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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사 이야기(85)“개신교 선교의 선구자 유스티니안 벨츠의 비극”(3) 07.7.25
벨츠는 선교단체 조직의 필요성을 독일 각 지역의 개신교 통치자들에게 호소하기 위해 「신성 로마 제국 의회의 복음주의 협의회」가 개최되고 있는 레겐버르그로 갔다. 벨츠는 레겐버르그에서 열광적 청년 요한 긱텔(Johann Gichtel)을 만났는데 긱텔은 벨츠의 적극적 후원자가 되었다. 두 사람은 제국의회에 참석한 대표들과 교회 지도자들을 만나 선교단체 설립 제안에 대한 저들의 의견을 청취한 결과 부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러나 벨츠는 낙심하지 않고 선교단체 설립을 위한 제안을 제국의회에 제출하기로 결심했다. 1664년 벨츠는 또 하나의 논문을 저술하여 두 논문을 의회에 제출했는데 둘째 논문은 “다가오는 대 잔치에의 초대와 기독교의 개선 및 이방 세계의 개종을 취급하는 기독교 예수 선교회를 위한 제안”(An Invitation to the Approaching Great Supper and a Proposal for an Edifying Christian Jesus-Society Dealing with the Betterment of Christendom and the Conversion of Heathendom)이라는 긴 제목의 논문이었다. 이 글에서 벨츠는 재림에 대한 준비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진정한 그리스도인들은 국내의 영적 부흥의 과업과 해외의 복음전파의 과업을 함께 수행해 나아가야 할 것을 역설했다. 그리고 세계 선교의 이유와 근거로서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과 죽어 가는 인류에 대한 사랑을 내세웠다. 벨츠는 하늘로부터 구름을 타고 재림하시는 주님에게서 칭찬의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충성된 종으로서의 과업을 다해야 할 것을 권면하면서 글을 마쳤다.
벨츠와 긱텔은 두 논문을 제국의회에 제출했으나 그 반응은 너무나 냉담했다. 벨츠와 긱텔의 용기는 높이 평가하면서도 아무도 그들에게 협조의 손길은 뻗치지 않았다. 교회 지도자들은 벨츠의 주장이 비현실적이라고 일소에 부쳤다. 빗텐베르그 교수단과 특히 당시 루터교 정통신학의 지도자였던 요한 우르시누스(Johann H. Ursinus, 1608-1667)는 벨츠의 입장을 비난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벨츠는 낙심하지 않고 독일 각지의 복음주의 통치자들에게 협조를 호소했다. 그러나 별 반응이 없었다. 에베르하르트 공작은 몇 가지 실제적인 이유를 들어 협조를 거부했다. 자금이 부족하다는 이유, 터키에서 기독교로 개종하는 자는 생명의 위협을 당한다는 이유, 젊은 학생 지원자들이 과업수행에 부적당하며 2, 3년간의 순회전도가 불충분하다는 이유 등을 내세웠다. 다른 지역의 기독교 통치자들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벨츠의 호소는 전적으로 허사였다. 깊은 좌절에 빠진 벨츠는 이방선교에 관해서 다시는 성직자들이나 통치자들과 이야기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깊은 명상과 영적 훈련에 들어갔다. 깊은 명상과 영적 체험을 통해 벨츠는 새로운 확신을 가지게 됐다. 요나의 사건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벨츠는 하나님께서 아직도 그의 말씀을 통해 회개와 변화를 일으키는 능력을 소유하고 계시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1664년 말 벨츠는 성직자들과 귀족에게 보내는 마지막 호소와 도전의 글을 썼다. “불신 백성의 개종을 수행하여야 할 의무에 대한 반복되는 성실하고 진지한 충고와 권면” 이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벨츠는 이 글에서 당시 교회지도자들과 통치자들의 냉담한 태도를 맹렬히 공격했다. 벨츠는 루터 교회의 냉담과 자기에 대한 비난을 이겨낼 만한 인내력과 겸손이 부족했던 것 같았다.
