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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넘어서" 기획특집 ― 김명혁 목사님과의 대화
1948년 뜨거운 8월의 어느 날, 11살 소년이 한반도의 중심을 넘는다. 감옥에 계신 아버지, 고향의 어머니와 동생들, 친척과 친구를 두고, 다른 이념, 다른 말씨, 다른 풍습의 온전히 미지의 땅을 향해 오직 신앙의 자유를 찾아 홀로 사선을 넘는다. 목숨을 잃을 위험을 감수하고 장벽을 넘어가는 이 모습은 어쩌면 훗날 소년이 일구어낸 삶의 전체를 볼 때 하나의 극명한 상징인지도 모른다. 이번 호 소식지는 내년 은퇴를 앞두신 김명혁 목사님을 소식지로서는 처음으로 인터뷰하기로 하였다.
*목사님의 다채로운 삶의 편력을 보면 북한에서 남한으로, 한국에서 미국으로, 미국에서 한국으로, 합동에서 개혁으로, 총신에서 합신으로, 학자적인 교수에서 사회운동가로, 보수에서 진보로 모색을 쉬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 변화를 시도하고, 벽을 뛰어넘으셨습니다. 또 그것을 감추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셨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과정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김: 과거의 믿음의 사람들을 살펴보면 그들이 자기 자신을 넘곤 했어요, 초기, 중기 말기의 어거스틴이 다르고 칼 발트도 초기와 그 이후가 변화합니다. 사람은 제한적인 존재입니다. 한계를 절감하게 됩니다. 인간이 진솔하게 될 때 인간임을 인정하게 될 때 자기 자신을 뛰어넘습니다. 제 삶을 돌이켜볼 때 74년 이전과 이후, 2001년 이후의 세 시기로 나누어 보는데 74년 전에는 정치 사회문제에 아주 부정적이었어요. 그 이후에는 긍정적이었다가 2001년 9.11사태 이후 다시 부정적이 되었어요. 이런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내 자신이 완전하지 못하다, 내 자신이 과정이며 진행 중이다를 인식하게 되었어요. 믿음의 선배가 가르쳐준 자기 부정, 참담한 회개를 배우고 내 자신이 온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 것이 나 자신과 우리 교회와 우리 교단과 나아가서 한국 교회를 뛰어넘게 된 하나의 무의식적인 원인이 아니었을까요? 나는 이만하면 되었다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면 그렇게 되지 않았겠죠. 내가 합동에서 나올 때는 후회가 없었는데 후에는 참 후회가 되었어요. ‘내가 분열의 원죄인이다.’ 난 이걸 공개적으로 여러 번 고백했습니다 지나간 나를 돌이켜 보고, 현재의 나 자신의 모습을 드려다 볼수록 너무 불완전하고, 너무 잘못이 많은 인간이므로 생각이든 삶이든 교파든 뭐든 더욱 나은 것을 지향하려는 것이 동기가 되었다고도 말할 수 있겠죠. 성결이란 주님의 온전하심을 닮아가려고 애쓰는, 사실 닮지도 못하면서 애쓰는 것인데, 좀 더 높은 것을 사모하고 추구하려는 나의 마음, 또 그것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성격 등이 그렇게 만드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혹시 양쪽으로부터 비판을 받지는 않습니까?
김: 조금씩 받습니다. 반 농담으로 사상 검증을 해야 한다고 까지 말을 합니다.(웃음)
북한에 대해 공격적이 아닌 우호적인 태도, 진보 측 인사들은 물론 불교 인사들과도 어울리는 점들이 그렇게 보이는 듯 한데… 저는 원래 약자 편에 서려는 기질, 소수 야당적 성향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를 아주 미워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웃음)
*목사님은 설교나 글에서, 어거스틴의 양극을 붙잡는 역동적인 통일성(dinamic unity)과, 존 스토트 박사의 균형과 조화의 사상(balanced Christianity)을 늘 강조하시는데요, 한국 사람에게 그러한 양면적이고 포괄적인 시각을 가지라고 하는 것은 퍽 어려운 주문 같습니다. 화해, 균형, 연합 등은 한국인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것이 아닌지요?
김: 한국은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풍토를 갖고 있습니다. 역사적, 정치적, 지리적으로 배타적인 성향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양극을 붙잡는 역동적인 통일성과, 균형과 조화는 너무나 중요합니다. 물론 이것이 동양의 중용 사상은 아닙니다.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순복음도, 그리고 어떤 교단도, 이단으로 가지 않는다면 모두 서로 포용하고 배우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가톨릭과 그리스 정교에서도 예수를 구주로 고백 한다면 배워야 할 점이 있다고 생각하며 구원의 진리는 아니지만 불교의 도덕적 인간성, 자비 등도 그렇습니다. 십자가를 떠날 수는 결코 없지만 좀 넓게 포괄적으로 보려는 것이죠.
