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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혁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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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혁 목사의 교회사 이야기(6)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이해”CBS기독교TV방송(목 오전9:55, 주 새벽:00: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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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혁 목사의 교회사 이야기(6)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이해”
“김명혁 목사의 교회사 이야기”라는 주제로 오늘 여섯 번째 강의를 합니다.
지금까지 "역사적 안목" "기독교와 문화" "박해와 순교" "초대교회에 일어난 이단운동"에 대해서 강의를 했습니다. 좀 어렵고 부담이 되는 제목들인데 여러분들께서 너그럽고 따뜻한 마음으로 보아주시고 들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를 드립니다. 시청자 분들께서 “목사님 모습이 아주 멋져요. 더 젊게 보여요. 감동과 은혜를 많이 받았어요” 라는 격려의 말들을 해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잠깐 복습을 합니다. "역사적 안목"을 지녀야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고 나 자신과 세상을 바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기독교와 문화"와의 관계를 바로 알아야 타 교단 타 종교 타 문화에 대한 폭 넓은 이해를 할 수 있게 된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박해와 순교"가 참으로 감당하기 힘든 어려운 문제였지만 하나님의 교회는 박해와 순교를 통해서 세워지고 순수해지고 성장했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초대교회에 일어난 이단운동"은 성경과 사도적 전통을 모두 부정하고 파괴하는 미친개와 같은 위험한 운동이었지만 하나님의 교회가 이단 운동들을 통해서 더 분명하고 더 확고하게 세워지게 되었다는 역설적인 말씀을 드렸습니다.
하나님의 나라(Kingdom of God)는 예수님과 사도 바울이 전한 메시지의 중심
오늘은 또 하나의 새로운 주요한 주제를 가지고 강의를 하려고 합니다. 오늘 강의의 주제는 “초대교회에 나타난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이해"입니다. 하나님 나라는 간단한 주제 같지만 아주 복잡한 주제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의 나라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로마 캐톨릭 신학도 나오고, 정치 신학도 나오고, 신비주의 신학도 나오고, 개혁주의 신학도 나오고, 천년왕국 신학도 나오기 때문입니다. 하나님 나라는 성경이나 신학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주제입니다. 어떤 의미에는 성경의 가장 중요한 주제이고 신학의 가장 중요한 주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나라(Kingdom of God)는 예수님과 사도 바울이 전한 메시지의 중심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갈리리 지방에 오셔서 전파하신 첫 메시지의 내용이 바로 하나님 나라에 대한 것이었습니다.”회개하라 천국이 가가왔느니라”(마4:17). “하나님 나라가 가까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막1:15). 예수님께서 12 제자를 택하여 세우시고 내 보내시면서 저들에게 명하신 말씀도 하나님 나라를 전파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가면서 천국이 가까웠다고 전파하라”(마10:7). 예수님께서 70인을 따로 세우시고 내 보내실 때 하신 말씀도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웠다고 전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가 너희에게 가까이 왔다 하라”(눅10:9). 예수님께서 전하신 비유들의 주제와 내용도 모두 하나님 나라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천국은 마치 밭에 감추인 보화와 같으니라”(마13:44). 예수님께서 행하신 구원과 치유의 사역도 하나님의 나라와 연결시켰습니다. “내가 하나님의 성령을 힘 입어 귀신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임하였느니라”(마12:28).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를 구원과 동일시했고 구원의 완성으로 보기도 했습니다. “천국은 마치 등을 들고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와 같다 하리니”(마24:1). 부활하신 후에도 예수님은 40일 동안 제자들에게 계속해서 “하나님 나라의 일을 말씀하셨다”(행1:3)고 했습니다. 