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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 나의 신앙-강변교회 김명혁목사 1 ] 북한에서 날아온 어머니의 편지 1통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공부하던 1967년 가을．가을 낙엽처럼 편지 한장이 기숙사로 날아들었다．어머니에게서 온 편지였다．그럴리가．어머니는 먼 나라에 계시는데．편지를 받아들고 떨리는 가슴을 진정할 수가 없었다．혼자 조용한 곳으로 가서 읽고 또 읽었다．한 자 한 자에 어머니의 피맺힌 사랑이 깊고 진하게 배어 있었다．
나는 울고 또 울었다．분명히 어머니의 글씨체였다．어머니는 이응(ㅇ)자를 항상 크게 썼다．어머니의 글씨를 흉내내 나도 이응자를 크게 쓰곤 하던 생각이 떠올랐다．정말 어머니의 편지구나．어떻게 북한에서 편지를 보냈을까．어머니의 편지라기보다 어머니의 피맺힌 사랑의 절규였다．
“내 아들 명혁에게．9월 5일 네 편지를 전해 받았다．그 순간 외로이 자라 성인이 된 내 아들 명혁이 얼굴이 떠올랐다．훌륭하게 자란 내 아들…보고 싶구나．손이라도 꼭 한번 잡아보고 싶다．내 기쁨을 지면 상으로 다 표현할 수 없다．명혁아．나는 네 말대로 오래오래 살아서 내 사랑하는 아들 만날 날을 기다리겠다．몽중엔들 잊을소냐．내 아들 명혁이 부디 건강하기를 축원한다．9월 29일 어머니”
너무나 짧은 사연이었지만 그 곳에는 모든 것이 다 들어 있었다．말하고 싶은 것을 다 말할 수 없는 그 짧은 사연 속에서 혈육의 정과 아픔,기쁨과 슬픔,안타까움과 소원 간구가 들어있었다．어떻게 북한에 계신 어머니의 편지가 미국에 있는 나에게 날아올 수 있었을까．
나는 1966년 여름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홍콩을 거쳐 일본으로 가는 김의환박사(전 총신대총장)에게 편지 한 장을 나의 사진 두 장과 함께 평양으로 보내줄 것을 부탁했다．어머니가 나의 편지를 받아 보고 답신을 홍콩을 통해 보내온 것이다．그후 다시 한번 어머니에게 편지를 보냈고 어머니는 다시 나에게 동생들의 소식과 함께 편지 한 장을 보내왔다．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그후 나는 어머니 편지를 항상 머리맡에 두고 읽으면서 어머니를 생각했다．어머니는 나를 극진히 사랑했지만 엄격하게 교육시켰다．아침에는 항상 일찍 일어나야 했고 어렸을 때부터 청소나 이불개는 일 등은 스스로 해야 했다．그리고 때로는 말을 안들으면 종아리를 때리셨다．
어머니 유춘택씨는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유동렬씨의 조카이고 하얼빈에서 의사일을 하며 형의 독립운동 자금을 대던 유동운씨의 장녀로,남다른 민족애를 갖고 있었다．물론 아버지는 어머니보다 더 뜨거운 민족애와 독립정신으로 불타 있었다．어머니는 일본에서 의학공부를 하던 중 신학을 하던 아버지를 만나 결혼해 나를 낳고 한경직목사의 초청으로 신의주로 이사했다．
신의주에서는 애린원을 개원하고 신의주 제이교회 신자들을 치료해주었다．어머니는 처음에는 그리 신앙이 깊지 않았으나 여러차례 투옥된 아버지를 찾아 감옥을 왕래하면서 신앙심이 점차 깊어졌다．어머니는 평양 서문밖교회로 옮긴 뒤 투옥된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사동탄광을 한달에 한 두 번씩 왕래하곤 했다．
그 당시 난 평양 제5인민학교 5학년이었는데 주일성수문제로 거의 월요일마다 학교에서 벌을 받곤 했다．어머니는 나의 확고한 신앙적 신념을 이해했는지,아니면 나의 장래를 미리 내다 봤는지 내가 남쪽으로 가겠다고 했을 때 그 어려운 청을 허락했다．나를 매우 사랑했기 때문에 아들을 포기하는 아픔과 희생을 감수한 것이다．50년 전,부모와 세 동생을 평양에 남겨 두고 혈혈단신 월남했다．이모의 도움으로 서울고와 서울대 역사학과를 졸업하고 목사가 되기 위해 미국유학길에 올랐던 것이다．/정리=이지현 jeehl@kukminilbo.co.kr
1999년 11월 30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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