* 목사님의 열린 마음과 열린 시야를 보여주는 말씀이신데요, 하지만 그 밑에서 신앙 생활해 보면 무지 고달픈 점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시대와는 맞지 않다고 느껴질 정도로 철저한 주일 성수와 새벽기도와 저녁 예배를 강조하시고, 형식에 구애되지 않는, 긴 예배 시간은 처음 접하는 타 교인에게는 경이롭기 까지 합니다.
김: 신앙의 cardinal (근본이 되는 중요한 것)을 잃을 수는 없는 것이지요. 예배, 주일 성수 그리고 회개의 기도는 기독교의 핵심이요 생명이기 때문에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것입니다. 사실 구원은 쉽게 얻지만 주님을 따르는 신앙 생활은 고달프고 힘든 삶입니다. 물론 가장 기쁘고 행복한 삶이지요.
*교회에 나오는 사람들은 받고자 하는, 얻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이 있습니다. 물질적인 축복이든 몸과 마음의 치유든 혹은 사람과의 교제든 말이죠. 그러나 목사님은 이러한 욕구에 응답하시기 보다는 무서울 정도로 우리의 회개를 강조하십니다. 그래서 설교가 늘 어둡게 느껴집니다.
김: 회개 없이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개인이든 교회든 회개가 끊어지면 천국과 끊어집니다. 우리 신앙의 선배들은 회개의 삶을 지속하면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회개하라는 지적을 싫어합니다. 회개의 어두운 과정도 없이 병 고치는 기도, 축복 받는 기도를 해주는 것은 망하게 하는 길입니다. 기독교는 처음부터 울어야 하고 애통해야 하는 종교입니다. 나는 망할 자라는 고백, 나는 개 같은 자라는 고백은 물론 어두운 것입니다. 그래서 기독교는 좁은 문이고, 고난입니다. 그저 괜찮다, 괜찮다, 복 받아라, 병 나아라는 것은 망하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기독교는 그저 무서운 회개에 그치는 종교는 아닙니다. 어두운 회개를 통과할 때 거기에는 진정한 기쁨과 행복이 있습니다. 하나님이 받아주시고 함께 하시는 축복을 누립니다. 재 가운데 앉아서 옷이 아닌 마음을 찢는 회개가 사라진 것, 하나님 앞에 두렵고 떨림이 없어진 것, 이것이 오늘날 저의 문제이고 한국 교회의 문제라고 생각 합니다.
*회개와 연관 지어서, 우리 자신과 한국 교회의 정화를 위해 목사님은 자주 우리를 차라리 몽둥이와 채찍으로 쳐서라도 성결케 해달라고 기도하시는데요, 강변 교인에게는 익숙해졌지만 거부감과 충격을 느낄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김: 한국 교회가 바로 서려면 한국 교회가 채찍을 맞아야 한다는 게 저의 결론입니다. 다른 길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 한국 교회는 세속주의 물량주의 대교회주의 등에 깊이 빠져 있는데 여기서 벗어날 길은 과거의 역사에 비추어볼 때 환난의 채찍을 맞는 길이라고 봅니다. 처절한 회개와 하나님만을 바라보는 항복을 지니기 위해서는 채찍이 필요합니다. 개인적인 환란이 훌륭한 목회자를 만들어냈고, 일제의 박해와 6.25 전쟁 등 민족적인 환난이 한국 교회의 진정한 부흥과 갱신을 가져왔습니다.
*목사님은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자주 기도 중에 자신을 벌레와 같은 자, 추한 자, 이기적이고 위선에 가득 찬 자 라고 하시며 목이 메어 울먹이곤 하시는데요. 목사님의 그러한, 자신의 의를 지우고, 위상을 무너뜨리는 고백에 신선한 충격과 함께 우리 자신도 따라서 무너지곤 합니다. 권위를 앞세우기 쉬운 목회자로서 쉬운 자세는 아닐 텐데요..
김: 그게 사실이고, 내 자신이 처절하게 느끼고 있는 점이지요. 아브라함과 야곱과 다윗이 그렇게 고백했고 어거스틴과 프랜시스와 김치선 목사님을 비롯한 위대한 많은 신앙의 선배들이 ‘나는 망할 자’라고 고백했는데 나는 그분들 근처에도 갈 수 없는 더러운 죄인이지요.
