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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혁 목사

"김명혁 목사의 교회사 이야기" (1) “역사적 안목” CBS기독교TV방송(07.4.5 오전9:55, 4.7 새벽00:20)

	"김명혁 목사의 교회사 이야기" (1) “역사적 안목” CBS기독교TV방송(07.4.5 오전9:55, 4.7 새벽00:20) “교회사 이야기”란 주제로 강의를 하게 된 김명혁 목사입니다. 강의를 하기 전에 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하겠습니다. 제 이름은 김명혁 입니다. 밝을 명자 빛날 혁자, 밝고 빛나는 사람이 되라고 저의 아버지가 이름을 그렇게 지어주셨습니다. 여러분들에게 좀더 밝고 빛나게 보이기 위해서 이발도 하고 목욕도 하고 멋진 넥타이를 매고 왔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북한의 신의주 제2교회와 평양 서문밧교회에서 목회를 하시다가 순교하신 목사님이었는데 저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목사가 되었습니다. 후암교회와 영안교회에 이어서 지금 강변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목회의 일과 함께 교수의 일도 평생 했습니다. 선교하는 일에도 참여했고 구제하는 일에도 참여했고 연합하는 일에도 참여했습니다. 그저 감사한 것뿐입니다. 그런데 제 별명이 하나 있습니다. 교인들이 지어준 별명인데 “영 몰라 통 몰라” 입니다. “영 몰라 통 몰라 가르쳐줘도 몰라” 입니다. 사람의 이름은 물론 사람의 얼굴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제 집도 잘 모르고 제 신발도 잘 모르고 제 옷도 잘 모르고 역사에 나오는 연대는 물론 잘 모르고, 모르는 것이 너무너무 많습니다. 어느 날 제 집인 줄 알고 들어갔더니 그게 제 집이 아니고 다른 사람의 집이었습니다. 새로운 가구들이 눈에 띄어서 “이 가구 언제 가져왔소?” 라고 소리를 질렀더니 제 아내가 아닌 젊은 여자가 나왔습니다. 정중하게 사과를 하고 그 집을 나온 일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제 아내와 함께 새벽 기도회에 와서 3층 교회당을 향해서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제 아내가 제 뒤를 따라서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는데 뒤를 돌아보니 어느 여자 한 사람이 오바를 입고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교인 중 한 사람 인줄로 착각을 하고 정중하게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했더니 제 아내가 이상한 눈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저 자신을 잘 알지 못하는, 건망증이 너무 많은, 아주 무지한 사람입니다. 그래도 천만 다행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내가 누구인지를 가르쳐 주는 성경의 거울과 역사의 거울을 가지고 한 평생 살게 된 것입니다. 나 자신이 누구인지를 아는 것이 너무너무 중요한데 내가 누구인지를 가르쳐 주는 성경의 거울과 역사의 거울을 가지고 한 평생 살게 된 것이 얼마다 다행한 일인지 모릅니다. 랄프 윈터 교수는 이렇게 말한 일이 있습니다. “나를 바로 알고 세상을 바로 알기 위해서는 우리는 두 가지 책을 손에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데 하나는 성경 책이고 다른 하나는 교회의 역사책이다.” 제가 한 평생 역사를 공부하므로 그래도 저 자신을 조금은 더 알게 되었고, 다른 사람들을 조금은 더 알게 되었고, 세상을 조금은 더 알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제가 지금 한국 교회 안에서 연합 운동도 하고, 선교도 하고, 구제도 하고, 북한 동포를 돕는 일도 하게 된 것은 모두 역사를 공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역사 연구의 길로 가도록 지도해 주신 고마운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 중의 한 분이 한경직 목사님입니다. 내가 서울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나의 진로에 대한 조언을 듣기 위해 세 분 목사님들을 찾아 뵌 일이 있었습니다. 목사가 되기 위해서 대학에 가서 무엇을 전공하는 것이 도움이 되겠느냐는 말씀을 듣기 위해 한경직 목사님 김치선 목사님 명신홍 목사님을 찾아 뵈었습니다. 