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순절과 회개의 기도” 기독교신문(07.3)
김명혁 목사 (강변교회 담임)
기독교는 부활 주일 전 40일 동안의 사순절 기간에 금식과 회개와 절제와 희생과 자선 등을 힘쓰면서 주님의 십자가의 고난과 죽으심에 참예해왔다. 한경직 목사님은 1971년도 사순절 기간에 주일마다 사순절 설교를 했는데 그 일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십자가가 없는 곳에 면류관이 없습니다. 희생이 없는 곳에 열매가 없습니다. 땅에 떨어지는 밀 한 알의 정신은 우리 그리스도인의 생활 원리입니다. 우리는 이 사순절을 당해서 주님의 생활 원리인 이 십자가의 원리 곧 땅에 떨어지는 밀 한 알의 정신을 배워서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교회에서나 어디서나 이 정신으로 살고 이 정신으로 죽어야 하겠습니다.” “이 발을 씻겨 주신 일은 무엇보다도 그리스도의 성품과 그 사랑을 나타낸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학식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학식보다는 이 정신을 먼저 배워야 하겠습니다. 지혜가 귀합니다. 그러나 지혜보다도 먼저 남의 발을 씻겨 주는 정신을 배워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한 번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로 온전히 씻음을 받아야 합니다. 이것은 참 회개와 신앙으로만 가능합니다.” “우리는 여기서 우리 주님의 눈물을 기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애통의 왕, 눈물의 왕, 통곡의 왕, 탄식의 왕의 모습을 봅니다. 회개하지 않는 인간들로 인하여 그의 가슴은 터졌고 그는 피눈물을 흘린 것입니다. 이와 같은 죄인에 대한 그의 긍휼, 그의 자비, 그의 사랑, 그의 애통은 결국 그를 골고다로 인도한 것입니다.”
우리의 신앙의 선배들은 참으로 십자가 중심의 삶과 회개 중심의 삶을 살았다. 사실 한국교회는 회개의 기도로부터 시작되었다. 최근 김인수 교수가 지적한 대로 한국교회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길선주 장로는 지금 우리들은 “죄라고 칠 수도 없는 미세한 죄”를 공개적으로 자복하고 참회했다. 지금은 횡령과 간음죄도 적당히 덮어두는데 길선주 장로는 “형제를 질시하고 미워한 죄를 공개적으로 자복하고 참회했다.” 김인수 교수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참회는 기독교인이 되는 선결 과제이다. 진정한 참회 없는 신앙 생활과 봉사는 허공을 잡는 헛수고일 뿐이다.” 한국교회의 아버지가 이렇게 형제를 미워한 미세한 죄와 친구의 부인을 위해서 일하면서 1백 원을 수고비 조로 인정하여 자기가 소유한 죄를 ‘아간과 같은 죄’ 라고 고백하며 처절하게 회개하는 모습을 본 조선의 초대교회 성도들은 모두 따라서 죄를 고백했는데 블래어 선교사는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한쪽 구석에서 어떤 사람이 울기 시작하였고 이어서 모든 청중이 울기 시작하였다. 한 사람 한 사람 일어나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는 털썩 주저 앉아 흐느껴 울다가 마루 위에 뒹굴며 고뇌에 찬 모습으로 마루 바닥을 두 주먹으로 두들겼다.”
나는 최근에 나의 영적인 고향인 회개를 그리워하면서 다음과 같은 영혼의 신음 소리를 낸 일이 있는데 그 일부를 여기 적는다. “나는 오늘 새벽 사도 바울의 처절한 죄 고백의 탄식을 한 마디 한 마디 읽으면서 ‘어쩌면! 어쩌면!’ 하면서 나 자신도 감동에 떨며 탄식하고 있었다. 삼층 천에 올라갈 정도로 가장 큰 은혜를 체험한 사도가! 그의 손 수건이 닿기만 해도 불치의 병들이 물러갔던 가장 큰 능력을 지녔던 사도가! 어떻게? 어떻게? 그런 처절한 죄 고백의 탄식을 할 수가 있었다는 말인가! 나는 가슴과 목이 메어서 어쩔 줄을 몰랐다. ‘나는 육신에 속하여 죄 아래 팔렸도다 ……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 지금 우리는 처절한 죄 고백의 탄식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곳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는 지금 모두 너무 의인들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지금 다른 사람들의 잘못만 크게 보는 너무 밝은 눈을 가지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지금 자신을 미워하는 대신 다른 사람들을 미워하고 분노하는 이상한 가슴을 지니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길선주 이성봉 김치선 목사님들이 지니셨던 처절한 죄 고백과 탄식을 나도 가슴에 지니면서 남은 삶을 살아가게 되기를 소원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