*최근에는 “제가 잘못했습니다” 라는 제하의 회개 모임을 주도하셨는데요.
김: 우리 정치와 교회가 바로 서려면 누군가 앞서서 회개를 하여야 하는데, 이것이 우리가 치유 받을 수 있는 길이고 다시 사는 길인데, 하는 고민이 늘 있었어요. 사실 회개 모임을 생각하고 처음에는 이중표 목사님을 비롯한 우리 몇 사람들이 나서서 참회를 하려고 의도했다가 우리는 하나님과 교계 앞에 나설만한 자격이 없다는 이중표 목사님의 말을 듣고, 죄송한 마음으로 김창인, 강원용, 조용기 목사님께 제안했더니 모두 즉시 쾌히 승낙 해주셔서 그 모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한국 교회의 영적 부흥의 기폭제가 되었던 1907년 평양 장대현 교회의 회개가 충만했던 기도회와는 달리 강변 교회의 회개 모임 이후의 반응은 대체로 두 갈래였다고 봅니다. 개신교의 최고의 지도자가 회개의 자리에 서서 지나간 삶을 돌이켜 보며 허물과 과오를 고백 하는 것이 신선한 감동과 도전을 주었다는 긍정적인 시선과, 쇼 아니냐, 어떻게 회개가 행사가 될 수 있느냐 하는 부정적인 것이었습니다.
김: 비꼬는 사람은 무엇을 해도 비꼽니다. 한국의 사회와 교회가 그렇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냉소적이 되었습니다. 물론 조그마한 시도였지만 진지한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회개는 하나님 앞에서 하는 것이지만 앞 서 간 선배들이 사람들 앞에서 죄를 고백했기 때문에, 그리고 회개의 글을 써서 남겼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들이 선배들의 회개를 배우며 따르게 된 것입니다. 강변 교회의 회개 모임에서 토로한 그분들의 진정성을 하나님께서는 아실 것입니다.
*이것 역시 현대 교회와는 거리가 있는 것인데 회개를 강조하시는 것 외에 목사님은 왜 그토록 세상의 성공과 물질적인 부를 경계하시는지요?
김: (너무도 자연스럽게)부자는 천국에 들어가기 어려운 거니까……(웃음) 신약은 물론 구약까지도 부의 위험성을 분명하게 지적했습니다. 돈이 일만 악의 뿌리라고 했습니다. 프랜시스, 장기려, 손양원, 한경직, 이런 분들이 가난을 애처로 삼은 삶을 보여주셨기 때문이지요. 오늘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돈에 미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질적 성공은 실패의 어머니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원칙들이 강변교회의 성장에 걸림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으시는지요?
김: 저는 성장에는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 교인들이 인기 있는 설교자를 따라 수평 이동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인데…… 나는 이따금 우리 교회에서 은혜를 받지 못하겠거든 다른 교회에 가서라도 은혜를 받으라고 말하지 않습니까?
*아이러니 한 것은 이러한 처절하고 어두운 원칙을 강조하시는 목사님이 늘 행복해 보인다는 것이다. 동시에 우리 역시 목사님과 함께 하고 있으면 즐겁고 기쁘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목사님께서는 엄격함과 달콤함을 동시에 지니고 계시기 때문인 듯하다. 목사님이 늘 강조하면서 인용하시는 요나단 에드위즈의 고백을 떠 올리게 된다.
“나는 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그때 내 마음속에 하나님의 영광스러운 엄위와 은혜에 대한 달콤한 느낌이 쏟아져 들어왔는데…… 나는 엄위하심과 은혜로우심을 동시에 보는 듯 했다. 달콤하고 부드럽고 거룩한 엄위하심과, 엄위하신 온유함, 두려운 달콤함, 그리고 높고 위대하고 거룩한 부드러움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이와 같은 경험 후 하나님에 관한 나의 인식은 점점 증가되고 더 생생해졌다, 하나님 인식에 대한 내적 달콤함이 점점 더해갔다.”