세 분 목사님은 역사나 철학이나 영문학을 전공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해 주었는데, 한경직 목사님은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씀했습니다. 결국 저는 역사를 전공하기로 결정하고 서울대 문리대 사학과에 입학하여 서양사를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후에는 교회사를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잘한 일인지 모릅니다. 제가 계속해서 교회사를 공부하도록 가르쳐주신 분들 중에는 한철하 박사님과 예일대학의 펠리칸 박사님과 라토렛 박사님과 베인톤 박사님 등이 있습니다. 저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나에게 주어지더라도 저는 여전히 역사와 교회사를 전공할 것입니다. 오늘의 현실을 바로 인식하며 교회와 민족을 위하여 창의적이고 모험적이고 헌신적인 봉사의 삶을 살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저는 지금도 역사를 공부하라고 권면합니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비교적 ‘역사 의식’이 부족하고 ‘역사적 안목’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흑백 논리에 강하고 배타적이고 분파적이고 적대적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 팽배하고 있는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도 ‘역사 의식’의 부족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국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절충’이나 ‘중용’을 잘 모릅니다. 미국에서 찾아 볼 수 있는 ‘다양성’ 가운데서 ‘조화’를 이루는 법도 잘 모릅니다. 한국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마 한국 교회만큼 극심하게 분열된 교회는 세계에서 찾아볼 수가 없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의 관점에서 자기를 제대로 보지도 알지도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역사 의식'과 역사적 안목'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부터 “교회사 이야기”라는 주제를 가지고 강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역사적 안목'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에 알아야 할 것들이 많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나’를 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를 알면 세상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 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사람은 자기 자신을 바로 알 때 보다 겸손해 집니다. 보다 지혜로워집니다. 보다 부드러워집니다. 다른 사람들을 인정하게도 되고 포용하게도 됩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집니다. 포용적이고 균형 잡인 자세를 지니게 됩니다. 그러므로 자기 자신을 바로 아는 것이 너무너무 중요합니다. 나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있게 하고 알 수 있게 하는 거울 두 가지가 있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하나는 성경 말씀의 거울이고 다른 하나는 교회 역사의 거울이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러면 이제부터 역사의 거울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역사의 거울에 비추어서 나 자신을 보는 ‘역사적 관점’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역사의 거울에 비추어서 나 자신을 보고 오늘의 세상을 보는 '역사적 관점'과 '역사적 안목'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영어로 말하면 historical perspective, historical insight 입니다. 저는 인생은 만남과 나눔이란 말을 자주 합니다. 지금 여러분들과 만나서 교회사 이야기를 나눕니다. 