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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혁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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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혁 목사의 교회사 이야기" (2) “기독교와 문화” CBS기독교TV방송(07.4.12 오전9:55, 4.15 새벽:00: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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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혁 목사의 교회사 이야기" (2) “기독교와 문화” CBS기독교TV방송(07.4.12 오전9:55, 4,14 새벽:00:20)
오늘 "교회사 이야기"란 주제로 두 번째 강의를 하겠습니다. 지난 번에는 "역사적 안목"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오늘은 "기독교와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때가 차매 하나님이 그 아들을 보내사”(갈4:4) : 기독교와 역사
기독교는 역사적인 종교인 동시에 문화적인 종교입니다. 역사나 문화와 상관이 없이 공중에 떠 있는 천사들의 종교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기독교의 영원한 진리를 귀중하게 여겨야 하는 동시에 기독교의 역사적인 요소와 문화적인 요소를 무시하면 안됩니다. 물론 기독교를 역사나 문화 안에 가두어 두는 것은 잘못이고 더욱이 민족주의나 국가주의에 종속시키는 것은 큰 잘못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인 요소와 문화적인 요소를 무시하는 것도 큰 잘못입니다.
기독교는 역사나 문화를 초월하시는 하나님께서 인간의 역사 속으로, 인간의 시간 속으로, 인간의 문화 속으로 들어오셔서 만들어진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종교입니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요1:14). “때가 차매 하나님이 그 아들을 (세상에) 보내사 여자에게 나게 하시고”(갈4:4). 사실 절대적이고 초월적인 신이 인간의 역사 속으로, 인간의 시간 속으로 들어와서 인간이 되었다는 ‘성육’ (incarnation)의 사건은 히브리 사람들에게나 헬라 사람들에게는 거리끼고 어리석고 모순된 사건으로 보였습니다. 신성 모독같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헬라 사람들은 성육의 사건을 보고 어리석다고 비웃었고 히브리 사람들도 성육의 사건은 보고 신성 모독이라고 규정하며 적대했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하나님께서 인간의 역사 속으로 들어오셔서 인간들과 함께 사시고 인간들에게 말씀 하시고 인간들을 위해서 죽으셨다고 기록합니다. 이것이 사람들에게 어리석어 보이고 미련해 보이고 약해 보이고 모순되어 보이지만 이것이 기독교 복음의 핵심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성경은 하나님의 아들이 세상에 오실 때 역사적인 때와 상황을 무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때가 찼을 때, 때가 무르익었을 때, 역사적인 상황이 마련되었을 때, 하나님의 아들이 세상에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때가 차매 하나님이 그 아들을 (세상에) 보내사 여자에게 나게 하시고.” 기독교 역사가들은 이 ‘때’를 정치적으로 준비된 때, 문화적으로 준비된 때, 그리고 종교적으로 준비된 때라고 지적합니다. 이 말은 하나님께서 인류 구원의 사역을 이루실 때 정치적이고 문화적이고 종교적인 상황들을 깊이 고려하셨다는 말입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은 인간의 정치나 경제나 문화에 지배를 받으시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간들의 정치적이고 문화적이고 종교적인 상황들을 깊이 고려하신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하나님은 너무 인간적이시고 너무 민주적이시라는 말을 가끔 합니다. 하나님의 아들이 세상에 오실 때 다음과 같은 역사적인 상황들이 마련되었습니다.