사도 바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바울이 회당에 들어가서 석 달 동안 담대히 하나님 나라에 대하여 강론하며 권면하되”(행19:8). “바울이 제자들의 마음을 굳게 하여 이 믿음에 거하라 권하고 또 우리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려면 많은 환난을 겪어야 할 것이라 하고”(행14:22). “바울이 온 이태를 자기 셋집에 유하며 자기에게 오는 사람을 다 영접하고 담대히 하나님 나라를 전파하며 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것을 가르치되 금하는 사람이 없었더라”(행28:30,31). 예수님의 메시지와 사역의 중심은 하나님 나라였고 사도 바울의 메시지와 사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하나님의 나라가 주님의 사역을 통해서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현재적’인 나라인 동시에 앞으로 주님의 재림으로 완성될 ‘미래적’인 나라임을 가르치셨습니다.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임하였느니라”(마12:28). “천국은 마치 등을 들고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와 같다 하리니... 인자가 자기 영광으로 모든 천사와 함께 올 때에 자기 영광의 보좌에 앉으리리”(마25:1,31). 그래서 신약의 신자들은 오랫동안 기다리던 메시아의 왕국이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의 사역가운데 이미 지금 실현되어 가고 있음을 확신하고 있으면서도, 그리스도의 재림으로 앞으로 하나님의 나라가 완성될 것을 고대했습니다. 그래서 인사를 할 때는 마라나타(Maranatha) 즉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라고 인사를 했고, 기도할 때는 “나라이 임하옵시며”(마6:10) 또는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계22:20) 라고 기도했고, 편지를 쓸 때는 “주께서 임하시느니라”(고전16:22) 라고 편지를 썼습니다. 신약시대 신자들이 가졌던 종말론적 신앙의 특징은 하나님의 나라가 '현재적인' 동시에 '미래적인' 것으로 선포되었음을 믿는 신앙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에 대한 다양한 이해들: 예루살렘 안에, 로마제국 안에, 천주교 안에, 풀레로마 안에?”
그러면 이제부터 초대교회에 나타난 하나님 나라에 대한 다양한 이해들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초대교회는 그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서 때로는 ‘미래적’인 면을 강조하여 이해하기도 했고, 때로는 ‘현재적’인 면을 강조하여 이해하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역사적인 실재로 이해하기도 했고, 때로는 초 역사적인 실재로 이해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님 나라에 대한 인간들의 이해가 언제나 인간들이 처한 상황이나 인간들이 지닌 사고 방식이나 기질에 따라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박해가 계속됨에 따라 많은 신자들은 하나님 나라의 실현은 미래에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믿게 되었습니다. 임박한 재림이 지연됨에 따라 미래에 대한 관심을 점차 현재에로 기울이게도 되었습니다. 복음이 세상에 뿌리를 내리고 교회가 든든히 세워감에 따라 정치구조와 교회 구조에 관심을 기울이기도 했습니다. 이제부터 초대교회에 나타난 하나님 나라에 대한 다양한 이해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첫째는 천년왕국주의(Millenarianism)적 하나님 나라의 이해입니다.
천년왕국에 대한 신앙은 초대교회의 대표적 신앙이었습니다. 초대교회 신자들은 이미 새로운 메시아시대에 도래했음을 의심치 않았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세는 너무나 적대적이었고 박해의 세력이 너무 강했기 때문에 앞으로 도래할 하나님 나라를 바라볼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창세기의 여섯 날들이 인간 역사의 여섯 “천년의 시기”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하면서 일곱째 안식일은 앞으로 올 일곱째 “천년의 시기”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이사야 65:17-25과 요한 계시록 20장이 앞으로 도래할 천년왕국을 예시하는 것으로 해석되었습니다. 앞으로 주님께서 예루살렘에 재림하셔서 천년 왕국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내다 보았습니다. 파피아(Pipias)는 천년왕국을 물질적인 형태로 묘사했습니다. 바나바의 편지(Letter of Barnabas)와 순교자 저스틴(Justin Martyr)도 천년왕국에 대한 신앙을 표명했습니다. 이레니우스(Irenaeus)도 천년왕국에 대한 신앙을 받아들이며 그리스도의 구속의 사역이 앞으로 올 천년왕국에서 완성되리라고 주장했습니다. 몬타니즘(Montanism)은 천년왕국에 대한 신앙을 과격하게 주장한 분파로 그들은 이미 땅 위에 내려올 준비가 되어 있는 새 예루살렘이 하늘 지평선 위에 비치어 있는 환상을 보았다고 까지 주장했습니다. 터툴리안(Tertullian)과 락탄티우스(Lactantius)도 천년왕국에 대한 신앙을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한국교회의 상당수도지금 천년왕국 신앙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신비주의(Mysticism)적 하나님 나라의 이해입니다.
