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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통일의 신학적 근거" 통일선교대학 (1999.12.16, 여전도회회관)
김명혁 목사(강변교회 담임, 합동신학대학원 교수)
1. 민족 화해와 통일의 성경적 근거
성경은 인류의 역사가 범죄와 분열의 역사인 사실과 함께 하나님의 역사는 용서와 화해 및 통일의 역사인 사실을 보여 준다.
1) 야곱이 형 에서에게 죄를 범하고 에서의 낯을 피하여 하란으로 도망쳤으나, 하나님께서 벧엘에서 야곱을 만나 그에게 복을 주셨고(창28:13-14) 후에는 형 에서를 만나 목을 안고 입을 맞추고 울면서(창33:4) 화해를 이루게 하셨다.
2) 야곱의 아들들이 요셉을 시기하여 그를 애굽으로 가는 상인들에게 팔아 부자간 및 형제간의 이산이 빚어졌으나, 하나님께서 요셉을 축복하셨고 나중에는 요셉이 형들을 만나서 그들의 잘못을 용서하고 대성통곡하며 화해하게 하셨다.
3) 이스라엘의 범죄로 남북이 분열되고 후에는 남북이 각각 고국을 떠나 포로로 잡혀 가는 비극을 겪었으나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고국으로 돌아오게 하셨고 남북이 하나되게 하셨다. "네 손에서 이 둘이 하나가 되리라"(겔37:17).
4) 하나님은 범죄한 이스라엘을 징계하시기 위해 애굽과 앗수르를 몽둥이로 사용하셨고 그들은 이스라엘을 무자비하게 학대했지만, 하나님은 마지막 날에 이스라엘이 애굽과 앗수르로 더불어 셋이 함께 하나님을 경배하며 세상에 복이 될 것이라고 말씀했다. "함께 경배하리라 그 날에 셋이 세계 중에 복이 되리라"(사19:23, 24).
5) 예수님은 하나님과 세상을 등지고 살아가던 한 사마리아 여인을 찾아가서 그를 하나님과 화목시켰고 그리고 그의 이웃들과 화목시켰으며 후에는 빌립, 베드로 요한을 사마리아로 보내 그들을 하나님과 그리고 이스라엘과 화목시켰다.
6) 성령은 빌립을 에디오피아 내시에게 보내시고 베드로를 가이사랴의 고넬료에게 보내시며 바울을 이방인들에게 보내시므로 이방인들을 하나님과 화목시켰고 그리고 이스라엘과도 화목시켰다.
7) 결국 사도 바울은 기독교의 십자가의 복음은 화해와 통일의 복음이라고 선언했다. 하나님과의 화해 그리고 인간간의 화해가 복음의 핵심이라고 했다. "전에 멀리 있던 너희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그리스도의 피로 가까와졌느니라 그는 우리의 화평이신지라 둘로 하나를 만드사 중간에 막힌 담을 허시고 또 십자가로 이 둘을 한 몸으로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려 하심이라"(엡2:13,14,16).
8) 사도 바울은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이 화해와 통일은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우주 만물에게까지 적용된다고 지적했다. "하늘에 있는 것이나 땅에 있는 것이 다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되게 하려 하심이라"(엡1:10). "그의 십자가의 피로 화평을 이루사 만물 곧 땅에 있는 것들이나 하늘에 있는 것들을 그로 말미암아 자기와 화목케 되기를 기뻐하심이라"(골1:20).
2. 민족 화해와 통일의 신학적 근거
1) 김영한 박사의 십자가 신학과 평화신학
김영한 박사는 민족 분단과 통일의 문제를 십자가 신학으로 이해하고 평화신학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혁주의 통일 신학이 십자가 신학적 사고를 한다는 것은 민족의 분단의 현실을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비유로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민족의 분단은 한국민족, 특히 이산가족의 고통과 아픔이요, 한국민족이 져야 하고 극복해야 할 십자가이기 때문이다"(「목회와 신학」43호, p.79). "십자가는 민족의 분단과 통일을 바라보는 인식의 원리이다. 십자가 신학의 착상에서 비로소 한반도의 분단의 현실에서 아픔과 고통을 당하시고 고난 받으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p.92). "통일신학은 평화신학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평화신학의 지향성은 냉전의 논리가 아니라 샬롬의 논리이다. 냉전의 논리는 무력을 통하여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영광의 신학이요, 샬롬의 논리는 사랑과 신뢰를 통하여 상대방을 감화 감동시키는 십자가의 신학이다"(p.92).
