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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인생 나의신앙-김명혁] 아들죽음 겪고 진정한 목회자로 거듭나
대학을 졸업한 난 당시 용산에 있던 총회신학교에 입학,마침내 신학수업을 시작했다．총회신학교에서의 학문적 도전은 곧 미국유학으로 연결됐다．먼제 페이스신학교를 졸업한 뒤 웨스트민스터 신학대학원에서 1년 반동안 교회사를 전공했다．그후 예일대 신학대학원에서 역사신학을 수업하고 아퀴나스 신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 논문은‘두 도성에 대한 어거스틴의 교훈에 나타난 종말관의 기능’이었다．내가 어거스틴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어거스틴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기독교사상 발전의 전체적 흐름을 이해하는데 불가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박사과정을 마치고 다시 예일대학 신학대학원에서 연구원으로 한해를 지낸 뒤 풀러신학교 선교신학원에서 연구조교로 8개월간 선교학을 공부하는 것으로 1962년 9월부터 1974년 8월까지의 만 12년에 걸친 미국 유학생활의 대단원을 내렸다．
74년 8월 말 귀국한 후 후암교회 교육목사로 부임했다．그러나 12년 동안이나 미국에서 신학수업을 닦은 유식한 신학자가 도통 설교나 성경공부를 은혜롭게,또 시원스럽게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나를 크나큰 고민에 빠뜨렸다．그러나 이무렵 평생에 가장 아픈 사건을 통해 비로소 한 사람의 진정한 목회자로 태어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그것은 사랑하는 아들 철원이의 죽음을 통해서였다．
아퀴나스신학원 시절 친구의 소개로 서울대 음대를 나와 미국에 유학왔던 아내를 만나 결혼해 낳은 첫딸에 이어 73년 11월에 첫아들 철원이를 보았다．그런데 이듬해 1월 풀러선교신학원 수학차 LA로 이주하면서 갑자기 철원이의 머리에 이상이 오기시작했다．뇌수종이었다．
뇌수의 압력으로 차츰 머리가 커지기 시작했고 그 압력으로 머리뼈가 벌어지는 듯한 고통 탓에 아기는 자지러지는 비명을 질러댔다．때로는 눈동자가 죽어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생후 2개월도 되지 않은 철원이는 뇌수술을 받아야 했다．수술 전부터 의사들이 그 어려움을 말하기도 했지만 수술결과 역시 좋은 것이 못됐다．고작 생명을 연장해주는 정도였다．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철원이는 고통 가운데 줄곧 누워있어야 했다．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엄청난 육신의 가시에도 불구하고 철원이는 명랑하고 똑똑하며 신앙심이 좋은 아이로 자라갔다．겨우 서너살의 아이가 그를 걱정하는 주위 사람들을 오히려 위로해줄 정도였다．
철원이는 괴롭고 아픈 나날을 보내면서도 한번도 하나님이나 엄마 아빠를 원망하지 않았다．견디기 힘든 심한 고통 가운데서도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예수님은 나보다 더 아프셨을 거야”라면서 애써 울음을 참던 아이였다．또 너무 괴로울 땐 “나 천국 가고 싶어．엄마,아빠,누나 다 같이 천국가고 싶어．천국가면 예수님이 나 아픈 것 다 고쳐주시지”하고 말하곤 해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조그만 입으로 늘 성경 말씀을 암송하고 찬송을 부르는 아이를 와락 달려가 안고 통곡하곤 했다．
그런 철원이에게 제대로 해준 것이 하나도 없다．이것 저것 늘 바삐 지내느라 그 아이에게서 “아빠 원고 써야 돼?” “아빠 강의 준비하느라고 바뻐?”“아빠 설교 준비해야 돼?”“아빠．나하고 좀 놀아줄 수 없어?”하는 소리를 늘상 들어야 했다．지금 그 말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는 듯 아프다． /정리=이지현 jeehl@kukminilbo.co.kr
1999년 12월 02일 1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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