가정도 교회도 만남과 나눔입니다. 역사도 만남과 나눔이니다. 과거와의 만남과 나눔이고 미래와의 만남과 나눔입니다. 저는 세계를 많이 여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사람들과 나누었습니다. 만남과 나눔에서 지혜도 생기고 기쁨도 생기도 사랑도 생깁니다. ‘역사적 관점’과 ‘역사적 안목’은 첫째로 현재와 과거와의 만남에서 얻어집니다. 영국의 역사가 이 에치 카르(E.H Carr)는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역사를 “현재와 과거와의 끊임 없는 대화”(unending dialogue between the present and the past)라고 정의했습니다. 현재와 과거와의 끊임없는 만남과 대화가 역사요 역사적 관점이요 역사적 안목이란 말입니다. 너무나 정확한 이해와 정의입니다. 역사란 단순히 과거에 일어난 사건들을 정확하게 기록하는 것이 아닙니다. 역사는 과거와의 ‘만남’이고 ‘대화’이고 ‘해석’이고 ‘재연’입니다. 영어로 말하면 역사는 encountering이고 dialogue이고 interpretation이고 reenactment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 관점’과 ‘역사적 안목’은 현재와 과거와의 끊임없는 ‘만남’과 '대화'에서 얻어집니다. 과거에 대한 ‘해석’과 ‘재연’에서 생동하게 나타납니다. 과거의 역사는 나와 상관이 없는 죽은 역사가 아닙니다. 과거의 역사는 바로 오늘을 살고 있는 나의 역사입니다. 오늘 내가 당면하는 모든 문제들을 이미 과거의 역사가 먼저 경험을 했습니다. 내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슬픔과 아픔과 실패와 절망을 과거가 모두 경험했고, 내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기쁨과 용기와 승리와 소망을 과거가 이미 모두 경험했습니다. 그러므로 과거의 역사를 읽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오늘의 나의 문제와 나의 이야기를 읽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과거의 역사를 읽을 때 “그들은 내가 당면하는 문제를 어떻게 대처했는가?” 라는 진지한 질문과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됩니다. 이와 같은 태도를 가지고 과거의 역사를 읽을 때 오늘 나의 위치와 문제를 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하게 되고, 오늘의 현실을 바로 대처할 수 있는 삶의 지혜와 용기를 얻게 되며, 내일을 향한 보다 풍부한 통찰력을 가지게 됩니다. 보다 균형 잡인 세계관을 가지게 됩니다. ‘역사적 관점’과 ‘역사적 안목’은 둘째로 현재와 미래와의 만남에서 얻어집니다. 역사란 과거와의 끊임 없는 만남과 대화인 동시에 미래와의 끈임 없는 만남과 대화이기도 합니다. 기독교의 역사는 미래 지향적이고 미래 발전적이며 종말론적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자기를 가리켜 알파와 오메가라고 말씀했습니다. “나는 알파와 오메가요 처음과 나중이라”(계21:6). “나는 알파와 오메가요 처음과 나중이라”(계22:13). 그래서 사도 요한과 사도 바울은 미래 지향적인 역사관을 지녔었고 그 후 이레니우스와 어거스틴과 쿨만이 미래 지향적인 역사관을 수립했습니다. 사도 바울은 자기는 지금 자기를 판단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다른 사람들의 판단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오직 마지막 날에 주님께서 자기를 어떻게 판단하실 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너희에게나 다른 사람에게나 판단 받는 것이 내게는 매우 작은 일이라 나도 나를 판단치 아니하노니 내가 자책할 아무 것도 깨닫지 못하나 그러나 이를 인하여 의롭다 함을 얻지 못하노라 다만 나를 판단하실 이는 주시니라 그러므로 때가 이르기 전 곧 주께서 오시기까지 아무것도 판단치 말라 그가 어두움에 감추인 것들을 드러내고 마음의 뜻을 나타내시리니 그 때에 각 사람에게 하나님께로부터 칭찬이 있으리라”(고전4:3-5). 우리가 이와 같은 미래 지향적이고 종말론적인 역사 의식을 가진다면 그렇게 자만할 수가 없을 것이고 그렇게 거짓될 수가 없을 것이고 그렇게 위선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좀더 겸손해질 것이고 좀더 진실해질 것이고 좀더 솔직해질 것입니다. 현재와 미래와의 끊임없는 연계를 유지할 때 우리는 오늘을 승리할 수 있는 삶의 지혜와 용기를 터득하게도 될 것입니다. 