2) 박종화 박사의 평화신학
박종화 박사는 성서가 가르치는 평화가 통일의 신학적 근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통일의 방식도 평화적이어야 하고 통일이 지향하는 목표와 담고자 하는 내용도 평화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첫번째는 통일의 방식과 과정에 관한 확신이다. 통일을 성취하되 반드시 평화적 방법과 절차에 따른 통일이어야 한다. 두 번째로는 통일이 지향하는 목표와 담고자 하는 내용이 평화라는 점이다. 통일된 미래를 앞당겨 맛보고 준비하는 입장에서 이제는 '우리의 소원은 평화' 라는 노래를 합창할 수 있어야 하겠다. 통일 이후의 삶이 평화라 할 때 그것은 소극적 의미의 평화, 곧 전쟁부재 상태로서의 평화만은 아니다. 보다 적극적인 의미의 평화 곧 성서가 말하는 '샬롬'이 이루어지는 평화인 것이다"(「목회와 신학」1992년 3월, pp.26,27).
3) 김상복 박사의 하나님 통치신학
김상복 박사는 하나님이 우주와 세계를 다스리시는 통치자라는 사실이 민족통일의 근거와 방식과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독교 사상은 분명하다. 하나님은 우주의 창조자시요 영원한 통치자이시다. 천하 만민은 그 앞에 무릎을 꿇고 하나님을 주로 시인하고야 만다. 우주와 인류, 나라와 역사는 그분의 통치 아래에서만 사랑과 평화와 정의가 있다"(「평화통일과 북한복음화」, p.13). "남북을 막론하고 우리 민족에게는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는 것이 최상의 목표라야 한다. 남북한의 우리 민족이 함께 하나님의 통치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pp.15,16). "통일 한국은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를 추구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미래의 통일된 민족공동체는 전 국민이 그리스도 안에서 사랑, 기쁨, 인내, 친절, 선의, 진실, 온유, 그리고 절제와 같은 영적인 자질을 소유하고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고 섬기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p.23). 그리고 하나님의 통치가 이루어지는 통일한국에는 사랑, 자유와 평등, 평화와 질서, 섬김과 일치, 다양성과 통일성 등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pp.26-39)
4) 필자의 화해신학과 만남과 나눔의 신학
필자는 기독교 복음의 핵심은 에베소서 2장에 나타난 대로 십자가를 통한 하나님과의 화해 그리고 인간간의 화해(화평 또는 화목)라고 생각하며, 하나님의 인간 구원사역은 하나님께서 죄인들을 찾아와서 만나시고 모든 것을 나누어 주시는 사역이며 그리고 구원 받은 인간들로 하여금 다른 사람들을 찾아가서 만나고 모든 것을 나누게 하시는 사역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인종이나 문화의 장벽이 있을 수 없다. 죄는 갈라지게 하고 은혜는 만나고 화목하게 한다. 성령의 사역도 역시 하나되게 하시는 사역이다. 먼저 가족들이 그리고 동족이 그 다음에 모든 민족이 만나고 나누고 함께 살게 하는 것이 하나님의 구원 사역이고 기독교의 복음의 핵심이다. 민족통일의 신학적 근거는 바로 여기에 있다. 기독교의 화해신학과 만남과 나눔의 신학이 곧 통일신학이다.