첫째로, 정치적인 상황이 마련되었습니다. 로마 제국의 통일이 이루어졌습니다. 아우구스투스(Augustus, B.C.27-A.D.14) 황제가 즉위했던 당시의 로마 제국의 판도는 서쪽의 스페인에서 동쪽으로 소아시아와 팔레스틴에 이르는, 그리고 남쪽의 북아프리카 연안 지역에서부터 북쪽으로 이태리 및 마케도니아 지역을 포함하는 지중해 세계 전역에 뻗치고 있었습니다. 이 광대한 로마 제국은 25개의 군단과 수개의 함대가 지키는 역사상 유래 없는 강대국을 형성하였고 일찍이 볼 수 없었던 ‘로마의 평화’(Pax Romana)를 이루어 놓았던 것이었습니다. 로마로부터 시작하는 포장 도로들은 제국의 각지로 뻗치고 있어 안전하고 신속한 교통과 통신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팔레스틴에서 발생한 ‘하나의 새로운 종교’가 시리아와 로마를 비롯하여 소아시아, 애굽, 북아프리카 그리고 스페인과 가울(Gaul) 지방에까지 널리 그리고 신속히 퍼질 수가 있었습니다.
둘째로, 문화적인 상황이 마련되었습니다. 헬레니즘 문화의 통일이 이루어졌습니다. 기원 전 4세기경 알렉산더 대왕의 헬레니즘 문화 정책으로 인하여 희랍어와 희랍 문화가 유럽과 아시아 전역에 널리 퍼지게 되었고 로마 제국은 희랍어를 상용어와 학문적 언어로 채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희랍어를 아는 사람은 로마 제국 어느 곳에서든지 의사를 소통할 수 있었고 어느 사람이나 친구를 삼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독교의 복음이 로마 제국 각처에 신속히 전파될 수가 있었습니다. 구약이 기원 전 2세기경 희랍어로 번역되었고(LXX 칠십인경), 신약이 희랍어로 기록되었기 때문에 당시 누구에게나 쉽게 전달될 수가 있었습니다.
셋째로, 종교적인 상황이 마련되었습니다. 유대교와 희랍, 로마 종교가 기독교 복음 전파의 가교의 역할을 한 것이었습니다. 유대교는 기독교 복음과 상치되는 적대적인 요소로 등장했지만 기독교 복음 전파에 공헌한 ‘준비적 역할’을 했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유대인들은 로마 제국의 각 처에 흩어져 살면서 남자 10명 이상만 모이면 회당을 세우고 유대교의 신앙을 전승해 나갔는데 제국의 주요 도시치고 유대교의 회당이 없는 곳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들 ‘흩어진 유대인들’(Diaspora)은 그들의 이방인 이웃에게 종교적 감화를 주어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들’(God-fearers)이 되게 했는데 바로 이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기독교 복음에 접할 때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이었습니다.
또한 기독교가 발생하던 때 로마 세계에 유행했던 민중의 종교는 희랍, 로마의 신화적 종교와 아울러 점성술 및 마술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신비 종교였는데 기독교가 처음부터 신화적 종교와 신비 종교를 마귀적 소치로 보아 배격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이교적 및 신비적 민중 종교를 따르던 사람들 마음 속에 남아 있던 영원과 구원을 갈망하는 종교성이 “복음을 위한 하나의 준비적 역할”을 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한국의 고유한 토속적 미신 종교가 본래 기독교 복음과 상치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복음이 급속히 전래되고 널리 전파되는데 공헌한 종교적 ‘밭’의 역할을 했던 것과도 같았다고 하겠습니다.