그래서 미래 신학자인 몰트만 박사는 종말에 대한 확신은 현재를 보다 책임 있게 살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들이 올바른 ‘역사적 관점’과 ‘역사적 안목’을 가지기 위해서는 미래와의 끊임 없는 만남과 대화를 시도하여야 할 것입니다. 미래는 과거와 현재의 모든 총화이기 때문입니다. ‘역사적 관점’과 ‘역사적 안목’을 가지기 위해서는 셋째로 하늘과 땅과의 만남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나 자신의 모습을 나 밖에서 하늘에서 내려다 보는 ‘초연’의 관점을 지녀야 한다는 말입니다. 저는 귀국 후 총신에서 교수 생활을 하면서 때때로 속이 상하기도 했고 좌절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신학교나 교단의 일이 내가 바라는 이상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나의 감정이 상했고 나의 이상이 상했습니다. 바로 그 즈음 재미 있는 글을 하나 읽었습니다. 어느 의사가 잠시 동안 죽음을 경험하고 소생한 사람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기록한 글이었습니다. 죽음을 경험했던 사람들의 대부분이 자기들이 죽은 후 공중에 떠서 자기들의 죽은 몸들을 내려다 보았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리고 터널 같은 것을 통과해서 어느 곳에 이르렀다가 다시 돌아와서 살아났다고 증언을 했습니다. 그때 저는 우리가 여기서 땅에 발을 붙이고 살지만 자기 밖에서 자기 위에서 하늘에서 자기를 내려다 보는 ‘초연’의 자세를 지닐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저는 중세의 신비주의자인 마이스터 엑하르트가 쓴 “초연”이란 글을 다시 읽었습니다. 엑하르트는 초연을 강조하면서 다음과 같이 기록했습니다. “사도 바울이 ‘사랑이 없으면 내가 아무것도 아니요’ 라고 했던 것처럼 많은 신앙 위인들이 사랑을 예찬했지만 나는 은둔과 초연(Abgeschiedenheit, detachment)을 더 높이고 싶다. 사랑은 나로 하여금 하나님을 사랑하게 하지만 초연은 하나님으로 하여금 나를 사랑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겸손을 다른 모든 덕보다 높이 예찬했지만 나는 초연을 무엇보다 더 높이고 싶다. 초연함을 겸하지 못한 겸손은 있을 수 있으나 겸손을 겸하지 않는 초연함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참된 초연이란 우리의 영혼이 이 세상의 어떤 변화나 사랑, 고통, 명예, 불명예, 수치 등을 당면할지라도 산과 같이 요지부동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초연함은 영혼을 정화시키고 양심을 깨끗게 하며 마음에 불을 켜고 영혼의 잠을 깨우며 욕망을 억제시키며 하나님을 알게 하며 세상이 모두 사라지게 하여 하나님과 연합하게 만든다.” 자기를 자기 밖에서 자기 위해서 내려다보는 ‘초연’의 자세를 생각하다가 저는 자기를 내려다 보는 위치를 내 머리 위에서부터 저 멀리 뒤로 종말론적인 오메가 포인트로 옮겨보았습니다. 하늘 위이긴 하지만 저 멀리 역사의 종말인 오메가 포인트에서 자기를 뒤로 내려다 볼 때 그 초연의 관점은 성경이 말하는 종말론적 관점과 일치하게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관점을 ‘종말론적 초연’의 관점이라고 불렀습니다. 나를 나 중심에서 보는 관점이 아닌 나를 역사의 종말의 포인트에서 내려다 보는 ‘종말론적 초연’의 관점을 가지게 될 때, 나는 쉽게 속상하지도 않고 쉽게 좌절하지도 않는 존재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내 감정이 상해도 내 이상이 부셔져도 별로 속이 상하지 않았습니다. 나를 객관화할 때 나는 속이 상할 때 오히려 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나 이전에 살았던 신앙의 선배들도 속이 상하는 일도 있었고 좌절하는 일도 있었다는 사실을 뒤 돌아보며 위로를 받을 수도 있었고 용기를 가질 수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손뼉을 치면서 바로 이것이 ‘역사적 관점’이고 ‘역사적 통찰력’이고 ‘역사적 안목’이로구나 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나를 나 밖에서 종말론적인 오메가 포인트에서 내려다 보는 ‘종말론적 초연’의 자세를 지닐 때 나도 과거의 신앙의 선배들처럼 지금 하나님의 구속 역사의 한 점을 차지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 발견은 나에게 커다란 기쁨과 자부심과 용기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이와 같은 ‘종말론적 초연’의 자세를 가지게 될 때 나에게 가해지는 오해와 멸시와 박해도 나를 도무지 불쾌하게 만들지도 낙심하게 만들지도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는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보람과 기쁨과 용기를 가지고 역사 창조의 사명을 묵묵히 수행해 나아가게 됩니다. 