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용 목사의 설교에 나타난 신앙과 사상” 목회와 신학(06.9)
김명혁 목사(강변교회 담임)
필자는 주어진 주제에 대한 글을 쓸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고 강원용 목사님을 매우 제한된 시간과 공간 안에서 만나서 그 분의 인격과 말씀을 듣고 배운 사람이다. 설교도 많이 들을 기회가 없었고 신앙과 사상을 많이 접하지도 못했다. 단지 과거에는 강원용 목사님을 신학적으로 많이 비판하던 사람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분을 이해하고 존경하게 된 사람이다. 필자는 강원용 목사님이 지난 수 년 동안 11월 마다 강변교회에 와서 설교한 설교들과 경동교회에서 한 설교 한 편을 중심으로 목사님의 신앙과 사상을 더듬어 살펴본다.
강원용 목사님이 2002년 11월 24일 강변교회에서 “신앙의 성숙 과정”이란 제목으로 설교를 했다. 강변교회에서 여러 번 설교를 하셨는데 한 번도 교인들로부터 거부 반응이나 비판을 받은 적은 없었다. 오히려 다른 분들보다 더 성경적이고 복음적이고 간증적인 설교를 해서 교인들이 은혜를 받곤 했다. 강 목사님은 매우 자연스럽게 설교를 시작했다. “제가 김 목사님을 좋아하고 이 교회에 한번 와 보고 싶었었는데 불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제 이야기를 잘 들어 보시면 각 교단의 원로 목사님과 다른 점도 있겠지만 같은 점이 더 많을 것입니다. 저는 서로 다른 점을 긍정적인 자세로 받아들이며 살아오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본론인 신앙의 성숙에 대해서 설교했다. “예수를 믿는 다는 것은 사도 바울이 빌립보서에서 말하는 것처럼 한 자리에 머물러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라는 푯대를 향해서 계속 달음질 친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태어나서 어린아이 때가 있고 소년 시절과 청년 시절과 장년 시절이 있습니다.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한번 믿고 세례 받고 나면 손가락에 꽉 끼운 반지처럼 변함이 없이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이 그 자리에서 굳어지고 잘못 이해하게 되어 잘못된 길로 갑니다. 무당 종교와 같은 기복 신앙으로 변질되기 쉽습니다.” 아주 올바른 말씀이었다.
그 다음 신앙의 핵심과 복음의 핵심을 다루었다. 그것은 한 마디로 예수 신앙이요 십자가 복음이었다. “이런 초보적인 단계에서 벗어나서 신앙의 성숙한 단계에 들어가는 단계는 성경에서 여러 군데 말 할 수 있지만 갈2:20 이라고 생각합니다. 바울이 나는 그리스도와 함께 이미 십자가에 못 박혔고 지금 내가 육신 가운데 살아가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대신하여 자기 몸을 내어준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으로 사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믿음으로 산다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들어와 살아 계시고 내가 그리스도 안에 사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십자가의 복음이 우리를 죄에서 용서해 주시고 죽음에서 부활로 바꾸어 주신 것이 아닙니까? 그것을 예수님만이 해 주시는데 우리는 그 사랑이 무엇인지를 십자가에서 죽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알게 됩니다. 십자가에 나타난 하나님의 사랑을 믿는 것이 복음입니다. 요일 4:12에 하나님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나님이 우리 안에 계시고 또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가운데 오셔서 우리를 완성시켜주신다고 했습니다. 믿음이라고 하는 것은 하나님의 사랑이 육신을 가지고 우리 가운데 나타난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우리 안에 오셔서 영으로 계신 성령님을 믿는 것입니다.” 이것보다 더 분명한 복음 신앙은 없을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 십자가, 죄 사함, 부활, 믿음, 사랑, 이것보다 더 분명한 복음 신앙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겸손을 고백했다. “나 자신 안에는 사랑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 안에 나타난 하나님의 사랑이 내 안에 들어오면 비로서 깨닫게 되는데 사랑을 반사하는 작용을 합니다. 그렇게 될 때 요일 3:14에 나타난 대로 우리는 비로서 죽음의 나라에서 생명의 나라로 옮겨와 살고 있습니다. 그리스도를 우리 안에 모시고 산다는 것은 죽음의 영역에서부터 사랑과 생명의 영역으로 옮겨온 것입니다. 물론 우리는 사랑을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신앙의 성숙한 단계에 오면 오만해 질 수가 없습니다. 신앙의 공동체인 교회는 오메가 포인트를 향해서 종말을 향해서 부단히 걸어가는 것입니다. 이미 이루어진 과거에 감사하면서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미래를 향해서 한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고 부단히 나아가는 것입니다. 내가 믿음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이 사랑이시기 때문에 내게 준 그 사랑은 어떤 힘으로도 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저는 그것을 항상 감사하고 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랑에 응답하면서 살아가는 삶이 믿음의 성숙한 경지에 간 때라고 생각합니다.” 사도 바울과 요한의 고백을 듣는 것과 같은 참으로 아름다운 한 편의 고백적인 설교였다.
