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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인생 나의신앙-김명혁목사 2] 11살때 신앙의 자유찾아 단신월남
내가 갖는 확신 중 하나는 우리가 당하는 모든 경험은 모두 유익하다는 것이다．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실패와 역경의 경험을 저주하며 자포자기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그러나 확신할 수 있다．고난의 경험은 말할 것도 없고 실수와 실패의 경험까지라도 지혜를 가지고 극복할 수 있다면 경험은 유익한 것이다．그리스도인들에게는 더욱 그렇다．모든 경험이 냉혹한 기계적 운명의 산물이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의 손길에 붙잡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11살 때 부모와 고향을 떠나 고아가 된 것도,나의 사랑하는 외아들 철원이를 불치의 병으로 4살나던 해 하나님의 품으로 떠나보낸 경험도,모처에 붙잡혀가 심문과 협박을 받은 경험도 하나님의 은혜와 긍휼의 손길 가운데서 나에게 유익한 경험들로 바뀌었다．
첫번째 역경은 48년 7월,11살의 어린 나이에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신앙의 자유를 찾아 혼자 남하한 것이다．당시 평양 제5인민학교 재학중이었다．월요일이면 담임이나 교장에게 불려가 벌을 서면서 훈계를 받았다．때로는 같은 반 학우들 앞에서 자아비판을 하기도 했고 때로는 며칠씩 정학당한 적도 있었다．주일성수 때문이었다．주일에도 등교,행사를 하거나 노동을 시키는 등 갖가지 수단과 방법으로 기독교인들이 주일을 지키지 못하게 했다．
국민학교 3학년 때부터 새벽기도를 했던 나는 박해가 심할수록 더욱 더 주일을 지켰다．주일을 꿋꿋하게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부친 김관주목사는 일본에서 신학을 공부한 후 귀국해 신의주 제이교회에서 한경직목사와 함께 일했다．한목사가 월남한 후에는 담임목사로 사역했고,그후 평양 서문밖교회에서 잠시 목회하다 투옥돼 순교했다．
48년 8월,신앙의 자유를 찾아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동생들을 모두 평양에 남겨두고 홀로 월남에 성공했다．서울 이모집에서 살면서 50년,서울중학교에 입학했다．당시 영락교회에 출석하며 신앙의 자유를 누릴 수 있었지만 처음 얼마동안은 가족과의 이별의 슬픔으로 가슴앓이를 했다．그러나 손양원 길선주 이성봉 김치선목사에게서 체험적이고 깊은 경건주의 신앙을 배우며 삶의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신학을 공부하는데 역사나 철학을 공부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돼 서울대 사학과에 진학했다．4년간의 역사공부는 자신도 모르는 가운데 역사적인 안목을 넓혔고 신학을 공부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주었다．1960년．4?19가 일어나던 때 사회는 무질서와 혼란에 빠져 있었다．정치 사회적으로 혼란한 때에 그리스도인들이 과연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나와 손봉호 김상복 이형기 이명섭 등은 캠퍼스 잔디밭에 앉아 이를 진지하게 논의했다．합의한 결론은 새생활운동을 일으키자는 것이었다．우린 며칠동안 사회의 부조리한 실태를 조사한 뒤 어느날 소강당에서 그것을 발표했다．
소강당을 가득 메운 학생들에게 밀수입되는 커피와 양담배의 일년분 금액이 대전시 전체 인구가 일년동안 먹을 수 있는 식량값과 같다는 조사내용을 발표하자 학생들이 흥분했다．서울대 문리대생 수백명이 방학이 시작되는 6월부터 한달동안 매일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다방 공원 시장 극장 댄스홀 요정 국회 등을 찾아다니며 새생활운동을 폈다．양담배와 커피를 쓰지 말자고 호소했다．산더미만큼 수거된 양담배를 광화문 네거리에 쌓아놓고 애국가를 부르며 불태우기도 했다．사회악과 부조리를 제거하고 사고와 생활을 바꾸자는 우리들의 동기가 매우 순수했고 비정치적이었기 때문에 그 당시 수많은 시민의 호응을 얻었다．/정리=이지현 jeehl@kukminilbo.co.kr
1999년 12월 01일 1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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