한 마디로 기독교가 발생하던 당시 로마 세계는 기독교 확장에 유리한 입장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기독교 신앙의 발전과 확장에 유리한 역할을 했던 정치적, 문화적, 종교적 여건들이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때가 차매”(갈4:4) 하나님께서 그 아들을 세상에 보내시어 구속의 경륜을 이루기 시작하신 것이었습니다. 기독교는 처음부터 정치적이고 문화적이고 종교적인 상황들을 무시하지 않고 인간의 역사와 문화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사람이 되신 하나님” (성육) (요1:14) : 기독교와 문화
이제 "기독교와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하나님이 사람이 되신 ‘성육’의 사건과 그리스도의 복음이 인간 문화의 옷을 입은 복음의 ‘토착화’ 사건은 기독교의 특성 중의 하나입니다. 그리스도의 복음이 300여 년 동안 세계 곳곳에 전파되었을 때 복음은 복음이 전파된 그 지역의 문화의 옷을 입고 각각 다른 형태의 기독교로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각각 다른 형태의 기독교가 형성되었습니다. 즉 1) 시리아의 안디옥을 중심으로 “안디옥 학파”의 기독교가 형성되었고 2) 로마를 중심으로 “로마 학파”의 기독교가 형성되었고 3) 북 아프리카의 알렉산드리아를 중심으로 “알렉산드리아 학파”의 기독교가 형성되었고 4) 북 아프리카의 칼타고를 중심으로 “라틴/아프리카 학파”의 기독교가 형성되었고 5) 희랍의 콘스탄티노풀을 중심으로 “비잔틴 학파”의 기독교가 형성되었습니다. 이는 한국과 일본과 태국에 전래된 기독교의 형태와 특성이 각각 다른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이것은 불가피한 일이었으므로 그것을 정죄하는 대신 그대로 받아드리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리차드 니버는 「그리스도와 문화」라는 유명한 책에서 역사적으로 형성된 기독교 문화를 다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습니다. 첫째로 나타난 기독교 문화는 문화를 ‘적대시’하는 ‘반 문화적’ 기독교 문화였습니다. 둘째로 나타난 기독교 문화는 기독교의 이념과 문화의 이념을 ‘조화’시키려는 ‘적응적’ 기독교 문화였습니다. 셋째로 나타난 기독교 문화는 문화를 ‘완성’시키려는 ‘종합적’ 기독교 문화였습니다. 넷째로 나타난 기독교 문화는 기독교의 이념과 문화의 이념을 ‘역설적’으로 보는 ‘이원론적’ 기독교 문화였습니다. 다섯째로 나타난 기독교 문화는 문화를 ‘개종’시키려는 ‘변혁주의적’ 기독교 문화였습니다.
위에서 지적한 대로 초대교회가 300여 년 동안 다양한 문화권에서 발전하는 동안에 다섯 가지 다양한 문화의 옷을 입은 다양한 형태의 기독교로 발전했습니다. 그 다섯 가지 형태의 기독교는 1) “안디옥 학파”의 기독교와 2) “로마 학파”의 기독교와 3) “알렉산드리아 학파”의 기독교와 4) “라틴/아프리카 학파”의 기독교와 5) “비잔틴 학파”의 기독교였습니다.
그 다양한 기독교 학파의 특징들을 아주 간단히 지적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히브리 전통에 선 “안디옥 학파”의 기독교는 그리스도의 역사성과 인성을 강조했습니다. 2) 로마 전통에 선 “로마 학파”의 기독교는 법과 제도와 전통을 강조했습니다. 3) 헬라 전통에 선 “알렉산드리아 학파”의 기독교는 그리스도의 초월성과 신성을 강조했습니다. 4) 라틴 전통에 선 “라틴/아프리카 학파”의 기독교는 반 철학적이고 반 문화적이었습니다. 5) 비잔틴 전통에 서서 콘스탄티노풀을 중심으로 형성된 “비잔틴 학파”의 기독교는 의식과 신비를 강조했습니다.