임박한 재림이 지연됨에 따라 미래에 대한 관심이 점차 현재에로 기울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일부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 나라의 실현을 성령의 신비적 체험과 내재에서 찾으려고 했습니다. 바나바의 편지는 바울의 전통에 서서 “영적 사람들이 되자, 하나님께 합당한 온전한 성전이 되자”고 권고하면서 하나님의 나라가 신자들의 마음속에 영적으로 실현되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이 편지는 하나님의 성전이 영화롭게 이루어질 것을 예언하면서 그 이루어지는 방법은 “우리가 죄 사함을 받아… 거듭나고 새로 지음을 받을 때, 그래서 하나님께서 우리들 가운데 거처를 정하시고 사시게 되실 때 이루어진다”고 설명을 했습니다.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Clement of Alexandria)는 그리스도인의 생활을 “위로 올라가는 사다리”와 같은 것으로 묘사하면서 생활의 영적 변화를 강조했습니다. "참 그리스도인은 자기 안에 하나님을 모시고 있는 사람이며 하나님에 의해 지배를 받고 있는 사람인데…. 그는 영지에 의해 하늘에 부착되는 바, 여려 단계의 영계를 거쳐 하늘의 보좌에 이르게 된다.” 이와 같은 신비주의적 경향은 하나님의 나라를 초역사적 영적 영역으로 이해했고 신비적인 경험을 통해 하나님 나라의 영역에 들어가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셋째는 노스틱주의(Gnosticism)적 하나님 나라의 이해입니다.
자연과 역사를 부인하는 이원론적 이단인 노스틱주의는 극단적인 형이상학적 구원론을 주장했습니다. 영혼의 궁극적인 구원을 미래에 완성될 종말론적 사건으로 보는 대신 지금 신비적으로 하늘에 상승하여 풀레로마(Pleroma)로 귀의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영지자들은 현세에서도 이미 하늘의 “휴식의 장소”(place of rest)에서 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발렌티누스(Valentinus)는 자기는 이미 “휴식의 처소”에 들어갔다고 기록했고 “참 신자들은 이미 풀레로마에 들어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3세기말의 노스틱파의 저술인 피스티스 소피아(Pistis Sophia)도 영지의 신비를 받은 자는 현세에서 이미 하나님과의 초월적인 연합을 즐기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넷째는 유세비안주의(Eusebianism)적 하나님 나라의 이해입니다.
복음이 점차 사회 정치적 구조에 스며들어가고 로마 제국이 기독교 신앙을 옹호하게 되면서 일부 신자들은 종말론적 하나님의 나라가 세계 역사 속에서 실현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하나님 나라의 현세적 이해를 지원했던 사상은 이상적인 사회를 완전에로 이르는 수단 즉, ‘상승의 사다리’(ladder of ascent)로 보는 희랍 사상과 지상의 통치를 하늘의 하나님의 통치의 ‘지상적 사본’(teresrial copy)으로 보는 헬레니즘적 사상이었습니다.
