 때문에 그의 분류를 따를 때 다양한 개신교회의 유형들을 제대로 서술할 수 없는 단점이 있으나 참고할 만한 분류라고는 하겠다.
이종성 박사는 트뢸취의 분류를 따르면서도 한국의 개신 교회를 "교회형" 교회로 분류하고, 한국의 개신 교회를 다시 "대형교회" "중형교회" "소형교회"로 세분하며 그 특성들을 각각 서술했다. 이종성 박사가 서술한 세 가지 유형 교회들의 특성들이 거의 정확하게 기술한 특성들이라고 하겠으나 어느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고 하겠다. 즉 대형교회가 위치한 지리적 조건이 반드시 아파트 밀집지대는 아니다(명성교회나 영락교회나 순복음교회의 경우). 대형교회가 반드시 특정 지역 출신의 목회자를 선호한다고 할 수 없다(명성교회나 소망교회나 순복음교회의 경우). 반드시 열린 예배형식을 취하지도 않는다(충현교회나 영락교회나 소망교회의 경우).
이종성 박사는 논문의 본론에서 개교회주의와 성장주의를 평가했다. 한국교회는 그 초기부터 네비우스 정책에 따른 자립, 자전, 자율의 원리를 채택하므로 개교회주의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개교회주의가 한국교회가 성장하고 부흥하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또한 그 초기부터 전도와 선교에 주력하고 성장에 큰 관심을 기울인 결과 놀라운 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동시에 개교회주의는 한국교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는데, 자기 교회의 사업과 프로그램에만 치중하고 교파연합사업에 매우 소극적이란 것이다. 성장주의 역시 부정적 영향을 미쳤는데, 한국교회가 교인증가와 헌금증액 및 외형적 교세확장에 지나친 관심을 가지며 성장한 교회의 당회장은 성공한 목회자란 평을 받아 도덕적 시험에 빠질 위험성을 지니게 된다는 것이다.
이종성 박사는 결론 부분에서 바람직한 교회를 건설하기 위한 몇 가지 대책을 제시했다. 1) 개교회는 성장을 위한 봉사활동을 지속해야 한다. 즉 교회출석, 헌금, 전도, 성가대, 교회학교등의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2) 그러나 개교회의 고립주의나 독선주의에 빠져서는 않된다. 독립교회도 않된다. 개교회는 교회연합사업에 동참하며 사회복지사업과 교육사업과 문화사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3) 각 교단이 총회차원에서 개교회주의와 성장주의를 연구할 특별연구위원회를 조직하여 연구케 하고 그 내용을 각 교단과 교회에 주지시키도록 하여야 한다.
논찬자는 이종성 박사가 본론 부분에서 피력한 개교회주의와 성장주의에 대한 평가와 결론부분에서 제안한 대책에 그대로 동의한다. 다만 논찬자는 여기서 성장주의와 대형교회주의와 개교회주의로 치닫는 한국교회에 대한 보다 비판적인 평가와 한국교회의 개혁 및 갱신을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안하려고 한다.
한국교회는 그 초기부터 네비우스 선교정책과 아울러 순교적 신앙의 전승으로 인해 질적 및 양적 성장을 이룩하기는 했지만, 70년대 이후의 성장은 지나치게 경제 및 물량주의적 성장의 경향을 띠므로 오히려 한국교회를 세속화하고 기업화하는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하겠다. 즉 한국교회는 무의식 중에 "큰 것이 아름답고 옳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성장과 대형화를 목회와 교회의 지상 목표로 설정하기에 이르렀다. 교인 수와 헌금액수를 늘이기 위해서는 영성 개발 기술은 물론 기업 경영 기술까지 동원하게 되었다. 50여 개에 이르는 대형교회 중 일부 대형교회들은, 과거에 순복음교회에서 시행하던, 위성영상 예배를 지 교회에서 드리도록 하므로 그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했고, 교회의 사역을 전문화, 세분화 및 확대화 하므로 그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그 결과 대교회 목회자의 권위와 세력이 강화된 반면 도덕성과 영성은 약화되었다. 큰 교회를 이룩하면 자동적으로 지도력을 구비한 지도자가 되었다는 착각에 사로잡히게도 되었다.
