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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사 이야기(81) “경건주의 운동”(5) 2007.6.27
경건주의 운동의 헌장이 된 「피아 데시데리아」가 하나의 단행본으로 출판되자 독일 안에는 이에 대한 즉각적이고 열광적인 반응이 일어났다. 그러나 시간이 감에 따라 경건주의 운동에 대한 불만과 비판의 소리도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페너의 경건주의 운동은 그의 후계자들인 프랑케와 진젤돌프에 의해서 널리 발전했다.
“니콜라스 루드빅히 진젠돌프 백작(Nicholas Ludwig Count von Zinzendorf)의 경건주의 운동”
모라비아 경건주의 운동의 지도자인 진젠돌프(1700-1760)는 드레스덴에서 삭손의 한 고관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슈페너의 경건주의 영향을 깊이 받은 할머니의 신앙의 가르침을 받으면서 자랐다. 할레 학교에서 우수한 학생으로 소년시절을 보내면서(1710-1716) 프랑케로부터 깊은 감화를 받았다. 그는 감수성이 예민하고 조숙한 소년이었는데, 14세 때 “게자 씨 단”이라는 소년단체를 조직하여 사랑의 실천을 힘썼다. 이 소년들은 선배 선교사들(Ziegenbalg와 Plütschau)의 방문으로 인해 선교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전 인류를 사랑할 것을” 서약하고 헌신 봉사를 다짐하고 있었다. 진젠돌프는 일찍이 슈페너의 감화도 받았으니 그가 4살 때(1704년) 슈페너가 그의 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해 준 일이 있었다. 그는 열심이 있었고 동정심이 많았고 감정적이고 성격이 급한 편이었다. 또한 정력을 다 바쳐 목적을 이루어 나아가는 꾸준한 성품을 소유했다. 진젤돌프가 십자가 성화에 감동을 받아 헌신한 이야기는 유명한 이야기이다. “어떤 그림이 한 박물관에 걸리게 되었다. 독일의 한 젊은 백작이 여러 그림을 보다가 어떤 구석에서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림을 보았다. 예수님의 얼굴이 그 젊은 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아래에 ‘나는 너를 위하여 이 일을 하였건만 너는 나를 위하여 무엇을 하나냐’ 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는데 그 글자가 예수님께서 친히 자기에게 말하는 것과 같이 생각되어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서 ‘오, 주님이시여 주님께서 나를 위하여 십자가에 못 박혀서 고통을 당하시고 죽으셨는데 나는 주님을 위하여 무엇을 하여야 하겠습니까?’ 라고 고백하며 온전히 그 몸을 주님께 바쳤다.”
진젠돌프가 이룩한 괄목할만한 업적은 모라비아 교회를 설립하여 발전시킨 것이었다. 로마 캐톨릭 교회와 보헤미아 국가 교회의 박해를 피해 헤른후트(Herrnhut)로 피난 온, ‘형제단’이라고 불리던 모라비아의 후스파(Hussites) 개신교도들이 진젠돌프의 지도하에 기독교 공동체를 발전시켜 나아갔는데 이 공동체가 “모라비안”(Moravian) 공동체라고 불려졌다. 우드(Wood) 박사는 그의 저서 「18세기의 영적 갱신과 전진」에서 모라비아 교회의 획기적인 출발을 1727년 8월 12일로 잡는데 그날의 광경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이 ‘법규, 명령, 금지령’이 헤른후트 공동체의 모든 회원들에 의해서 서명된 날이 바로 1727년 8월 12일이었다. 다음날 오후 베텔스돌프에 있는 교회에서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성찬에 참여했다. 그때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정확히 서술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성령의 능력의 참된 오순절을 체험했다. 주님의 불이 떨어졌고 그들은 놀라움과 사랑과 찬양에 휩싸이게 되었다. 그들이 하나님의 집을 나섰을 때 그들이 땅에 속했는지 또는 이미 하늘에 가 있는지를 분간할 수가 없었다. 진젠돌프 자신이 수년 후에 설명한 설명이 그때의 상황과 분위기를 설명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들은 서로 판단하는 것을 멈추었다. 왜냐하면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무가치를 확신하게 되었고, 모두가 칭찬을 받으며 거룩하신 주님의 얼굴 앞에서 자신들을 느꼈기 때문이다. 상처로 충만하신 주님의 머리, 고통과 멸시로 충만하신 주님, 이 슬픔과 비애의 사람 앞에 섰을 때 그들의 가슴은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 분은 그들의 주님이시오 제사장이신데, 그들의 눈물을 기쁨의 기름으로 바꾸시고 그들의 비참을 행복으로 바꾸신다고’” (A. Skevington Wood, The Inextinguishable Blaze: Spiritual Renewal and Advance in the Eighteenth Century, pp.69f.)