교회사가요 궁정 신학자였던 유세비우스(Eusebius of Caesarea)는 종말이 이미 현세의 역사 속에서 실현되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그리스도의 초림과 함께 ‘어두움의 세력’이 이미 파멸되었고 기독교 신앙의 승리가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통치와 함께 실현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대 로마제국을 이룩한 것이 예수의 때에 된 것은 결코 ‘우연한 사건’이 아니라 “전능하신 하나님이 이루신 일임에 틀림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스도의 오심으로 실현되기 시작한 메시아 왕국은 콘스탄틴 황제 때에 이르러 그 절정에 이르고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시편 72:7f, 이사야 2:4의 예언이 지금 콘스탄틴 황제의 치세에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신했습니다. “히브리말로 오래 전에 예언되었던 이 예언들이 오늘 우리들의 눈에 보이게 실현되고 있다.”
그래서 유세비우스는 콘스탄틴 대제를 극구 찬양했습니다. “그의 성품은 전능하신 자의 덕을 드러내고 있으며 하나님께서는 그의 신앙과 헌신을 기뻐하사 그의 치세의 기간을 30년에 제한하시지 않으시고 오랜 기간까지, 즉 영원의 기간까지 연장하시기를 기뻐하신다”고까지 선언했습니다. 즉 유세비우스는 콘스탄틴 대제의 제국을, “하늘에서의 하나님의 통치의 지상적 복사”로 보았습니다. 그러므로 매시 세퍼드(Massey H. Shepherd) 교수는 유세비우스에 의해서 “하나님의 현현이 종말론을 대치하게 되었다”(theophany replaced eschatology)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같은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현세적 이해는 동방 비잔틴 제국의 황제들에 의해 주장되었고 그 이후에는 기독교화되고 있던 영국과 미국에서도 나타났습니다. 사실 유세비안주의적 하나님 나라의 이해는 거의 모든 기독교 정치가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것으로 받아드려 졌습니다.
다섯째는 교회제도주의(Ecclesiastical Institutionalism)적 하나님 나라의 이해입니다.
교회가 성장하고 교회 조직이 발전됨에 따라 하나님의 나라가 교회 제도 속에서 실현되어 가고 있다는 견해가 대두하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견해는 세계를 복음화하려는 그리스도인들의 정열에 의해 높이 주장되었으며 제도적 성례를 통해 하나님의 은혜가 주어진다는 성례주의에 의해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유세비우스는 하나님의 나라가 로마제국과 함께 제도적 교회라는 두 가지 형태 가운데서 실현되어 가고 있다는 견해를 취했는데 “교회 가운데 하늘 나라가 선언되었다”고 지적하면서 교회와 하나님 나라를 동일시했습니다.
라틴교회 감독 키프리안은 재림을 통한 메시아 왕국의 도래에 대한 기대와 함께 지상의 제도적 교회에 대한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하며 지상의 가견적이고 제도적인 교회인 “감독들의 교회”(church of the bishops)를 하나님의 나라와 동일시하기도 했습니다. 키프리안은 제도적 교회의 적극적인 의미를 강조하면서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는 유명한 말을 했습니다. 밀란의 감독 암브로스도 영적 불가견적 교회에 대한 개념을 견지하면서도 제도적 교회의 적극적 의미를 강조했습니다. 하나님의 도성이 교회 안에서 실현되어 가고 있다고 선언하면서 교회에 들어오는 자는 누구든지 하늘의 도성의 시민이 됨을 확신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아프리카의 배타적인 전통에 서서 과격한 교회관을 내세웠던 도나티스트들은 자기들의 교회만이 참되고 순전한 교회라고 주장하며 자기들의 교회를 하나님의 나라와 동일시했습니다. 이와 같은 교회제도주의의 일면을 성 어거스틴에서도 찾아볼 수 있으나 이 견해의 절정은 중세에 나타나는데, 중세 교회는 제도적인 교회를 하나님의 나라와 완전히 동일시했습니다.
여섯째는 어거스틴에 있어서 하나님 나라의 이해입니다.