요나단 에드워즈가 발견했던 하나님의 모습이 김 목사님에게도 투영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또 목사님은 주는 것을 좋아하신다. 청량리 어딘가에 밥 퍼주는 목사님이 계시다면 김 목사님은 밥 사주는 목사님이시다. 언제나 틈만 나면 누구에게든지 밥 사주시는 목사님, 공적이거나 사적이거나 미리 살짝 밥값을 내버리는 목사님, 우리에게 대접할 기회를 늘 박탈하는 목사님, 청담동 교회 시절에는 구역장 공부를 마친 구역장들에게, 도곡동에서는 이슬비 전도 팀에게 매주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신반포 목사님 댁 앞의 빵집에서 손수 가게에 들러 빵을 사가지고 오셔서 따뜻함이 식지 않게 먹이시는 목사님. 지금은 교회 앞 빵 가게의 것을 사오시지만…… 주일 마다 주일학교 교실에 내려가 아이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안고, 같이 놀고, 작은 선물을 손에 쥐어주는 것을 기뻐하시는 목사님, 아이들과 주고받는 사랑을 자랑하기를 좋아하시는 목사님, 청년들에게는 동태탕을 사주시곤 하셔서 ‘동태탕 목사님’으로도 불리시는 목사님..이 섬세한 부드러움과 달콤함은 김 목사님 주변을 촉촉이 적시는 이슬이다.
지난 여름 유년부 어린이들이 양평으로 수련회를 떠났다. 김 목사님이 버스에 올라와서 어린이들을 배웅하며 기도해주었다. 그 때 어린이들이 목사님도 함께 가자고 졸라댔다. 김 목사님은 짐도 싸지 않았는데 어떻게 갈 수 있느냐고 말했다. 그 때 어린이들은 김 목사님보고 빨리 집에 가서 짐을 싸 가지고 오시라고 했다. 어린이들은 떠났다. 김 목사님은 한 참 생각하다가 몇 시간 후 김종군 목사님과 함께 양평으로 달려갔다. 유년부 어린이들이 함께 모여있는 방으로 김 목사님이 들어가자 어린이들은 소리를 질렀다. “야, 목사님이 약속을 지켰다!” 김 목사님능 어린이들과 물 놀이고 했다. 얼마 김 목사님이 떠나려고 하자 두 어린이들이 김 목사님을 붙잡고 가지 말라고 했다. “내가 어디서 자겠느냐”고 하자 두 어린이가 이렇게 말했다. “목사님, 우리 둘 사이에서 자면 되요.” 그 말을 들은 선생님들과 집사님들이 너무너무 재미있어 했다.
*김 목사님께서 처음 목회자가 되겠다고 결심하셨을 때, 또 강변 교회를 시작하셨을 때 이런 교회가 되도록, 이런 성도로 양육하겠다는 비전이랄지 포부는 어떤 것이었습니까?
김: 나는 계획이든지 비전이 구체적이고 철저하지를 못합니다. 단순합니다. 바울과 같은 목회, 예수님과 같은 목회를 소원하는, 원리적이지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습니다. 강변교회의 표어, ‘서로 돌아보고 기쁨으로 섬기면서 하나님 중심, 말씀 중심, 교회 중심적인 신앙 생활에 힘쓴다.’에 있는 그대로, 사도행전 2장 42절 “저희가 사도의 가르침을 받아 서로 교제하며 떡을 떼며 기도하기를 전혀 힘쓰니라.”가 묘사한 대로 서로 돌아보고 기쁨으로 섬기는, 즉 ‘만남’과 ‘나눔’이 있는 교회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개혁주의의 원리인 하나님 중심, 말씀 중심, 교회 중심을 더했습니다... 저의 목회의 비전은 그저 소박한 만남과 친밀한 교제와 따뜻한 섬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교회에서는 이것이 제대로 이행되기가 어렵다고 봅니다.
*방금 만남을 이야기하셨는데 목사님은 자주 목사님께 큰 영향을 끼친 분으로 한경직, 이성봉, 김치선, 박윤선 목사님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분들 외에 목사님의 인생에 있어 중요한 만남을 드신다면?
김: 조니 에릭슨을 세 번 만났는데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깨어진 몸으로부터 나오는 노래와 고백은 천사의 소리처럼 들렸고 이에 비하면 목사들의 유창한 소리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보여졌습니다. 송명희 시인에게서 나오는 영적인 강한 향기도 감동적입니다. 손봉호 교수도 늘 마음을 열어놓고 모든 것을 상의하고 통하는 귀한 친구이지요.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제게 있어서 가장 귀중한 만남은 강변 교회 초기서부터 지금까지 기쁨과 고마움을 안겨주었던 성도들입니다. 교회를 통해 삶이 바뀌어지고, 예배와 말씀을 사모하고 진실된 헌신과 고백이 있는 여러분들이 내게는 너무도 귀합니다. 새벽을 깨우는 성도들과 힘에 넘치도록 드리는 여러분들의 모습은 참으로 눈물 겹도록 감동적입니다. 강변 성도들의 믿음과 사랑과 기도와 봉사의 소식을 들을 때 내가 어디에 가 있든지 그곳에서 눈물겨운 감사와 기쁨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도르가가 죽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린 것처럼 만일 이분들이 돌아가신다면 나 역시 많은 눈물을 흘리게 될 것입니다,
*현재 강변교회는 엄청난 과도기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강변교인들의 최고 관심사도 목사님의 은퇴인데 목사님은 은퇴 후의 계획은 어떻게 설계하고 계신지요?