이와 같은 '역사적 안목'을 지닌 신앙의 사람들을 성경은 묘사하기를 ‘세상이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했습니다(히11:37). 지금까지 “역사적 안목”에 대해서 강의를 했습니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에 알아야 할 것들이 많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나’를 아는 것이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사람은 자기 자신을 바로 알 때 보다 겸손해지고, 보다 지혜로워지고, 보다 부드러워지고, 다른 사람들을 인정하게도 되고 포용하게도 되고 그래서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진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포용적이고 균형 잡인 자세를 지니게 된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러므로 자기 자신을 바로 아는 것이 너무너무 중요합니다. 그런데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려면 역사의 거울에 비추어서 자기를 보아야 한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역사의 거울에 비추어서 자기를 바라볼 때 '역사적 관점'과 '역사적 안목'을 지니게 된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리고 '역사적 관점'과 '역사적 안목'을 지니려면 첫째는 현재와 과거와의 끊임 없는 만남과 대화를 시도하여야 하고, 둘째는 현재와 미래와의 끊임 없는 만남과 대화를 시도하여야 하며, 셋째는 하늘과 나와의 만남과 대화를 시도하여야 한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즉 초연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강조해서 말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사람은 생각하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조각가 로댕이 “생각하는 사람” 즉 “Thinker” 라는 유명한 조각품을 만들었습니다. 사람은 그가 무엇을 생각하든지 생각하는 대로 그의 성격과 모습과 운명이 정해집니다. 과거와의 만남, 미래와의 만남, 종말론적 초연을 진지하게 생각할 때 저 자신의 사고가 바뀌어졌습니다. 저 자신의 성격이 바뀌어졌습니다. 저 자신의 인생관이 바뀌어졌습니다. 그러면 이제부터 우리가 ‘역사적 관점’과 '역사적 안목’을 지니게 될 때 우리의 사고와 관점의 틀이 달라진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우선 ‘양면성’의 사고와 ‘양면성’의 관점을 지니게 됩니다. 우리가 ‘역사적 관점’과 '역사적 안목’을 지니게 될 때 우리가 지니게 되는 새로운 사고와 관점의 틀 중의 하나는 ‘양면성’의 사고와 ‘양면성’의 관점입니다. 흑백 논리를 뛰어넘는 사고와 관점의 틀입니다. 그것은 동양적인 ‘중용’과도 다릅니다. 그것은 ‘양극을 붙잡는 역동적 통일성’ (dynamic unity holding both poles)의 사고와 관점입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주권’과 ‘개인의 창조적 역할’을 동시에 붙잡는 사고입니다. 하나님의 주권을 100% 인정하면서 동시에 개인의 창조적 역할을 100% 인정하는 사고입니다. 우리의 신앙의 선배들은 하나님의 주권과 섭리를 전폭적으로 인정하고 따르는 하나님 중심적 삶을 살았습니다(롬11:36). 칼빈은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하나님의 섭리에 대한 무지야말로 최상의 비참이요, 하나님의 섭리에 대한 지식이야말로 최상의 축복이다"(기독교 강요,Ⅰ,17:11). 그런데 하나님의 주권을 전폭적으로 인정하고 따르는 삶은 나 개인의 적극적이고 창조적인 역할을 인정하고 강조하는 삶입니다. 이 두 가지는 서로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조화를 이루는 것입니다. 행14:2 한 절에 주어가 두 개가 나옵니다. 처음에는 ‘두 사도’가 주어로 나오는데 곧 ‘주께서’가 주어로 바뀌어집니다. 