어거스틴은 역사의 의미와 역사 속에서의 인간 존재의 의미를 추구하면서 하나님 나라에 대한 다양한 견해들을 종합해서 비판하면서 하나의 포괄적인 견해를 내세웠습니다. 어거스틴의 하나님 나라 개념의 특징은 일방적인 견해들을 비판하여 거부하면서도 동시에 다양한 요소들을 포괄하는 변증법적 통일(dialectical unity)을 유지한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사실 저는 이 점에 있어서 어거스틴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역사적 안목과 역사적 통찰력을 배웠고 양면성과 균형성과 종합성과 통일성을 배웠고 변증법적 통일을 배웠습니다. 어거스틴은 참으로 위대한 신앙과 역사와 신학의 스승이고 삶과 사역의 스승입니다. 어거스틴은 하나님의 나라가 지상적, 역사적, 사회 정치적 구조 속에서 실현된다고 주장하는 유세비안적 견해들에 반하여 하나님 나라의 영적, 초역사적, 종말론적인 면을 강조했으며, 하나님 나라를 순전히 초역사적, 초 시간적 실재로 보는 형이상학적 개념에 반하여 하나님의 나라가 역사적 현세(historical saeculum) 속에서 지금 현재 하나님 나라의 구성원들 가운데 이루어져가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어거스틴은 “하나님의 도성” 또는 “하나님의 나라”를 구속함을 받은 인간들과 천사들로 구성된 즉 “하나님과 그리스도께 속한” “개인들의 집단”(collection of individuals)으로 정의했습니다. 하나님과 그의 피조물과의 거룩한 교제를 본질로 하는 무리들의 집단인 하나님의 나라, 또는 하나님의 도성은 하나님 자신이 의도하신 것이요 창조하신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담의 타락으로 인간 속에서 하나님의 형상이 손상을 입게 되었고 따라서 하나님과의 복된 교제가 파괴되어 인간은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게 되었는데, 잃어버린 하나님과의 교제의 회복이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으로만 이루어지는 바” “이 교제의 삶은 주님의 수난의 오심으로 시작해서 심판의 날까지 계속된다”고 했습니다. 그리스도의 구속의 능력은 또한 역사를 소급하여 구약시대에 살던 사람들의 마음속에서도 역사하여 그들도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도성, 하나님의 집, 즉 하나님의 성전에 속할 수 있게 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그 구속의 능력은 기독교시대에 더욱 강하게 역사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그리스도 중심의 구속사관을 세웠습니다. 즉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실현되기 시작한 것을 강조했습니다. 그리스도가 ‘강한 자’의 집에 들어가 그를 사슬에 결박함으로써 천년 왕국을 실현시키게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천년왕국을 교회시대와 동일시했습니다. 이와 같은 입장을 후에 칼빈이 주창했습니다. 저도 이 입장에 동조합니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의 실현과 하나님과의 교제의 회복은 현세에서는 아직까지 불완전하다고 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아직 동물적인 몸(animal body)을 가지고 있으며 '옛 사람'의 성품을 소유하고 있는데 “우리들이 부활할 때 동물적인 몸이 영적인 몸(spiritual body)으로 변화되어” “약속된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 왕자와 함께 다스리게 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어거스틴은 아담으로부터 그리스도의 재림까지의 기간을 여섯 시대로 구분하며 재림으로 시작되는 ‘일곱째 시대’는 영원의 시대로 연결되어 하나님의 나라가 완성된다고 보았습니다. “거기서 우리는 쉬고 보며, 보며 사랑하고, 사랑하고 찬양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하늘에 이루어질 하나님의 도성 곧 끝이 없는 하나님의 나라이다”고 말했습니다(신국론, 22.30). 그러므로 어거스틴에 있어서 하나님의 나라는 아직 완성되지 않는 '종말론적인' 실재이지만 동시에 지금 지상에서 역사적으로 그 구성원들 속에서 실현되어 가고 있는 ‘현세적’이고 '인격적인' 실재입니다. 이와 같은 하나님 나라에 대한 양면적인 개념은 어거스틴의 구속사관에 의해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하나님께서는 구속 받은 피조물과의 거룩한 교제를 이루시기를 원하시는데 아담의 타락으로 이 교제가 손상되었고 그리스도의 구속으로 다시 회복되기 시작되었는데 이 교제의 완전 회복은 미래에 가서야 성취될 것으로 보았습니다.