“인쇄된 나의 권면이 읽혀졌지만 단지 호기심으로 읽혀졌을 뿐이었다. … 나는 이교도들이 먼 곳에 있는 것으로 상상했는데 바로 저들 가운데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성직자들에게 도움을 구했는데 그들은 통치자들에게 도움을 구해보라고 했다. 통치자들은 성직자들의 냉담을 지적하며 도움의 손을 펴지 않았다. … 마치 저들이 오래 전에 복음전파의 일을 돕지 말자고 약속이나 한 듯이. … 그대들 학자들이여, 하나님의 공정한 심판 앞에서 말 좀 해 보시오. 신령하다고 자처하면서 선교에 대한 일은 해보려고 힘쓰지도 않고 비현실적이라고 일소에 부치는 것이 도대체 옳다는 말이요? 이방선교를 시도해 보지도 않고서 그저 비현실적이라고 우겨대는 것은 무슨 이유요? 그대들 위선자들이여, 성경 어디에서 ‘비 현실적’이라는 단어를 찾을 수 있다는 말이요? 그리스도의 제자들과 사도들이 보냄을 받았을 때 ‘주여 이 일은 오늘날 합당치 않습니다’ 라고 반문했었는지를 생각해 보시오. 그리스도의 제자들은 자기들을 반대하는 자들에게까지 가서 복음을 전한 것을 그대들은 모르고 있다는 말이요? 오, 세상이 얼마나 바뀌어 졌는가! 하나님의 말씀과 양심을 거역하는 그대들 성직자들이여, 나는 그대들을 정죄하고 싶지 않고. 그대들이 이 후에라도 불신 국가들을 개종하는 일에 힘쓰게 되기를 바랄 뿐이요. 그러나 성직자들이여, 만약 그대들이 교만과 자부심으로 인해 진지한 권면을 멸시하고 이방인들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표시하기를 거절한다면… 그리고 그것을 회개하지 않는다면 그대들과 그대들 자손들 위에 시편 109편에 기록된 저주들이 임할 것이오.”
이 글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이 루터 교회의 정통주의 신학자 우르시누스(Ursinus)로부터 1664년 말에 나타났다. “이교의 개종과 기독교 개선을 위한 유스티니안의 제안에 대한 진지하고 신실한 권면” 이라는 글이었다. 우르시누스는 정치적, 문화적, 경제적, 언어적 이유를 들어 벨츠가 주장하는 세계선교는 비현실적이요, 성공의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우르시누스는 심지어 이방을 구원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인지를 의심하기도 했다. 이방들도 이미 복음을 들을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들이 하나님의 은혜를 거절했기 때문에 그들은 멸망을 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하며 하나님의 진주와 거룩한 것을 개와 돼지에게 던지는 것이 합당하지 못하다고 했다. 그는 계속 그리스도인의 사명은 선한 사마리아인과 같이 이웃을 돕는 것이지 잃어버린 자를 찾아 멀리 가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유스티니안 형제여, 그대만이 열심히 있다고 생각하지 마시요. … 당신만이 예수를 사랑한다는 말이요? 도대체 어디서부터 선교를 시작하겠다는 말이요? 전 이교세계에 동시에 시작하겠다는 말이요? … 당신이 얼마나 부끄러운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시오? …도대체 어디로 가겠다는 말이요? 일본으로 갈 것이요? 이미 30년 전에 일본은 기독교를 뿌리 뽑아 버렸고 지금은 상인조차 입국을 금하고 있지 않소. 중국으로 가겠다는 말이요? 최근에 중국에서 기독교인들과 설교자들이 무참하게 학살당한 것을 모르시요? 아프리카에 가겠다는 말이요? 그렇다면 화란, 영국, 포르투칼, 불란서보다 더 튼튼한 배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런 배를 가지고 있지 않지 않소? … 그러면 미국으로 가겠다는 말이요? 그곳은 너무 멀고 그리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너무 야만스럽지 않소? 유스티니안 형제여, 제발 그 꿈을 버리시오. 그런 꿈을 꾸다가는 사탄의 꼬임에 빠질 것이요. …먼데 갈 생각 말고 당신의 이웃이나 도울 생각을 하시오.” 결국 우르시누스는 벨츠가 사탄의 미혹에 빠져있다고 공박하며 그의 제안을 정죄(anathema)했고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그의 소리에 미혹되지 않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벨츠와 독일 루터교회와의 화해는 이제는 완전히 불가능하게 되었다.