김: 아까도 말했지만 난 계획을 세우지 않는 사람입니다. 즉흥적인 성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박한 바람이 있다면, 하나님께서 건강과 모든 것을 주시면 개척 교회와 선교사들과 선교지에 있는 사람들을 돌보는 일을 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또 어려운 북한 동포들을 돌볼 수 있는 길을 사모하고 있고 북한 동포들과 북한의 복음화를 위해 제물이 되는 삶을 살 수는 없을까 하는 것이 저의 마지막 바램입니다.
*지난 6월 25일 장로 권사 선거에서 평신도는 지난 5주 동안 저녁 예배 2회 이상 출석한 자, 장로 권사는 새벽 기도에 2번 이상 출석한 자로 투표권을 제한하셨는데요. 이전에 없던 초강경 수를 쓰셔서 이것이 과연 장로교 헌법상 적법한 것인가 하는 의문과 함께 충격과 논란을 불러 일으키셨는데요, 여기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김: 사실 그건 하루 전에 제가 고민 끝에 결정한 것입니다. 등록 신자라고 하면서 저녁 예배에도 참석하지 않고, 장로 권사 라고 하면서 새벽 기도도 하지 않는다면 온전한 신자도 온전한 장로 권사도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대전의 어떤 교회는 새벽 기도 하지 않는 장로들을 장로직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사실 과거의 장로교회들은 주일을 제대로 지키지 않든지 교인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치리를 했고 성찬에 참여하지도 못하게 했습니다. 과거의 엄격한 교회들은 성찬을 시행하는 사람뿐 아니라 받는 사람의 자격을 제한했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장로 권사 선거도 후보자나 투표자 양쪽에 자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지요. 그래서 투표권을 제한하는 것은 장로교 전통에 입각한 치리의 관점에서 타당했고, 또 이런 시도가 한국 교회에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지나치다, 전격적이다 욕을 해도 괜찮습니다. 전 원래 욕을 먹는 것에 그다지 마음을 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니까 투표를 못한 사람은 좀 섭섭했겠다 하는 안쓰러운 마음과, 섭섭해도 바르게만 교육된다면 내가 욕을 먹는 한이 있어도 괜찮다 그런 두 가지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의 목회를 돌아보실 때 아쉬운 점은 없으십니까?
김: 나는 목회자로서의 전적인 책임을 다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교수 일, 선교 일, 교회 연합의 일과 함께 목회를 했기 때문에 1/3 목회라고 할 수 있지요. 장경재 목사님처럼 목회 일만 진력했다면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세심하고 따뜻한 돌봄이 있었겠지요. 제게는 그것이 부족했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좀 더 교회가 신앙적인 성숙을 이루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그러다 보니, 성도들도 목회자를 따라 기도와 전도와 봉사가 충만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앞으로는 기도와 전도와 봉사와 헌신이 더욱 철저하고 충만하기를 바랍니다.
*인간으로서 목회자로서 자신을 어떻게 보십니까?
김: 게으릅니다. 몸이 닳도록 하는 철저한 기도와 회개와 봉사가 부족합니다. 성경을 파고 드는 노력, 성도를 힘껏 사랑하는 것들도 부족합니다. 그저 쉽게 하려는 EASY GOING의 경향이 많습니다. 하나님과 사람 앞에 안일하고 게으른 거지요. 또 지금은 노력 끝에 겨우 조금 나아졌지만 아직도 이기적입니다. 또 자기를 선하게 보이려는 마음이 있고 하나님과 성도들 앞에 나의 어둡고 추한 것을 다 털어놓지 못하는 위선적인 것이 있습니다.
*김봉화 사모님은 목사님에게 어떤 분이십니까?
