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 한국” 엡2:13-18 평화 한국 창립 모임(07.4.13)
제가 최근에 “한국종교인평화회의” 가 출간하는 “종교와 평화”라는 잡지에 “종교와 평화”라는 제목의 짧은 글을 기고한 일이 있습니다. 그 글의 일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모든 종교가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구원’과 ‘평화’이다. 기독교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도 인류의 ‘구원’과 ‘평화’이다. 선지자 이사야는 오래 전에 메시야의 오심을 예언하면서 메시야를 가리켜 ‘평화의 왕’(Prince of Peace) 이라고 했다(사9:6). 사도 바울도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켜 ‘그는 우리의 평화’(He is our Peace)라고 했다(엡2:14). 그 평화의 내용은 사람들과 하나님과의 화해의 평화이고 사람들과 사람들 사이의 화해의 평화이며 사람들과 자연과의 화해의 평화이다. ‘평화’가 모든 종교가 추구하는 공통분모임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에는 종교 또는 정치적 이데올로기 때문에 전쟁이 그치지 않았고 지금도 그치지 않고 있다. 특히 기독교와 모슬렘과의 종교 및 정치적 대결로 인해 세계 곳곳에는 테러와 전쟁이 그치지 않고 있다. 종교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종교를 빙자한 인간의 이기적이고 배타적이고 정복적인 탐욕 때문이다. 기독교는 본래 ‘구원’과 ‘평화’를 힘으로나 무력으로나 지혜로나 지식으로 성취하려고 하지 않았다. 사도 바울이 지적한 대로 기독교는 본래 ‘구원’과 ‘평화’를 약함으로 미련함으로 멸시 받음으로 죽음으로 이루었다. 즉 십자가의 죽음으로 이루었다. 십자가는 약함과 미련함과 멸시 받음과 죽음의 상징이고 실체이다. 사도 바울을 비롯한 우리 신앙의 선배들은 십자가의 길을 걸으므로 인류의 구원과 평화를 어느 정도 가져왔지만 오늘의 기독교와 많은 종교들은 너무나 민족주의적 또는 정치적 색채를 띄므로 구원과 평화에 역행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돈과 정치에 너무 치우쳐있다. 특히 요사이 한국의 종교와 기독교는 정치에 너무 치우쳐있는 것 같다.”
미움과 분열과 갈등과 대결이 극심해지고 있는 오늘의 상황가운데서 뜻이 있는 젊은이들이 함께 모여서 한국 땅에 평화를 심고 평화 운동을 일으키자는 “평화 한국”을 창립하게 된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축하를 드립니다. 제가 오늘 “평화 한국” 창립 모임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첫째, 옳고 그른 것을 분별하고 판단하므로 이 땅에 평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지금 우리들은 저마다 자기의 생각과 입장이 옳다고 주장하며 자기들의 생각과 입장을 펴 나아가려고 합니다. 옳고 그름에 대한 지나친 판단은 오히려 평화를 가져오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분열과 갈등과 대결을 조장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교회와 모든 신학의 입장이 절대로 옳은 것은 아닙니다. 둘째, 소위 ‘악의 축’을 심판하므로 평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더욱 더 아니라는 말입니다. 종교적인 의를 내 세우는 종교 전쟁은 가장 비극적인 불행을 가져오고 맙니다. 셋째, 이 땅에 평화를 가져오는 길은 오로지 십자가의 정신을 실현하는데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그리스도의 피로 가까워졌느니라”(엡2:13). “십자가로 이 둘을 한 몸으로 화목하게 하려 하심이라”(엡2:16). 이것은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나의 입장을 포기하고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드리고 포용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세상에 평화를 가져 오는 길은 그 길 밖에는 없다는 말입니다.
제가 오늘 아침 한복협 모임에서 발표한 발표문의 일부를 인용합니다. “베드로와 바울을 비롯한 주님의 제자들은 주님의 분부를 따라서 이스라엘의 독립이나 하나님 나라의 실현을 앞당기기 위해서 그 당시 ‘악의 축’이었던 포악한 로마 정부를 대항해서 싸우거나 정치적인 데모를 한 일이 한 번도 없었다. 인권 유린을 항의하는 시위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정치적인 구호를 외치면서 길 거리나 광장에 나가서 정치적인 시위를 한 일이 한 번도 없었다. 그와 같은 비 정치적이고 무 저항적인 자세는 300여 년 동안 지속되었다. 저들은 그저 악을 선으로 갚고 십자가에 나타난 용서와 사랑의 복음을 전하면서 기쁘게 죽어갔다. 서머나의 감독 폴리캅은 죽어가면서 감사의 찬양을 하나님께 돌렸다. 안디옥의 감독 이그나시우스는 주님을 위한 죽음을 두려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사모하고 기뻐하면서 죽어갔다. 저들은 모두 정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정치적인 행동을 전혀 취하지도 않았다. 그저 순교의 피를 흘린 것뿐이었다. 그런데, 그런데, 그 피를 통해서 고대 세계와 로마 제국의 정치 사회 문화 구조가 거의 완전하게 바꾸어진 것이었다. 그것은 전혀 정치적인 참여나 군사적인 힘에 의한 것이 아니었고 묵묵히 십자가 위에서 죽으신 주님의 모습을 따라서 바보처럼 죽어간 순교의 제물과 피의 힘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사실 로마 제국이 기독교화되고 ‘그리스도의 평화’가 부분적으로나마 이루어진 것은 바보처럼 죽어간 순교의 제물들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었습니다.
평화의 성자 프랜시스는 그의 용서와 사랑의 삶을 통해서 이 땅에 평화의 씨앗을 심었는데 그의 용서와 사랑의 대상에는 포악한 나병환자와 이리는 물론 모슬렘과 이단까지 포함되어있었습니다. 사랑의 성자 손양원 목사님도 그의 용서와 사랑의 삶을 통해서 이 땅에 평화의 열매를 맺었는데 그의 용서와 사랑의 대상에는 그의 두 아들을 총살한 안재선과 그 자신을 총살한 공산당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너무 어렵고 힘든 말을 해서 참으로 죄송합니다. 그러나 이 길밖에는 평화를 심는 길이 없기 때문에 이 길을 말한 것뿐입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저부터 공의의 길이 아닌 용서와 사랑의 길, 십자가의 길을 바보처럼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서로 인자하게 하며 불쌍히 여기며 서로 용서 하기를 하나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너희를 용서하심과 같이 하라”(엡4:32). “주여 나를 평화의 도구로 써 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상처가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의혹이 있는 곳에 믿음을 심게하소서. 오류가 있는 곳에 진리를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둠이 있는 곳에 광명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심게하소서. 위로 받기보다는 위로하고 이해 받기보다는 이해하며 사랑 받기보다는 사랑하며 주님을 온전히 믿음으로 영생을 얻기 때문이니 주여 나를 평화의 도구로 써 주소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