다양한 학파의 기독교가 각각 상이한 입장들을 나타내 보였는데 특히 “알렉산드리아 학파”와 “라틴/아프리카 학파”가 취한 상이한 입장들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알렉산드리아 학파”를 우리 나라의 기장 교단에 비한다면 라틴/아프리카 학파”는 우리 나라의 고신 교단과 비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알렉산드리아 학파”의 클레멘트가 철학이 복음에 이르는 준비이며 문화적 요구와 그리스도의 요구를 조화시키려고 한데 비해, “라틴 학파”의 터툴리안은 철학이 복음과 역행하며 문화적 요구와 그리스도의 요구가 서로 역행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라틴/아프리카 학파”의 터툴리안은 원죄가 사회와 문화 속에까지 스며들어 있다고 생각하며 그리스도인들은 세속 질서에서 멀리 떠나야 하며 세속적 집회와 세속적 직업을 멀리해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써커스, 극장, 경기장 등에서 공연되는 게임이나 쇼에 참석하는 것을 단호히 배격했습니다. 터툴리안은 여인들의 장식과 화장 등도 마귀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배격했는데 "피부를 약물로 문지르고, 뺨을 연지로 칠하고, 눈을 검댕이로 두드러지게 만드는 여인들은 하나님께 죄를 짓는 것이다" 라고 주장했습니다. 우리 나라 초기의 고신 교단의 입장과 비슷했습니다. “라틴 학파”의 터툴리안이 "레슬링 같은 운동을 마귀의 노름"이라고 일축해 버린 데 비해, “알렉산드리아 학파”의 클레멘트는 레슬링이 여자들에게는 적당치 않으나 남자들에게는 정신과 육체의 건강을 위해 좋은 운동이라고 말했고, 여인들이 화려한 옷, 자주색 옷, 짧은 치마, 보석 장식, 화장품 등등을 사용하는 것은 욕정을 일으키는 것으로 생각되어 금했으나, "금 장식물이나 부드러운 옷을 입는 것을 전적으로 금하지는 않는다"고 했으며 "지나친 마음의 충동을 일으켜 방종한 행위를 하지 않도록 억제한다면, 적절하게 하는 것은 무방하다"고 했습니다. 화장품도 적당하게, 즉 남자가 현기증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사용하면 무방하다고도 했습니다. 우리 나라의 기장 교단의 입장과도 비슷했습니다. 우리가 너무 성급하게 고신 교단을 정죄할 필요도 없고 기장 교단을 정죄할 필요도 없습니다. 기독교의 복음이 다양한 문화의 옷을 입고 다양하게 나타난 현상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입니다.
“여러 사람에게 여러 모양으로”(고전9:22) : 문화적 접근
다양한 문화에 대한 긍정적인 이해는 다양한 문화에 대한 포용적인 자세를 취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여러 사람에게 여러 모양으로”라는 선교의 모토를 만들었습니다. 사도 바울은 “다른 복음을 전하면 저주를 받을찌어다”(갈1:8) 라고 무섭게 선언했지만 “여러 사람에게 여러 모양으로” 라는 포용적인 자세를 취했습니다. 자기의 자세를 낮추었습니다. 문화적인 우월주의를 포기했습니다. 사도 바울은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유대인들에게는 내가 유대인과 같이 된 것은 유대인들을 얻고자 함이요 율법 아래 있는 자들에게는 내가 율법 아래 있지 아니하나 율법 아래 있는 자 같이 된 것은 율법 아래 있는 자들을 얻고자 함이요 율법 없는 자에게는 내가 하나님께는 율법 없는 자가 아니요 도리어 그리스도의 율법 아래 있는 자나 율법 없는 자와 같이 된 것은 율법 없는 자들을 얻고자 함이라 약한 자들에게는 내가 약한 자와 같이 된 것은 약한 자들을 얻고자 함이요 여러 사람에게 내가 여러 모양이 된 것은 아무쪼록 몇몇 사람들을 구원코자 함이니”(고전9:20-22). 이것은 대단한 선언이었습니다.
사실 예수님께서 자기의 몸을 낮추시고 인간 문화의 옷을 입으신 것을 생각하면, 예수님께서 하늘 영광을 버리시고 종의 형태를 취하신 것을 생각하면, 사도 바울의 선언을 얼마든지 쌍수를 들고 받아 드릴 수가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아들이 사람이 되셨고 종이 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인간 문화의 옷을 입으시고 낮아진 모습으로 세상에 오신 것처럼 십자가의 복음도 인간 문화의 옷을 입고 다양하게 나타났습니다. 다양한 문화에 대한 긍정적인 이해가 필요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다양한 문화와 다양한 인종에 대한 포용적인 자세를 취하게 됩니다. 낮아진 모습을 취하게도 됩니다.