김: 성도들이 얼마 동안 누가 사모인지 모를 정도로 뒤에서 조용히 성도를 보살피고 잡음 없이 나를 도와주어서 고맙다, 감사하다고 늘 생각하고 있지요. 나서려고 하지는 않지만 성도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보살핌을 늘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 몇몇 여자들을 만나 본 일이 있었지만 그저 그랬고 김봉화씨를 만난 다음 마음에 끌려서 6개월 동안 끈질긴 데이트 끝에 결혼해서 지금까지 함께 행복하게 살아오고 있습니다.
*목사님의 기도를 알고 싶습니다.
김: 내 기도의 엑기스는 ‘하나님 나를 불쌍히 여기시옵소서!’입니다. 이 기도를 하루에도 몇 십 번, 몇 백 번 합니다. 또, ‘하나님 감사합니다.’ ‘성령님 나를 도와주시옵소서.’라고 중얼거립니다. 금년 1월 1일 새벽 새해의 기도를 다음과 같이 정했고 그 기도를 자주하고 있습니다. “성령님의 도우심으로, 예수님의 마음과 생각과 눈물을 품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제물 되는 삶을 살게 하시고 제물 되는 죽음을 죽게 하옵소서!” 그리고, 새벽마다 강변교회 성도들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기도와 은혜를 사모하는 성도들을 위해서 그리고 몸과 영혼에 하나님의 도우시는 은혜가 필요한 사람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한국 교회를 다시 한 번 살려 주시옵소서.’ 또 ‘북한 동포들 속히 만나 섬기고 나눌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주시옵소서.’ 라고 기도합니다. ‘하루 동안 생각하든 글을 쓰든 말을 하든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하게 하시옵소서.’ 라고 기도합니다.
*목사님은 아프리카 부르기나 파소, 그리스 집시촌, 인도네시아 정글, 루마니아, 방글라데시, 아프가니스탄 등 오지 선교지를 거의 매해 방문하시는데요, 그 중에서 작년 12월의 아프가니스탄 여행 이야기를 잠깐 들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김: 아프가니스탄은 우리 교회가 아프간에 지어준 학교의 준공식에 참여하고, 가지고 온 학용품 선물들을 어린이들에게 전달해주기 위해서 방문했습니다. 14 시간을 달려 아프간으로 건너가는 타직 국경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국경 사무가 끝나서 타직을 떠날 수도 없었고 아프간에 들어갈 수도 없었습니다. 타직 국경을 지키는 경찰들과 군인들이 우리에게 돌아가라고 명령해서 정정섭 장로와 동행들은 난감한 상황에 처했지요. 그러나 나는 무조건 건너가자고 했습니다. 옛날 11살 때 38선도 무조건 건넜는데…… 저의 주도로 우리 일행은 커다란 짐 보따리를 가지고 타직 국경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아프간으로 들어가는 문제가 남았습니다. 지금 국경을 넘어 아프간으로 가는 것은 불법이었습니다. 나는 혼자서 아프간으로 가는 3km 나 되는 긴 다리를 캄캄한 어두움을 헤치고 혼자서 걸었습니다. 그리고 아프간에 도착해서 국경 수비 대장을 만났습니다. “나는 아프간의 압둘라 장군을 잘 아는 사람인데 아프간의 어린이들을 도우려고 가는 우리 일행을 모두 잘 받아달라.”고 말했습니다.” 뜻밖에도 그 국경 수비 대장은 짧은 영어로 ‘No problem, no problem’ (문제 없소, 문제 없소) 라고 말하면서 우리 일행을 잘 받아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짐이 많아서 아직 저쪽 국경에 있는데 자동차를 그곳까지 보내주면 좋겠다고 하자 ‘Korea Number one’ (한국이 제일이요) 라고 말하면서 자동차까지 보내주어서 우리 일행은 무사히 국경을 넘어 아프칸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우리를 기다리던 사람들의 차를 타고 밤새 8시간을 계속해서 달려서 쿤두스에 도착했습니다. 고달프고 험준한 역경의 여행이었지만 ‘목적에 이끌려 움직인’ 스릴이 충만한 멋진 여행이었습니다.
이제 70세가 된 소년이 홀로 어두운 밤 금지된 국경을 넘는다. 단 하나 사랑과 복음을 전하고자 하는, 펄럭이는 깃발 같은 소원을 품고, 총구와 검열과 체포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리를 건넌다. 목사님의 이러한 쉼 없는 열정, 굽히지 않는 고독을 통해 우리 강변 교인들은 자라왔다. 목사님을 향해 때로 시비하며 때로 감사하며 때로 불평하며 사랑했다.
지금 할 수 있는 말, 김명혁 목사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취재: 허영숙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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