교회의 대형화가 반드시 부정적인 결과만을 초래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대형교회는 중소교회가 하지 못하는 큰 일들을 해 내며 대사회적 영향력도 크게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대형교회가 초래한 부정적인 영향은 심각하다. 한 대형교회의 사역이 한 지역이나 한 도시에 무한대로 확장될 때 그 지역에 있던 4,50개 또는 그 이상의 중소교회들은 순식간에 죽고 만다. 한 대형교회가 수 많은 개척교회와 선교사들을 단독으로 지원하는 큰 일을 하지만 지원 받는 개척교회나 선교사들은 그 대형교회의 시종이 되며 그들을 통해 대형교회는 그 왕국의 세력을 확장해 나간다. 대형교회는 단독으로 큰 일들을 얼마든지 할 수 있으므로 다른 교회들이나 교단과의 협력의 필요를 느끼지 않으며 실제로 연합과 협력을 별로 하지 않는다. 오늘날 연합과 협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교회들은 주로 중소교회들이다. 결국 성장주의와 대형교회주의는 한국교회를 기업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대형교회뿐만은 아니다. 모든 교회가 나름대로 저마다 성장을 추구하다 보니까 한국교회 전반은 기술면에서는 다소의 발전을 이룩했지만 영적 및 윤리적 생활면에서는 퇴보하게 되었다. 한국교회는 설교의 기술, 기도의 기술, 행정의 기술 등은 다소 습득했는지 모르지만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을 상실한 부끄러운 교회가 되고 말았다.
최근에 즉 1999년 5월 25일 치악산명성교회수양관에서 한국교회에서 가장 크게 성장한 대형교회인 명성교회의 담임 목사인 김삼환 목사가 한국교회의 문제점 10가지를 솔직하게 지적한 일이 있다. 그 중 첫째 문제가 개교회주의와 교회성장주의라고 지적했다. "핸드 백인지 무슨 백인지 하는 사람이 와서 교회성장세미나를 하니까 수천명의 목회자들이 몰려드는데 이것이 오늘날 한국교회의 문제다" 라고 직설적으로 지적했다. 자기는 교회성장학을 배운 일도 없고 교회성장을 위해서 기도한 일도 없지만 하나님께서 그저 선물로 주셨다고 고백했다. 자기는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고 고백하면서 교회를 분할 해야 할 것인지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이제는 한국교회가 성장 보다는 성숙을 추구해야 하며 선교에 보다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자기의 심정을 진솔하게 피력했다. 솔직하고 바람직한 지적이요 고백이라고 하겠다.
개교회주의야말로 한국교회가 당면한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이다. 한국교회가 그 초기부터 네비우스 선교정책에 따라서 자립, 자전, 자율적 교회로 발전한 것은 지극히 바람직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개교회주의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교회는 그 초기에는 지역할당제도를 따르면서 다른 교파들과의 협력을 어느 정도 아름답게 유지했다. 그러나 오늘의 한국교회는 극단적인 분열을 거듭했다. 장로교가 130여 개에 이른다고 한다. 이와 같은 극단적인 분열과 개교회주의는 네비우스정책에서 기인했다기 보다는 유교적 가문주의, 지역주의, 민족주의 및 개인주의와 미국적 교파주의에서 비롯했으며 현대적 성장주의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교회를 하나님 나라 확장의 관점에서 보기 보다는 인간적 왕국의 확장의 관점에서 보는 데서 비롯한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한국교회의 개혁 및 갱신을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안하려고 한다. 최근(1999년 10월 11일) 한국복음주의협의회는 "한국교회의 살 길" 5가지를 정리하여 발표한 일이 있다. 그것은 다음과 같다. 1) 목회자와 교회지도자의 영성, 도덕성, 신뢰성을 회복해야 한다. 2) 대사회적 책임과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3) 개교회주의와 대형교회주의를 지양하고 중소교회를 육성하며 하나님 나라를 확장해야 한다. 4)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기독교단체들을 통합하며 연합과 일치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5) 권위주의적 교회제도의 성경적 및 민주적 개혁과 청소년 사역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논찬자는 이상 다섯 가지 제안을 길게 부연해서 설명하지 않겠다. 1) 지금은 큰 소리로 외치는 구호나 말보다는 영성과 도덕성과 신뢰성을 지닌 존경을 받을 만한 목회지도자 열 명 즉 모델이 필요한 때이다. 2) 지금은 교회가 자기 확장보다는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고 사랑을 실천하는데 최선을 다할 때이다. 3) 지금 정부가 대기업을 구조조정하고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것처럼 교회도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4) 지금은 기독교 단체들의 실무자들이 기득권 유지에만 관심을 기울이지 말고 한국교회를 위해서 마음을 비우고 통폐합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5) 이제는 목사 장로들이 기득권만을 주장하지 말고 민주적인 제도와 행정의 개혁을 단행해야 할 것이다. 하나님께서 자정능력을 상실한 한국교회를 새롭게 만들어 주시기를 기원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