“블라디와 타시켄트에서 실험한 교회사 이야기”
다양한 문화에 대한 긍정적인 이해가 저로 하여금 다양한 문화에 대한 포용적인 자세를 취하게 한 이야기 두 가지를 하겠습니다.
첫째는 제가 2년 전 가을에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을 한 주간 동안 다녀온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러시아 목회자 50여명과 한인 선교사 20여명이 한데 모여 “연해주 목회자 수련회”를 가졌습니다. 거기 모인 50여명의 러시아 목회자들이 거의 전부 러시아 침례교회에 속한 목회자들이었습니다. 러시아 침례교회는 러시아 정교회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는 교회입니다. 과거 극심한 박해를 받은 경험도 있습니다. 그래서 신학적으로 예배 의식적으로 배우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정서를 지니고 있습니다. 극히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정서를 지닌 러시아 침례교회 목회자들에게 강의나 설교를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교회의 “기도와 교회 성장”을 소개하기 전에 쉬운 말과 편안한 자세로 저에 대한 이야기를 간단하게 한 후 “교회사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를 바로 알고 세상을 바로 알기 위해서는 성경과 진리가 중요하지만 성경과 진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성경과 진리를 바로 이해하고 적용하기 위해서는 성령의 가르침과 조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부족하다고 말했습니다. 성경의 가르침과 성령의 조명을 받은 사람이 많은데 그들의 생각과 삶과 주장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그것들을 비교해서 살펴보는 ‘역사적 안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초대교회의 300여 년 동안의 역사를 살펴보면 같은 성경의 가르침과 같은 성령의 조명을 받은 교회들이 그들이 처한 지역적 및 문화적 환경에 따라서 ‘예루살렘 교회’ ‘안디옥 교회’ ‘로마 교회’ ‘알렉산드리아 교회’ ‘칼타고 교회’ ‘비잔틴 교회’ 등으로 나뉘어지게 되었다고 설명을 했습니다. 그런데 색깔과 입장이 각각 다른 교회들이 이단들이 아니었다고 설명을 했습니다. 모두 하나님의 교회요 그리스도의 교회들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후에는 기독교가 로마 카톨릭 교회와 희랍 정교 교회와 개신교 교회로 나뉘어졌는데 그 세 교회들도 모두 이단들이 아니라고 설명을 했습니다. 어떤 때는 로마 가톨릭 교회로부터도 배워야 하고 어떤 때는 정교회로부터도 배워야 한다고 설명을 했습니다. 1991년 호주 캔버라에서 개최된 WCC 총회에서 개신교의 몇몇 신학자들이 종교 다원주의적 입장을 발표한데 비해 정교회의 주교는 종교 다원주의를 비판하며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주장했는데 개신교의 자유주의자들의 주장보다 정교회의 보수적인 입장이 더 옳았다는 말도 했습니다.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러시아 침례교회 목회자들이 아마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모두들 진지하게 듣고 있었습니다. 좀 의아하게 생각을 하면서도 잘 받아드리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장로교회만이 제일 옳은 것도 아니고 침례교회만이 제일 옳은 것도 아니고 순복음교회만이 제일 옳은 것도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칼빈만이 제일 옳은 것도 아니고 루터만이 제일 옳은 것도 아니고 웨슬레만이 제일 옳은 것도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다 제한되어 있다고 설명을 했습니다. 그러므로 이단이 아니면 서로서로 배워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모두들 흐믓해 하고 모두들 좋아하는 듯 했습니다.