이제 강의를 마무리합니다.
인간의 궁극적인 문제는 구원의 문제이고 다른 말로 하면 하나님 나라와의 관계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현세를 살아가는 인간존재의 의미를 찾는 것이 인간의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인간의 중요한 문제와 관련하여 하나님 나라에 대한 어거스틴의 포괄적인 이해와 가르침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너무나 중요한 통찰력을 제시해 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어거스틴의 하나님 나라에 대한 개념은 다양한 일방적인 견해들을 비판하고 종합하여 변증법적 통일을 유지하는 하나의 종합적 견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의 종말관은 근본적으로 미래적이므로 하나님 나라의 완성이 미래에 이루어질 것을 주장하면서도, 동시에 종말이 이미 지금 여기에서 실현되어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어거스틴에 있어서 이 양면성은 모순되게 분리되어 있지 않고 종합되어 하나의 역동적 생활관 – 현세 부정적인 동시에 현세 긍정적인 생활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일방적인 내세적 현세도피 내지 현세부정의 태도나 낙천적 진보적 현세긍정의 태도는 어거스틴의 교훈에서 떠난 태도라 하겠습니다. 어거스틴은 미래에 완성될 종말론적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간절히 대망하고 있는데, 이 종말론적 대망은 지금 현재 나에게 역동적인 생활의 동기와 욕구를 제공해 주고 있다고 했습니다.
시간이 좀 남았기 때문에 제가 얼마전 한국복음주의협의회 모임에서 발표했던 “정치에 대한 교회의 자세와 역할” 이란 글의 일부를 소개하겠습니다.
“리차드 니버가 그의 명저 「그리스도와 문화」 (Christ and Culture)에서 그리스도와 문화와의 관계는 쉽게 풀 수 없는 ‘영속적인’ (enduring) 문제라고 지적한 것처럼, 교회와 정치와의 관계도 쉽게 풀 수 없는 ‘영속적인’ 문제라고 하겠다. 글 서두에서 나 본인의 입장을 요약하여 피력하면 다음과 같다. 나는 1974년 로잔 대회 이전까지는 정치 참여에 대해서 거의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1974년 로잔 대회 이후부터 나는 존 스토트 박사의 입장에 동조하며 손봉호 박사 등과 함께 어느 정도 정치 참여에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2001년 9.11 사태 이후부터 나는 정치 참여에 대해서 차츰 부정적이 되었다.
1. 예수님과 사도들과 속사도들의 입장 :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후 자기 제자들에게 나타나서 말씀하시면서 ‘정치’에 대해 관심을 두지 말라고 경계하셨다. 저들은 이스라엘 나라의 정치적 독립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스라엘 나라의 회복에 관심을 두지 말고 하나님 나라 건설에만 관심을 두어야 한다고 말씀했다.
2. 어거스틴과 루터의 입장 : 초대 교회의 완성자 어거스틴도 정치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4,5세기 초대 교회의 지도자들은 기독교화된 로마를 ‘영원한 도성’으로 간주하며 로마에 대한 기대와 충성심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어거스틴은 달랐다. 로마 제국에 대한 초연한 자세를 유지했다. 상당수의 신자들이 로마가 망했다고 ‘정체성 위기’에 빠졌을 때 어거스틴은 이렇게 말했다. “제국은 과거에도 망했다가 다시 일어나곤 하지 않았는가? 하나님께서 로마를 다시 회복시킬지 누가 아는가?” 어거스틴의 관심은 철두철미 하나님의 도성과 하나님의 나라에 있었다. 루터에게 있어서도 정치는 결코 그의 중요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의 중요 관심사는 철두철미 그리스도와 십자가와 그리스도의 말씀이었다.