누가 진짜 주어인지 모를 정도입니다. 사실은 둘 다 주어입니다. 두 사도가 말한 것도 사실이고 주께서 말씀을 증거하신 것도 사실입니다. 이것이 바로 두 가지를 동시에 붙잡는 ‘양면성’의 사고와 관점입니다(행14:3,19∼20, 고전15:10, 골1:29). 하나님의 절대 주권 아래서 나의 적극적인 자유 의지로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나아가는 사람은 역사를 창조해 가는 역사의 주역이 됩니다. 이와 같은 ‘양면성’의 사고는 우리의 사고와 삶의 모든 영역에 적용됩니다.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침례교 순복음교의 장단점을 인정하고 보완하게도 되며, 민주 공화 등 정치 형태의 다양성과 동서 남북 등 지역 및 문화 형태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보완하게도 됩니다. 신학생들이 나에게 붙인 별명이 하나 있는데 그 별명이 바로 ‘양면성’이었습니다. 제자 중의 한 사람이 쓴 글을 여기 옮깁니다. “양면성, 그것은 목사님에게 우리 학우들이 붙인 별명인 것으로 기억된다. 목사님은 어떤 것에 대해 말씀하실 때 흑과 백으로 말씀하시는 대신 ‘이렇게 보면 이럴 수도 있지만, 또 저렇게 보면 저럴 수도 있다’고 말씀 하심으로써 모호한 감정을 가지게 하셨다. 그래서 아마 이런 별명이 붙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나는 그분의 삶에 대한 그러한 태도가 인생 여정을 지내오면서 신앙 안에서 얻은 지혜요, 여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기냐 아니냐, 옳으냐 그르냐로 단정짓기를 좋아하던 나는 그분의 그러한 삶의 태도에서 배우는 점이 많았다.”(“영몰라 통몰라”, p.234). '역사적 안목'과 '양면성의 사고'를 지닐 때 우리는 또한 인간과 세계에 대한 '보편적인 관점'을 지니게 됩니다. 그것은 지역주의나 민족주의나 인종 주의를 넘어서는 보편적이고 초월적이고 세계적인 관점입니다. 하나님이 인간과 세계를 바라보시는 눈으로 인간과 세계를 바라보게 됩니다. 유대인들은 지나친 선민 사상에 사로잡혀서 인간과 세계를 편견적이고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았으나(욘4:1), 하나님은 인간과 세상을 보편적으로 사랑하시며 모든 사람이 구원 얻기를 원하셨습니다(창12:1∼3, 사19:23-25, 사49:6, 시47:1∼9, 67:1-7, 욘2:1,2, 요3:16, 딤전2:4). 예수 그리스도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자기를 속전으로 주셨고(딤전2:4,6, 요일2:1), 제자들을 ‘땅끝까지’ 보내셨습니다(행1:8). 성령은 빌립과 베드로와 바울을 이방인에게로 보내셨습니다(행8:26,29, 10:19, 16:6). 지역과 인종과 문화를 초월하여 모든 종류의 사람을 귀중히 여기는 자세가 곧 역사적 안목을 지닌 그리스도인의 자세입니다. 저는 최근에 다음과 같은 짧은 글을 차를 타고 교회로 오는 길에서 쓴 일이 있습니다. 글의 제목은 “사랑하고 싶어라” 입니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보편적인 관점을 가지고 쓴 글입니다. “나는 요사이 주님을 생각하면 가슴에 눈물이 흐른다. 한 평생 나를 향하신 주님의 생각과 사랑이 어찌 그리 크고 어찌 그리 많은지! 실로 모래알보다 더 많은 주님의 긍휼과 용서와 사랑이 나의 가슴에 눈물을 자아낸다. 사랑하고 싶어라. 주님을 사랑하고 싶어라. 나의 맘 나의 몸 나의 정성 다 쏟아 주님을 사랑하고 싶어라. 나는 요사이 사람들을 생각하면 가슴에 눈물이 흐른다. 어린이들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너무너무 귀엽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성도들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너무너무 예쁘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이 세상 곳곳에 흩어져 사는 여러 종류의 사람들을 만날 때도 비슷한 느낌을 가진다. 저들의 얼굴과 마음과 영혼 속에 창조주 하나님께서 심어놓으신 고귀한 인성과 신성의 흔적을 보기 때문이다. 저들을 모두 사랑하고 싶어라. 모슬렘도 공산주의자도 상관이 없다. 저들은 모슬렘이나 공산주의 라는 불행한 유산에 쌓여있는 가련한 영혼들일 따름이다. 사랑하고 싶어라. 사람들을 사랑하고 싶어라. 나의 맘 나의 몸 나의 정성 다 쏟아 사람들을 사랑하고 싶어라. (2007년 1월 3일 아침 교회로 운전하며 오는 차 속에서 쓴 글)” ‘역사적 안목’과 ‘양면성의 사고’를 지닐 때 세상에 있는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은 물론 자연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자세를 지니게 됩니다. 