올바른 ‘역사적 안목’을 가지기 위해서는 과거와 끊임 없이 대화를 하여야 하고 또한 미래와도 끊임 없이 대화를 하여야 한다고 설명을 했습니다. 그리고 땅과 자신에 집착하지 말고 나 자신과 땅에서 벗어나 저 위에서 나를 내려다 보는 ‘초연’의 자세를 지니는 것도 필요하다고 설명을 했습니다. 저 위에서 아니 저 마지막 종말의 정점에서 나를 내려다 보는 ‘종말론적 초연’의 자세를 가지도록 힘쓰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고 설명을 했습니다. 생각의 눈이 띄어지는 듯했습니다.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시간에 대해서 그리고 문화에 대해서 설명을 해 달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흘러가는 물과 같은 그리고 잠시 있다가 없어지는 안개와 같은 인간의 시간 속에서 사는 무상한 존재들이지만 영원 자체가 되시는 예수님이 시간 속으로 들어오셨기 때문에 우리가 영원을 붙잡기만 하면 우리의 무상한 삶이 영원에 속하게 된다고 설명을 했습니다. 기독교는 영원과 시간이 만나는 종교라고 설명을 하기도 했습니다. 기독교는 플라토주의나 불교와 달리 영원과 연결되는 현재를 사는 종교라고 설명을 했습니다. 그리고 문화에 대한 기독교의 태도는 무조건 적대시하는 ‘배타적인’ 태도와 무조건 받아드리는 ‘적응적’ 및 ‘종합적’ 태도와 양자간의 관계를 역설적으로 보는 ‘이원론적’ 태도가 있는데, 가장 바람직한 태도는 부정을 거쳐 변혁을 시도하는 ‘변혁적’ 태도라고 설명을 했습니다. 어거스틴과 칼빈과 요나단 에드워즈가 문화 변혁주의를 가르쳤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한국교회의 기도의 인물들 길선주 목사, 주기철 목사, 손양원 목사, 김삼환 목사를 소개하며 저들의 처절한 회개의 기도와 헌신적인 사역 때문에 한국 교회는 부흥과 성장을 이루게 되었다고 설명을 했습니다. 그리고 기독교 복음의 세 가지 특징은 약함과 착함과 땅끝 지향적 주변성이라고 설명을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목회자들과 선교사들의 삶과 사역의 모형은 하늘을 버리시고 사람이 되신 성육의 사건과 성육적 삶이라고 설명을 했습니다. 모두들 아주 좋아했고 모두들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며칠 동안 함께 먹고 함께 강의하고 함께 지나면서 아주 가까워졌고 아주 친해졌습니다. 며칠 동안에 극히 보수적이고 배타적이던 저들의 생각과 안목이 확 트여지고 넓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며칠 동안 하루에 두 번씩 러시아 목회자들과 탁구를 열심히 쳤는데 너무 재미가 있었습니다. 거의 매번 내가 이겼는데 하나님께서 나를 축복해 주셔서 탁구도 잘 치게 되었다고 러시아 목회자들이 말하곤 했습니다. 블라디보스톡에서의 "교회사 이야기의 실험"이 성공적이었다고 생각됩니다.