3. 길선주 목사와 주기철 목사의 입장 : 한국 교회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길선주 목사도 정치에는 관심이 없었다. 길선주 목사는 회개와 중생과 천국 복음만 전했다. 회개와 중생과 천국 복음만을 전한 길선주 목사는 조선의 정치 사회 문화의 구조를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주기철 목사도 정치에는 추호의 관심도 없었다. 그래서 민경배 교수는 이렇게 잘라서 말했다. “주기철 목사는 민족 운동이나 항일 투쟁을 염두에 둔 일이 없었다.” 그러나 주기철 목사는 옳았다. 지상 정치에 관심을 기울이는 대신 기도와 말씀과 하나님 중심적 신앙과 삶과 죽음을 지녔던 주기철 목사는 기울어져가던 조선의 교회는 물론 조선 나라를 바로 세우는 건축자의 역할을 수행했다.
4. 오늘의 한국교회의 상황 : 최근에 한국의 일부 보수 교회들과 일부 보수 목회자들이 정치에 지나친 관심을 가질 뿐 아니라 정치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일들이 벌어지게 되었다. 일부 목회자들은 특정 정당의 지지자와 지도자로 자처하기도 한다. 또한 한국교회가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정치인들이 전면에 나타나도록 ‘배려’하는 것은 한국교회가 정치에 지나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은 ‘배려’를 재고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5. 정치에 대한 교회의 자세와 역할 : 교회와 목회자들이 지녀야 할 정치에 대한 올바른 자세와 역할은 정치 문제에 직접적인 방식으로 개입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신자 개인으로서는 정치에 직접적으로 얼마든지 개입하고 참여할 수 있다. 그래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구조의 변혁을 시도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교회의 이름이나 목회자의 신분으로 정치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매우 위험하고 불행한 일이다. 정치는 절대적인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는 본질상 부패할 수 밖에 없는 상대적인 사안이기 때문이다. 교회와 목회자들이 정치에 깊이 관여하거나 정권을 거머쥘 때 교회는 반드시 타락하기 때문이다. 교회와 목회자들의 정치에 대한 올바른 태도와 역할은 정치인들에게 영적이고 도덕적인 감동과 감화를 끼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인들이 잘못을 범할 때 충고나 책망은 할망정 ‘분노’와 ‘정죄’를 나타내 보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한경직 목사님은 정치에 거의 개입하지 않는 극히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다. 독재자들이 오라고 하면 가서 기도까지 해 주었다. 그러면서 그들을 향한 ‘긍휼’의 마음을 지녔다. 한경직 목사님이 그런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지만 그 누구보다도 독재자들에게 경외의 대상이 되었다. 목회자들이 정치인들에게 영적이고 도덕적인 감동과 감회를 끼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리고 그들을 향한 ‘긍휼’의 마음을 지닐 수 있다면 그것으로 너무 족하다.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들에 다시 귀를 기울이며 이 글을 마무리한다. “이같이 너희 빛을 사람 앞에 비취게 하여 저희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5:16).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핍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마5:44). “네 검을 도로 집에 꽂으라 검을 가지는 자는 다 검으로 망하느니라”(마26:52).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라 만일 내 나라가 이 세상에 속한 것이었더면 내 종들이 싸워 나로 유대인들에게 넘기우지 않게 하였으리라 이제 내 나라는 여기에 속한 것이 아니니라”(요18:36). “때와 기한은 아버지께서 자기의 권한에 두셨으니 너희의 알바 아니요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행1:8).” 오늘도 좀 어려운 내용의 강의를 경청해 주신 시청자 여러분들에게 감사와 사랑과 존경을 표하면서 하나님의 은혜와 위로와 사랑이 여러분 모두에게 충만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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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하기] 2007-04-24 10:14: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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