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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혁 목사

‘찌하여’와 ‘찌라도’의 고백 (기독교보, 06.10)

	‘찌하여’와 ‘찌라도’로의 고백 기독교보(2006.10) 나는 최근 하박국의 두 가지 상반되는 고백인 ‘찌하여’와 ‘찌라도’의 고백을 읽으면서 그것을 오늘날 우리들이 처한 상황에 적용해 보았다. 첫째, 선지자 하박국은 합1장에서 ‘어찌하여’ ‘어찌하여’ ‘어찌하여’ 라고 세 번이나 반복하여 부르짖으면서 하나님과 세상을 향해 강한 의문과 불만을 토로했다. 이스라엘 백성들과 종교계에 간악과 패역과 겁탈과 강포가 만연함을 보고, 하나님께서 사납고 성급한 갈대아 사람을 일으켜서 이스라엘을 무섭게 심판하시겠다는 말씀을 듣고, 그리고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바다의 어족처럼 곤충처럼 무참히 짓밟아 죽이시겠다는 말씀을 듣고, 선지자 하박국은 속이 타서 ‘어찌하여’ ‘어찌하여’ ‘어찌하여’ 라고 하나님을 향해 탄식하며 부르짖었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왜 이 세상에 불의하고 포악하고 불행한 일들이 일어나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하여 세상과 하나님을 향해 의문과 불만과 원망을 토로할 수가 있다. 1948년 10월 여수 순천 반란 사건으로 두 아들이 공산 폭도에 의해 총살을 당했을 때 손양원 목사님도 아마 ‘어찌하여’ ‘어찌하여’ ‘어찌하여’ 라고 통곡하며 하나님을 향하여 부르짖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우리가 처한 종교 정치 군사 사회상을 바라보면서 ‘어찌하여’ ‘어찌하여’ ‘어찌하여’ 라고 부르짖을 수 있다. 사실 불의와 반역과 저주에 대한 극치의 의문과 항의의 부르짖음은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 자신에 의해서 부르짖어졌다. 둘째, 하박국은 ‘어찌하여’ ‘어찌하여’ ‘어찌하여’ 라고 처절하게 부르짖다가 성루에 올라서서 하나님의 음성을 기다렸다. 한 나라가 영적이고 도덕적이고 정치적이고 군사적인 위기와 재난에 처했을 때 그 궁극적인 해결은 정치나 경제나 군사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손 안에 있기 때문이다. "그가 내게 무엇이라 말씀하실는지 기다리고 바라보며 나의 질문에 대하여 어떻게 대답하실는지 보리라"(합2:1). 성루에 올라서서 고요히 하나님의 음성을 기다리는 하박국에게 하나님께서 자신의 음성을 들려주셨다. "이 묵시는 정한 때가 있나니 그 종말이 속히 이르겠고 결코 거짓되지 아니하리라 비록 더딜찌라도 기다리라 정녕 응하리라"(합2:2,3). "의인은 그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합2:4). 하나님의 음성을 들은 하박국은 절망적인 현실에 붙잡혀 살지 않고 하나님께서 정하신 종말의 때를 바라보는 "종말론적 초연"의 자세를 지니고 믿음으로 살게 되었다. 셋째, 하박국은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없을찌라도’ ‘없을찌라도’ ‘없을찌라도’ 라고 고백하면서 감사와 기쁨의 찬송을 부르게 되었다. 인간의 타락과 실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뜻을 반드시 이루시겠다고 말씀하시는 '주께 대한 소문'을 듣고 하박국은 놀라움과 기쁨을 지니게 되었다"(합3:2). 그리고 다음과 같은 역설적인 신앙을 고백했다. "비록 무화과 나무가 무성치 못하며 포도 나무에 열매가 없을찌라도, 감람 나무에 소출이 없으며 밭에 식물이 없을찌라도, 우리에 양이 없으며 외양간에 소가 없을찌라도, 나는 여호와를 인하여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을 인하여 기뻐하리로다"(합3:17,18). (NIV 영어 성경에는 'though' 'though' 'though' 라는 말이 세 번 반복해서 나온다). 이것은 세상이 감당하지 못하는 믿음의 사람들만이 토해내는 역설적인 신앙의 고백이다. 참된 신앙은 ‘없을 때’에 ‘안될 때’에 고백하는 '찌라도'의 신앙이다. '찌라도'의 신앙을 고백할 수 있는 사람은 즐거움과 기쁨에 넘치게 되고 용기와 힘이 넘치게 된다. "주 여호와는 나의 힘이시라 나의 발을 사슴과 같게 하사 나로 나의 높은 곳으로 다니게 하시리로다"(합3:19). 지금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하박국이 살던 시대와 비슷한 세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 정치계는 물론 종교계에도 불의와 부정과 부패와 포악이 만연되어 있다. 우리 개인이나 가정이나 사회나 남한이나 북한의 삶을 바라볼 때 '어찌하여' '어찌하여' '어찌하여' 라는 탄식이 흘러나오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한 편으로는 자포자기하여 주저 앉고 다른 한 편으로는 길거리로 나가서 성급한 분노를 발한다. 지금이야말로 한국 교회의 지도자들과 신자들이 하박국처럼 조용히 성루에 올라서서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고 하나님의 음성을 기다려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들의 해결이 정치나 경제나 군사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손 안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주님께서 우리들에게 말씀하실 것이다. "이 묵시는 정한 때가 있나니 비록 더딜찌라도 기다리라.” “의인은 그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조급하고 성급한 우리 한국 사람들의 기질에 맞지 않는 불만스러운 말씀일지 모른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은 언제나 비현실적이고 불합리하고 불가해하고 역설적이고 종말론적이다. 모든 문제는 하나님 바라봄에서 그리고 종말론적인 신앙에서 해결된다. 선지자 하박국에게 주셨던 은혜를 우리들에게도 베풀어주시기를 바란다.
	[인쇄하기] 2006-10-16 13:45: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