벨츠는 독일을 떠나 화란으로 갔다. 벨츠는 화란에서 루터교 목사 브레클링(Friedrich Breckling)을 만나게 되는데 그의 격려와 지원을 받게 되었다. 브레클링은 과격파에 속한 사람으로 정통주의 루터교의 입장을 비판한 사람이었는데 그는 이제 벨츠의 입장을 열광적으로 지지하는 논문들을 발표했다. 벨츠는 이제 스스로 선교사가 되어 선교지로 떠나기로 결심했다. 화란의 서인도 회사가 활동하고 있는 중남미 북단의 서리남(Surinam)으로 가기로 했다. 자기를 안수하여 파송해 줄 교회를 찾지 못해 결국 벨츠는 브레클링 목사에 의해 “이방을 위한 사도”로 안수를 받았다. 몇몇 친구들과 함께 엄숙한 안수 및 파송 예배를 드리는 가운데 벨츠는 자기의 남작의 칭호를 버리면서 “유스티니안의 자기 부정” (Justinian's Denial of Himself)이라는 고별인사를 했다. 1666년, 드디어 벨츠는 평생의 소원과 야심을 이루게 됐다. 배를 타고 중남미 북해안의 서리남(Surinam)에 도착했다. 본국의 아무런 원조도 없이 2년간 갖은 고생과 역경의 선교활동을 하다가 1668년 서리남에서 그의 생을 마쳤다. 야콥 슈페너는 그가 야수에 찢기어 죽었다고 기록했고 혹자는 그가 말라리아 병으로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벨츠의 저술을 편집한 그뢰쎌(Groessel)은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유스티니안 벨츠는 외롭게 버림받은 채 죽었다. 자기 스스로 선택한 소명을 위한 희생의 죽음이었고, 그리스도의 일을 위해서는 자기 목숨까지도 바치고자 하는 신실한 용기와 기쁨에 넘친 각오를 보여준 표본의 죽음이었다.
교회 개혁과 세계 선교를 부르짖다가 외롭게 죽은 벨츠의 생애는 허무한 생애였는가? 그가 죽은 지 7년 후 슈페너는 1675년에 독일교회의 영적 부흥과 개혁을 부르짖는 경건주의 운동의 헌장「피아 데시데리아」를 발표했다. 1706년에는 프랑케의 지도하에 할레 대학에서 훈련 받은 선교사 지겐발그와 풀루챠우가 인도에 가서 선교활동을 시작했다. 1732년에는 최초의 모라비아 선교사들이 서인도제도, 버진 군도의 Saint Thomas로 향했고, 1735년에는 벨츠의 순교지 서리남까지 도착했다. 벨츠의 외로운 부르짖음은 그 당시 멸시와 조소를 당했지만 결코 허무한 것은 아니었다. 벨츠의 생애와 사역은 결국 경건주의운동과 세계선교운동을 태동시킨 예언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벨츠의 생애에서 두 가지 비극을 보게 된다. 첫째, 독일 정통신학자들이 세계선교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선교의 환상을 무참히 짓밟아버린 비극을 본다. 선교의 필요를 부르짖는 벨츠의 성경적 신학적 및 역사적 논증에 귀를 기울이려고 하지도 않았고 교회의 확장과 안정을 도모하는 일에만 관심을 기울이면서 정치적, 문화적, 경제적, 언어적 이유들을 들어 세계선교의 비현실성을 내세우기만 했다. 잃어버린 영혼들에 대한 안타까운 사랑의 심정은 갖지 못하면서 이교도들의 멸망은 오히려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우리는 벨츠의 생애를 통해 또 하나의 비극을 본다. 개신교 선교의 최초의 예언자라고 할 수 벨츠에게 인내력과 겸손이 부족했고 당시의 냉담했던 정통주의 루터교회에 대해 지나치게 도전적이었고, 부정적이었던 결점을 본다. 한국교회는 330 여년 전 정통 루터교회와 벨츠가 범했던 두 가지 오류를 범하는 비극의 길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