3. 민족 화해와 통일에 관련된 두 가지 경험
1) 일본교회 지도들과의 만남
필자는 어렸을 때부터 일본과 일본 사람들을 싫어했다. 신사참배를 강요한 것이 중요 이유였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아시아교회 지도자들과 자주 만나고 일본교회 지도자들과 자주 만나면서 일본교회 지도자들을 차츰 인정하고 존경하기에 이르렀다. 필자는 1990년 충현교회당에서 모인 「아시아선교대회」석상에서 거기 모인 300여명 일본교회 지도자들과 1200여명 아시아 교회 지도자들에게 필자의 심정을 솔직하게 토로한 일이 있다. 즉 과거에는 일본 사람들을 싫어했지만 지금은 일본 사람들을 존경하고 사랑하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필자는 1991년 6월 일본 시오바라에서 모인 「제3회 일본 전도대회」마지막 날 저녁에 그곳에 모인 1100여명 일본교회 지도자들에게「일본교회와의 사역의 협력」이란 제목의 강연을 하기 전에 필자의 심정을 보다 적나라하고 진하게 토로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일본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미워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제 마음이 많이 바뀌어졌습니다. 제가 지난 10여년을 전후하여 알게 되고 사귀게 된 상당수의 일본교회 지도자들을 존경하고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오늘 밤 깊은 감사의 마음과 여러분들에 대한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가지고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오늘 밤 또한 지난날 여러분들에 대한 저의 혐오와 미움을 고백하면서 섰습니다. 저를 용서하시고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로 받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제가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우리들은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모두 형제 자매들이기 때문입니다." 필자의 이와 같은 간증과 호소에 일본교회 지도자들은 마음을 열고 뜨겁게 응답했다. 상당수의 청중이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그 중 한 사람은 앞으로 나와서 한국 사람들에게 범한 죄를 고백하며 용서해 달라고 호소했다.
1997년 9월 태국 파타야에서 「제2회 아시아선교대회」가 열렸다. 호텔 로비에서 일본 사람 한 사람이 필자를 만나자 너무나 반가워 했다. 그 사람이 하는 말이, 자기는 필자를 만나기 위해서 태국에 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필자의 방으로 들어왔다. 자기는 시오바라 집회 때 앞으로 나가서 한국 사람들에게 범한 죄를 용서해 달라고 호소한 사람이라고 자기를 소개했다. 그리고 지난 5,6년 동안 자기가 한 일은 일본교회와 교단들을 찾아 다니면서 한국에 대한 사죄운동을 일으켰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죄하기로 결정한 여러 교단들의 서류들을 필자에게 보여 주었다. 하루 저녁의 마음을 열고 토로한 고백의 만남이 값지고 귀중한 결실을 가져온 것이었다. 일본은 우리 민족이 통일을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지난 수년 동안 일본 복음주의동맹은 2만5천불을 한국복음주의협의회에 북한동포돕기 헌금으로 보내 온 것이었다.
2) 북한 사람들과 만남
필자는 1999년 1월 19일부터 26일까지 북한의 여러 지역을 방문하고 여러 종류의 북한 사람들을 만났다. 7일 동안 거의 함께 지낸 북한 관리들과는 비교적 친밀하게 만났고 솔직하게 대화했다. 비판도 솔직하게 충고도 솔직하게 했다. 비판할 때는 즉각 거부반응이 나왔지만 그와 같은 비판과 충고가 사실은 북조선 공화국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을 때 알아 듣는 듯했다. 필자는 사실 공화국이 잘 되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야 남북이 다 잘 살지 않겠느냐고 설명도 했다. 우리들과 헤어질 때 북한 관리들은 지금까지 방북한 어떤 사람들보다 우리 종교인들 일행이 "아주 솔직하고 순수해서 좋았다"고 말했다.
4. 민족 화해와 통일을 위한 준비
필자는 여기서 필자가 항상 생각해 오는 민족 화해와 통일을 위한 준비 몇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1) 북한 사람들을 이해하고 사랑하도록 힘써야 한다. 2)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이도록 힘써야 한다. 3) 북한동포돕기를 힘써야 한다. 4) 교회의 협력과 일치를 이루도록 힘써야 한다. 5) 북한교회 발전을 위해 힘써야 한다. 6) 남북이 자주 만나야 하며 앞으로 북한에 가서 그들과 함께 살도록 해야 한다. 7) 역사의 진행이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음을 인식하며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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