진젠돌프는 주님과의 친밀한 교제에 근거한 ‘마음의 종교’를 강조했는데, 주님과의 친밀한 교제를 ‘체험’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참 교회의 개념을 “성령 안에 있는 하나님의 교회”(the Church of God in the Spirit)로 표현했는데 이와 같은 교회 개념 때문에 그는 교파 관계에 있어 매우 자유로운 입장을 취했다. 진젠돌프의 모라비아 경건주의의 괄목할 만한 특징은 소위 “그리스도 체험 신비주의”(Christ mysticism) 또는 “수난 체험주의”(Passion mysticism)라고 할 수 있다. 루터의 ‘십자가의 신학’과 견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사용한 찬송가의 가사나 언어들이 선정적이고 감상적이었으니, 피, 상처, 못 자국이라는 말을 많이 썼다. 그래서 그들은 그리스도의 수난을 병적으로 골몰하게 흠모하여 지나친 감정주의와 무절제한 방종을 유발하기도 했다.
그들은 모라비아 형제들로 구성된 독특한 신앙의 공동체를 형성했는데 서로 발을 씻어주고 애찬을 나누며 평화의 키스를 교환했다. 그들의 고유한 옷을 입었고 그들의 언어를 사용했으며 피차 형제라고 불렀다. 그리스도를 ‘맏형’이라고 불렀으며, 성직자 임명이나 결혼이나 선교사 임명 등의 문제를 결정할 때는 제비를 뽑는 형식을 취하여, ‘맏형’으로 하여금 결정하게 했다. 진젠돌프는 삼위일체의 개념을 아버지와 어머니와 아들로 표현했는데 이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다. 그가 종속주의적 삼위일체론을 내세운 것은 아니라고 했으나, 결국 성부는 마치 할아버지처럼 뒷전에 숨어버리게 되었고 그리스도에 대한 헌신을 강조하는 성자 중심 사상이 형성되었다고 하겠다.
진젠돌프는 인간의 자유 의지와 신비적 체험을 강조했다. 진젠돌프의 후예들 중에는 극단적 감정주의와 체험주의에 빠진 자들이 있었으니, 신비적 계시를 받는 자들, 환상 중에 그리스도와 대화하는 자들, 종교적 황홀경에 들어가 영국에서 모스크바까지 여행하는 자들도 있었다. 결국 진젠돌프의 감정 또는 체험주의는 19세기 독일 신학에 깊은 영향을 미쳤는데 슐라이어마허(Schleiermacher)의 주관적 자유주의 신학을 태동케 했다고 하겠다. 그러나 모라비아 경건주의가 현대선교에 미친 공헌은 괄목할 만 했다. 독일 개신교 안에서 첫 번째로 일어난 자발적인 선교운동이었다. 모라비아 교도들은 서인도, 화란, 영국, 아일랜드, 노르웨이, 남 아프리카, 북미 대륙에까지 선교사들을 파송하여 그들의 신앙을 정열적으로 전파했는데 영국 복음주의 각성운동의 주 역할을 한 요한 웨슬레에게 미친 복음적 감화는 지대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