하늘과 땅의 모든 피조물이 인간들과 함께 하나님의 영광을 들어내는 영광 나타냄의 존재로 보이게 됩니다(시19:1-4), 하나님을 찬양하는 찬양의 존재로 보이게 됩니다(시148:1-14). 십자가의 피는 인간들만을 하나님과 화목케 하고 통일되게 하는 구원의 역할을 할뿐 아니라 하늘과 땅에 있는 모든 만물도 하나님과 화목케 하고 통일되게 하는 구원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롬8:22,23. 골1:20). 그래서 우리는 다음과 같이 찬양을 하게 됩니다. “온 천하 만물 우러러 다 찬양하여라 할렐루야 할렐루야 저 금빛 나는 밝은 해 저 은빛 나는 밝은 달 하나님을 찬양하라 할렐루야 할렐루야 아멘.”(프랜시스, 33장). 역사적 안목을 지니게 될 때 이와 같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보편적인 관점을 지니게 됩니다. '역사적 안목'과 '양면성의 사고'를 지닐 때 우리는 또한 고난과 죽음과 종말에 대한 긍정적인 이해와 자세를 지니게 됩니다. 고난은 일반적으로 범죄의 결과로 주어지는 형벌이지만 하나님께서 자주 사용하시는 훈련의 도구임을 알게 됩니다. 고난을 통해 사람은 자신을 바로 알게 되고 하나님을 바로 알게 되며 이웃을 바로 알게 됩니다. 고난을 통해 사람은 성숙하게 되고 겸손하게 되며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도구가 됨을 알게 됩니다(고후1:3∼9). 죽음도 이제는 저주가 아니라 천국의 축복으로 이르는 문이고 계단임을 알게 됩니다(고전15:51∼58). 성도의 죽음은 귀중한 것임도 알게 됩니다(시116:15). 따라서 고난과 죽음을 긍정적으로 받아드리며 종말을 바라보며 종말을 준비하는 자세를 가지게 됩니다(딤후4:7,8). 종말론적 의식을 가지고 자신과 세상에 대한 애착을 버리면서 가볍게 사는 법을 배우게도 됩니다(고전7:29∼31, 빌3:8). 그리고 종말을 사모하게도 됩니다(빌1:23,고후5:1-10). 그래서 우리는 다음과 같이 찬양하며 기도하게 됩니다. “고대하던 예수께서 영화롭게 오실 때 고난 받던 모든 성도 구주 환영하겠네 할렐루야 할렐루야 주여 어서 오소서”(촬스 웨슬리 161장). 손양원 목사님도 고대가를 지어서 부르면서 주님 뵈올 날을 간절하게 사모하면서 하루하루를 사셨습니다. “낮에나 밤에나 눈물 머금고 내 주님 오시기만 고대합니다. 사실 때 다시 오마 하신 예수님, 오 주여 언제 오시렵니까? 고적하고 쓸쓸한 빈 들판에서, 희미한 등불만 밝히어 놓고 오실 줄만 고대하고 기다리오니, 오 주여 언제나 오시렵니까? 먼 하늘 이상한 구름만 떠도, 행여나 내 주님 오시는가 해 주님 계신 그곳에 가고 싶어요. 오 주여 언제나 오시렵니까? 오 주여 이 시간에 오시옵소서.” 저는 최근 죽음에 대한 설교를 했는데 그 마지막 부분을 인용하므로 강의를 마치겠습니다. “믿음을 지키고 선한 싸움을 싸우면서 달려갈 길을 마친 사도 바울은 자기의 죽음을 기대에 차서 바라보았습니다. 죽음 뒤에 있는 의의 면류관을 사모하면서 기쁜 마음으로 자기의 죽음을 바라보았습니다. 자기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대에 차서 기쁨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분명히 행복한 사람입니다. 천국에서 받을 의의 면류관을 기쁨으로 바라보면서 자기의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사람은 분명히 행복한 사람이고 축복 받은 사람이고 인생을 성공한 사람입니다. 어떻게 하면 그런 멋진 죽음을, 기쁨과 축복의 죽음을 죽을 수가 있습니까? 위에서 말씀 드린 대로 첫째는 나 대신 저주의 죽음을 죽으신 십자가 죽음의 비밀을 온 몸과 마음과 영혼과 눈물로 믿어야 합니다. 둘째는 주님께서 분부하신 전도와 구제와 선행과 사랑과 봉사를 힘써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도 멋지고 행복한 죽음을 맞을 수가 있을 것입니다. 기쁨과 축복의 죽음을 맞을 수가 있을 것입니다. 정규만 장로님은 한 평생을 봉헌의 삶을 기쁨과 감사로 살다가 자녀들과 성도들의 찬송을 들으면서 기쁨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운명하기 바로 전에 정 장로님은 “지금 천사가 나를 데리러 왔다”는 말을 남기고 눈을 감았다고 합니다. 저와 여러분들도 십자가 죽음의 비밀을 굳게 믿고 그리고 주님께서 분부하신 전도와 구제와 선행과 사랑과 봉사의 일을 힘쓰며 살다가 기쁨과 축복의 죽음을 죽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인쇄하기] 2007-04-01 16:1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