강원용 목사님이 2003년 11월 23일 강변교회에서 “살아있는 믿음” 이란 제목으로 설교를 했다. 유대인들의 과거에 얽매어있는 죽은 믿음이 아닌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의 산 믿음에 대해서 설교를 했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셔서 살아 계시는 동안 그 당시의 큰 세력인 바리새파. 사두개파 사람들하고 항상 부딪혔습니다. 유대인들이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율법을 그대로 지키는 것이었고, 유대인만이 하나님이 택한 백성이라는 것이었고, 하나님이 계신 곳은 예루살렘 성전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이 세 가지의 뿌리를 다 건드리었습니다.” “살아있는 믿음이라는 것은 과거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오늘 여기에서 이루어지게 하고 받아드리는 것입니다. 갈라디아서에서 바울이 분명하게 말한 대로 그리스도는 부활하시고 승천하시고 성령을 통해 강림하시고 내 안에 계시는데, 내 안에 사시는 그리스도를 모시고 사는 것이 바로 살아있는 믿음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내 안에 들어올 때 죄로 가득한 내 죄가 사해지는 것입니다. 영원한 생명이 내 안에 와 있는 것입니다. 그 분을 모시고 사는 삶은 내가 그리스도의 몸에 속해서 예수님이 땅 위에서 하신 그 일을 내가 하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고난 당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이 지구의 상처받은 자연까지 살펴야 할 것입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사는 실존 신앙과 이웃과 자연을 보살피는 사랑을 지니는 것이 “살아 있는 믿음”이란 복음 신앙을 잘 나타내 보여주었다.
강원용 목사님이 2005년 11월 20일 강변교회에서 “믿음에 굳게 서 있으라” 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했다. 한국 교회 안에 믿음에 대한 오해가 많고 살아있는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여기서도 여전히 십자가 중심의 복음 신앙을 역설했다 “우리가 믿음에 굳게 선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구약 시대에는 율법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믿음에 굳게 서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현대에서도 율법을 철저히 지키는 것을 믿음에 굳게 선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사람이 굳어지고 독선적이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 당시에도 율법주의자들인 바리새인들이 예수님을 안식일에 병을 고치는 등 율법을 어긴 자라고 해서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인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죽음은 무덤에서 끝나지 않았고 부활로 나타났는데, 여기에서 율법의 종교는 끝이 나고 만 것이었습니다. 십자가의 죽음으로 우리를 율법의 멍에에서 해방시킨 것이 기쁜 소식 즉 복음입니다. 이것이 바로 기독교입니다.”
그러면서도 신앙의 낮아짐과 약함을 강조했다. “그렇다고 예수 믿는 사람이 법도 없이 적당히 사는 것이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고린도 전서 16장에 보면 '믿음에 굳게 서서 장부답게 사시오' 라고 했습니다. 마틴 루터가 애창하던 찬송가 384장 '내 주는 강한 성이요'도 믿음으로 사는 것은 강하게 악마와 대적해서 싸우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그렇다고 전쟁을 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기독교의 역사를 살펴 볼 때, 전쟁이란 전쟁은 모두 기독교가 앞섰고, 가장 잔인한 전쟁은 십자군 전쟁이었는데, 지금까지 이라크 전쟁 등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전쟁은 잘 못된 생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성경에 보면 ‘그리스도 안에 나타난 하나님의 강한 권능은 약한 데서부터 나온다’(고후12:9-10)고 했습니다. 우리가 믿는 그리스도는 천지 만물을 창조하시고, 지배하시는 분이데, 이런 분이 우리에게 나타날 때는 한없이 약한 모습으로 나타나셨습니다. 가장 낮은 곳에 가장 높은 분의 능력이 나타난 이었습니다. 고로 사랑의 능력은 힘없는 힘 즉 powerless power입니다. 천지를 창조하신 분이 말 구유에 나시고, 십자가에서 처참하게 죽으시고, 옷 한 벌 마저 제비 뽑은 자들이 나눠 가졌지만, 그 분이 부활하시고, 승천하셔서 성령을 보내어 어떤 힘으로도 정복할 수 없는 죄를 없애고, 죽음의 세력을 없애고, 생명이 지배하는 세계로 바꿔 놓는 위대한 힘을 나타내 보인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굳세어라, 힘을 가지어라는 것은 그러한 사랑의 힘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믿음으로 산다는 것은 하나님의 사랑, 아가페의 사랑을 우리의 삶 속에 받아들이고 이 세상 사람들을 위해 그 사랑을 반사 시키는 것입니다. 내가 주님을 믿고 나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성 프랜시스인데 그는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어여쁜 여인과 결혼했는데 그의 이름은 聖貧이다’ 라고 했습니다. 자기의 모든 것을 내어주다가 44세에 죽을 때는 그의 몸에서 예수님의 못 자국, 창 자국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가 정말 그리스도 안에 산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믿음 위에 굳게 선다는 것은 강도 만난 자를 보살 펴준 사마리아인처럼 고통 받는 사람 편에 서서 수 많은 피 흘리는 사람들에게 사랑과 도움의 손길을 펴는 것입니다.” 강원용 목사님은 이 설교에서 아마 그가 평생토록 소중하게 간직해오는 믿음으로 사는 사람의 삶의 모습을 가장 분명하게 묘사했다고 하겠다. 그것은 한 마디로 하나님의 사랑, 아가페의 사랑을 우리의 삶 속에 받아들이고 그리고 이 세상 사람들을 위해 그 사랑을 한 없이 낮아진 약한 모습으로 반사 시켜 나타내는 것이라고 하겠다. 주님의 가르침을 올바르게 이해한 그리스도인의 삶의 모습이라고 하겠다.