한 가지 이야기를 더 합니다. 저는 처음에는 알지 못했는데 우리가 목회자 수련회를 시작하는 시간부터 주 정부의 종교 담당관이 비서 한 사람을 데리고 수련회에 참석했습니다. 수련회에 ‘참석하려고’ 온 것이 아니라 ‘살피려고’ 온 것이었습니다. 주최측에게 참석자들의 명단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주최측도 러시아 목회자들도 모두 긴장을 했습니다.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꼬투리를 잡히면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종교 담당관은 어느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지성인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정교회에 속해 있었을 것입니다. KGB 즉 러시아 정부의 정보부에서 보냈다는 말을 나중에 주최측이 나에게 말해주었습니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첫날 이야기식 강의를 열심히 했습니다. 강의가 끝난 후 그녀는 나에게 다가와서 잠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다음 날도 강의 시간에 맞게 일찍 나와서 나의 강의를 열심히 들었습니다. 노트에 빼곡히 강의 내용을 적고 있었습니다. 셋째 날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 일어났습니다. 주최측이 놀라는 기색이었습니다. 그 종교 담당관이 저에게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하고 갔습니다. “좋은 강의를 해 주어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이제는 제가 저의 일을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를 배우게 되고 알게 되었습니다. 종교가 나라와 사회를 건강하게 지탱하는 힘과 정신이 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 교회에 거룩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데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순교가 교회의 씨앗이 된다는 말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세미나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다음에 다시 오시면 ‘물질주의’ ‘진화론’ 등에 대해서 강의를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참 좋은 모임이었습니다.” 너무나 의외의 반응이었습니다.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주최측이 너무나 좋아했습니다. 교회사 이야기의 실험이 성공한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교회사 이야기는 지나간 옛날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도 여기 저기서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살아있는 이야기입니다. 교회사의 이야기는 주님을 따르는 제자들의 이야기인 동시에 주님의 이야기이기 때문이고 하나님의 이야기이기 때문이고 성령님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제가 2년 전 12월에 아프가니스탄과 중앙 아시아의 타시켄트를 한 주간 동안 다녀온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저희 강변교회가 1억 원 이상을 들여 세워준 학교 준공식에 참여하기 위해서 아프간에 갔다가 오는 길에 우즈벡의 타시켄트에서 하루 밤을 묵게 되었습니다. 타시켄트를 떠나는 날 저녁에 타시켄트 지역에서 사역하고 있는 한인 선교사 부부들을 초청하여 저녁 식사를 대접했습니다. 30여명이 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80여명이 참석해서 모두들 놀랐습니다. 내일 일을 알지 못하면서 불안과 불확실과 두려움 가운데서 하루하루를 사역하고 있는 한인 선교사들이 얼마나 우리들과의 만남을 갈망하고 기다리고 있었음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날 오후 타시켄트의 위성 도시인 베카벳이란 작은 도시를 방문해서 그곳에서 농촌 사역과 어린이 사역을 하고 있는 장로님 한 분을 찾아서 위로와 격려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 장로님이 나더러 베카벳 시장을 꼭 한 번 만나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 시장의 집무실을 방문했습니다. 그는 철저한 모슬렘이었고 개혁적인 성향을 지닌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그 분을 만나자마자 기독교가 역사적으로 그리고 지금도 저지르고 있는 잘못에 대해서 설명을 했습니다. 십자군 전쟁을 통해서 기독교가 모슬렘들을 무참하게 짓밟은 것은 큰 잘못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지금도 일부 기독교가 모슬렘에 대해서 종교 전쟁과 문화 전쟁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큰 잘못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선교사들이 지나친 열성 때문에 다른 나라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수용하지도 못하는 것은 큰 잘못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 시장이 제 이야기를 한참 듣더니 다음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우리 모슬렘도 그동안 많은 잘못을 범했습니다. 우리도 종교 전쟁과 문화 전쟁을 일으키면서 기독교도들을 무참하게 짓밟았습니다. 우리들이 코란과 성경 말씀대로 했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는 자기의 개혁적인 이상에 대해서 나에게 신이 나서 설명을 했습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장로님이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 시장은 앞으로 그 장로님이 하는 일을 잘 돕겠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문화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와 수용의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체험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복음을 양보하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다양한 문화와 다양한 인종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것뿐입니다. 제가 지난 번에 “사랑하고 싶어라”는 글을 읽어 드린 일이 있는데 그 마지막 부분을 다시 읽어드립니다. “사랑하고 싶어라. 사람들을 사랑하고 싶어라. 나의 맘 나의 몸 나의 정성 다 쏟아 사람들을 사랑하고 싶어라. 모슬렘도 공산주의자도 상관이 없다. 저들은 모슬렘이나 공산주의 라는 불행한 유산에 쌓여있는 가련한 영혼들일 따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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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하기] 2007-04-01 16:19: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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