강원용 목사님이 2005년 10월 16일 경동교회에서 “죽음의 길에서 생명의 길로” 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했다. 이 설교에서도 강 목사님은 복음이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서 죽음의 길에서 생명의 길로 옮겨지는 것이라고 설교했다. “성서에서 가장 명백하게 복음을 이야기해준 부분이 바로 요한 일서라고 생각합니다.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죽음의 나라 속에서 살고 있던 사람들에게 생명의 나라가 세워졌습니다. 생명의 길이 열렸습니다. 그것은 바로 십자가에서 죽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입니다. 그 사랑을 받아드리고 그 사랑에 응답하고 사는 때에 죽음은 생명으로 바뀝니다. 이것이 바로 이 말씀의 진리입니다.” 그러면서 참된 생명이란 무디고 덤덤하게 사는 것이 아닌 민감하고 따뜻하게 사랑하며 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원용 목사님의 평소의 삶의 철학이 그대로 나타난 것이었다. “성경에는 우리가 살아있으나 실상은 죽은 몸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이에 대해서 율겐 몰트만은 '아파티'라는 말로 표현했습니다. 아파티란 세상 일에 대해서 덤덤하게 살아가는, 즉 괴로운 일이나 자기에게 손해 될만한 일은 다 피해버리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 무관심으로 인해 그 사람의 휴머니티는 죽게 되고 몸뚱이만 살아있게 됩니다. 슬픈 것을 보고도 슬퍼할 줄 모르고, 아픈 것을 보면서도 아파할 줄 모르고, 사람을 대할 때 가슴에서 따뜻한 사랑의 감정이 생기지 않은 채 식어버린 마음을 가지고 덤덤하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참된 생명이란, 마음이 즐거울 수 있고, 고통스러울 수 있고, 따뜻할 수 있고, 아플 수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사람이 생명을 가지고 살아있는 징조입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러시듯 강 목사님은 자신을 겸손히 살펴보았다. "도대체 설교를 하는 저는 어떻게 살고 있습니까? 정말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사실 저는 예수님을 생각하면 정말 할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부끄러움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힘을 얻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네가 죽기를 원하지 않는다. 내가 대신 죽어주지 않았느냐?’ 이럼 음성이 저로 하여금 살아가게 하고 그분께 예배를 드리게 합니다. 아마 우리는 이렇게 교회를 나가서도 또 넘어지고, 와서 다시 뉘우치고, 또 넘어지기를 반복할 것입니다. 아마 숨을 거두는 시간까지 그럴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내가 곧 생명이다. 네 안에는 내가 산다. 세례를 받던 그 날에 선악과를 따 먹던 너는 이미 죽었다. 그리고 십자가에 달려 죽었던 내가 네 안에서 살고 있다. 바로 그 분이 우리 안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넘어지는 우리는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참된 믿음을 가지고 예배를 드리고 그리고 세상에 나가서 죽음의 길을 생명의 길로 바꾸는 선교의 전선에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강원용 목사님의 설교에 나타난 신앙과 사상이 무엇인가? 강 목사님의 신앙의 기초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죽음 때문에 내가 죄 사함 받고 구원 얻었다는 것이고, 신앙의 중심은 나의 옛 사람이 십자가에 못박혀 죽어 그리스도가 내 안에 내가 그리스도 안에서 산다는 것이며, 신앙의 열매는 지극히 낮아지시고 약해지신 주님의 사랑의 반사를 받아 나도 고통 당하는 이웃에게 지극히 낮아지시고 약해지신 모습으로 그 사랑을 베풀며 살아간다는 것이라고 하겠다. 강 목사님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는 그 사람의 과거가 어떠했는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그 사람의 과거가 세리였든지 창기였든지 강도였든지 자유주의자였든지 보수주의자였든지 재건파였든지 별 관심이 없다. 지금 그가 십자가의 달린 예수님을 나의 주님으로 고백하고 사랑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다. 나는 강원용 목사님께서 최근에 십자가 중심의 복음 신앙을 분명하게 설파하신 것을 보고 기뻐하고 감사하고 좋아하고 즐거워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